축구
'최소 6경기, 아니 7경기는 하고 오자' 그들의 방문 앞엔 꿈이 있다
'6경기 이상 하기' 아니, '7경기 하기!'.올해 초여름, 야심차게 폴란드로 떠나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한 '정정용호'.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정용호의 목표는 대회 시작 전부터 '우승'이었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결국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대형사고'를 쳤다. 한없이 먼 꿈에 불과했던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 그리고 준우승을 현실로 만들어 낸 정정용호의 기적은 한국을 뜨겁게 달궜다.그리고 4개월 뒤, 형들의 뒤를 이어 이번엔 17세 이하(U-17) 대표팀 '김정수호'의 동생들이 다시 한 번 '대형사고'를 꿈꾸고 있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 16강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앙골라에 1-0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건 1987년과 2009년 이후 역대 세 번째이자 10년 만이다.앙골라전 승리로 이미 역대 최고 성적 타이 기록을 세웠지만 김정수호의 목표는 아직 '미달성'이다. 선수들은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 김 감독이 주문한 대로 개인 목표와 팀 목표, 각오,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해야할 일 등 이번 대회에 대한 생각들을 A4 용지 한 장에 빼곡하게 적어 넣었다. 이 종이는 브라질에서 각자의 숙소 방문 앞에 붙어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게 만드는 훌륭한 동기 부여가 됐다.숙소 방문 앞에 붙여진 이 종이 한 장 한 장에, 김정수호가 꿈꾸는 U-17 월드컵의 해피엔딩이 담겨있다.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이한범(17·보인고)은 팀 목표에 "적어도 6경기 이상(4강)하기", "6경기 동안 5실점 이상 안 하기"라고 적었다. 대표팀 왼쪽 풀백 이태석(17·오산고)의 목표도 "팀이 6경기 이상하기, 예선 3실점 이하 통과"다. 4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담대한 포부다. 하지만 이 정도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꿈이 작은 편이다. 앙골라전 선방으로 8강행을 뒷받침한 주전 골키퍼 신송훈(17·금호고)은 "7경기 하기"라고 적었다. 같이 적어뒀던 '조 1위 16강 진출'은 아쉽게 2위로 밀려나 실패했지만, 7경기 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는 아직도 유효하다.신송훈만 '7경기'를 외치는 건 아니다. 정상빈(17·매탄고)은 "'챔피언', 우승을 목표로 한 팀으로 우승하고 싶다"며 "FIFA 대회 사상 첫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고 아예 '이력서'를 만들어 온 오른쪽 풀백 손호준(17·매탄고)은 자신의 경력란에 'U-17 월드컵 우승'을 대문짝만한 글씨로 적어놨다. 오재혁(17·포철고)은 아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걸린 태극기 그림과 함께 "상대는 상관 없지, 우리는 다 이기지"라는 문구로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앙골라전 결승골의 주인공 최민서(17·포철고)의 목표는 "공격 포인트 7개 이상, 팀 성적 4강 이상"이다. 하지만 목표 주위에 작게 쓰인 글씨에 '핵심'이 담겨있다. "4강 50만원, 준우승 150만원, 우승 500만원이야(엄마가 보너스 준대)." 여기에 '엄마표 골수당' 10만원도 있다. 이미 2골로 20만원의 보너스를 챙긴 최민서는 골잡이답게 우승의 꿈과 '용돈 대박'의 꿈까지 '멀티골'을 노리는 중이다. 이제 4경기를 치른 김정수호는 11일 오전 비토리아의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멕시코와 4강 진출을 다툰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1.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