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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빈 “엔카부문 신인상 수상, 꿈꾸는 줄 알았어요”
트로트도 바야흐로 한류 시대다. 그 중심엔 가수 박현빈(30)이 있다. 박현빈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일본 골드 디스크 시상식'(The Japan Gold Disc Award 2012)에서 '엔카·가요코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의 트로트 가수가 일본 전통 가요 엔카의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엔카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만한 사건이었다. 박현빈은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한국의 골든디스크 같은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근데 왜 내게 상을 주냐'고 다시 물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래간만에 한국 무대에 컴백해, 신곡 '모래시계' 홍보와 뮤지컬 '달고나' 연습으로 바쁜 그를 만났다. -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엔카 부문 신인상이라기에 믿지 않았다. 현지 소속사인 소니 뮤직의 파워가 세니까 그냥 작은 시상식에서 상하나 받는 정도로 알았다. 근데 매니저가 골드디스크가 '한국의 골든디스크 같은 최고 권위의 상'이라고 일러주더라. 꿈꾸는 줄 알았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나."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상을 준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 얼마나 CD를 팔았는지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지난해 열심히 하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진출은 어떻게 진행됐나."2010년에 소니 뮤직과 레코팅 계약을 하고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4월에 첫 곡이 나왔으니까 이제 1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 소니에서 제안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그런 어마어마한 회사에서 날 왜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뜻 계약하기 어려웠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 가면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도 20대의 마지막에 '내 인생에 남을 만한 사고를 쳐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홍보를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레코드숍에 들러서, 포스터를 붙이고 사인을 했다. 일본의 번화가는 다 가본 것 같다. 가수가 오면 물이라도 한 잔 줄 텐데 나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알더라. 가사를 일어로 바꾸는 것도 문제였다. '샤방샤방' 가사 '아주 그냥 죽여줘요'의 느낌이 전달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아나타오 구다사이'(당신을 주세요) 정도로 바꿔 불렀다."-엔카 쪽은 위계질서가 대단하다고 들었다."군기가 한국 트로트 가수들보다 세다. 선배들이 리허설 무대라도 오르면 다 뛰어나와서 지켜봐야한다. 20년차 가수도 예외 없었다. 한국에서는 태진아·송대관·설운도 정도되는 선배님이면 대충 친구를 먹는데, 일본은 그런 게 없었다."-텃세는 없던가."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최근 K-POP의 위세가 대단하지 않나. 나를 보고 '유행따라 흘러 들어왔구나, 카라·소녀시대 따라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았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일본에는 행사가 없어서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일본에도 행사가 있기는 있다. 백화점이나 큰 마트에서 이벤트 같은 것을 하는데, 역시 한국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우리는 지역마다 특산물 축제가 있지 않나. 또 흔히 말하는 밤무대가 없다. 정말 CD 팔고, 콘서트 하는 것이 다인 것 같다."-신곡 '모래시계'가 나왔다."내 이미지가 재미있는 세미 트로트 곡을 부르는 가수로 굳어졌다. 나도 이제 30대인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진지한 느낌의 음악을 시도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곡이 애절한 록발라드 '모래시계'다."-뮤지컬 '달고나'에도 도전했다."재미도 있고 책임감도 들어서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모니터해서 보면 아직은 발연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조금 하면 가능성이 보일 것도 같다. 나에게는 아주 자극이 되는 일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 벅찰 때도 있지만 올 한해만 잘 보내면 이젠 안정을 찾을 것 같다."-'잘 노는 연예인' 이미지가 있다."오해다. 개인적으로 누굴 만날 시간도 없고, 쉴 때도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정 답답하면 매니저와 마트에서 장을 봐 집에서 소주 한 잔 하는 스타일이다. 클럽에는 가지 않은지 3년 정도 됐다. 시끄러운 데를 싫어한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사진=김민규 기자
2012.02.13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