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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두 번의 저주를 푼 엡스타인의 비밀 열쇠는

20년 만에 다큐멘터리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가을의 전설’이 쓰이는 10월에 말입니다. 2004년 기적의 포스트시즌 스토리를 써 내려간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과 당시 단장 테오 엡스타인. 넷플릭스가 미국의 월드시리즈와 한국의 한국시리즈 등 가을야구의 정점에 맞춰 내놓은 야구 시리즈입니다. ‘더 컴백 (The Comeback, 한국어 제목으로 대역전).’ 오늘 칼럼은 그 감상문입니다.레드삭스와 보스턴 팬을 80여 년간 고통받게 한 ‘밤비노의 저주’의 질긴 인연과 이를 끊어낸 2004년 팀의 주역들이 3부작 시리즈에 등장합니다. 빈볼을 던지며 동료를 보호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분위기를 다잡는 제이슨 베리텍을 비롯해 데이비드 오티스, 핏물로 번진 빨간 양말의 커트 실링 등 그 시절 레드삭스의 주인공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과거를 해석해 줍니다. 케빈 밀라의 코미디언 같은 익살과 함께 팀워크를 아교처럼 이어 붙인 그의 역할도 재조명됩니다. 개성 강한 멤버들을 조화롭게 이끈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인간적인 면과 고민도 잘 드러납니다. 김병현의 모습도 숨은그림 찾기처럼 슬쩍슬쩍 비칩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의 여러 장면은 가슴 뭉클합니다.20년 전 스토리이지만 왜 여전히 회자되며 팀워크의 교본 같은 히스토리가 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야구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구하는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조직력, 결단, 회복력, 분열과 조화 등 조직과 구성원의 역동성이 이 작품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특히 팀을 운영한 경험과 연결되어서인지 당시 레드삭스 단장 테오 엡스타인의 입장이 와닿았습니다. 트레이드의 후폭풍이 두렵기도 했다는 고백, 양키스와의 라이벌전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나오자 억눌렸던 팀의 폭발력을 발견하며 쾌재를 부르는 모습에서 왠지 감정이입이 됐습니다. 통계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판단해 저주를 끊고, 올드 스쿨 야구를 대체하기 위해 발탁된 그였지만 또한 감정의 인간이었습니다. 숫자의 구조와 프레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음의 에너지 역시 믿어야 한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동전 던지기처럼 야구의 여러 통계가 독립된 이벤트라고 아무리 설명해 봐야 팀 스포츠에서 누군가 (또는 상당수 구성원이) 기세 같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객관적인 통계만으론 마음을 사로잡긴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헌신하고 희생하고 엉뚱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는 개성적인 다양한 존재감이 필요하다는 걸 ‘더 컴백’은 보여줍니다. 1920년 베이브 루스를 트레이드한 뒤 붙은 불운을 풀려고 2004년 레드삭스 선수들은 스스로를 ‘멍청이 야구(goofball)’이라고 부르며 별짓을 다 합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양키스 원정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위스키를 나눠 마시는 장면에선 경악하게 됩니다.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팀워크로 해묵은 저주와 불안을 잠재웁니다. 0승 3패로 궁지에 몰린 시리즈를 뒤집습니다. 엡스타인의 마지막 설명이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끈끈한 팀을 만나면 구단 전체가 그 분위기를 따라가죠. 팬과 선수의 경계가 흐려지고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감동적인 고백입니다.끈끈하다고 번역된 엡스타인의 영어 표현은 무엇이었을까요. ‘연결된(connected)’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두 차례 야구의 오랜 저주를 푼 엡스타인의 비밀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6년 시카고 컵스로 옮겨가 100년 넘은 ‘염소의 저주’도 풀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합니다.당시 컵스의 우승 스토리를 담은 ‘컵스 웨이(The Cubs Way)’라는 책을 보면 엡스타인은 관계(relations)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합니다. 숫자와 통계라는 분석으로 무장한 아이비리그 출신이지만 팀이 어려울 때, 구성원이 힘들 때 현장에서 감정을 연결시키고 교감하는데 눈 감지 않았습니다. 관계와 팀워크에 건강하게 만드는 개성 있는 선수와 감독을 레드삭스에서도, 컵스에서도 모으고 기둥으로 세웠습니다.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어느 팀은 이번에 우승을 하고 어느 팀은 후일을 기약할 겁니다. 뭉쳐있다면, 서로 ‘연결’돼 있다면 기회는 다시 올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0.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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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피치컴, 사용은 어떻게? 버튼 9개로 구종·위치·작전까지 1초 만에 [IS 포커스]

"커브, 바깥쪽 아래."송신기 버튼을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누르자 투수의 모자 속 스피커로 구종과 코스가 안내된다. 버튼은 9개, 얼핏 보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은 간단하다. 9개 버튼으로 투수와 포수는 9개 구종과 코스, 심지어 작전까지 전달할 수 있다. '피치컴(Pitchcom, 투수와 포수 간 사인 교환 기기)'을 직접 써본 선수들은 어색해하면서도 "빠르고 편하다"라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용하는 피치컴이 지난 15일 KBO리그에 상륙했다. 당초 피치컴은 사인 훔치기 방지로 도입됐으나, 투구 시간에 제한을 두는 '피치 클록(Pitch Clock)' 정식 도입을 앞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시간 단축을 목표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포수는 복잡한 수신호로 사인을 주고받았다. 피치컴으로는 1~2초면 충분하다. 로진백을 만지거나 다른 준비 동작을 하면서 사인을 듣기만 해도 되니 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버튼 9개로 구종·코스·작전 전달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버튼을 1~2회 눌러 원하는 구종과 코스, 작전을 전달하면 된다. 기본적(원 버튼 모드)으로 짧게 한 번 누르면 구종, 길게 한 번 누르면 코스가 입력된다. 1~9번엔 직구부터 너클볼, 스플리터 등 9개의 구종이 입력돼 있다. 코스도 '몸쪽 높게' '바깥쪽 낮게'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버튼 배열이 스트라이크 존을 9개로 나눈 것처럼 돼 있어 구분하기 편하다. 설정에 따라 견제와 피치아웃, 슬라이드 스텝(주자가 있을 때 빠르게 투구하는 동작) 등의 작전도 전달할 수 있다. 단순 견제 버튼도 있고, 세트 포지션에서 견제하는 '인사이드 무브' 등의 세부적인 동작도 전달할 수 있다. 이럴 땐 구종과 코스는 짧게 한 번씩, 작전은 길게 한 번 누르는 '투 버튼 모드'를 사용한다. 이는 자체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 기본 모드에서 9개 버튼에 9개 구종을 다 입력하지 않고, 일부 버튼에 필요한 작전을 넣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버튼을 잘못 누르는 경우에 대비해 '취소' 버튼도 있다. 이후 투수나 포수가 구종과 코스를 다시 설정하면 된다. 수신기 모자 안에 쏙, 영어·스페인어도 가능수신기는 투수와 포수, 야수 3명 등 최대 5명의 선수가 착용할 수 있다. 투수와 야수는 모자 측면 안쪽에 착용한다. 음량 조절 버튼도 있다.포수는 별도의 수신기를 착용한다. 수신기의 일반 스피커를 사용하면 타자들이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확장 튜브를 포수 귀까지 연결해 사인 훔치기를 방지한다. 포수 헬멧에서는 볼륨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송신기를 이용한다.외국 선수들을 위한 수신기도 따로 있다. KBO가 구단별로 배포한 10개의 수신기 중 7개는 한국어-영어 버전이고, 나머지 3개는 영어-스페인어 버전이다. 다른 언어도 추가할 수 있다. 구단별로 피치컴 송신기 3개와 투수·야수용 수신기 10개, 포수용 수신기 2개가 배포됐다. 한 기기당 3000달러(400만원)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경기 중 손상 우려도 있다. 단순 수리는 KBO가 부담하고, 분실이나 도난 시엔 구단이 비용을 낸다. 선수들 호평 일색, "빠르고 편하다"선수들의 반응은 좋다. 지난 16일 KBO리그에서 최초로 피치컴을 사용했던 웨스 벤자민(KT 위즈)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포수가 얘기해주기 때문에 준비가 빠르다.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좋다"라고 전했다. NC 다이노스 투수 김시훈도 "여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NC 포수 김형준도 "확실히 편하다. 작동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 금방 익혔다. 사인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T 내야수 오윤석도 "수비할 때 포수의 사인을 보고 움직이는데 (수신호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수신기로 사인을 파악하니 더 좋다"라고 총평했다. 올 시즌 KBO는 피치 클록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내년엔 정식 도입이 유력하다. 피치컴을 잘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시즌 중 피치컴 도입이 선수들을 혼란시킨다는 현장의 반응도 있지만, 상당수의 선수가 피치컴 활용을 원하고 있다. 한 지도자는 "어차피 내년에 사용할 장비를 미리 써보자는 게 선수들의 입장인 것 같다. 막상 써보니 빠르고 편하다고 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착용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재 기자 2024.07.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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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빨랐는데 더 빨라졌네, 피치컴 KBO 첫 상륙 '호평일색' [IS 포커스]

2시간 54분. 올 시즌 최단 시간 경기 팀들간의 경기다웠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날 KBO리그에 처음 등장한 '피치컴(Pitchcom)'의 도움도 크게 받았다. 선수들은 호평일색이다. KT 위즈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피치컴을 사용했다. 피치컴은 투수와 포수 간 사인 교환 기기로, 사인 훔치기 방지와 경기시간 단축을 목표로 지난 15일 KBO리그에 도입, 이날 처음으로 시행됐다. 다만 사용이 의무가 아닌데다 기기 사용법 숙지 시간도 필요해 실전 투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KT가 과감하게 첫날부터 사용했다. 이날 선발 등판하는 웨스 벤자민이 과거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사용해봤다고 말했기 때문. 포수 장성우도 벤자민이 원한다면 착용하겠다고 했고, 이날 두 선수는 경기 직전 빠르게 기기 사용법을 숙지한 뒤 경기에 나섰다. 2루수 오윤석과 유격수 김상수, 중견수 배정대도 해당 장비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우려했던 전달 오류는 없었다. 기기 숙지 미숙으로 잘못 누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두 선수는 이를 잘 활용했다. 오른쪽 무릎 보호대에 피치컴을 착용하고 나선 장성우는 사인을 전달할 때 미트로 자신의 무릎을 가리고 투수에게 볼 배합을 전달했다. 오히려 '너클볼' 던지라는 장난도 쳤다는 후문이다. 이전부터 워낙 빨랐던 벤자민의 투구 템포는 피치컴 덕분에 더 빨라졌다. 피치클록 위반도 한 차례밖에 없었다. 이에 KT는 이후 마운드에 오르는 김민과 박영현에게도 피치컴을 착용시켰다. 이날 두 선수는 피치클록을 단 한 차례도 위반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경기 후 벤자민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내가 뭘 던져야 할지 포수가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준비가 빠르다.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안 주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에서 더 큰 도움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벤자민은 "마이너리그에서 사용했던 것보다 더 편했다. 영어 버전도 있어서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착용할 것"이라며 만족해 했다. 내야수 오윤석 역시 "처음엔 수신기 착용이 신경 쓰이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피치컴을 쓰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수비할 때 포수의 사인을 보고 움직이긴 하지만, (투수나 야수에게) 가려져 잘 안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수신기에서 확실하게 말을 해주니 오히려 더 좋았다"라고 총평했다. KT는 올 시즌 피치클록 최소 위반 팀(15일 기준 전체 407회, 경기 당 4.57회)이다. 소요시간도 9이닝 기준 3시간 4분으로 키움(3시간 3분)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다. 피치컴 도입으로 시간 단축 효과도 제대로 봤다. KT의 템포와 경기 시간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척=윤승재 기자 2024.07.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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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홈런왕에 '7억 달러' 줬더니 타격왕 노리네...정교해진 오타니, '떨공' 공략 달라졌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파워히터였던 그의 방망이가 전례 없이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다.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 시즌 5호, 개인 통산 176호 홈런으로 일본 메이저리거 홈런 신기록도 새로 썼다.아직 시즌 초지만, 홈런 페이스가 인상적인 건 아니다. 내셔널리그 홈런 1위 마르셀 오즈나(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9개까진 차이가 있어 홈런왕을 낙관하기 어렵다. 그보다 인상 깊은 건 콘택트다. 22일 기준 오타니는 현재 타율 0.368로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MLB 대표 교타자들을 제치고 타율 부문, 그리고 최다안타(35개) 2루타(11개)에서도 1위다.개막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걸 고려해도 놀라운 숫자다. 2018년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오타니는 고타율의 교타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었지만(타율 0.304) 6시즌 통산 타율이 0.274에 불과했다. 기대장타율(xSLG) 배럴 타구(장타 가능성이 높은 각도와 속도의 타구) 비율, 타구 속도, 강한 타구(속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율 등 각종 수치에서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었으나 삼진 비율, 헛스윙 비율, 체이스(유인구 스윙) 비율 등은 모두 하위권이었다.다저스가 그에게 지난겨울 10년 7억 달러(9657억원)라는 역대 최대 계약을 안긴 것도 투타겸업을 한다는 점, 그리고 그의 파워 때문이었다. 구단이 이런 콘택트까지 그에게 기대해서 준 계약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 시즌 그의 페이스가 이전과 다르다. 장타는 기대보다 덜 나오지만, 타구 속도는 여전히 최상급이다. 여기에 헛스윙과 삼진 관련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MLB 공식 기록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오타니의 타석당 삼진 비율은 17%(리그 하위 71%)에 그친다. 하위 30%(2022년) 35%(2023년)이었던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 헛스윙 비율 역시 하위 3%(2021년) 26%(2022년) 12%(2023년) 수준이었으나 올 시즌은 하위 52%(24.2%)로 리그 평균 수준으로 개선됐다. 콘택트가 달라진 배경에는 오프스피드(스플리터, 체인지업,포크볼, 스크류볼), 이른바 '떨공(떨어지는 공)' 공략이 있었다. 올 시즌 오타니는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 너클볼, 스위퍼, 슬러브) 상대로 각각 헛스윙 비율 20.9%, 35.3%를 기록 중이다. 모두 지난해(패스트볼 25%, 브레이킹볼 40.3%)보다 낮다.다만 오프스피드와 비교하면 차이가 작다. 오타니는 지난해까지 오프스피드 계열 구종에 30% 이상의 헛스윙 비율을 기록했다. 신인 때는 무려 47%나 헛스윙을 기록했고, 첫 MVP를 받았던 2021년에도 39.9%를 기록했다. 가장 잘 대처한 2022년 조차 30.1%였다.반면 올해는 헛스윙 비율이 20%대도 아닌 18.9%에 불과하다. 방망이에 맞아나가니 결과 역시 좋다. 지난해 오프스피드를 쳐 타율 0.267, 장타율 0.534를 기록했던 오타니는 올해는 타율 0.368, 장타율 0.737을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단점 없는 타자로 변신 중이다. 오프스피드 공략 비결에는 'MVP 트리오'의 우산 효과도 있는 거로 보인다. 떨어지는 공은 말 그대로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져야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해까진 상대 투수들이 오타니에게 유인구를 던져도 됐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제외하면 오타니가 나가도 불러들일 타자가 없었다.반면 올해는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윌 스미스(이상 다저스) 등 강타자들이 앞뒤로 포진됐다. 오타니로부터 무작정 도망칠 수 없고, 자연히 스트라이크존 안에도 변화구를 넣어야 했다.그 결과 올해 오타니를 상대로 던진 유인구 비율이 크게 줄었다. 2021년 오타니 상대 오프스피드 아웃 존(스트라이크존 바깥) 투구 비율은 68.8%였고, 2022년 59.3%, 2023년에도 62.7%에 달했다. 반면 올해 유인구로 던져진 오프스피드 구종 비율은 47.1%에 불과하다.오프스피드 유인구 상대 헛스윙 비율도 지난해 50.5%에서 36.4%로 크게 줄었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던져진 오프스피드 상대 헛스윙 역시 25.4%에서 11.5%로 급감했다. 문자 그대로 '완전체' 타격이다. 홈런은 아직 리그 순위권이 아니지만, 지난 2021년과 2023년처럼 6월 이후 홈런을 몰아칠 경우 MLB 역사상 최초의 지명 타자 MVP 역시 가능성이 보인다. 팬그래프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오타니는 22일 기준 1.5를 달리고 있다. 팀 동료 베츠(1.9)에 이은 내셔널리그 2위 기록이다. 충분히 MVP 사정권인 데다 타자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을 포함해 다관왕을 수상한다면 명분도 쌓을 수 있다. 지금 페이스에 홈런만 더해져도 최다안타, 출루율 등 5관왕 이상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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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또 '노경은총'…SSG 마당쇠는 불혹에도 강하다

또 '노경은총'이다.베테랑 불펜 노경은(40·SSG 랜더스)은 개막 2연전에 모두 등판, 홀드 2개를 챙겼다. 2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3명의 승계주자 실점도 막아내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0%였다. 위기마다 롯데 자이언츠의 추격 의지를 꺾어 연승을 이끌었다.노경은은 올해 불혹이다. 2003년 입단 동기들이 하나둘 유니폼을 벗지만,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존재감이 더 커진다. 전성기보다 구속은 떨어져도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워낙 뛰어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노경은은 슬라이더, 포심 패스트볼, 포크볼, 투심 패스트볼, 커브, 너클볼 등 최소 6개 구종을 던졌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사용할 '무기'가 많으니,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2023시즌은 말 그대로 '베스트'였다. KT 위즈 박영현(32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0홀드를 기록,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투구 수 1396개(1위 김명신·1445개)도 불펜 투수 중 2위.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많은 공을 던진 '마당쇠'였다. 가치를 인정받은 그는 전년 대비 58.8%(1억원) 인상된 2억7000만원에 연봉 협상을 마쳤다. 한때 채식 위주 식습관율 유지할 정도로 몸 관리가 철저한 노경은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귀감이 된다.김재현 SSG 단장은 "앞으로 후배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024시즌에도 노경은의 입지는 탄탄하다. 1년 선배 고효준(41)과 함께 이숭용 SSG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다. 이 감독은 경기 중반 타자 성향에 따라 '오른손 노경은·왼손 고효준 카드'를 적재적소 뽑아 든다.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의 편차가 크지 않은 건 노경은의 최대 강점. 왼손 타자 상대에 특화된 고효준보다 쓰임새가 좀 더 폭넓다. SSG는 현재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난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서진용은 복귀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인해전술'로 공백을 채워야 하는데 그 중심을 잡는 게 바로 노경은이다. 팬들은 노경은의 이름과 '은총'이라는 단어를 합쳐 '노경은총'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A 구단 전력 분석 관계자는 "노경은 SSG 불펜에서 빠질 수 없는 선수다.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젊은 투수들이 그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게 SSG 고민"이라면서 "관리가 필요한데 워낙 노련한 선수여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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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4.56' 부진 다르빗슈, 결국 부상까지...'15일 IL행'

성적 부진에 울고 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떡 대신 매 한 대가 추가됐다. 시즌 전 대박 계약을 안겨줬던 다르빗슈 유가 부진 끝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다.샌디에이고는 29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경기에 앞서 다르빗슈에게 오른 팔꿈치 염증이 생겨 15일 부상자 명단(IL)에 올린다고 발표했다.다르빗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6년 1억 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그의 41세 시즌까지 포함한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대우'였다. 지난해 16승 8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활약하며 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이끈 그에 대한 믿음이 담겨져 있었다.하지만 올 시즌은 그 기대를 180도 배신했다. 24경기 8승 10패 평균자책점 4.56에 그치며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주범 중 한 명이 됐다. 최근 페이스로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4이닝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5실점 부진을 포함해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이 7.31에 달했다. 결국 부진 끝에 부상까지 밝혀지면서 계약 첫 해 아쉬움이 더 커지게 됐다.컨디션을 찾지 못하던 다르빗슈가 이날 공식 이탈하면서 샌디에이고 선발 로테이션에도 비상이 걸렸다. 블레이크 스넬과 마이클 와카, 세스 루고까지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으나 조 머스그로브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후 다르빗슈까지 빠지면서 빈자리가 늘었다. 당초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선발 공백을 채워보려고 노장 리치 힐도 영입해봤지만, 힐은 이적 후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9.00의 부진에 빠져있다. 샌디에이고는 일단 다르빗슈 빈 자리를 힐로 대체한다.한편 빅리그 로스터에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너클볼 투수인 오른손 맷 월드론이 콜업됐다. 윌드론은 올해 데뷔해 2경기 등판, 9와 3분의 2이닝 7실점을 기록 중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8.29 09:16
프로야구

[IS 포커스] '어렵다 어려워' 너클볼은 왜 자취를 감췄을까

올해 가장 화젯거리인 구종은 스위퍼(Sweeper)이다.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이상 LA 에인절스)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결정구로 화제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스위퍼를 하나의 구종으로 인정,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까지 한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번 시즌 스위퍼를 던진 빅리그 투수는 136명에 이른다.스위퍼와 대척점에 있는 구종을 꼽으라면 너클볼(Knuckleball)이다. 지난해 MLB에 공식 집계된 너클볼은 총 19개. 공교롭게도 19개 모두 야수(어니 클레멘트·잭 메이필드·프랭크 슈윈델)가 기록했다. 승부가 크게 기운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야수들이 쇼맨십 차원에서 던진 게 전부였다. 그런 면에서 지난 25일(한국시간) 매트 월드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데뷔전은 흥미로웠다. 이날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한 월드로의 투수 수 62개 중 13개(21%)가 너클볼이었다. 미국 CBS스포츠는 '월드론이 2021년 미키 자니스(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후 처음으로 빅리그 너클볼러가 됐다'고 전했다.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동료 투수들과 장난삼아 던진 몇 개의 너클볼이 월드론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미국에선 너클볼의 명맥이 이어졌지만, KBO리그에선 아니다. 2019년 채병용(전 SK 와이번스)이 은퇴한 뒤 자취를 감췄다. 채병용은 2013년 가을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가이 콘티 전 뉴욕 메츠 불펜 코치를 만나 너클볼을 연마했다. 전문 너클볼러는 아니었지만, 투구 레퍼토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무기'로 활용했다. 외국인 투수로 너클볼을 던진 크리스 옥스프링과 라이어 피어밴드(이상 전 KT 위즈)도 비슷했다. 축구의 무회전 킥과 비슷한 너클볼은 회전 없이 날아가면서 공기 저항에 따라 흔들린다. 구속이 느려도 공략이 까다롭다. 생소한 만큼 잘만 구사하면 효과적이다. 너클볼은 어깨나 팔꿈치에도 거의 무리가 가지 않는 구종이만, 프로야구 현장에선 '수요'가 거의 없다. 이유는 뭘까. 너클볼은 손가락 관절(Knuckle)을 구부린 채 손가락의 힘만으로 밀어 던져야 한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너클볼은 투구 메커니즘이 공을 미는 동작이다. 팔을 휘둘러야 하는 (다른 구종의) 동작과 다르다"며 "너클볼을 구사하려면 (다른 구종과 섞는 게 아니라) 너클볼 위주로만 던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LG 트윈스 코치는 "팔 스윙은 똑같은데 (너클볼은) 마지막 단계에서 공을 강하게 민다. 손가락 관절을 구부리는 각도가 중요하고 그만큼 손톱도 강해야 한다. 만약 손톱이 약하면 공에 회전이 걸려버린다"며 "직구나 슬라이더는 공을 눌러줘야 하는데 너클볼은 반대로 손가락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2008년 영상을 찾아보면서 집중적으로 너클볼을 연마했다. 2009년 LG에서 방출당한 뒤 너클볼을 무기로 일본 독립리그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독립리그에서 기록한 너클볼 최고 구속은 114㎞/h였다.너클볼은 나비가 춤추듯 날아간다고 해서 '버터플라이(나비)'라고 부른다. 관건은 나비를 제어하는 능력이다. 너클볼 궤적에 맞게 투구 자세도 바꿔야 한다. 김경태 코치는 "국내에선 지도자들이 (너클볼을) 선호하지 않는 거 같다. 너클볼을 전문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나오면 전담 포수가 있어야 한다"며 "(너클볼은 구속이 느린데) 미국과 다르게 뛰는 야구가 많은 리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28 12:06
메이저리그

김하성 WBC 후 첫 시범경기 출전, 3타수 3안타…타율 0.545로 껑충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종료 후 소속팀에 복귀한 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김하성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2023 미국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김하성은 한국이 WBC 1라운드서 탈락하면서 지난 16일 샌디에이고 캠프에 합류했다. 팀에 복귀한 뒤 처음 시범경기에 나선 그는 100% 출루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2회 초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콜로라도 선발 투수 오스틴 곰버의 너클볼을 공략해 안타를 기록했다.1-1로 맞선 4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선 이번에는 곰버에게 2루타를 뽑았다. 이후 2-1로 앞서가는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하성은 5회 1사 1, 3루에서 바뀐 투수 코너 시볼드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1타점 적시타까지 날렸다. 김하성은 6회 말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545(11타수 6안타)로 크게 상승했다. 2019년 프리미어12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김하성은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며 16타수 3안타(3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이형석 기자 2023.03.17 08:04
프로야구

어딜 가도 든든한 노경은, 9년 만의 10승이 보인다

화려하게 부활한 노경은(38·SSG 랜더스)이 9년 만의 10승 달성을 눈앞에 뒀다. 노경은은 지난 6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 연장 10회 초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는 앞선 2경기에서도 던졌기 때문에 3경기 연속 투구였다. 이날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본인은 3연투가 된다고 하겠지만, 안 시키겠다. 경은이는 뭐든지 (먼저) 하겠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의 말보다 노경은의 의지가 더 강했다. 그는 3연투 경기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SSG가 연장 11회 끝에 승리해 노경은이 시즌 9승을 달성했다. 김원형 감독도 "자원 등판해준 노경은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노경은이 9승을 거둔 건 2018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후 4년 만이다. 10승을 기록한다면 두산 베어스 시절인 지난 2013년(10승 10패) 이후 9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를 쌓게 된다. 풀타임 선발로서 10승은 아니지만, 충분히 특별하다. 지난 시즌 롯데에서 웨이버 공시됐던 그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 합류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7.35. 큰 기대를 받은 자원은 아니었지만, 전반기 선발 공백을 채워야 했던 SSG는 그에게 연봉 1억원을 주고 데려왔다. '복권'을 긁는 심정이었다. 노경은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기회가 온다면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만 밝혔다. 노경은이 보여준 결과물은 절대 소박하지 않았다. 9일 기준으로 그는 16경기 5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 중이다. 선발이 필요했던 시즌 초에는 하위 로테이션을 든든하게 지켰고, 숀 모리만도와 박종훈이 1군에 합류한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옮겨 철벽을 세웠다. 선발(40이닝 평균자책점 3.38)과 불펜(12이닝 평균자책점 0)에서 모두 호투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등판 일정이 불규칙해도 노경은은 상황에 따라 연투도 하고, 긴 이닝을 맡기도 한다. 디테일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노경은은 지난달 12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한 후 "등판 후 이틀 동안은 육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등판에는 사흘 전 육류를 최소화하고, 마지막 이틀 동안은 채식만 한다. 채식 덕분에 몸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노경은 특유의 디테일은 3연투를 자처한 6일 경기에서도 빛났다. 노경은은 이날 투구 후 “3연투라고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평소보다 떨어질 수 있어 변화구 위주로 던진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이날 노경은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시속 145㎞로 꽤 빨랐다. 그런데도 직구 구사율이 16%(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했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사율(27.4%)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신 최저 시속 109㎞ 너클볼 2개를 섞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그는 데뷔 첫 정규시즌 우승에도 다가서고 있다. SSG는 67승 3무 30패(승률 0.691)로 2위 LG 트윈스를 8경기 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노경은은 "(6일 경기에서도) 왠지 질 것 같지 않았다. 올 시즌 팀이 루징 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를 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 오늘 승리해서 위닝 시리즈(3경기 중 2승 이상)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동점이 됐을 때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8.08 16:15
프로야구

이용준의 체인지업과 '스리 핑거' 모데카이 브라운

오른손 투수 이용준(20·NC 다이노스)의 '체인지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용준의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21일 기준으로 3.68이다. 불펜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롱릴리프,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땐 추격조로 마운드를 밟는다. 전도양양한 NC의 '젊은 피' 중 하나다. 이용준은 데뷔 첫 시즌인 지난해 부진했다. 2군에서 9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1군 성적은 더 처참했다. 고교 시절 보여줬던 잠재력이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프로에 가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1군은 레벨이 아예 다르니까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용준이 선택한 건 변화였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체인지업 장착에 열을 올렸다. 그는 "2군에서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연습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만으로는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손이 작아서 (포크볼이 아닌) 체인지업으로 (제3의 변화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구종이다. 손가락이 길고 잘 벌어져야 유리하다. 이용준은 "고등학교 때 포크볼을 연습하려고 공을 (손가락에) 끼우고 다니기도 했다. 던질 순 있는데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잡을 때) 너무 티가 나니까 포크볼을 포기하고 체인지업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체인지업은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 중 하나다. 직구처럼 오다가 아래로 살짝 가라앉는다. 이용준의 체인지업은 엄지와 검지를 맞대 원(서클)을 그리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공을 덮는 서클 체인지업에 가깝다. 다만 이용준은 중지와 약지만 활용해 공을 던진다. 새끼손가락은 공을 지탱하는 역할만 한다. 그는 "손이 작아서 마운드에서 (그립을 바꾸면) 너무 티가 나더라. (구종 노출을 피하기 위해) 직구 그립에서 체인지업 그립을 바로 잡는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다섯 손가락으로 꽉 쥐고 던지는 선수도 있는데 나는 세 손가락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준은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과 3분의 1이닝 3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 41개 중 직구(18개)와 체인지업(17개) 비율이 1대1에 가까웠다. 김태진(키움)은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좋더라. 공이 약간 (날아오다가) 멈추는 느낌이었다"고 극찬했다.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거의 싱커 계열 같더라. 손가락 3개로 던지는 체인지업"이라며 "공이 새끼손가락이 아닌 중지 옆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더 빨리 휘고 떨어진다"고 했다. 모데카이 브라운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239승을 기록한 '전설'이다. 브라운의 업적이 더 대단했던 건 '스리 핑거'라고 불렸던 그의 신체 때문이었다. 브라운은 어렸을 때 곡물 절삭기에 손이 들어가 오른손 검지를 잃었다. 중지에는 변형이 생겼다. 새끼손가락도 구부러진 채 마비가 돼 제대로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기형적인 손가락을 활용해 포크볼에 가까운 커브를 던졌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브라운만의 '마구'였다. 손가락이 만드는 구종의 변수는 다양하다. KBO리그 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너클볼러' 크리스 옥스프링은 "체인지업을 익히려고 시도했지만, 손가락이 긴 편이 아니라서 너클볼을 배우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준도 마찬가지다. 손이 작고 손가락도 짧지만 세 손가락을 활용해 누구보다 좋은 체인지업 무브먼트를 만들어낸다. 그는 "(지금까지) 던져본 구종 중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5.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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