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트럼프의 백악관' 거부한 NBA 선수들, 교황 만났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인종차별 문제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NBA 선수 일부가 특별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은 24일(한국시간) "교황과 NBA 선수협회 소속 선수 5명이 23일 바티칸에서 만나 사회 정의를 위한 노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NBA 선수들에게 "여러분들은 챔피언들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인류애를 지키는 팀워크의 좋은 모범"이라고 칭찬했다. NBA 선수들은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숨지는 사건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어 8월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이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에게 총격을 받은 사건 등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NB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3월 중단됐다가 7월까지 재개됐다. 선수들은 NBA 사무국과 협의해 코트 바닥에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8월 위스콘신주 사건이 벌어지자 플레이오프 경기에 불참, 경기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NBA 선수들의 바티칸 방문도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과 만난 앤서니 톨리버(멤피스)는 NBA 선수 협회를 통해 "오늘 자리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교황님의 지원과 축복 속에 우리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사회 변화를 위한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NBA 선수는 톨리버 외에 이탈리아 국적의 마르코 벨리넬리(샌안토니오) 등 5명이다. 벨리넬리도 "교황님이 주신 메시지 가운데 '항상 형제애로 뭉쳐 다음 세대에 좋은 모범이 되고, 늘 겸손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카일 코버(밀워키)는 "바티칸에 와서 교황님을 만나 영광이다.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황님의 열정과 열린 마음에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농구공과 선수협회가 발간한 책, 올랜도 매직의 유니폼 등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NBA 선수들은 오프시즌 미국 대통령을 만다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백악관 잔디밭 로즈 가든에서 열리는 '챔피언 초대 행사'에 지난 4년 동안 NBA 선수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은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흑인 비중이 큰 NBA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여자 프로농구(WNBA) 챔피언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인종차별 문제가 격화했을 땐 트럼프 대통령과 NBA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SNS 설전을 벌였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형편없고, 바보 같은 짓이다. (NBA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위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농구 시청률 하락 등 좋지 않은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식 기자
2020.11.24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