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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상 기자의 팝콘&스타] 청와대 사칭과 스타 사칭의 닮은꼴
주식시장을 들쑤셔 놓았던 지난 주 뉴보텍 의 '이영애 주식회사'는 대중 스타에게로 옮 겨간 막강한 권력을 대변한 해프닝이다. 잊을 만하면 일간지 사회면 구석을 장식하던, '청 와대 사칭', '검찰 사칭'이란 단골 메뉴에 '스 타 사칭'은 추가 메뉴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무소불위의 권력에 연예인 스타가 이름을 올 리는 셈이다. 대중 스타들은 통상 움직이는 주식회사라고 불린다. 특히 최근 들어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과 한 류 열풍,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한 '원소스 멀 티 유즈'까지 가능해지면서 스타들은 이름값 만으로도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스타의 유명세가 가장 치열하게 활용되는 곳은 역시 돈이 모이는 주식시장. 지난해 대중 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는 20여 개의 매니지먼 트사가 우회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자본과 스타'가 결합되면서 스타들은 '대박 신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흥행사로 떠올랐다. 이권이 걸리면 사람들이 꼬이는 것은 당연 지사지만 부작용의 징조도 속출하고 있다. 엔 터테인먼트가 금맥을 캐는 산업으로 주목받으 면서, 업계에서는 인연이 있는 스타를 등에 업 고 한몫 잡으려는 시정잡배들의 호가호위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뉴보텍의 '이영애 주식회사'소동은 앞으로 전개될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부적절하고, 불 법적인 이권 챙기기의 서막이다. 법적 당사자 이영애와 합의서 한 장 작성하 지 않고, "이영애 오빠를 공동대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뉴보텍은 이영애를 끌어 들였다. 그리고 법인이, 그것도 코스닥에 등 록된 기업이 애들 장난 같은 어처구니없는 허 위공시까지 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려고 했던 수많은 투 자자들, 그들에게 연속 하한가 행진을 기록하 며 5일만에 시가총액 약 1000억 원이 빠져나간 '이영애 주식회사 소동'은 한 편의 코미디였 다. '청와대, 검찰을 들먹인다고 대명천지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싶은, 뻔한 사기와 '스타 사칭'은 다르지 않았다. 황당한 이영애 주식회사가 통한 이유는 '스 타=대박'이라는 공식을 아직도 불패의 신화로 신봉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매니지먼트사는 자본 잠식 상태를 일시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우회등록을 선택하고 있다. 또 엔터테인먼트와 관련이 없 는 기업들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스타들을 모 셔오는 경우도 많다. 거품이 있는 것이다. 권 력형 비리에 빌붙으면 쇠고랑을 차지만, 스타 권력을 맹신해 옥석을 가리지 못하면 '깡통' 을 차게 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타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 때문에 모처럼 투명한 자본이 몰리고 있 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거덜날까 우려된다" 고 했다. 대중문화의 터전이 붕괴될까 두렵다 는 것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스타 권력을 유지 하려면, '연예인 사칭 감시단'이라도 조직해 야 한단 말인가.
2006.02.15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