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변화②] '캡틴' 류제국 "짐을 왜 어린 선수들만 옮기나요"
올 시즌 LG의 팀 분위기 변화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새 캡틴의 성향이다. 서열 중심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지양하는 류제국(33)이 리더를 맡았다. 그는 적극적인 의지로 팀 화합을 방해하는 요인을 없애려 한다.류제국은 지난달 열린 시무식에서 투표를 통해 새 주장으로 선출됐다. LG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야수진이 주장을 맡던 관례를 깨고 투수를 선택했다.2003년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원장 이후 13년 만에 나온 LG 투수 주장이다. 평소 후배들과 폭넓은 소통을 통해 신망이 두텁던 류제국이다. 이전과 다른 팀 분위기를 바라는 선수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류제국도 자신이 선택된 이유를 잘 알고 있다.그는 "주장이 되기 전에도 '즐기는 야구'를 강조해왔다. 밝고 유연한 분위기에서 야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한 표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다. 특히 서열 차별을 없애고 싶다. 류제국은 "고참 선수들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지만,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일상에서 대표적인 예를 들었다.류제국은 "전지 훈련 장소로 이동할 때 짐을 젊은 선수들이 주로 옮긴다. 왜 그래야 하는가. 훈련 스케줄은 더 많는 선수들이다. 몸은 더 힘들다. 무엇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함께 하면 금방 끝나는 일이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몸소 움직인다. 굳이 강요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화물차 앞으로 가서 짐을 나른다. 류제국은 "나쁜 행동이 아니지 않은가. 먼저하면 고참급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따라온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자신보다 고참 선수들과는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 계속돼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류제국은 이미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그는 "주장이 선임된 뒤 가진 첫 미팅에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에 관해서는 '반드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사실 선배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소수의 고참들이 다수의 후배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 주장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다를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물론 류제국이 후배만 챙길 생각은 없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 최대한 모든 선수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귀를 열어둘 생각이다. 그저 그동안 강한 기강 때문에 유연하지 못했던 분위기를 먼저 바꾸려는 것이다. 모든 팀에는 위계 질서가 있다. 내부자가 아니면 그 정도는 알 수 없다. 류제국의 의지도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다만 '세대 교체'를 노리는 팀 전체 기조와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6.02.17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