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2분 박주영(모나코)은 주장완장이 어색한 지 왼팔에 있는 주장완장을 풀었다 다시 맸다. 대표팀 주장으로 첫 A매치를 치른 10일 터키전, 박주영은 처음의 어색함을 떨쳐내고 이내 경기에 녹아들었다.
뉴캡틴 박주영은 경기장 안팎에서 조광래팀의 중심이었다. 경기 전 "예전에는 경기를 앞두고 개인적인 준비만 하면 됐지만 주장이 된 뒤에는 팀 전체적인 부분을 준비하게 된다"고 한 박주영은 경기를 보는 시야를 넓혔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벤치의 조광래 감독과 수시로 의사소통하며 지동원(전남) 등 전방 공격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동료들을 다독이는 일도 이제 그의 몫이었다. 전반전 중반 기성용(셀틱)이 엠레 벨로졸루로부터 태클을 당한 뒤 주심에게 강력히 항의하자 박주영은 기성용에게 달려가 등을 두드리며 자제시켰다. 박주영은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 있었지만 하프라인 아래까지 50여m를 뛰어갔다.
후반 13분 구자철과 벨로졸루의 대치상황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벨로졸루를 태클하는 과정에서 발이 엉켜 서로를 자극시킨 상황이었다. 박주영은 벨로졸루를 비롯해 다른 터키 선수 앞으로 달려가 양팔을 들고 흥분을 자제시켰다.
공격전술에서도 박주영은 핵심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4-2-3-1 전술로 터키전에 나섰지만 사실상 최전방 공격수가 정해지지 않은 '제로톱'이었다. 지동원과 구자철, 그리고 남태희(발랑시엔)가 정해진 위치 없이 상대 진영을 누볐고 박주영은 2선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조율했다. 마치 이전의 박지성처럼, 다소 왼쪽 측면으로 치우친 2선 위치에서 앞을 바라보며 전방을 조망했다.
무난한 주장 데뷔전이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주장이라는 중책이 부담이 된 듯 최전방에서 특유의 재기발랄한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공격라인을 조율하는 임무에 치중하면서 골문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라브존=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