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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훈·임헌린 “굿바이 한밭야구장, 시민의 품에서 씨 유 어게인”

내년에 한화 이글스는 홈구장을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중구 대종로)로 이전한다. 올해까지 이글스의 홈 경기장이었던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선 이글스-대전시의 계약 종료와 함께 이글스 파크라는 이름이 바뀔 것이다. 새 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의 활용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이글스 파크의 원래 이름은 대전을 뜻하는 한밭야구장이다. 1964년 완공돼 61년이나 사용된 이곳은 대전 야구의 역사 그 자체다. 또한 1986년 창단한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의 38년 기록과 기억을 축적한 유산이기도 하다.이제 한밭야구장은 프로야구 경기장이 아닌 대전시의 체육 시설로 돌아온다. 야구팬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옛 구장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글스에서 청춘을 바친 원클럽맨 장종훈(56) 야구대표팀 코치와 임헌린(51) 이글스 부장이다.장종훈 코치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다. 3년 연속(90~92년) 홈런·타점왕, 2년 연속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91~92년)에 오른 그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이었다. 한때는 한밭야구장 최고의 스타였다.‘영원한 한화맨’ 임헌린 부장은 운영 및 마케팅·홍보 등 구단 업무 대부분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특히 프로야구의 ‘3김’이라 불리는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시기에 팀장으로 활약한 홍보계의 스페셜리스트다.이글스 선수와 직원으로서 둘은 한밭야구장에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사랑받았다. 임 부장은 “60년 넘는 역사를 담은 한밭야구장이 대전 시민들에게 체육 시설이자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플라타너스가 아름다운 ‘낭만 야구장’두 사람과 인터뷰 하기 위해 한밭야구장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 있던 젊은 야구팬 네댓 명이 장종훈 코치를 알아보고 달려와 사인을 요청했다. “인기가 여전하다”는 기자의 말에 장 코치는 “야구장 앞이어서 팬들이 알아봐 주시는 거다. 다른 데서는 저를 못 알아본다. 허허”라며 웃었다.한때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청년도 세월을 이길 순 없었다. 장년이 된 그가 곁을 지나간다면, 아마도 팬 상당수는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밭야구장 앞에서라면 다르다. 특별한 공간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팬들이 50대가 된 장종훈 코치에게서 30년 전 앳된 모습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충북 청주 세광고 출신인 장종훈 코치는 “대회 때 한밭야구장에서 야구하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땡볕 아래 지붕도 없는 관중석에 팬들이 참 많이 찾아오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역 팬들의 야구 사랑은 대단했다”라며 “담장 밖 플라타너스 나무가 한밭야구장의 상징이었다. 정말 멋지고 낭만적이었지만, 여름에는 송충이가 나무에 바글바글한 게 문제였다. 외야에도 송충이와 왕개미들이 들끓었다”고 말했다. 장종훈 코치는 선수 시절 총알 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외야 담장을 너머 관중석을 지나 플라타너스까지 통과하는 그의 타구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파워가 있었다. 장 코치는 “외야 담장이 아니라 플라타너스를 넘어야 홈런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라며 “물론 홈런을 의식하고 스윙한 건 아니었다. 잘 맞은 타구라면 거기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장종훈 코치는 “내야에서 수비할 때 타자가 내 눈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거”라며 ”선수들 동선이라는 개념도 희미한 시절이었다. 관중과 함께 출근하고, 퇴근했다. 라커룸과 식당이 없으니 버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공운(공설운동장) 식당에서 팬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라고 추억했다.두 사람은 “열악한 상황에서 야구는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1986년 창단한 이글스는 당시 ‘절대 왕조’ 해태 타이거즈에 대적하는 강팀으로 급성장했다. 우승 문턱에서 네 번(88·89·91·92년)이나 무너졌으나, 99년 기어코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장종훈 코치는 “그 팀의 일원이었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다”라고 추억했다. 학창 시절 학원 ‘땡땡이’를 치고 한밭야구장을 자주 찾았다는 임헌린 부장은 “지금은 레전드가 된, 90년대 이글스 선수들을 보며 ‘야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들과 함께해 저 또한 영광”이라고 전했다. 꿈과 희망, 추억이 담긴 ‘레거시’잘 알려진 대로 장종훈 코치는 ‘연습생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그는 1986년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호리호리한 유격수는 그해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1년만 해보고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맞이한 1987시즌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장종훈 코치는 “주로 7번 타자로 나서면서 홈런 8개를 쳤다. 하위 타순에 있으니 배트를 짧게 잡고 공을 ‘딱딱’ 맞히는 데 집중했다. 당시 95경기에서 홈런 8개(리그 15위)면 그리 적은 게 아니었다”라며 “시즌 뒤 고원부 선배 등이 ‘너, 장타력이 있는 거 같다. 방망이 길게 잡고 풀 스윙해봐’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 한 번 해볼까’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홈런왕 장종훈’이 탄생한 배경이다.한밭야구장에서 키운 꿈은 대한해협을 건너가기도 했다. 당시 이글스는 일본 야구와의 교류도 열심이었다. 장종훈 코치는 “89년 가을 캠프를 일본에 가서 다이에 호크스와 함께 치렀다. 일본 감독님과 코치님이 내 스윙을 상당히 좋아하셨다. 일본 타자들을 불러 모아 ‘저 친구 타격을 잘 보라’고 하셨다. 나에게는 ‘내년에는 삼진 200개를 당해도 좋으니 홈런 40개를 목표로 해보라’고 하셨다. 덕분에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꿈을 품은 장종훈은 이듬해 첫 홈런왕(28개)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유격수 홈런왕’ 기록을 세운 것이다. 2년 뒤에는 KBO리그 최초로 40홈런 고지(92년 41개)를 정복했다. 1991년 한일 슈퍼게임 5차전에서는 일본 기후현 나가라가와 야구장(주니치 드래곤즈 제2구장) 개장 후 첫 장외 홈런(비거리 160m)을 날리기도 했다. 타구가 떨어진 곳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이 홈런을 소개한 기념비가 세워졌다.연습생 출신 20대 선수에게는 꿈같은 나날이었다. 장종훈 코치는 “91년 정규시즌 MVP 부상으로 그랜저를 받았다. 하늘 같은 선배들도 못 타는 최고급 승용차였다. 그래서 지인에게 차를 팔았다”라며 “그런데 이듬해 또 그랜저를 받은 거다. 정말 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후배가 선배보다 좋은 차를 탈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버님과 상의한 끝에 (차액을 돈으로 받고) 소나타 골드를 받아 몰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벼락스타가 된 그는 선수 시절 사인을 몇만 장쯤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종훈 코치는 “내가 사인을 빨리 하는 편이었다. 팬들에게 사인해 줄 선수가 됐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라며 “요즘에는 팬들이 야구공이나 사인지에 요청하는데, 예전엔 그런 개념이 없었다. 포대자루나 지폐에 사인한 적도 많았다”라며 웃었다. “역사적 공간…버려지지 않았으면”임헌린 부장은 “90년대 야구장에 가면 90% 이상이 남자 팬이었다. 약주를 드신 분도 많았다. 넥타이 부대가 퇴근 후 와서 소리 지르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가 야구장이었다”라며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1루 더그아웃 상단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서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지정 좌석이 없는 시절이었는 데도 나를 포함한 골수팬들이 지정 좌석을 형성됐다. 그땐 정말 열심히 응원했다”고 추억했다. 장종훈 코치는 “예전엔 팬들끼리 싸움도 참 많이 했다. 경기 중 패싸움이 붙자 더그아웃에 불쑥 쳐들어와서 ‘야구 방망이 좀 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라며 “지금 관전 문화와 많이 달랐다”라고 했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의 추억 여행은 좀체 끝나지 않았다.이글스의 성공과 실패, 영광과 상처를 품고 있는 한밭야구장은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글스와의 임대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대전시의 정책에 따라 구장 활용이 결정된다. 앞서 신축 야구장을 준공한 광주와 대구의 경우, 옛 구장을 사회인 야구에 개방하고 있다.임헌린 부장은 “한밭야구장 역사가 긴 만큼 보존 가치도 크지 않을까”라며 “두 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한 덕에 이 구장의 내부 시설은 꽤 훌륭하다. 시민의 편익을 위해 활용할 방안을 대전시에서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야구 매력에 빠진 중3 아들 덕분에 ‘팬’의 입장으로 전국의 야구장을 다녔다. 광주를 방문했을 때 타이거즈의 역사가 담긴 옛 구장(무등야구장) 시설의 상당 부분이 철거된 걸 보고 많이 아쉬웠다. 1000만 관중 시대에 야구팬과 대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베이스볼 파크가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통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장종훈 코치는 “옛날 얘기를 하다 보니 80~90년대 열악한 환경을 추억했지만, 그건 오래전 얘기다. 지금 한밭야구장은 오랜 기간 대전시와 이글스의 노력이 더해져 멋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글스뿐 아니라 대전 야구의 역사를 품고 있는 야구장이다. 황폐하게 버려지지 않고 야구인을 위한, 야구팬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난 9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025 KBO 올스타전'을 대전 신축구장에서 개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KBO 총재 특보인 장종훈 코치도 함께했다. 장 코치는 “이장우 시장님이 한밭야구장 활용에 대해 여러 밑그림을 그리고 계시더라.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대전=김식 기자 2024.12.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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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팬들에게 'K-볼'을 묻다⑦] 최양락 "한화는 다이너마이트인데 요샌 물총을 쏘네? 그래도 괜찮아유~"

2024년 KBO리그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TV와 모바일로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그 몇 배다.프로야구는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올해는 스포츠를 뛰어넘어 한국 최고의 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 1000만 명은 단지 관객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이며, 함께 춤추는 댄서다. 그리고 기발한 응원문구를 쉴 새 없이 생산하는 카피라이터다. 불같은 열정을 내뿜으면서도 매너는 쿨하다.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야구가 국기(國技)로 여기는 일본에서도 깜짝 놀라는 응원 문화다. 일간스포츠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팬으로 불러도 좋을 이들을 만나 'K-볼'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개그맨 최양락은 ‘원조 보살팬’이다. 충남 아산 출신인 그는 1986년 빙그레(한화) 이글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심하지 않았다. 방송에선 ‘깐족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야구팬으로서는 지고지순 그 자체다.최양락은 40년 가까이 한화의 흥망성쇠를 목격했다. 이는 곧 그의 희로애락이었다. 최양락으로부터 젊은 야구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최양락은 한 시간 넘도록 한화와 야구에 얽힌 추억을 들려줬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은 팀을 응원하면서도 늘 행복해 보였다. 그의 유행어처럼 한화라면 뭐든지 ‘괜찮아유~’다. - 언제부터 야구팬이셨나요?“초등학생 때. 그러니까 1970년대부터였죠. 당시에 아마추어 야구 인기가 워낙 좋았으니까요. 대구상고(상원고) 장효조 선수, 한국화장품 김재박 선수 등이 정말 대단했죠. 그때 TV 중계는 거의 없었고, 주로 라디오로 들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야구를 귀로 듣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드라마를 좋아했던 누나도 중계를 듣다가 어느새 야구팬이 될 정도였지.”최양락은 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라디오에서 들었던 캐스터 목소리를 재연했다.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간다, 간다. 홈런!” 반세기 전에 지었을 법한 표정으로 그는 추억 여행을 떠났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엔 어느 팀을 응원했나요.“프로 원년에 대전 연고 팀은 OB(두산) 베어스였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했잖아요. 그땐 ‘우승이 제일 쉬웠어요’라고 했지. 내 또래 충청도 팬들이 아직도 한화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 감동과 전율이 남아서일 거예요. 너무 고마웠고, 좋았으니까. 고등학생 아이가 공부 못하면 부모들이 그러잖아요. ‘우리 애가 초등학교 땐 잘했는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라고. 내가 딱 그런 마음이에요. 마음 잡고 노력하면 야구 잘할 거라고 믿는 거죠.”- 개그맨이 된 후에도 야구를 좋아하셨나요.“서울예전 연극과 1학년이었던 1981년 제1회 MBC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했어요. MBC 청룡을 응원하러 이봉원과 서울 잠실야구장에 자주 갔지. 얼마 전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괜찮아유’에 출연한 남희석이 저더러 그러더라고요. ‘이 형은 배신자다. 한화만 응원한 팬이 아니다’라고요. 그때 난 MBC 소속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일장기를 달고 뛴 손기정 선수(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같은 심정이었다고.”- 빙그레 창단 후 마음을 다잡으셨나요.“진짜 충청도 팀이 생겼으니 다른 팀들은 다 정리했죠. 빙그레가 참 잘했어요. 정규시즌 1위도 두 번(89·92년) 했죠. 이상군, 한희민, 한용덕,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등 대단한 투수가 많았지. 홈런왕 장종훈, 악바리 이정훈도 대단했죠. 이정훈은 선동열에게 홈런을 친 뒤 ‘선동열 투수한테는 죽어도 본전이니까 죽어라 (공을) 쳤다’라고 했다잖아요. 아유, 근성이 어마어마했지. 한화 하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잖여. 그런데 요새 류현진은 물총을 찍찍 쏘며 놀던데….”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가 올 시즌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은 득점한 주자들에게 앙증맞은 물총을 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다이너마이트(강팀)와 물총(약팀)을 대비시킨, 최양락 특유의 유머였다. - 한화가 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죠.“90년대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경기장에 자주 응원하러 갔는데 어느 날 엉뚱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보고 싶었던 거죠. 언젠가 야구 관계자를 통해 잠실구장 3루 더그아웃에 들어갔어요. 감독님과 멀리 떨어진 곳(주로 투수들이 모인) 의자에 한화 선수들과 같이 앉았어요. 그땐 평일 경기는 TV 중계도 안 됐으니 그냥 들어간 거지. 눈치 보면서 야구를 보는데 장종훈이 홈런을 날린 거예요. 어라?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가서 하이 파이브를 하네? 나도 뛰어 나가서 같이 했지, 뭐. 손뼉을 마주친 장종훈이 내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더라고. 요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옛날이니까 뭐.”- 2010년대 이후 한화가 참 부진했습니다.“꼴찌도 참 많이 했죠. 지는 것도 서러운데 연패 중인 팀이 한화를 상대로 3연승 하고 돌아가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어요. 부진했던 투수도 우리만 만나면 기적처럼 부활해. 야구를 끊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더 떨어질 데가 없으니 올라가겠지’라며 마음을 다잡는 거죠. 미우나 고우나 기다리는 거예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오기도 했고. 김태균, 류현진 같은 선수는 얼마나 대단해요? 강팀에 있었다면 두 선수 개인 기록이 더 좋았을 거예요. 연봉과 인기도 더 높았겠지. 마치 임진왜란 끝난 뒤 태어난 이순신 장군이랄까. 안타까운 마음이 커서 더 응원했어요.”- 그래도 한화 팬들은 정말 열성적입니다.“충청도 사람이 그렇잖아요. 느긋하고, 낙천적이고. 점심 잘 먹고 아무런 말도 안 하다가 다음날 ‘어제 참 맛있었어. 그 집 장사 잘되겄어’ 하거든. 우리 사위도 한화 팬이래요. 그렇다면 인내심은 믿을 만하지.”- 요즘 야구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정말 멋지게 응원하죠. 스케치북에 응원 문구 쓰는 거 있잖아요? 그거 예전에 방송 작가들이 출연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이거든. 그걸 야구장에서 보니 정말 재밌어요. 90년대에 대구구장에 간 적이 있는데. 장종훈이 홈런을 때린 거야. 벌떡 일어나서 환호했더니 만 명 넘는 관중이 동시에 날 노려보는 거예요. 몇 대 맞을 거 같은 분위기였지. 요샌 원정팀 응원 존이 정해져 있잖아요. 심지어 상대 팀 응원석에서 혼자 응원도 하고. 문화가 많이 달라졌죠.”- 올해 한화 야구를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솔직히 가을 야구는 힘들 거 같았어요. 그래도 괜찮아유. 여름에 야구 많이 했잖여. 선수층이 과거에 비하면 두꺼워졌고, (늦여름까지) 6~7위는 했잖아요. 내년에 5강 가고, 다음에 우승하면 돼요. 우린 기다릴 수 있지.”- 창간 55주년을 맞이한 일간스포츠와 어떤 추억이 있나요?“80~90년대 방송국 개그맨 실에 가면 일간스포츠가 늘 비치돼 있었어요. 동료들과 인사하면서 ‘연예면에 네 기사 나왔더라’ ‘너 결혼한다며?’라고 안부를 주고받았죠. 스포츠지 1면에 자주 나오는 야구 기사도 열심히 봤어요. 홈런 친 타자가 아니라 ‘선동열이 홈런 맞았다’는 기사를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오랜 시간 함께해줘서 독자들이 고마워할 거예요.” - 일간스포츠 못지않게 긴 역사를 가진 방송인이자, 야구팬이시네요.“예전엔 참 재미있는 일이 많았어요. 대신 그 시절 개그맨이 큰돈은 못 벌었죠. 방송 출연해야 몇만 원 받던 시절이었으니까. 스포츠 스타도 마찬가지였죠. 장종훈 같은 타자가 지금 뛰었다면 돈을 엄청나게 벌겠지. 어쩌겠어요? 시대가 달라진 걸. 그래도 저는 여전히 방송을 하고 유튜브도 하잖아요. 팬들의 사랑을 받는 덕분이죠. 한화 응원가 제목처럼 ‘나는 행복합니다!’”김식 기자 2024.09.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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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전서 만루포 쾅! '20홈런' 완근이가 돌아온다, "이성규 이르면 4일 복귀, 타선 무게감 기대" [IS 대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아시아의 전완근' 이성규가 실전 복귀전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몸 상태에 큰 이상이 없다면 4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성규는 3일 문경상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메디힐 퓨처스리그 상무 야구단과의 경기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하나로 4타점을 뽑았다. 만루홈런이었다. 이성규는 첫 두 타석에서 파울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6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야 안타와 땅볼 출루, 볼넷으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허윤동의 4구를 받아쳐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복귀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낸 것. 이성규는 올 시즌 삼성의 복덩이 타자였다. 1군 107경기에 나와 타율 0.255(271타수 69안타) 20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2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삼성의 팀 홈런 1위와 상위권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이탈해 상승세가 꺾였다. 그랬던 이성규가 다시 돌아온다. 현재 삼성은 8월부터 9월 1일까지 9개의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와 일발 장타의 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 팀 홈런 2위 구자욱(24개)까지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성규까지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터. 3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박진만 감독은 "장타자 앞뒤로 장타력 갖춘 타자가 라인업에 들어오면 상대 투수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성규가 온다면 타선에 무게감이 더 실릴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다른 부상자들 역시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리 부상을 입었던 대니 레예스는 이날 강도 높은 캐치볼을 소화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옆구리 부상을 입었던 류지혁도 기술 훈련에 돌입해 주말 퓨처스리그 출전이 예정돼있다. 박진만 감독은 "류지혁은 이르면 8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 복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어깨 부상으로 빠진 내야수 김영웅 역시 회복 중이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4.09.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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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김상수 살린 "하고 싶은 대로 해", KBO MVP도 살리나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해."KBO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가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다. 미국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초반 타격감이 주춤했던 로하스는 12일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로하스는 2020년 KBO 정규시즌 MVP 출신이다. 당시 로하스는 타율 0.349(리그 3위), 47홈런(1위), 192안타(2위), 135타점(1위), 116득점(1위)로 KBO리그를 평정한 뒤 일본으로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2021년 일본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로하스는 두 시즌 동안 149경기 타율 0.220, 17홈런, 37타점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고 방출됐다. 올해 KT로 다시 돌아왔지만, 영입 당시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와 일본에서 부진이 우려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하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의 부진에 대해 “입단 첫해 코로나19로 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적은 기회에 비해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동안의 부진은 KT로 돌아오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로하스의 자신감 뒤에는 이강철 KT 감독의 응원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일본에서 (부진한) 경기력은 신경 쓰지 말라"며 로하스를 격려했다는 후문. 로하스는 "감독님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경기에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비슷한 스탠스로 이미 두 선수의 부활을 도운 바 있다. 2022년 막 이적한 박병호를 홈런왕(35개)으로 이끌었고, 2023년 이적생 김상수가 다시 2할대 후반 타율(0.271)을 칠 수 있게 도왔다. 두 선수 모두 직전해 극심한 부진으로 에이징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의 오명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강철 감독의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하라"는 배려에 반등했다. 로하스도 이강철 감독의 격려에 힘입어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로하스는 반등을 자신했다. 그는 일본에서 방출된 뒤인 지난 겨울, 도미니카 리그에서 33경기 타율 0.296, 5홈런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로하스는 "도미니카 리그에서 좋아진 모습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다시 좋아질 거라 믿는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새 시즌 로하스-박병호-강백호로 이어지는 KT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향한 기대가 크다. 로하스는 "누가 봐도 강력한 트리오 아닌가. 상대 투수들 입장에서는 정말 까다로울 것이다"라면서 "중심 타선의 시너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컨디션을 빨리 끌어 올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윤승재 기자 2024.03.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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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국인 잔혹사, 이젠 끝날까...페라자 방망이, 첫 날부터 화끈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부진에 울었던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 첫 날부터 기대감에 부풀었다. 새 얼굴 요나단 페라자의 불방망이가 섬광처럼 빠르게 돌아간 덕분이다.한화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6-2로 승리했다.모처럼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타선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한화는 이날 삼성에게 먼저 리드를 내줬지만, 1-2로 뒤지던 4회 말 5점을 폭발시키며 여유있게 역전승을 거뒀다.빅 이닝은 시작도 끝도 장타였다. 시작은 SSG 랜더스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다 지난겨울 방출당한 베테랑 포수 이재원이었다. 그는 선두 타자로 좌월 솔로 홈런을 기록,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외야수 이진영이 2루타로 기회를 이었고, 페라자가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빠른 배트 스피드로 넘긴 타구가 그대로 대전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어 날아갔다. 페라자의 홈런으로 승기를 잡은 한화는 하주석의 2사 만루서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고 승리를 거머쥐었다.페라자는 이날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 지난해 외국인 타자 도움을 받지 못한 한화에 희망을 안겼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로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장타력을 기대했으나 방망이가 공에 맞질 않았다. 타율 0.125를 기록하다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된 그는 끝내 퇴출됐다. 한화는 뒤늦게 새 외국인 타자로 닉 윌리엄스를 영입했지만, 소용 없었다. 윌리엄스 역시 타율 0.244 장타율 0.403으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출루율이 0.275에 그치는 선구안 탓에 공격의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중심 타자를 맡아줘야 할 외국인 타자가 사라지니 타순 구성 자체가 무너졌다. 노시환, 채은성 두 사람만이 집중 견제 속에 외롭게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그 결과 한화의 시즌 팀 타율은 0.241(최하위) 득점도 604점으로 최하위로 떨어졌다.페라자가 제 몫을 해주면 기대 요소가 많아진다. 한화는 페라자 외에도 안치홍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 노시환을 앞뒤로 감쌀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한 상태다. 여기에 페라자가 강한 2번을 맡고, 출루율이 높은 선수에게 1번 타자를 맡기면 득점력 극대화가 가능하다.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하지만 한화로서는 검증해보지 못했던 페라자의 첫 인상에서 긍정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진 영입으로 큰 꿈을 꾸기 시작한 한화다. 페라자가 힘을 보태면 그 목표도 더 높아질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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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MVP·신인왕이 한 자리에, “누가 봐도 강력한 트리오, 강렬한 닉네임 지어주세요”

“누가 봐도 강력한 트리오 아닌가, 강렬한 닉네임을 지어달라.”새 시즌 KT 위즈는 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다.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뛴 경험이 있다. 2020년엔 타율 0.349(리그 3위), 47홈런(1위), 192안타(2위), 135타점(1위), 116득점(1위)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로하스의 합류로 KT는 로하스-박병호-강백호로 이어지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 신인왕(강백호)과 MVP(로하스), 홈런왕(박병호)을 모두 품었다. 로하스는 강백호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지만, 박병호와 한솥밥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과거 홈런왕 경쟁을 했던 ‘라이벌’이다. 2018년 박병호는 로하스와 나란히 4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2019년엔 박병호가 33홈런으로 홈런왕에 등극했지만, 이듬해 로하스가 4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이틀을 뺏었다. 두 홈런왕 출신이 한 팀에서 뭉친 것만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로하스는 “홈런 경쟁을 하던 박병호와 동료가 됐다. 우리가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가 된다”라면서 “박병호는 훈련 메이트로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서로의 타격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와의 호흡을 기대했다. 강백호도 지난해 부상과 부진을 딛고 새 시즌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해 국가대표 및 소속팀에서 느슨한 플레이로 질타를 받으며 힘든 시즌을 보낸 바 있다. 공황장애에 감기 몸살까지 겹치며 규정 타석을 치르지 못했다.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새 시즌 복귀를 앞두고 있다. 로하스는 “박병호에 강백호까지, 어느 팀 중심타선보다 강력한 트리오가 될 것 같다. 우리의 강력함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닉네임을 하나 지어달라. 그만큼 기대가 된다”라며 웃었다. 로하스는 2021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후, 부진 끝에 2022년 방출됐다. 지난해 도미니카공화국 리그에서 배트 그립을 바꿔 부활에 성공했지만, 4년 전보다 나이를 먹고 돌아온 만큼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하스는 “일본 무대 1년 차엔 코로나19로 팀에 정상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는데, 적은 기회에 비해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도미니카 리그에서 좋아진 모습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다시 좋아질 거라 믿는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장=윤승재 기자 2024.02.0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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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노시환, 장타율만 잡는다면…'31년 만의 3관왕 독수리'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사실상 타이틀 2개를 예약했다. 1개만 더 채운다면 한화 선수로는 31년 만의 '3관왕'이 될 수 있다.노시환은 지난 1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4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와 함께 2타점을 올렸다. 1회 땅볼, 2회 내야 안타로 각각 1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다운 시원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전 쌓아놓고 갔던 타점(99개)이 드디어 세 자리 수로 바뀐 날이었다. 고작 2타점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모든 기록에는 의미가 있다. 커리어 첫 30홈런에 이어 100타점 역시 처음인 노시환에게는 더욱 그렇다. 명실상부히 올 시즌 최고 타자라는 걸 증명했다. 타이틀 획득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100타점을 넘긴 타자는 노시환뿐이다. 공동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타이거즈)는 95타점으로 노시환과는 6점이나 차이 난다. 15일 기준 오스틴은 잔여 경기가 없고, 소크라테스는 2경기만 남아 역전이 어렵다.홈런 타이틀은 더 확정적이다. 홈런 2위 최정(SSG 랜더스)은 노시환이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사이 맹추격하며 29호 포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최정은 지난 13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공동 3위 오스틴과 채은성(한화)은 23홈런에 불과해 역전이 불가능하다. '독수리 표' 홈런왕은 지난 2008년 김태균 이후 15년 만이다. 2023년이 노시환의 '23세 시즌'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KBO리그 역사상 23세 이하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던 이는 1991년 빙그레 이글스 장종훈(35홈런 114타점)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30홈런 108타점) 1997년(32홈런 114타점)부터 1998년(38홈런 102타점) 1999년(54홈런 123타점)까지 3년 연속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전부였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계보가 끊길 위기에 놓였던 한화로서도 값진 성과다. 타격 2관왕은 지난 2012년 타율(0.363)과 출루율(0.474) 1위를 기록한 김태균 이후 11년 만이다. 30홈런 100타점 기록도 한화 타자 중에는 장종훈(1991~1992년) 댄 로마이어(1999년) 제이 데이비스(1999년) 송지만(2002년) 윌린 로사리오(2016~2017년) 제러드 호잉(2018년) 이성열(2018년)만 기록한 바 있다.홈런왕도, 2관왕도 김태균 이후 처음이다. 노시환은 김태균이 은퇴하기 직전인 2019년 데뷔해 일찌감치 그의 후계자로 불렸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올 시즌 그 자리를 완벽하게 물려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달 30홈런을 친 후에도 "아직 멀었다. 김태균 선배님처럼 하려면 정말 꾸준해야 한다. 나도 꾸준함을 보여줘야 그런 명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레전드 선배님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타이틀 두 개는 유력하지만, 숙제가 하나 더 있다. 장타율 타이틀이다. 시즌 막판 최정(0.548)이 역전해 노시환(0.543)을 앞서 있다. 최정은 더 이상 출전하지 않아 기록이 바뀔 리 없다. 남은 두 경기에서 노시환이 재역전하는 수밖에 없다. 장타율왕까지 3관왕을 차지한다면 1992년 장종훈 이후 31년 만의 기록을 쓰게 된다.다만 노시환의 장타 페이스는 다소 떨어져 있다. 9월부터 10월 14일까지 그의 장타율은 0.476. 시즌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21안타를 치는 동안 홈런은 2개에 불과했고, 순장타율(ISO·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것)은 0.178로 시즌 전체(0.246)보다 상당히 낮았다.시즌 3할 타율까지 이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노시환 자신의 개인 최고 타율(0.281, 2022년)은 이미 넘었다. 그가 3할 타율까지 이뤄낸다면 최정(0.297)과의 3루수 골든글러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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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싸움" 실패의 경험이 만든 '우승 감독' 염경엽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임 후 '투수'에 집중했다. 빠르게 선수단을 파악한 그는 겨우내 더 많은 선발 자원을 확보하고 불펜 뎁스(선수층)를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염경엽 감독은 3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타격으로 1등 할 수 없다는 걸 감독으로서 이미 경험했다. 선발과 불펜을 어느 정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승부였다"고 돌아봤다. 여기서 말한 '경험'은 2014년의 실패다. 당시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고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그해 박병호(현 KT 위즈) 강정호(은퇴) 등이 주축으로 활약한 넥센은 리그 팀 홈런 1위(128경기·199개)에 오른 타격의 팀이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창단 첫 KS 우승을 노렸지만 결국 '투수 왕국' 삼성 라이온즈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2020시즌이 끝난 뒤 잠시 야인으로 돌아간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투수 싸움'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넥센(2013~2016)과 SK 와이번스(2019~2020)를 감독으로 지도한 뒤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그는 "(LG 감독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2년 동안 쉬면서 그동안 잘했던 점과 그렇지 않았던 걸 생각했다. 그런 게 (올해 LG를 이끄는) 자양분이 됐다"며 "3명(고우석·정우영·이정용)에 치우치면 팀이 힘들다고 봤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 경험한 실패들이 그런 준비를 하게 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공을 들인 건 불펜이었다. LG는 지난해 홀드왕(정우영)과 구원왕(고우석)을 동시 배출한 만큼 "불펜이 강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염경엽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필승조의 의존도가 높으면 그만큼 팀이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백승현과 유영찬을 중용하고 신인 박명근을 개막전부터 기용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 현장에선 "필승조가 2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불펜 활용 폭이 넓어졌다. 유비무환은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시즌 초반 정우영과 고우석이 부진에 부상까지 겹쳐 허덕일 때 대체 자원이 빈자리를 채웠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KBO리그 1위. 선발이 흔들리면 불펜, 불펜이 주춤할 때는 선발이 힘을 내면서 서로를 보완했다. 탄탄한 마운드는 1994년 이후 멈췄던 LG의 우승 시계를 29년 만에 돌리는 원동력이 됐다. 염경엽 감독은 "4월부터 5월까지 정말 힘들었다. 선발과 중간이 모두 흔들렸고 필승조는 무너졌다. (외국인 투수) 켈리까지 헤매니까 (성적이) 바닥을 뚫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굉장한 위기였다"며 "운 좋게 어린 필승조가 만들어졌고 타격이 맞물리면서 5월에만 (승패 차이) +10을 했다. 한 시즌 팀을 운영하는 데 큰 여유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조급해질 수 있었는데 선수들이 믿음을 줬다. 내겐 엄청난 힘이었다"며 "선수들이 이겨내지 못하면 LG의 미래도 힘들어질 수 있었다.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우린 더 강해질 수 있게 됐다. 어린 선수(투수)를 2~3명 더 키워낸다면 LG의 미래는 더 밝아질 거"라고 확신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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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강한’ 1·2번, ‘강타’ 외인까지…이번엔 진짜 ‘다이너마이트’다

이번엔 진짜로 '다이너마이트' 냄새가 난다.'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모기업 한국화약에 맞춰 한화 이글스 타선이 활약할 때마다 나온 수식어다. 1990년대 초 빙그레 이글스 시절 회자됐다. 역사가 긴 만큼 표현 자체도 진부하다.무엇보다도 암흑기 한화에 '다이너마이트'는 적합하지 않았다. 빙그레 시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1999년, 장타력으로 으뜸이었던 2008년에나 가능한 수식어였다. 이후 한화가 장타력으로 KBO리그 으뜸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간혹 대량 득점에 성공할 때도 이용규·정근우 등 콘택트를 갖춘 테이블 세터가 출루한 후 중심 타자들의 연타가 나왔을 뿐 장타가 핵심이 아니었다.2023년 한화 타선에서 이전과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6연승을 거뒀다. 이 기간 총 31점으로 평균 5점 이상을 얻었다. 특히 28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는 이진영의 투런포, 노시환의 결승포를 앞세워 역전승했다. 눈에 띄는 게 타순 구성이다. 1번 타자로 타율 0.230의 이진영, 2번 타자로 타율 0.248의 김인환을 배치했다. 전통적인 테이블 세터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성공했다. 이진영은 삼진이 많지만, 출루율이 0.371에 달한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장타율도 0.151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채은성(0.159) 바로 다음간다. 지난해부터 4~5번에 배치됐던 김인환은 시즌 초 부진했다. 그러나 2번 타순에서 살아나고 있다. 2번 타순 성적이 타율 0.286 장타율 0.429로 좋다. 무엇보다 6연승 기간 결승타만 세 차례 때려냈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자리가 '찰떡'이다.처음부터 '베스트 카드'는 아니었다. 한화는 4월부터 테이블 세터 구성에 골머리를 앓았다. 잘 치던 타자도 상위 타순만 오면 부진했다. 노수광·이원석·정은원 등을 시험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잘 치던 노시환도 2번 타순에 갔더니 무안타로 부진했다. 돌고 돌아 이진영이 테이블 세터에 먼저 안착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노시환이 뒤에 있기에 김인환에게 승부구가 들어온다며 그를 2번에 배치했다. 좋은 성과를 본 만큼 바꾸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마지막 조각이 채워졌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27일 대전 KT전에서 KBO리그에 데뷔한 닉 윌리엄스는 첫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범타로 그친 타구 두 개가 모두 150㎞/h 이상의 강한 타구(최고 161.1㎞/h)였다. 무엇보다 상대가 사이드암스로에다 리그 최고 체인지업을 던지는 고영표였다. 해외 리그에서 좀처럼 만나볼 수 없는 상대였는데 정타를 쳤다. 윌리엄스 스스로도 "결과적으로 안타는 못 만들었지만, 충분히 좋은 타구였다. 자신감을 채웠다"고 평가할 정도였다.그리고 28일 바로 장타를 2개나 때려냈다. 첫 안타는 3루수 황재균 글러브를 맞고 뒤로 빠졌을 때 빠르게 2루를 노려 만들었다. 두 번째 타석에는 타구 속도 156.9㎞/h의 타구로 우중간을 갈라 2루타를 더했다. 최원호 감독이 채은성의 앞에서 윌리엄스가 '우산 효과'를 얻길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모양새다. 노시환은 28일 경기 후 먼저 '다이너마이트'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그는 "윌리엄스가 합류하면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 투수들이 더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6연승을 달렸지만, 도화선의 불은 이제 막 붙었을 뿐이다. 폭발은 끝나지 않았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6.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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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대전] 이번에야말로 진짜 '다이너마이트'다...한화, 1371일 만의 6연승 질주

화끈하다. 진짜 다이너마이트가 대전의 여름을 뜨겁게 폭발시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대포 두 방을 앞세워 1371일 만의 6연승을 거뒀다.한화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홈 경기에서 6-4 역전승을 거뒀다. 1회 4점을 주고 출발했으나 5회 동점포, 7회 역전포를 터뜨려 끝내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즌 29승 4무 37패를 거둔 한화는 7위였던 KT와 승차를 반 경기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1회만 해도 6연승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한화 선발 한승혁은 경기 시작부터 3연타를 맞고 2점을 KT에 내줬고, 이후에도 적시타 두 방을 더 맞아 총 4실점으로 1회를 마쳤다.시작부터 넉 점을 줬다는 건 경기 통틀어 더 많은 점수를 내주고 그대로 패할 가능성도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화는 그대로 초반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차곡차곡 추격하기 시작했다. 2회 말 선두 타자 닉 윌리엄스가 2루타로 KBO리그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고, 이를 김태연이 적시타로 불러들였다. 이어 4회 때 채은성이 안타, 문현빈이 상대 실책으로 1사 1·3루 기회를 만든 한화는 김태연이 희생 플라이로 두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남은 두 점은 이진영의 '한 방'이 해결했다. 한화는 5회 이도윤의 안타로 다시 포문을 열었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은 상위 타선의 시작점인 이진영을 잡아야 했고, 초구 145㎞/h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노렸다. 그러나 공이 몰렸고, 이진영은 초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통타해 동점 투런포로 연결했다. 이진영의 시원한 한 방 덕에 한화의 추격전은 양 팀의 뒷심 대결로 바뀌었다. 그리고 웃은 건 한화였다. KT는 6회부터 손동현을 올려 한화 타선 진화를 시도했지만, 노시환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노시환은 손동현이 1볼 상황에서 던진 2구 144㎞/h 직구가 가운데 실투로 들어오자 정확한 타이밍으로 밀어쳤고, 타구는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 경기를 뒤집는 솔로포가 됐다. 노시환의 개인 14호포.흐름을 가져온 한화는 그대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전날 시즌 10호 홀드를 기록하는 등 최근 상승세였던 강재민이 8회 올라 막아냈고, 이진영이 8회 말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더해 승기를 굳혔다. 타선은 다이너마이트라는 과거 위명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장타를 뽐냈다. 전날 결승타를 친 '강한 2번' 김인환은 침묵했지만 1번 타자 이진영이 동점 투런포 포함 3타점을 기록했고, 3번 타자 노시환이 결승포를 터뜨렸다. 전날 KBO리그 데뷔전에서 무안타에도 강한 타구를 생산했던 윌리엄스는 2루타만 두 개를 때려 앞으로 활약을 예고했고 채은성도 안타 1개를 보탰다. 벤자민 상대 전적을 믿고 7번 타순에 배치했던 김태연도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역전승의 선봉장이 됐다.대전=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6.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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