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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진흙탕 싸움 '한남2구역' 결국 대우건설 품에

대우건설이 롯데건설을 누르고 올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 '한남2구역' 시공권을 손에 넣었다. 양사는 모두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두고 조합에 후분양 조건을 내걸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승자는 대우건설이 됐다.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5일 오후 2시 임시총회를 열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대우건설은 전체 조합원 908명 중 760명이 서면·현장 참석한 가운데 407표(53.6%)를 얻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표심 끌기에 나섰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기본이었고, 이주비는 물론 설계까지 최고 수준을 약속했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중이던 양사는 지난 2일 롯데건설이 대우건설 직원들을 건설산업기본법, 입찰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졌다. 끝이 아니었다. 양사는 고발 전 속에서도 후분양 조건까지 나란히 내놓았다.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공사비 지급 방식으로 조합의 분양 수입금이 발생한 후에 공사비를 받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을 제안했다. 후분양시 조합은 분양 시기까지 수입금이 없어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의 경우 조합 수입금이 발생하는 후분양 시기까지는 건설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우건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한도 없는 사업비 전체 조달로 후분양이 가능한 사업조건을 제시했다. 후분양을 하면 공사비의 원가부담을 시공사가 떠안아야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의 재무 안정성으로 후분양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의 설명이었다. 앞서 대우건설은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푸르지오써밋을 후분양한 경험이 있다. 롯데건설의 아픈 지점을 은근히 건드리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후분양을 약속해도 올해 3분기 현재 현금성 자산 2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의 자금조달 없이 회사 자체적으로 단기부채 상환과 PF 채무보증 리스크로부터 대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최근 롯데건설은 부동산 PF 시장이 경직하자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 그룹으로부터 약 6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약 2000억원 조달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금전 대여했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 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7900억원, 일반분양 비율은 45%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세부 내용은 조금 달라도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라면서 "다만 요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라서 이번 한남2구역처럼 무리하게 세게 붙는 사례가 잦아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7 07:00
부동산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D-1…롯데건설·대우건설, 막판까지 진흙탕 싸움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의 재개발 사업을 놓고 경쟁 중인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를 불과 하루 앞둔 가운데 롯데건설이 대우건설을 경찰에 고발했다. 양사는 앞서 파격적인 이주비와 사업비 조건 및 초호화 설계안을 내놓으면서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 업계는 둘 중 어느 한 건설사가 수주전에서 승리할지라도 상처가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고발장 낸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3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일 용산경찰서에 대우건설 직원들을 건설산업기본법, 입찰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며 "경찰에 조합 내부 폐쇄회로(CCTV) 및 당시 목격한 참고인들의 진술을 통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를 진행했다. 롯데건설 측은 투표를 앞두고 조합 사무실에 대우건설 측 직원이 무단 잠입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오전 한때 투표가 중단됐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 직원이 부재자 투표용지에 접근한 뒤, 조합원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조합 컴퓨터에서 6명의 투표를 보며 전산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프닝'이라며 롯데건설의 주장을 일축했다. 상대방이 지적한 해당 직원은 주차 안내와 어르신 부축 등을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조합 직원이 이를 자신들이 고용한 단기 직원으로 착각해 업무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순 해프닝을 과장해 허위 사실을 유포 및 흑색선전으로 일관하는 롯데 측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오해가 없도록 조합 사무실 CCTV 내용을 공개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양사의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한남2구역은 인근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90m의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는 최고 층수 14층인 원안설계보다 7층을 높여 21층으로 짓는 '118프로젝트'를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대우건설은 이 같은 설계가 불가능할 경우 시공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조합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롯데건설은 가이드라인 적용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초고층 설계안을 홍보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상징성 말고 남는 것 없는데… 한남2구역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5일 예정돼 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상호 비방전도 하늘을 찌른다. 서로가 꺼내 든 파격 조건과 혜택이 "실현 불가능하다"며 깎아내리는 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9일 시공사 합동 설명회에서 롯데건설이 사전 검토를 제대로 못 하고 혁신 설계를 제시했다고 도발했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이 제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로 맞불을 놨다. 흑석11구역 등 타 사업지에서 이주비 지급도 못 하고 있는데 과연 지킬 수 있는 약속이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한남2구역 수주에 성공해도 남는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건축디자인그룹 'JERDE',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 크리스 리드가 이끄는 세계적인 명성의 조경설계사 'STOSS' 등이 참여해 '한남써밋'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JERDE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와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등 랜드마크 프로젝트 건축설계를 수행한 곳이다. 당연히 설계비도 비싸다. 롯데건설은 힐튼·메리어트·포시즌 등 세계적 호텔을 전문적으로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 HBA와 협업을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2구역은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자존심과 한남 지역에 브랜드가 들어간다는 상징성 말고 특별하게 사업성이 남는 곳은 아니다"며 "비방전이야 예상이 되는 부분이지만, 저러다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면 건설사가 입는 내상도 무시 못 한다"고 했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일대 11만여㎡의 부지를 재개발해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원으로 인근과 비교해 사업성 자체는 크지 않다. 이태원역이 가까워 대중교통과 주변 상권 이용이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전통적 부촌인 한남동의 요지와는 다소 격차가 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4 07:00
부동산

창립 49년 맞은 대우건설 "고객 꿈 실현하겠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49주년 창립기념식을 열고 '당신의 꿈, 우리의 공간(Your Dream, Our Space) 고객의 꿈을 실현하는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고 1일 밝혔다.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이사는 이날 "모든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건설 그 이상의 가치 있는 환경과 공간을 창조한다"는 미션 선언문을 공개하고 "새 비전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 모두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날 창립 50주년이 되는 내년을 '안전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함께 공개했다. 백 대표는 "다가오는 2023년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원점이자 안전 원년으로 선포한다"며 "안전이라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새로운 미션과 비전 슬로건 아래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면 머지않아 대우건설은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창사 50주년을 맞는 내년은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이 '안정 속 성장'이라는 원칙 아래 본격적으로 도약하게 될 새로운 기회이자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초일류 건설그룹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1 10:49
부동산

신입 채용·임금 인상…'비정상의 정상화' 시작한 대우건설

중흥건설을 새 모기업으로 맞은 대우건설이 '비정상의 정상화'의 과정을 착실하게 밟고 있다. 9년 동안 사실상 동결 상태였던 연봉이 인상됐고, 신입사원도 대규모로 채용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중흥그룹이 인수 당시 했던 약속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하반기에 신규 채용한 70명의 신입사원을 모아 놓고 입사식을 열었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건축·토목·기계·전기·안전 등 전 분야에 걸쳐 108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대우건설이 상·하반기에 모두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동시 채용을 진행한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규모 면에서도 최대다. 대우건설은 신입사원들을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키우겠다면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빡빡한 업무에 시달리는 선배들은 3주간의 입문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후배들만 오매불망 바라보는 눈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신입사원을 뽑는 해도 있고, 건너뛰는 시기도 있었다. 뽑는다고 해도 100명 내외였는데, 올해는 이를 크게 웃도는 규모"라며 "신입사원을 받기로 한 팀들은 교육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제자리에 멈춰있던 연봉도 올랐다. 대우건설 노사는 지난 5월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10%에 최종 합의하고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평균 임금인상률 10%는 대우건설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올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5000만원을 넘어서게 됐다. 노사는 기본 연봉 인상 외에 현장 근무자 처우 개선에도 합의했다. 국내 및 해외 현장 수당을 직급별로 월 21만원에서 최대 29만원까지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 밖에도 사라졌던 복지 포인트도 일부 되살아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생각하게 됐다. 외부적으로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국제 정세나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 플랜트 사업이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최근 리비아 전력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르면 올해 말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리비아 즈위티나 지역에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4억3300만 달러(약 5670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4년 리비아가 정세 불안으로 여행금지국이 되면서 공사 진행률 72% 수준에서 철수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몇 년째 멈췄던 공사가 재개되고, 굵직한 해외 수주전도 활발하게 참여 중"이라며 "새로운 시장인 베트남 사업도 순항 중이어서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올해 있던 조치들은 사실상 비정상 상태였던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2~3년 이내에 대우건설을 업계 '톱 3위' 규모로 처우를 개선한다고 약속했다. 내부적으로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7.08 07:00
산업

1년 새 고용 증가, 쿠팡·현대차 1, 2위

쿠팡과 현대차의 고용 인원이 최근 1년 새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일 76개 그룹 대상 2020∼2021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자산 5조원이 넘는 76개 대기업 집단이다. 조사 결과 이들 76개 대기업 집단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169만897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만3740명이 늘어 3.9%의 고용 증가율을 보였다. 76개 그룹 중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증가한 곳은 42곳, 직원 수가 줄어든 곳은 25곳이었다. 9곳은 올해 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편입돼 고용 인원 증감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직원 수에 변동이 없었다. 직원 일자리가 늘어난 곳 가운데 직원을 가장 많이 고용한 그룹은 쿠팡이었다. 쿠팡그룹의 직원 수는 2020년 4만3402명에서 지난해 7만2763명으로 2만9361명 늘었다. 이는 76개 그룹이 1년 새 늘린 인원(6만3740명)의 46.1%에 달하는 규모다. 쿠팡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16만6925명→17만4962명, 8027명↑)이 직원을 많이 늘렸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그룹 전체 고용 규모가 8000명을 넘어섰다. 2020년 1536명 수준이었던 그룹 인원은 지난해 8401명으로 늘었다. 이어 삼성(4728명↑), 신세계(4431명↑), LG(4158명↑), 카카오(3967명↑), SK(2596명↑), 현대중공업(2449명↑), 네이버(1795명↑) 등이 1년 새 고용을 많이 늘린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삼성전자(10만9253명)는 단일 기업 중 유일하게 직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현대차(7만1880명), 쿠팡풀필먼트서비스(4만6306명), LG전자(3만8388명), 기아(3만5120명) 등의 순으로 직원 수가 많았다. 특히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1년 새 2만6644명이나 일자리가 늘었다.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의 고용 규모별 순위는 삼성이 26만68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17만4952명), LG(15만8791명), SK(11만7438명) 등이 고용 10만명을 넘겼다. 이어 롯데(8만3179명), 쿠팡(7만2763명), 신세계(7만2446명), KT(5만8049명), CJ(5만2931명), 한화(4만2378명) 그룹도 고용 규모에서 상위 10위에 속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대기업들이 과거부터 대규모 채용 규모 계획을 지속해서 발표해왔는데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는 한편 기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아 실질적 고용 규모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02 11:11
경제

금호 '최후의 보루' 금호석유화학, 3세 경영도 대립의 장 예고

금호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해체된 뒤 크게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과 금호건설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1946년 창립 후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하는 등 몸집을 불리며 영광을 누렸지만, 지금은 금호석화가 가장 굵직한 줄기다. 예전에 비해 파이가 크게 줄었지만, 그마저도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끝나지 않을 3세 경영 지분 경쟁 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3세 승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3세 중 장자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가 8.58% 지분으로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계 경쟁에서 밀려난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지분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금호그룹은 2세대에 4형제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 ‘형제 경영’은 박인천 창업주의 장남 박성용 회장과 차남 박정구 회장까지는 잘 이어졌다. 하지만 박정구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6년 만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제 경영에 균열이 생겼다. 순서대로 3남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갈등이 증폭됐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와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 이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4남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그룹 분리를 선언하며 독립했다. 박정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아버지의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은 박철완 전 상무가 결국 오너일가 중 가장 많은 금호석화 지분을 갖게 된 상황이다. 형제간 갈등으로 처음에는 박철완 전 상무와 박삼구 일가는 손을 잡고 박찬구 일가와 대립했다. 하지만 박철완 전 상무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원하면서 삼촌 박삼구 회장과 틀어지게 됐다. 이후 박찬구 회장이 눈 밖에 났던 박철완 전 상무를 품었다. 이내 경영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박철완 전 상무는 ‘충실 의무 위반’으로 금호석화에서 해임됐다. 형제 경영의 원칙대로라면 장자인 박철완 전 상무가 금호그룹의 3세 경영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은 부자 세습을 원칙으로 정했고,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부사장을 적자로 정했다. 이에 반발한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일가와 대립하며 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맞붙었는데, 모든 안건에서 박찬구 일가가 승리했다. 박찬구 일가는 박찬구 회장 6.73%, 아들 박준경 부사장 7.21%, 딸 박주형 전무 0.98% 지분을 합해 14.92%를 보유하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8.58%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총 10.2%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6.82%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박찬구 일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찬구 회장은 지분 경쟁에서 연이어 완승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도 박철완 전 상무는 최대주주로서 주주환원 정책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공표하고 있다. 임시 주총도 소집하는 등 주주 의사를 대변하고 있어 앞으로도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릴 전망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회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 개인 주주의 표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배당금은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으로 하도록 향후에도 계속 제안할 것"이라며 "회사가 발표한 15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올해 안에 실행될 수 있도록 회사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ESG 경영·탄소중립 중장기 전략 매출 12조 원 도전 금호석화는 2021년 매출 8조4618억 원, 영업이익 2조4068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7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이 224.3%나 급증하며 활짝 웃었다. 박준경 부사장은 영업본부장으로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금호그룹 오너일가 사상 첫 여성 임원으로 활동 중인 박주형 전무는 구매재무를 담당하며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낸 금호석화는 보통주 주당 1만 원, 우선주 1만50원으로 역대 최고 배당액을 내걸었다. 그러나 박철완 전 상무는 “실적에 비해 배당 성향이 낮다”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8조 원을 뚫은 박찬구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중립 축으로 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2026년 연 매출 12조 원 달성을 겨냥한다. 매출을 4년 안에 40% 이상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금호석화는 핵심 사업인 NB라텍스(라텍스 장갑의 원료)를 포함한 합성고무 사업과 에폭시, 정밀화학 사업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 성장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자동차와 바이오·친환경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탄소나노튜브(CNT)와 바이오 소재 제품 등 자체 성장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SG 경영을 위해 친환경 제품 비중도 대폭 늘린다. 친환경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18년 7% 수준에서 2026년 16%, 2030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약 3조5000억~4조5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박찬구 회장은 ESG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재무적 성과만을 고려했던 과거의 방식으로 기업은 더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사회공헌 정도로만 여겨졌던 ESG는 이제 국내외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 주요 평가지표로 삼고 있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척도로 그 당위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금호석화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을 ESG 전반의 핵심 공시 지표로 선정했다. 2050 탄소중립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도 마쳤다. 탄소중립 5대 전략은 클린에너지 전환 기반 전 사업장 감축 가속화, 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친환경 바이오 기반 원료로의 전환, 리사이클링 확대, 탄소자산관리 디지털 전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반 마련이다. 5대 전략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약 29% 탄소배출 저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2035년에는 탄소배출 증가분보다 감축량이 많아지는 탄소중립 성장의 원년으로 삼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목표로 정했다.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는 “구체적인 탄소 저감 활동의 첫걸음을 뗐다. 5대 전략을 바탕으로 궁극적인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 전 직원 모두 힘을 합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4.08 07:00
경제

정창선 중흥 회장, 백정완 대표 취임식 참석 "대우건설 영광 위해 노력"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16일 대우건설 백정완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대우건설의 독립경영과 경쟁력 강화를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이날 대우건설 본사가 있는 을지트윈타워 푸르지오아트홀에서 열린 백 사장의 취임식에 참석해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뛰어 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독립경영과 임직원 처우개선도 다시 한 번 약속하고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저해하는 높은 부채비율도 낮춰가겠다"고 확인했다. 정 회장의 대우건설 본사 방문은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간의 인수합병(M&A)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중흥그룹과 함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취임식이 끝난 후에도 백 대표와 함께 대우건설 임원·팀장·현장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회사 임직원과의 스킨십을 나눴다. 오랜 기간 건설업에 몸담았던 정 회장이 본인의 경험을 나누고,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을 성장시킨 그룹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취임식의 또 다른 화두는 안전이었다. 백 대표는 취임사에서 "생명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안전’을 경영 일선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 제도를 도입하고, 안전 보건 관련 조직 구성·예산 편성·인사 운영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회사의 안전보건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있게 했다. 백 대표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차세대 성장 기반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탄소중립과 같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춘 신사업, 신기술 발굴을 추진하고, 중흥그룹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최대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취임식은 회사가 M&A라는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우건설 기업문화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흥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건설산업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3.16 14:18
경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왜 '서면화'에 목을 맬까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가 또 다시 반목 중이다. 양측 갈등의 핵심은 '서면화'다. 본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던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가 처우개선 약속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중흥그룹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발표를 앞두고 서면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다시 시작된 갈등 중흥그룹은 지난해 12월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성공했다. 앞선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노조는 인수 절차와 중흥그룹의 해외 플랜트 역량을 거론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 위원장은 삭발을 감행하고, 파업도 불사하겠다면서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처우 개선'이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들어간 이후 5년 동안 연봉이 사실상 동결된 부분을 파고들었다. 중흥그룹 측은 노조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거 수차례 주인이 바뀐 경험이 있던 노조는 "약속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독립경영을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사내 계열사 외 집행 임원 선임 인원 제한,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본부 분할매각 금지, 자산매각 금지가 주요 골자다. 이를 전격 수용한 중흥그룹은 본계약은 물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공정위의 결과만 나오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세 번째 주인이 된다. 순조로워 보이던 양측의 관계는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대우건설·중흥그룹과 3자 회동을 해왔다. 그러나 인수 막바지 작업에 열중하던 중흥그룹 측은 대우건설 노조에 서면화 작업을 거절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을 점거하고 출입저지 시위를 진행했다. 인수단은 결국 근처 계열사 사무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서면화가 뭐길래 그렇다면 대우건설 노조는 왜 서면화 여부에 민감할까. 현재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예정자일 뿐 대우건설을 경영하는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기업 인수 합병을 주로 담당하는 A 로펌 변호사는 "쌍방의 약정을 문서화한다는 것은 법적 효력 여부보다는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단순 구두 약속은 어떠한 사실이 존재했는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약속 내용은 반드시 서면화하거나 아니면 향후 입증을 위해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이유"라고 조언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김경환 대우건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본지에 "문서화는 이행 당사자 간의 약속이다. 서면 합의는 최대주주예정자인 중흥그룹의 의지 문제다. 중흥그룹은 딜 클로징이 되지 않아서 서면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타 기업도 딜 클로징 전 서면으로 약속을 남긴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수석부위원장은 "최대주주예정자인 중흥이 언론에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한 독립경영이나 처우 개선을 서면으로 약속하는 것인데 문서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법적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우건설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업노조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25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중흥그룹 측에 요구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 '깜깜이 조항' 존재 사실일까? 중흥그룹 측은 딜 클로징 전 서면 합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산업은행이 대주주인데 중흥그룹이 나서서 서면 합의를 하면 경영권과 주주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공정위 심사 발표 뒤 노사관계가 됐을 때 서면 합의서를 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으로서는 법적 효력을 떠나서 서면화가 부담스럽지 않겠나. 명문화 거부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의 요구를 더 줄이려는 협상 기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노조가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면서 중흥그룹이 서면화를 거부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처우 개선이 골자였는데, 다른 요구사항이 추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깜깜이 조항'이 존재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궤변'이라며 깜깜이 조항 존재 사실을 일축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서면 합의를 위해 노조가 종전에 요구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내려놨다. 서면화에 담기는 내용은 대우건설 직원의 생존권과 회사의 영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요구사항이 늘어난다는 중흥그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궤변"이라고 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본지에 "우리가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처우개선 조항 외에 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 등을 침해를 하는 독소조항이 추가했다. 문서화한 뒤 경영을 하면 향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을 조율해 노사관계가 됐을 때 서면합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21 07:00
경제

[랜드IS] 'CEO 면피 거리 만들자' CSO 선임하는 대형 건설사들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최고안전책임자(Chief Safety Officer·CSO)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매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애꿎은 CSO만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의 건설사업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법인 역시 사망자 발생 시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0년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평가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노동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건설사고 사망자 수는 59명이었다. 1~3분기 누적 사망자는 총 181명에 달했다. 이 중 100대 건설사 공사현장 사망 노동자는 46명이었다. 3분기 중에는 총 8개사 건설현장에서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앞서 긴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노동부)는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한 규정을 남겨 비판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명시된 처벌 대상 범위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자'다. 노동부가 펴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역시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 법이 모호해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CSO 선임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CSO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전담 조직화하는 것도 애매모호한 규정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CEO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CSO를 선임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신규 선임했다.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CSO는 사장급 대우를 받는데,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졌다. 삼성물산은 또 종전 2개 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해 7개 팀으로 늘렸다. 안전보건실은 안전·보건 정책 수립부터 이행까지 담당한다. 안전을 전담 연구하는 조직인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GS건설은 CEO 직속으로 CSO를 배치했다. CSO는 전사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서 안전·보건 분야와 관련해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GS건설은 CSO 산하에 안전보건팀·안전점검팀·안전혁신학교 등 3개 팀을 구성하며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준법경영실 산하 안전관리 조직인 품질경영실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로 재편했다. 토목·건축·플랜트 부문별로 안전관리 조직을 구축하고,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가 관리한다. 각 사업본부장은 해당 본부의 CSO 역할을 맡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뒀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했다. 기존 안전관리본부장은 CSO로 임명했다. 지난해 중흥건설에 매각된 대우건설은 현재 CSO 선임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 A는 "현행법으로는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로서는 CSO 자리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적어도 CEO에 모든 책임과 처벌이 몰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1호는 되기 싫다? 임인년 들어 10대 건설사 CEO의 신년사 발표에서 하나같이 강조한 것은 '안전'이었다. 김형·정향기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모든 경영 활동의 최우선 가치는 바로 안전"이라며 "안전에 대해 더는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도 중대 재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안전사고 ‘제로’를 달성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시행한 안전 신문고 제도를 활성화하고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CEO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의 경각심은 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처벌보다 과징금 등 행정 제재로 다루거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는 "최근 적어도 첫 번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건설사는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0대 건설사는 국내외에 수많은 현장을 두고 있다. 그 어떤 곳에서도 고의로 중대 재해를 내는 곳은 없다. 고의성이 명확한 형사사건처럼 구속 등의 처벌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10 07:00
부동산

[랜드IS] 유튜브 마케팅 열중 건설사, 구독자 수는 '극과 극'

주요 건설사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유튜브 구독자 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실익은 크지 않지만, MZ세대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유튜브가 필수라고 여기는 눈치다. 그런데 유튜브 삼매경이 본격화할수록 10대 건설사 간 구독자 수 격차도 크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구독자 수 수십만명을 넘겼다며 축포를 쏘아 올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인기가 없는 탓에 차마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GS건설 건축주택부문 대표 김규화 부사장(사진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임직원들이 자이TV 구독자 50만명 돌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S건설 제공 구독자 수 늘어 신난 GS건설 GS건설이 운영하는 채널 '자이TV'는 요즘 잔치 분위기다. 지난 8일 건설 업계에서는 최초로 구독자 수 5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자이TV 측은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약 2년 5개월 만의 성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확실히 앞서나간다. 자이TV는 지난해 6월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서 업계 최초로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이후 6개월 만에 구독자를 두배 이상 늘리더니 약 1년 만에 50만명에 도달했다. 현재 자이TV에 이어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은 현대건설의 '힐스캐스팅'으로 18만5000명이다. GS건설은 자이TV 50만 구독자를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부동산 업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토론회를 연예인 김구라를 MC로 내세워 준비했다. 이 영상은 공개 6일 만에 조회 수 13만회를 기록했다. 또 이벤트를 열어 명품 브랜드 버버리 의류와 TV,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 현대건설의 공식채널인 '힐스캐스팅'이 지난 4월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한 뒤 제작한 축하영상. 현대건설 제공 '실버버튼' 보유 건설사는 또 어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은 각각 '힐스캐스팅', '푸르지오라이프', '더샵TV'와 같은 아파트 브랜드 채널과 함께 기업 공식 채널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 중에서 힐스캐스팅과 푸르지오라이프는 구독자 수 18만5000명대를 기록 중이고, 더샵TV는 최근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실버버튼은 구독자 10만명 이상의 채널에 주어지는 것으로,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까지 4곳뿐이 보유 중이다. 통상 아파트 브랜드 유튜브 채널은 기업 공식 채널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라이프 외에도 기업 채널인 '정대우가 간다'에도 공을 쏟고 있다. 정대우는 대우건설의 홍보대사를 맡은 캐릭터다. 지난달에는 제26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 MC와 시상자로 나서며 캐릭터와 채널을 널리 알렸다. 현재 정대우가 간다의 구독자는 1만명 선이다. A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최근 중흥건설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하면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 강화를 고려해 정대우가 간다 채널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DL그룹 유튜브 채널 갈무리 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비공개' 실버버튼을 향한 중하위권 경쟁도 나름대로 치열하다. 롯데건설 '오케롯캐' 8만2000명, 삼성물산 '채널 래미안'이 6만8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 기업 채널인 '삼물가게'도 운영 중인데, 수주와 채용 등 이슈 외에도 임직원이 출연하는 직장인 브이로그', '영화 속 건축물' 등의 콘텐트를 올리고 있다. 구독자는 현재 1만3000명 수준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해당 채널 홈에 가면 확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구독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비공개한 건설사 채널도 있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구 대림산업)다. SK에코플랜트는 '어스 시네마'란 소제목을 달고 한겨울 설산 풍경이나 새만큼 일대를 조망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나름대로 친환경과 ESG 실천 홍보용으로 채널 콘셉트를 맞췄다. 그러나 구독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 216개 영상 중 10만 뷰를 넘은 영상도 2~3개 미만이다. DL이앤씨는 건설 부문의 별도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DL이앤씨 소식은 DL그룹 채널을 통해 다른 계열사와 함께 알리고 있는데,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B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구독자 수 공개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 아닌가. 유튜브가 요즘에 반짝했지, 과거부터 이용하던 마케팅 수단도 아니지 않나"라며 "자이TV처럼 떠들썩하게 자랑하고 싶은 곳도 있고, 좀 적어서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곳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건설사 유튜브 채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청약을 앞둔 인기 견본주택을 온택트로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자이TV가 공개한 ‘세종자이 더 시티’ 견본주택 라이브 방송에는 평균 3만~4만 명의 시청자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대우가 간다' 고민상담소 편 이미지. 대우건설 제공 이밖에 부동산 전문가와 아나운서, 연예인 등을 섭외해 재미와 전문성을 잡은 콘텐트도 인기가 있다. 대중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소재와 분야이기 때문에 구독자 수를 단번에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부동산에 관한 소식뿐만 아니라 요리나 인테리어, 문화 등 일반 고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은 콘텐트로 묶는 추세다. 대우건설의 정대우가 간다는 명상이나, 고민 상담소 코너까지 운영 중이다. 건설사의 콘텐트 제작비는 편당 5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구독자가 늘어난다 한들 사실상 '남는 건' 없다. C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유튜브 마케팅이 유행이다. 딱딱하고 보수적으로 인식된 건설사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효과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12.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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