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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범죄도시3’ 전석호 “마동석·이준혁에 많이 배워, 귀한 경험했죠”
데뷔 24년 차 배우 전석호가 ‘범죄도시3’을 만나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매 등장마다 웃음을 안기며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반면 전석호는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웃기려고 연기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전석호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범죄도시3’ 인터뷰에서 흥행을 예상했는지 묻자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얼떨떨하다. 주변에서 얘기해주니 ‘그렇구나’ 하는 거지 사실 피부로 와닿지 않고 꿈 같다”며 “다 된 밥에 ‘전석호 뿌리기’ 하지는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 주성철(이준혁)과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31일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돌파,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석호는 극중 김양호 역을 맡아 마동석의 비공식 조력자로 활약했다. 김양호는 마약 유통과 관련된 인물이다. 전석호는 찌질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 경찰 못지않게 수사에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저보다는 주변에서 만들어 준 순간들이 많았어요. 김양호랑 초롱이가 웃음 담당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고요. 감독님은 물론이고 동석이 형도 아무 말 않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어요. 웃겨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고 ‘이런 것도 가능하니?’라고 묻기만 하셨죠. ‘범죄도시3’에는 화 안 난 캐릭터가 몇 없는데 김양호가 그중 하나예요.(웃음)”김양호는 초롱이(고규필)와 함께 1, 2편의 감초 장이수(박지환)의 뒤를 잇는다는 평도 받는다. 전석호는 현장에서 초롱이로 분장한 고규필을 본 후 ‘폼 미쳤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걸 생각해 낸 사람도, 소화해내는 사람도 대박”이라며 “이래서 고규필, 고규필 하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김양호의 인기 비결이 무엇인 것 같느냐고 묻자 “전 외적으로 변화를 주진 않았다. 규필이 형 옆에는 미미(배누리)라도 있지, 저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며 “여기저기 비비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감사하게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범죄도시3’는 액션과 코믹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통쾌한 액션으로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전석호가 등장한 순간 분위기가 반전된다. 적재적소에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석호는 ‘범죄도시3’에서 명장면으로 언급되는 모텔신에 대해 “촬영했을 때는 웃기지 않았다”며 “웃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어이없겠지만, 김양호는 그 상황에서 마석도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을 거예요. 근데 관객들은 재밌어하더라고요. 모텔 침대신은 세트장인데 마동석 형의 아이디어예요. 동석이 형이 ‘침대를 돌려보자’고 했죠. 사실 저도 거기 앉아서 한 바퀴 돌아봤어요.(웃음) 차 안에서 창문을 열어달라는 신도 애드리브인 줄 아시는데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1984년생인 전석호는 이준혁과 동갑내기 친구다. 전석호는 극악무도한 빌런 주성철을 연기한 이준혁에 대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준혁은 생생한 캐릭터 구현을 위해 20kg가량 벌크업하고 삶의 패턴을 바꾸는 등 평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외적인 변화나 건강이 걱정됐어요. 사실 변화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할 수 있잖아요.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인지라 쉽지 않을 것 같았죠. 근데 기우였어요. 너무 잘 해냈는데 또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참 대단하지 않나요. ‘범죄도시3’를 통해 좋은 어른들을 만난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참 귀한 경험인데 준혁이는 친구지만 배울 점이 많았어요. 개봉 전에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왜 내가 걱정을 했나 싶더라고요.(웃음)”다행인지 불행인지 극중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없다. 전석호는 “준혁이가 등장한 장면을 보면 어느 작품에서든 만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전석호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학교라고 표현했다. 전석호는 “얼마 전 1편에서 양태 역의 김성규와 통화를 하는데 ‘축하해, 근데 내가 선배네. 난 1기야’ 이러더라. 그럼 나는 3기인가 싶더라. 마석도가 설립자이자 교장 선생님”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시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재입학 너무 좋다. 마다할 이유는 없다”며 “역할의 존재 이유가 있지 않나. 동석이 형 역시 이러한 순간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다. 다시 입학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덧붙였다.“동석이 형은 정말 섬세해요. 외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기를 보고 있으면 놀라울 때가 많았죠. 주변 사람들을 다 신경 써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아요. ‘범죄도시’ 시리즈도 섬세함과 깊이가 다년간 쌓였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전석호는 2005년 영화 ‘하면 된다’로 데뷔했다. ‘라이프 온 마스’, ‘킹덤’, ‘하이에나’, ‘힘쎈여자 도봉순’, ‘미생’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그는 30대를 ‘조난자들’이라는 영화로 열었다면 ‘범죄도시3’를 통해 닫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남들 생각하는 거 똑같이 생각하지만, 직업이 배우인 것뿐이죠. 그냥 열심히 연기하고 좋은 작품 만나면 즐거워요. 사람마다 위로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저도 작품을 통해 위로받기도 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범죄도시3’만의 방식으로 관객들을 위로해 준 것 같아요.”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6.23 0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