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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예상대로 재심 청구, 미안함보다 억울함 더 큰 가해자들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이도, 미안하다며 고개 숙인 이도 자신들에게 내려진 징계에 불복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로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징계를 받은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선수, 김 모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철인3종협회 징계 관련자 가운데 장 모 선수와 김 모 선수가 먼저 이메일로 재심을 신청했다. 마지막으로 김규봉 감독도 같은 방식으로 재심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의 공정위에서 징계를 받은 선수나 지도자는 징계를 통보받은 지 7일 내로 체육회 공정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14일이 바로 재심 신청 마감일이었다. 지난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김 감독과 장 모 선수는 영구제명, 김 모 선수는 자격정지 10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안영주 공정위원장은 중징계 사유에 대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의 진술뿐 아니라 그와 일치하는 다른 진술,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징계 혐의자들의 혐의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셋은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혐의를 부정해온 이들이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폭언 등 지속적인 가혹 행위를 한 끝에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도 장 모 선수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규봉 감독은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인정했지만, 재심을 신청했다. 김 모 선수는 지난 9일 폭행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고인의 납골당을 찾아가 사죄한 뒤, 자필 사과문까지 공개했으나 재심을 신청했다. 자신에게 내려진 10년 자격 정지는 과하다는 판단에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은 "그만큼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엄중하게 징계한 것처럼, 재심에서도 가해 혐의자의 잘못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들 세 명은 고인에 대한 미안함보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는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달 중 공정위를 개최,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의 징계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체육회 공정위는 감사원 감사위원 출신의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해 법조인 5명, 체육계 인사 3명, 대학교수 3명, 인권전문가 2명 등 14명으로 구성된다. 이와 별도로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 모씨를 포함해 이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22일에는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16 06:01
스포츠일반

스물 셋 선수가 목숨으로 던진 질문…반복할 것인가, 끊어낼 것인가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고 최숙현 선수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7시간에 걸친 기나긴 회의 끝에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안영주 위원장이 회의실을 나선 시각은 자정이 가까운 6일 밤 11시 경이었다. 안 위원장은 결과를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가해자들의 징계 소식을 전한 뒤, 무거운 목소리로 "이것이 고인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라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을 맺었다. 성적 지상주의와 체육계 서열 문화 등 악습이 빚어낸 지옥과 같은 현실로 인해 고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꼭 열흘 째 되는 날이었다. 안 위원장을 포함해 법조인과 대학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된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원들은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 행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논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주장 장윤정, 그리고 남자 선배 한 명이 공정위에 참석해 소명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들의 기나긴 소명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김 감독과 장윤정 영구 제명, 남자 선배 자격 정지 10년이다. 이들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도 증인으로 나서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국회에서 고인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는 기색으로 "그런 적 없다", "폭행한 일이 없으니 사과할 일도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던 이들은 공정위 조사에서도 일관된 자세를 취했다. 당초 관계자들도 오후 8시 경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공정위가 밤 11시에나 끝난 이유도, 이들이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와 상반된 진술로 '버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회의가 길어진 이유는 공정위가 확보한 진술, 녹음파일, 녹음영상 등 증거와 징계 혐의자들의 진술이 상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들이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발뺌으로 버티기엔 증거가 너무나 명확했다. 안 위원장은 "고 최숙현 선수의 진술 뿐 아니라 그와 일치하는 다른 진술,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이들의 혐의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으며 의도적으로 피해 사실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반대로 가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안 위원장은 "세 명의 진술 내용과 패턴이 같아 조력을 충분히 받은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보였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가 협회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인 영구 제명, 그리고 사실상 선수 생활 끝을 의미하는 자격 정지 10년이 내려졌다. 하지만 공정위의 징계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가해자들이 징계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들은 이번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아직 사법기관의 수사도 남아있다. 대구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지원팀을 별도로 만들어 유족 심리치료와 범죄피해 구조금, 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법률 지원도 할 방침이다. 공정위에서 징계를 내릴 수 없었던 소위 '팀 닥터'라 불리는 안 모씨에 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징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육계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다. 안 위원장의 말대로 고인이 자신의 목숨으로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알면서도 쉬쉬하고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다급하게 봉합한 뒤 묻어두고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끊어내기 위해 뿌리부터 뽑아낼 것인지. 물론 그러기 위해선 불과 1년 반 전 조재범 사건에서 한 치도 개선되지 않은 지금 상황부터 돌이켜 봐야 한다. 경주시나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물론 협회와 스포츠인권센터,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조차 고인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점을 생각하면 가해자들에 대한 체육계의 수위 높은 징계는 너무 늦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가해자들의 법적 처분은 사법부에서 진행하겠지만, 이번 사건의 책임을 개인의 처벌로 마무리 짓고 끝내버린다면 또다시 제자리를 맴도는 셈이 된다.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 변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겠지만,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현장을 바꿔나가는 건 결국 체육계의 몫이다. 이대로 같은 비극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악습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 물론 답은 이미 나와있다. 정답을 향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지 그 과정만 남았을 뿐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08 06:00
스포츠일반

故 최숙현 선수 괴롭힌 '그들'… 공정위, 감독·주장 영구제명 결정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가혹 행위 가해자로 지목 받은 감독과 주장 선수에게 영구 제명 징계가 내려졌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과 주장인 장 모 선수를 영구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 받은 김 모 선수는 자격 정지 10년 징계를 받았다. 영구 제명은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로, 영구 제명이 결정된 두 사람은 앞으로 대한철인3종협회가 주관하는 어떠한 행사에도 참가할 수 없다. 무려 7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징계 내용을 결정한 안영주 공정위원장은 "지금까지 스포츠공정위에서 확보한 관련자들의 진술과 녹음 파일, 영상 등 자료들과 징계 혐의자들의 진술이 매우 상반됐다. 그러나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의 진술 뿐 아니라 그와 일치하는 다른 진술,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징계 혐의자들의 혐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길고 긴 7시간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소명에 나선 김 감독은 물론, 장 모 선수와 김 모 선수도 혐의를 끝까지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지금까지 확보된 조서, 진술, 녹취파일 모두 확인한 결과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치한 부분이 많았고, 의도적으로 피해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아 신빙성이 있었다"며 "이에 비해 징계 혐의자들의 진술은 공정위원들이 보기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같은 패턴으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생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정위는 고인에게 폭행·폭언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9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이날 열렸다. 안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의 변호사와 3명의 교수로 구성된 6명의 공정 위원들이 가혹행위 당사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했으며, 김 감독과 선수들은 징계에 불복할 경우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한체육회를 통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안 위원장은 "이번 공정위 결과에 대해 신속히 작성해서 서면 또는 메일 등 인지 가능한 방법으로 송달할 것이며 규정 상은 일주일 내에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팀 닥터 안 모씨는 공정위 규정상 징계 권한이 없어 별도의 징계가 불가능하다. 안 위원장은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는 지금까지 확보된 자료와 영상 등을 수사기관과 대한체육회 등에 송부하여 수사 절차에 협조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고 최숙현 선수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을 맺었다. 방이동=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06 23:27
스포츠일반

"폭행 사실 있었냐"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떠난 감독, 소명만 1시간 50여 분

소명 시간만 1시간 50여 분이 걸렸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은 끝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가혹 행위 가해자로 지목 받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감독은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참석해 소명 절차를 밟았다. 이번 공정위는 고인에게 폭행·폭언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9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이날 열렸다. 최 선수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전 소속팀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인물 등을 포함해 같은 팀 선수 2명 등이다. 이중 팀 닥터를 제외한 세 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공정위에 출석했다. 공정위는 4시에 시작했으나 이들이 공정위 현장에 도착한 건 4시 45분 경이었고, 경주시청 감독이 오후 5시 20분 경 가장 먼저 소명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섰다. 소명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소명 시간 이후 회의실을 나선 감독은 마스크 아래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대기실로 이동했다. "폭행이 있었는가", "소명 시간이 길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등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희의실로 들어설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경주시청 감독은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도 가혹 행위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거듭 부인한 바 있다. 방이동=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06 19:49
스포츠일반

“협회, 최숙현 장례식장서 영상장비 동원해 선수들 인터뷰”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협회 측이 동료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이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를 표하는 장례식장에서 협회 관계자들은 조사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영상장비까지 동원해 슬퍼하는 동료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최 선수의 장례 기간이던 지난달 26일 대한철인3종협회는 동료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과정을 전해 듣는 등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가 한 선수에게 “(피해자가) 3명이 있다고 (처벌을) 덜 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 (피해자가) 5명이 있다, 6명이 있다, 큰 차이는 없어, 형을 받는 데는. 무슨 이야기인 줄 알지?”라는 사건 축소를 지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관계자는 이어 “법정에 가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일인 거고 이게 진화하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거잖아. 우리는 이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해. 법은 법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동료 선수들을 압박했다”며 “이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명백한 은폐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사건 축소 의도는 없었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면담 내용을 발설하지 말도록 얘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이 최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 과정을 촬영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의원은 “협회 관계자들이 매우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푼다’라는 말로 정의로운 척 위선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회는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이 가혹 행위를 당한 모습 등을 증언하거나 추가 피해 내용을 폭로할 계획이다.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강제로 음식을 먹거나 굶는 행위,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새벽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양선순 부장검사)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2020.07.06 08:40
스포츠일반

피해자도 증거도 명확하다, 공정위 결과도 명확해야 한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말은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 앞에서 공허한 울림을 남긴다. 그동안 끊임 없이 폭력과 폭행 논란에 시달려 온 체육계가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낳고 말았다. 어떻게 해도 23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故) 최숙현 선수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 소망은 이뤄져야 한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유언 말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고 최숙현 선수의 문제를 다룬다. 고인은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을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올해 2월 법적 절차를 밟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서와 징계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처리는 더뎠고 결국 고인은 지난달 26일 오전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인이 엄수된 뒤 고인의 사연이 보도되고, 1일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면서 언론을 통해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 등이 연달아 공개됐다. 복숭아 한 개를 먹고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슬리퍼로 뺨을 맞는 등 한 명의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혹 행위 정황이 알려지자 대중은 크게 분노했다. 체육계에서 가혹 행위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쇼트트랙 간판 스타인 심석희(서울시청)가 조재범 코치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추행을 당해온 사실이 알려진 게 지난해 1월이다. 그 이전에도 엄격한 체육계의 서열 문화를 앞세운 가혹 행위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 후배 폭행으로 사실상 역도계에서 퇴출당한 사재혁은 물론 쇼트트랙 신다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등도 후배에게 가혹 행위를 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체육계에선 선배나 지도자 등의 구타와 폭행, 가혹 행위가 사라지지 않았고 끝내 한 어린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비극적인 일로 이어졌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선수의 진학, 취업, 그리고 지도자의 성과 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성적 지상주의를 앞세운 체벌이나 가혹 행위가 만연한 분위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경기력 향상 수단으로 체벌을 용인하는 분위기 자체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인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지열 철인3종 유소년 대표팀 전 감독은 "지금도 가혹 행위로 고통받는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이 빠르게 신고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들은 가혹 행위를 당하면 꼭 신고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맞으면 신고한다'는 생각이 정착해야,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가혹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며 체육계의 시스템과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요한 건 6일 열리는 스포츠공정위다. 스포츠공정위 규정 제24조 우선 징계처분에는 '징계 혐의자의 징계사유가 인정되면 관계된 형사사건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 중이라고 해도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고 최숙현 선수 관련 사건은 대구지검에서 조사 중이지만, 녹취록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 상당수의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라, 법적 절차와 별개로 협회 차원에서 가해자들에게 우선적인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위반행위별 징계기준'에서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 선수, 심판, 임원은 그 수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3년 이상의 출전정지, 3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협회가 가해자들의 폭행 수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징계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공개된 내용 만으로도 영구제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반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혹 행위 근절을 위해 체육계가 바뀌어야 하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눈앞의 일부터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분위기를 바꾸긴 어렵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기준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혹 행위를 통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 협회가 어떤 징계를 내릴 것인지 지켜보는 시선이 엄중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6일 열리는 협회의 스포츠공정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면, 협회가 말하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이런 일이 우리 종목에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말은 또 한 번의 공허한 울림에 그치고 말 것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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