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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UFC, 박현성 공개 조명 “심판 손에 승부 맡기는 걸 안 좋아해”…일생일대의 기회 잡았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에서 활약하는 박현성(30)이 플라이급(56.7kg) 랭킹 6위 타이라 타츠로(25·일본)와 격돌한다.박현성(10승)은 8월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타이라 vs 박현성’에서 타이라(16승 1패)와 주먹을 맞댄다. 이번 경기는 5분 5라운드로 진행된다.아시아 선수끼리 메인 이벤트에서 맞붙는 건 30년 넘는 UFC 역사상 최초다. 한국 선수가 UFC 메인 이벤트를 장식하는 것은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은퇴한 후 2년 만이다. 애초 박현성은 8월 10일 플라이급 10위 스티브 얼섹(호주)과 싸우기로 했다. 이마저도 얼섹의 상대인 알렉스 페레즈(미국)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3주 전에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얼섹과 경기를 준비하러 미국 땅을 밟은 박현성은 갑작스레 일주일 남은 타이라와 대결을 제안받았다. 타이라의 상대였던 아미르 알바지(이라크)가 부상으로 이탈한 탓이다. 박현성은 UFC의 달콤한 제안을 수락했다. 랭킹(15위 이내)에 아직 들지 못한 박현성에게 타이라와의 싸움은 절호의 기회다. 타이라를 꺾으면 랭킹 6위로 단숨에 진입할 수 있고, 타이틀 도전에 매우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박현성은 “일단 수락했으니까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다만 급하게 제안을 수락한 터라 당장 시차 적응, 체중 감량 등 이겨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울러 평소 플라이급 랭커들의 특성을 잘 아는 박현성이지만, 타이라를 상대로 ‘맞춤 전략’을 짜고 구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운 요소다.타이라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파이터로 평가된다. 강력한 그래플링을 자랑하며 타격 수준도 준수하다. 2022년 UFC에 입성한 타이라는 옥타곤에서 6승 1패의 전적을 쌓았다. 유일한 패배는 지난해 10월 랭킹 1위(현 3위)였던 브랜든 로이발(미국)에게 당했다. 이때도 5라운드 내내 잘 싸웠으나 판정패했다.박현성은 “(타이라는) 그래플링이 뛰어나고, 신체 조건이 좋아 타격도 괜찮다”고 평가하며 “이기면 기회지만, 지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에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이번 경기에서 이긴다는 생각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드 투 UFC 시즌1 우승자인 박현성은 2021년 처음 MMA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이고 통산 10승(무패)을 기록 중이다. 9연속 피니시 승리를 따냈다. 2023년 UFC와 계약한 그는 섀넌 로스(호주)와 데뷔전에서 이겼고, 지난 5월 카를로스 에르난데스(미국)까지 꺾고 주가를 올렸다.UFC는 박현성과 타이라의 매치를 소개한 날, 박현성이 상대를 KO 시키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며 “그는 심판 손에 승부를 맡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UFC는 박현성의 피니시 능력을 조명하며 경기 홍보에 나섰다.김희웅 기자 2025.07.30 00:25
스포츠일반

‘5일 전 오퍼 OK’ 박현성, 6위 타이라와 UFC 최초 한일전 메인 장식…“무조건 이긴다”

UFC 최초로 한일전이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다. ‘피스 오브 마인드’ 박현성(29)이 UFC 플라이급(56.7kg) 랭킹 6위 타이라 타츠로(25∙일본)와 격돌한다. ROAD TO UFC 시즌 1 플라이급 우승자 박현성(10승)은 오는 8월 3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타이라 vs 박현성’에서 타이라 타츠로(16승 1패)와 맞붙는다. 아시아 선수끼리 메인 이벤트에서 맞붙는 건 30년이 넘는 UFC 역사상 최초다. 경기를 5일 남겨두고 경기가 공식 성사됐다. 타이라의 원래 상대 아미르 알바지가 부상을 입으면서 박현성이 타이라의 새 상대로 경기 제안을 받았다. 마침 시차적응을 위해 미리 라스베이거스에 가 있었기 때문에 출전이 가능했다. 당초 경기 3주 전 제안을 받아 오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랭킹 10위 스티브 얼섹과 맞붙기로 예정됐었다. 3주 사이 두 번의 대체 경기 제안을 수락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은퇴 이후 2년 만에 한국 선수가 UFC 메인 이벤트를 맡는다. 승리하면 단숨에 UFC 플라이급 랭킹 6위로 진입한다. UFC 공식 랭킹에 진입한다면 이 또한 정찬성 은퇴 이후 최초다. 박현성은 경기가 1주일 남은 상태에서 UFC로부터 제안이 오자 고민 끝에 수락했다. 당장 시차 적응과 감량을 할 만한 여유부터 충분치 않았다. 그는 “일단 수락했으니까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며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UFC 정식 계약 후 3전째에 바로 메인 이벤트 자리를 꿰찼다. 무패로 10연승을 달리며 9연속 피니시승을 기록하며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줘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타이라 타츠로는 강력한 그래플링을 자랑하는 아시아 최고의 플라이급 파이터다. 지난해 10월 당시 랭킹 1위 브랜든 로이발에게 스플릿 판정패하기 전까지 16연승(UFC 6연승)을 달렸다. 비록 타격에 밀리며 패했지만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UFC 정상급 경쟁력을 입증했다. 박현성은 타이라에 대해 “그래플링이 뛰어나고, 신체 조건이 좋아 타격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타이라는 키는 170cm로 박현성과 같지만 리치가 178cm로 박현성보다 약 10cm 더 길다. 긴 팔을 이용해 잽과 스트레이트 같은 직선 공격을 잘 구사한다. 박현성 커리어 최초 5라운드 경기이기에 부담은 더 크다. UFC에서는 보통 5분∙3라운드로 경기를 진행하지만 메인 이벤트는 5분∙5라운드다. 체력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박현성은 “메인 이벤트라 5라운드고, 타이라 또한 내가 상대하기 편한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얼섹전과 비교해) 더 어려운 경기”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현성은 그동안 따로 레슬링, 주짓수 코치 밑에서 꾸준히 훈련했다. 또한 일본에 가서 23세 이하 세계 레슬링 선수권대회 자유형 레슬링(61kg) 금메달리스트이자 UFC 파이터인 나카무라 린야와 특훈을 하기도 했다. 이제 훈련의 성과를 정상급 그래플러 타이라 타츠라를 상대로 실전에서 보여줄 때다. 이번 경기에서 이긴다면 곧바로 타이틀 도전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다. 여러 의미가 있는 경기지만 박현성은 오직 눈앞에 닥친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기면 기회지만, 지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에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지 이번 경기에서 이긴다는 생각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현성은 “갑작스럽게 시합 날짜와 상대가 바뀌었지만 최선을 다해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UFC 파이트 나이트: 타이라 vs 박현성’은 오는 8월 3일 오전 10시 tvN SPORTS와 TVING에서 생중계된다.김희웅 기자 2025.07.29 08:36
스타

‘사장’ 정준하, 강남 횟집 매출 공개 “방송 수입보다 낫기도” (‘차은수’)

식당을 운영 중인 방송인 정준하가 자영업 매출과 고충을 공개했다.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얼굴천재 차은수’에는 “무도 20주년 핑계대고 준하 형 가게에 회식하러 왔어요 ”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정준하가 게스트로 출연해 박명수와 이야기를 나눴다.영상에서 정준하는 오후 5시경 붐비는 매장을 찾아 매출을 묻는 질문에 “이제 시작이다. 오픈 2시간 만에 매출 100만원 찍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박명수는 “이러면 앞으로 방송하지 말고 장사만 해라. 이렇게 장사가 잘되니까 방송 정도는 안 해도 먹고살 것 같다”고 감탄했다.정준하는 횟집 외에 닭볶음탕, 오뎅바, 와인바,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방송 몇 개 하는 것보다 장사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한다. 방송은 해야 한다. 가게를 5개 하는데 그중 아픈 손가락이 한두 개가 있다. 하나는 8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고백했다.60평대인 해당 매장 매출은 평일에 1000만원, 주말에는 1500~2000만원이라고도 밝혔다. 총 매출은 4억이라고. 정준하는 “월세가 부가세 포함해서 3200만원이다. 월세가 비싸다”라며 “직원은 아르바이트 포함해서 20명이 넘는다. 지난달 직원 말고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만 4500만원 나갔다”라고 설명했다.또한 그는 “월세, 재료비, 관리비 내도 남긴 남는다. 그러나 원재료가 비싸다. 횟값이 80% 올랐다”며 “남은 돈으로 압구정 꼬칫집 적자를 메꿔야 해서 말짱 도루묵이다. 압구정 가게는 망했다. 코로나를 3년 동안 버티면서 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여기서 번 돈을 거기에 다 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정준하는 ‘먹튀’ 손님들로 인한 피해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저께도 혼자 온 손님이 옷만 놔두고 나가서 안 왔다”라며 “제일 화나는 건 잘 해줬는데, 몰래 도망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이어 “남녀 커플이 와서 먹튀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 심지어는 자연스럽게 택시를 호출해 도망간 경우도 있었다.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니까 차 번호가 찍혀있어 경찰에 신고해서 택시비 승인 내역으로 잡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낸 줄 알았다더라. 그런 사람들도 있다”라고 답답해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4 18:17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고성에 문어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강원도 고성을 저는 무척 사랑합니다. 명예 강원도민이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일없이 노닐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모래 곱고 물 맑고 숲이 깊으니 여기서는 정신 따위는 잠시 해방해줘도 되고, 도치 삼식이 임연수 도루묵 오징어 문어 물레고둥 명주조개 등등 바다 먹을거리가 널렸으니 입만 살아 있으면 됩니다. 고성에 문어국밥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저는 최근에 유튜브를 보고 알았습니다. 문.어.국.밥.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에 저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면, 문어 요리를 1인분으로 주문하여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냐! 이건 혁명이야!’강원도를 여행하다 보면, 아닙니다, 다른 지역도 이런 일이 흔합니다, 2인분 이상 주문을 해야 하는 음식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심지어 생선구이 백반을, 명색이 백반인데, 1인분씩은 판매하지 않는 식당도 있습니다.요즘은 홀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혼자여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는다는 것이, 맛칼럼니스트라는 제 직업적 입장에서는 용서가 안 됩니다. 그리고, 외식업체들도 손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은 지 오래입니다. 소비자의 처지가 바뀌었으면 식당 음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2인분 이상 팔던 음식을 1인분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외식업계 여러분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1인분으로 상을 차리면 손해라고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이 많은 탓입니다. 그러면, 반찬을 줄이면 됩니다. 반찬을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으면 판매 가격 차등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2인분에 3만원이면 1인분은 2만원, 2인분에 2만원이면 1인분은 1만5000원 등으로 구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 역시 기본 반찬을 넉넉하게 제공하는 한국 음식의 특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 정도의 가격 차등에 크게 반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일단 문어국밥을 먹으러 고성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까지 왜 문어국밥이 없었지?’한국인의 밥상은 밥-반찬-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밥과 반찬이 만나면 비빔밥이고, 밥과 국이 만나면 국밥입니다. 한국인이 먹는 모든 국은 국밥이 될 수가 있습니다. 문어국밥이 없었다는 것은 문어국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문어국을 찾아보면 있기는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문어를 국으로 끓여서 먹지는 않습니다.)일부 지역에서는 제사용 탕에 말린 문어를 씁니다. 쇠고기와 무, 말린 문어, 말린 홍합 등을 넣고 푹 끓이는 음식입니다. 보통은 탕국이라고 부르는데,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이 탕국을 끓여 먹기도 합니다. 말린 문어 특유의 냄새가 이 탕국의 매력 포인트입니다.싱싱한 문어로 국을 끓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문어가 끓는 물에 오래 있으면 질겨지기 때문입니다. 문어는 살짝 데치는, 그래서 숙회라고 불리는 요리로 먹습니다. 유럽은 우리와 달리, 문어를 아주 못살게 굴어서 문어 살의 조직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씁니다.문어국밥이 뚝배기에 담겨서 나왔습니다. 문어숙회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고, 그 아래에 국물이 바글바글 끓고 있었습니다. “문어가 금방 질겨지니까 문어부터 먼저 드세요.” 사장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고,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밥은 훌훌 말아서 먹는 맛인데, 문어부터 먹으라 하시면, 문어는 그냥 따로 내는 것이.’ 문어를 따로 먹다가 몇 점은 국물에 말아 밥과 함께 먹어보았습니다. 절대 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간 식당 외 여러 문어국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질겨지니까 문어부터 먼저.”문어국밥은 그 이름만으로 충분히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문어의 조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문어국밥의 운명은? 혁신가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습니다. 문어국밥은 이제 겨우 세상에 나왔고, 누군가 여기에 손을 댈 것입니다. 고성 문어국밥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2024.10.17 08:18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감성돔식해 정도는 먹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음식인데 한국전쟁으로 강원도로 피난을 온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가자미식해를 다루는 방송에서 늘 듣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음식 스토리가 우리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줄 일은 없고, 따라서 내용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먹고 즐기듯, 음식 스토리는 듣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가자미식해를 먹는 자리에서 누군가 제게 가자미식해 이동설을 말하면 저는 가자미식해 이동설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음식은 사람에 묻어 움직이는 것이 맞습니다. 짜장면이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짜장면을 먹는 중국인이 우리 땅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인간은 비슷한 환경에 비슷한 재료가 있으면 비슷한 음식을 해서 먹기도 합니다.식해란 어떤 음식인가부터 생각해봅시다. 생선을 맛있게 먹기 위해 식해 조리법이 탄생했을까요? 식해는 발효를 이용한 조리법인데, 발효는 음식 보관의 한 방법으로 인간 문명에 편입된 미생물 활동이라는 자연 현상입니다. 계절에 따라 한꺼번에 많이 잡히는 생선을 오래도록 보관하여 먹으려고 식해를 담갔습니다.식해류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 두루 존재합니다. 중국 문헌에 보이는 식해류가 이르기는 하나, 문헌에 처음 나타났다고 중국에서 비롯한 음식이 아시아 전역으로 번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시아 각지에서 생선 보관법의 하나로 식해류가 제각각 선택되었을 수도 있습니다.식해 담그는 법을 보면 (요즘은 양념 때문에 복잡해 보이지만) ‘조리의 골격’은 단순합니다. 생선+소금+곡물입니다. 이 정도의 로우테크는 ‘선진지의 전파’ 없이 스스로 얻어낼 수 있을 만한 지능을 인간이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하지는 않습니다. 아래는 1700년대 초의 간행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조리서 ‘주방문’에 적혀 있는 식해 조리법입니다. 고춧가루와 생강, 마늘 등의 양념이 없습니다.“고기를 비늘 긁어내고 배를 타서 깨끗이 씻어 간을 맞게 한다. 간이 들거든 널(=나무판) 위에 짚을 깔고 고기를 펴고 또 짚 깔고 널로 눌러 내리눌러 두었다가 백미로 밥을 무르게 지어 소금을 알맞게 섞어 넣는다. 대나무 껍데기를 깔아 돌로 내리눌러서 물을 부어 그늘에 두고 물을 자주 갈아 스무하루 후에 써라. 끓여서 식은 물을 넣으면 더욱 좋다. 빨리 쓰려거든 밀가루를 넣어라. 추운 때는 물을 붓지 말고 따뜻한 데 두어라.” (‘주방문·정일당잡지 주해’, 백두현)그냥 ‘고기’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러 생선으로 식해를 담근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현재에도 식해로 쓰이는 생선은 실로 다양합니다. 명태, 도루묵, 멸치, 성대, 갈치 등등 온갖 생선을 식해로 담급니다. 1803년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에는 감성돔식해가 등장합니다. ‘우해이어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2년 앞서는 어보입니다. 우해는 지금의 경남 창원시 진동 앞바다입니다. 김려가 진동으로 귀양을 가서 그곳의 어민 생활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조리법을 줄여서 옮깁니다.“가을이 지난 뒤 이곳 사람들은 감성돔을 잡아… 감성돔 200쪽을… 멥쌀 한 되로 고두밥을 찐 뒤 잘 식혀서 소금 두 국자를 넣는다. 잘 뜬 누룩과 엿기름을 가늘게 갈아서 즉각 한 국자씩 넣고 골고루 섞어 둔다. …푹 삭기를 기다려 먹는다. 그 감미로운 맛은 물고기 식해 중에 제일이다.”(‘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신우해이어보’, 최헌섭)감성돔을 ‘5대 돔’이라 하지요. 그 귀한 생선으로 식해를 담글 정도이면 조선시대에 진동 사람들이 잘 살았겠거니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진동이 조선시대 귀양지라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진동에서 감성돔으로 식해를 담그게 되었느냐 하면, 많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진동 바다가 제 고향 바다입니다. 겨울 진동 바다는 ‘물 반 감생이 반’이었다는 말을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부터 들었습니다. 그 흔했던 감성돔을, 이제는 용왕님이 허락해주어야 겨우 얼굴이나 볼 수 있습니다. 2024.01.18 07:00
메이저리그

이제는 2년 차 빅리거…출국 배지환 "한국 선수 반가워, 함께 활약하고 싶어요"

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24)이 빅리그 두 번째 시즌 성장을 다짐하며 출국했다.배지환은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6일 결혼한 배지환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이제 책임질 사람(아내)이 한 명 늘었다. 그 책임감이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에 반영될 것"이라며 "지난해 풀시즌을 뛰어 봤으니 그 경험치를 토대로 삼겠다. 다가올 시즌이 많이 기대된다"고 전했다.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3월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2022년 말 메이저리그(MLB) 데뷔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빅리거 신분으로 시작, 111경기 타율 0.231(334타수 77안타) 2홈런 32타점 54득점 24도루를 기록했다.성과도 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배지환이 빠르게 미국으로 넘어가는 이유다. 그는 "따뜻한 날씨에서 실외 훈련을 하고 싶어 일찍 출국한다"며 "강정호(전 피츠버그) 형도 뵙고, 허일(전 롯데 자이언츠·현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 코치) 형을 만나 스윙이나 타격을 손보고 싶다"고 전했다.배지환은 마이너리그 때부터 내·외야를 모두 보는 유틸리티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해도 2루로 64경기, 중견수로 62경기를 뛰었다. MLB닷컴은 그를 주전 2루수 후보로 짚으면서 "빠른 발이 장점이다. 유격수로도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격력에서 선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올라갈 수 있을지가 열쇠"라고 지적했다. 배지환은 "(올해도) 최대한 많이 뛰어보고 싶다. 언젠가는 50~60도루를 뛰어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2루수나 중견수, 다른 어떤 포지션이든 포수가 아닌 이상 MLB에서 최소한의 공격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신인이라 기회를 많이 받았다. 올해는 그런 특혜가 없을 거다. 공·수·주 다방면에서 내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배지환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진출에 반갑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선수들이 적다 보니 일본 선수만 만나도 좋았다. 올해 한국 선수들이 많아져 너무 반갑다"며 "내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함께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말했다.배지환은 지난해 왼쪽 발목 부상으로 6주간 결장했다. 귀국 후 재활에 힘쓴 그의 올해 목표도 당연히 부상 방지다. 그는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라며 "올해는 부상자 명단에 안 들어가고 싶다. 출전 경기 수보다는 액티브 로스터(26인 로스터)에 1년 내내 쭉 있으면서 (건강하게 뛴) 결과물을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다.인천공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1.11 14:54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동해 바닷가에 도루묵이라는 아이가 살았습니다

1700년대 말 강원도 바닷가에 미국 함선이 좌초하였습니다. 미국 독립 기념물을 싣고 프랑스로 향하던 배였습니다. 배에는 중국에 체류를 하여 한자에 밝은 선원이 있었습니다. 그 선원이 나서 바닷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였습니다. 선원은 관아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프랑스로 가져갈 물건을 나누어주며 환심을 샀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관아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를 고치는 일도 도왔습니다.배가 고쳐질 동안 심심하였던 선원들은 모래밭에서 야구를 하였습니다. 이를 신기하게 보던 바닷가의 한 소년에게 미국인들이 야구를 가르치며 함께 놀았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묵’이었습니다. 한자를 잘 아는 미국인 선원은 야구 용어를 한자로 번역하여 ‘묵’을 가르쳤습니다. 소년은 민첩하여 도루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도루묵’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어느 날 소년은 미국인 선원들 먹으라고 생선을 잔뜩 가져왔습니다. 부드러운 살에 알이 톡톡 터지는 맛있는 생선이었습니다. 소년에게 생선의 이름을 물으니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미국인들은 이 생선에 소년의 별명을 붙여 도루묵이라 불렀습니다. 오래지 않아 미국 함선은 떠났고, 이 이야기와 함께 도루묵은 동해안에서 유명한 생선이 되었습니다.그럴 듯하게 들리는지요.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에게 익숙한 도루묵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도루묵 어원’으로 검색을 하면 네이버 어린이 백과의 글이 최상단에 뜹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조선 시대 선조 때의 일이에요.임진왜란이 일어나 왜군이 한양으로 밀고 올라오자 선조는 북쪽으로 피난을 가야 했어요. 피난길에 임금이 먹을 것이 적다는 소문을 들은 어느 어부가 선조에게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습니다.무척 배가 고팠던 선조는 ‘묵’이라는 물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지요. 그러고는 “이렇게 맛있는 생선 이름이 ‘묵’이 뭐냐? 앞으로는 ‘은어’라고 부르도록 해라!”하고 말했답니다.전쟁이 끝나고 한양 궁궐로 돌아온 선조는 어느 날 피난길에서 맛있게 먹었던 은어가 먹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은어를 다시 먹어 보니 맛이 형편없었어요. 피난길에서는 배가 고파서 맛이 있었지만 궁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니 그 맛이 예전 같지 않았던 거예요.그래서 선조는 “맛이 형편없구나. 도로 묵이라고 해라”하고 말했답니다. 이렇게 해서 ‘은어’는 ‘도로묵’이 되었어요.그 뒤 ‘도로묵’이 ‘도루묵’이 된 것이지요. 이때부터 하던 일이 아무 소득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가 되었을 때, “말짱 도루묵이네”라고 말하게 되었답니다.이 이야기도 허구라는 것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에 선조는 평양을 거쳐 의주로 피난을 갔습니다. 선조가 동해의 생선인 도루묵을 먹었을 리가 없습니다. 왕이 은어라고 이름을 주었다가 다시 묵(혹은 목)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조선의 여러 문헌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왕은 선조가 아니라 다른 왕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도 허구입니다.허구에 순기능이 있습니다. 선조가 어떠니 임진왜란이 어떠니 하며 도루묵을 먹다 보면, 도루묵이 더 맛있습니다. 말이 맛을 만듭니다.도루묵은 돌에 붙어서 산란을 합니다. 그래서 돌묵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강원도 사람들은 돌을 도루라고 발음을 하여 돌묵이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이게 도루묵의 진짜 어원입니다. 진짜 어원도 허구처럼 음식에 맛을 보탭니다.겨울이 되면 도루묵으로 ‘김장’을 담갔습니다. 도루묵을 소금과 함께 차곡차곡 장독에 넣습니다. 한겨울 눈이 팔팔 날릴 때 도루묵을 꺼내어 하룻밤 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는 김장김치를 더하여 찌개를 끓입니다. 이 전통의 도루묵찌개를 저는 강원도 토박이들한테서 말로만 들었습니다. 사라진 강원도 전통 도루묵찌개가 제게는 ‘진짜 허구’ 같습니다. 2023.12.14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꼴뚜기 멸치 주꾸미를 위하여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금요미식회를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전우용 선생이 문득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왜 꼴뚜기가 시키는지 아세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래서 이랬지요. “꼴뚜기가 작아서 망신스러운가요?” 전우용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생선전(生鮮廛)은 살아 있는 것(生)과 싱싱한 것(鮮)을 파는 가게이고, 어물전(魚物廛)은 건조한 수산물을 파는 가게이지요. 제사상에 놓는 것은 어물입니다. 제사상에 놓이는 어물이 팔리는 가게에 감히 제사상에도 못 올라가는 꼴뚜기가 놓여 있으니 망신스러운 것이지요.”고향 어물전에 반건조 풀치 한 묶음을 주문했더니 꼴뚜기 한 봉지를 덤으로 보냈습니다. 짭짤하게 삶아서 건조한 꼴뚜기인데, 멸치 그물에 잡혀서 멸치와 함께 삶겨지고 말려진 것을 일일이 골라낸 것입니다. 꼴뚜기는 멸치에도 끼이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지요.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소파에 널부러져 고향 어물전에서 보내준 꼴뚜기를 한 마리씩 입에 넣어 오물오물 먹으며 궁시렁거렸습니다.“이 맛있는 꼴뚜기를 망신스럽다는 말까지 하며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은 어물전 주인이 꼴뚜기를 독식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어. 속으로 이랬겠지. 니들이 꼴뚜기 맛을 알아?”멸치에서 ‘망신스런 꼴뚜기’가 솎아내어지지만, 멸치라고 해서 품격이 높은 어물로 대접받는 것은 아닙니다. 멸치가 제사상에 오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멸치의 ‘멸’자가 업신여길 멸(蔑)자라는 말도 전해집니다.멸치는 떼로 몰려다닙니다. 몸집이 작으니 뭉쳐서 한 덩어리로 삶을 꾸려가는 것인데, 삼치나 고등어에 쫓기는 멸치떼를 보면 단독자 멸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큰 물고기에 쫓기다가 갯바위에까지 튕겨져 나와 파르르 떨며 생을 마감하는 멸치도 있습니다.멸치는 죽어서도 집단으로 조리기구에 투하됩니다. 국물을 낼 때에도, 볶아질 때에도 단독자 멸치는 없습니다.멸치가 단독자로서의 존재 가치를 드러낼 때가 있기는 합니다. 커다란 멸치로 담근 젓갈을 드셔보신 적이 있는지요. 멸치 젓갈을 접시에 놓고 젓가락으로 살살 바르면 머리와 등살, 뱃살, 내장, 뼈, 심지어 꼬리지느러미까지 그 맛이 제각각임을 알게 됩니다.남해에 꼴뚜기가 있다면 서해에는 주꾸미가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러니까, 주꾸미가 제사상에 오르는지요? 주꾸미도 어물전 망신시키는 놈은 아닌지 주꾸미 산지에 사시는 분들은 댓글 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꾸미는 문어와 낙지 비슷한데, 그것들에 비해 작고 못생겼습니다. 문어와 낙지에 비해 쉽게 잡히는 편입니다. 주꾸미라는 이름에서조차 서자의 설움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그런데, 주꾸미가 어느 순간에는 문어나 낙지보다 맛있습니다. 봄 주꾸미는 몸통에 감칠맛을 품고 있는데, 푹 삶은 몸통을 꾹꾹 눌러 씹으면 먹물의 비릿한 쓴맛 너머로 감칠맛이 스멀스멀 황홀하게 퍼집니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한철이 있습니다. 다만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문제입니다.꼴뚜기, 멸치, 주꾸미 외에 하찮은 바닷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요. 도루묵도 하찮고요, 양미리도 그렇네요. 망둥이도, 보리멸도, 놀래미도, 물가자미도, 짱뚱어도 하찮아 보일 수 있겠네요.저는 바닷가 도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8할은 바닷것에서 왔을 것입니다. 바닷것 어느 하나도 하잖은 것은 없습니다.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에서 톱이라고 합니다. 바닷것이 없으면 한국인은 못 삽니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함께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적으로 안전한 오염수이면 우리 하잖은 것들이 사는 바다에 방류하여 불안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땅에서 식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귀하게 사용하는 게 합리적입니다.고향 어물전에서 보내준 꼴뚜기를 거의 다 먹어갑니다.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의 꼴뚜기입니다. 하잖은 꼴뚜기를 다음 해에, 또 다음 해에도, 또또 다음 해에도 먹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023.09.07 07:07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백석과 동해에서 노는 법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가곡 ‘가고파’입니다. 이은상의 그 잔잔한 고향 바다는 제 고향 바다이기도 합니다. 다도해의 마산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합니다.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에 동해를 처음 보았습니다. 수평선을 처음 보았습니다. 파도 끝자락이 깨져서 자잘한 물방울로 흩어지는 광경을 처음 보았습니다. 저는 동해에 빠졌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이주하고 여름에는 무조건 동해로 내달렸습니다. 이제는 동해가 내 고향 바다 같습니다.동해에서 맛을 들인 음식이 여럿 있습니다. 오징어와 가자미와 도치와 도루묵과…. 그 중에 저는 조개를 으뜸으로 칩니다. 조개는 황해가 유명하긴 합니다. 황해는 갯벌 조개이고 동해는 모래 조개입니다. 서식지의 차이 때문인지 두 바다에서 나는 조개 맛이 크게 다릅니다. 황해 조개는 진하고 무거우며, 동해 조개는 맑고 가볍습니다. 동해의 고운 모래 속에는 접시조개, 가리비, 개조개, 명주조개, 민들조개, 섭 등이 삽니다. 시인 백석이 동해를 여행하면서 남겨놓은 글이 있습니다. 1938년 6월 7일자 동아일보입니다.“동해여! 오늘 밤은 이러케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 (중략) 이러케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날미역 내음새를 맡으면 동해여 나는 그대의 조개가 되고 싶읍네. 어려서는 꽃조개가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늙어서는 강에지조개가. 기운이 나면 헤를 빼어물고 물속 십리를 단숨에 날고 싶읍네. 달이 밝은 밤엔 해정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래기를 하고 싶읍네. 궂은비 부실거리는 저녁엔 물 우에 떠서 애원성이나 불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인함박 같은 물바닥을 오르락나리락하고 놀고 싶읍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정말 조개가 되고 싶은 것은 잔잔한 물밑 보드러운 세모래 속에 누워서 나를 쑤시려 오는 어여쁜 처녀들의 발뒤굼치나 쓰다듬고 손길이나 붙잡고 놀고 싶은 탓입네.(후략)” ‘자연계와의 대화집/동해’맥고모자는 밀짚모자입니다. 멋쟁이들이 쓰는 여름 모자입니다. 삐루는 맥주입니다. 여름에 동해에 놀러와서 맥주를 마시고 거리를 거니는 백석이 자신은 조개가 되면 좋겠다고 고백합니다. 그냥 조개가 아니라 ‘그대의 조개’입니다. ‘나를 쑤시려 오는 어여쁜 처녀들의 조개’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꽃조개, 명주조개, 강에지조개. 명주조개는 익숙한 분들이 제법 있을 것인데, 꽃조개와 강에지조개는 낯설 것입니다. “어려서는 꽃조개가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늙어서는 강에지조개가” 한 것을 보면, 나이가 들면서 몸도 자랄 것이니, 크기순으로 꽃조개, 명주조개, 강에지조개를 나열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꽃조개는 민들조개, 강에지조개는 개조개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봅니다.민들조개는 동해에서 해수욕을 할 때 발에 밟히는 작은 조개입니다. 무늬가 다양하고 예쁘니 꽃조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개조개는 대합처럼 생긴 큼직한 조개입니다. 갈색에다 골이 져 있으니 ‘늙은 조개’로 보입니다. 동해의 맑은 바다를 가장 닮은 것은 명주조개입니다. ‘해정한 모래장변’에 꼭 어울리는 때깔을 하고 있지요.명주조개의 공식 명칭은 개량조개입니다. 명주조개는 남해와 황해에서도 삽니다. 충청권에서는 밀조개, 전북권에서는 노랑조개, 부산과 경남권에서는 명지조개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같은 종류의 조개라고 해도 사는 지역이 다르면 때깔과 맛도 달라집니다. 동해에서도 고성 지역의 명주조개는 그 색깔과 맛이 확연히 다릅니다.명주조개는 삶을 때는 살짝 데치듯이 해서 먹어야 하고, 구이를 할 때에는 “딱” 하고 입을 벌린 바로 그 순간에 먹어야 합니다. 명주조개를 먹다 보면, 백석이 왜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되겠다고 했는지 짐작을 하게 됩니다. 살색은 화사하고 맛은 경쾌합니다. 백석에게 명주조개는 청년으로 보였을 것입니다.동해에 놀러가면 저는 조개부터 구합니다. 조개를 굽거나 삶아놓고 맥주를 한잔 따라서는 백석의 저 글을 읽습니다. “놀고 싶읍네” 하고, 동해에 사는 백석에게 말을 건넵니다. 2023.07.27 08:18
해외축구

이강인이 사라졌다… 허벅지 부상 여파→日 첫 훈련 불참→호날두와 만남 불발?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결국 일본 투어 첫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른쪽 허벅지 부상 여파가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프랑스 매체 레키프는 24일(한국시간) “네이마르가 일본 첫 세션을 모두 소화했다”는 제하의 기사로 PSG 선수단의 훈련 참가 여부를 알렸다. PSG는 아시아 투어 시작부터 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매체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코치진은 역동적인 세션을 진행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와 그의 팀 동료들은 이른 오후 오사카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저녁부터 한 시간 반 이상 훈련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PSG는 오전 훈련을 포함해 하루 두 차례 트레이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강인에 관한 소식도 다뤘다. 매체는 “이강인은 훈련하지 않았다”며 “훈련은 강렬했다. 네이마르는 전체 훈련 세션에 참여했고 하프 발리슛으로 멋진 골을 넣었다. PSG가 아시아 투어 기간 치를 네 차례 평가전 중 몇 분이라도 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의 이강인은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름 이적시장 기간 PSG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은 지난 22일 르아브르 AC(프랑스)와 친선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그는 비공식 데뷔전이었지만, 날카로운 패스와 플레이 메이킹 능력 등 장점을 가감 없이 뽐냈다. 그러나 전반 43분 악재가 발생했다. 이강인이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교체체로 물러났다. 이후 그의 몸 상태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PSG가 방한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강인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우려를 씻었다. PSG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는 선수단 단체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강인이 네이마르 옆에서 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울러 몇몇 부상자는 파리에 남은 터라 이강인이 일본으로 향하는 자체에 ‘부상이 크지 않다’는 안도 섞인 반응이 나왔다. 물론 추측이었다. PSG 소식에 정통한 압델라흐 불마 기자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강인이 투어 기간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부상 정도를 알 수 없으며 프리시즌 경기에 나설지도 미지수라는 뜻이다. 물론 심각한 부상은 아니기에 일본으로 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PSG가 일본 오사카 도착 후 공개한 영상 속 이강인은 문제없이 걸었다. 햄스트링 통증이 있다면 걸을 때 절뚝일 수도 있는데, 불편한 기색 없이 거동했다. 오사카 공항 도착 후 운집한 팬들에게 환대받은 이강인은 여느 때와 같이 사인을 해주는 등 특급 팬 서비스도 선보였다. 다만 첫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기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PSG는 25일 오후 7시 20분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전에 임한다. 알 나스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몸담은 팀이다. 국내 팬들은 이강인과 호날두의 대결을 기대했는데,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이강인의 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PSG 입장에서도 2023~24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인 만큼, 굳이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시킬 이유가 없다. 최대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구단의 과제다. PSG 토크는 “PSG는 두 선수(이강인과 네이마르)의 몸 상태가 100%가 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훈련에 임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팬들의 시선은 한국 일정으로 향한다. PSG는 알 나스르전 이후 28일 세레소 오사카(일본) 내달 1일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격돌한 후 방한한다. 8월 3일 부산에서 전북 현대와 친선전을 치른다. 이강인의 이적이 확정된 후 PSG가 급히 추가한 일정이다. PSG 입장에서 전북전은 사실상 이강인을 위한 무대다. 한국 팬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동시, 슈퍼스타인 이강인을 활용해 한국 시장 개척에 힘쓰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부상 여파로 이강인이 전북전에도 출전하지 못한다면 PSG의 계획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PSG 유니폼을 입고 피치를 누비는 이강인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내 팬들 역시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인이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열흘 안에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햄스트링 통증은 대개 수주의 회복기가 필요하다. 네이마르의 출전 가능성은 국내 팬들에게 낭보다. 지난 3월 발목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네이마르는 지금껏 재활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르아브르와 프리시즌 경기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아직 실전을 치를 상태가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애초 현지에서는 네이마르의 그라운드 복귀 시점을 9월로 점쳤다. 예정대로라면 일본, 한국에서 네이마르를 못 볼 가능성이 매우 컸던 셈이다. 그러나 네이마르가 호조의 회복세를 보이면서 출전 가능성이 커진 분위기다. 훈련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면서 알 나스르전을 포함해 일본에서도 피치를 밟을 공산이 커졌다. 이강인만 회복한다면, 국내에서도 네이마르와 이강인의 조합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이강인과 네이마르는 국내에서 벌써 ‘단짝’으로 불린다.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1-4 패)을 마친 후 네이마르와 유니폼을 교환한 이강인은 PSG 입단 후에도 그와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함께 실내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고, 이후에도 훈련장에서 이강인이 네이마르를 껴안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일본 투어에서도 늘 네이마르 곁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이강인은 오사카 도착 후에도 네이마르 뒤에 붙어 비행기에서 내렸다. 국내 팬들은 피치 위에서의 이강인과 네이마르의 호흡을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PSG 간판스타인 킬리안 음바페는 이번 투어에서 빠졌다. 현재 이적을 두고 구단과 마찰을 빚고 있는 탓이다. PSG와 계약이 2024년 6월에 만료되는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원한다. 이적 기간을 채우고 FA로 레알 유니폼을 입는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PSG는 음바페와 동행을 바란다. 이적료 수익 없이 공짜로는 절대 놔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견해차가 매우 큰 상황이라 2023~24시즌 개막 전 결별할 가능성도 적잖다. 이미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이 연봉 2억 유로(2864억원)의 ‘메가 딜’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음바페는 레알 이적만을 열망하고 있다. 이강인과 음바페 조합이 그라운드에서 만드는 합작은 시즌 시작 후에도 못 볼 가능성이 더 크다.PSG는 예정된 아시아 투어를 마친 후 2023~24시즌에 돌입한다. 13일 로리앙FC와 프랑스 리그1 홈 개막전을 시작으로 툴루즈FC, RC 랑스, 올림피크 리옹과 차례로 맞붙는다. 이강인의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여부에 따라, 리옹전 이후 PSG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한동안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김희웅 기자 2023.07.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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