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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원조 파이어볼러' 엄정욱 "부드럽고 간결한 문동주 나보다 한참 위"

지난주 프로야구 최고의 이슈는 문동주(20·한화 이글스)의 구속이었다.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1회 160.1㎞/h 직구를 포수 미트에 꽂았다. 국내 투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KBO리그 공식전에서 160㎞/h의 벽을 깼다. 문동주의 투구를 흥미롭게 지켜본 야구인이 많은데 엄정욱(42) 파이어볼 아카데미 감독도 그중 하나다. 엄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동주가 나보다 한참 위인 거 같다"며 웃었다.엄정욱 감독은 '문동주의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다. 선수 시절 자타공인 '파이어볼러'였던 그는 2003년 한화 이글스전에서 158㎞/h 강속구를 던졌다. 그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선 비공인 160㎞/h를 스피드건에 찍기도 했다. 문동주 이전 '공식전 160㎞/h'에 근접했던 그는 "문동주가 던지는 걸 봤는데 너무 좋더라. 투구 폼도 나쁘지 않고 (속구를 뒷받침하는) 커브도 위력적"이라면서 "올해 재능 기부하려고 (문동주가) 아카데미에 한 번 왔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응원하게 된다. 투구 폼을 보면 문동주는 오랫동안, 잘 던질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엄정욱 감독은 2014년 은퇴했다. 그의 통산 성적은 171경기, 20승 18패 14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11. 성적에서 알 수 있듯이 선발과 중간, 마무리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였다. 하지만 서른셋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니폼을 벗었다. 강속구를 던지긴 했으나 몸이 오래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2006년 어깨와 팔꿈치에 모두 칼을 댔고 성공적으로 복귀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그는 2012년 두 자릿수 홀드(12개)를 따내기도 했지만, 반복된 부상에 시달렸다. 그렇게 '공식전 160㎞/h'는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엄정욱 감독은 "(선수 시절) 팔꿈치를 3번, 어깨를 1번 수술했다. 수술 후에는 캐치볼을 하더라도 몸이 잘 풀리지 않더라. 어느 정도 통증을 참고 던졌다"며 "가끔 아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내가 잘못한 거여서 후회는 없다"고 돌아봤다.문동주의 투구를 보면서 경계한 것도 '부상'이다. 구속에 욕심을 내다보면 자칫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엄정욱 감독은 "유소년 개인 지도를 하다 보면 선수들의 몸이 너무 뻣뻣하더라. 운동을 많이 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일본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보면 기본적인 걸 탄탄하게 한다"며 "운동량도 많이 차이 난다. 프로야구 2군 얘길 들어봐도 투수들의 투구 수가 적은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운동으로 회복하는 걸 배워야 하는데 다른 걸 하려고 하는 선수들이 많아 답답하기도 하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투구 스피드에 대한 프로야구 안팎의 관심이 커졌다. 엄정욱 감독은 "제구가 구속보다 먼저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구속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큰 무대(메이저리그)를 가려고 해도 문동주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같은 강속구 투수들의 진출 확률이 높지 않나. 구속이 관심받는 건 좋은 현상인 거 같다.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혼도 나고 그랬지만 WBC에서 세계 무대와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달은 게 좋은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반겼다. 강하게 던지는 게 능사가 아니다. 강속구를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엄정욱 감독은 "(구속을 높이려면) 러닝이나 가동성 훈련 같은 걸 잘해줘야 한다. 최근에 핫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훈련 영상을 봐도 힘만큼 강조되는 게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엄 감독은 프로 첫 스프링캠프에서 152㎞/h를 기록했다. 어렸을 때부터 구속에 자신 있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더 향상했다. 프로 2년 차인 문동주의 구속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는 다각도로 문동주를 관리하고 있다. 당장의 구속 향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입단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문동주는 그렇게 자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투구 폼을 찾는 거다. 엄 감독은 "문동주는 폼이 너무 좋아서 안 다칠 거 같더라. 그만큼 부드럽고 간결하다"며 "지금처럼 부상 없이 롱런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4.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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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느림'이 빚은 문동주 '160.1㎞' 광속구

마침내, 드디어 한국야구가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지난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1회 말 박찬호 타석에서 시속 160.1㎞(스포츠투아이 기준) 강속구로 3구 삼진을 잡았다. 장내 전광판에는 시속 159㎞가 찍혔고, 중계 방송사 구속에는 시속 161㎞가 나왔다. 마흔두 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의 역사에서 한국인 투수가 시속 160㎞ 공을 던진 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최대성(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2012년 9월 7일 한화전에서 기록한 시속 158.7㎞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지난해 9월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속 158.4㎞를 던져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기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자체 스피드건으로 최고 시속 163㎞까지 찍은 바 있다. 임창용 역시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 마의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 2009년 5월 15일과 16일 한신 타이거스전에 등판했던 임창용은 2경기에서 모두 최고 시속 160㎞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에서는 전 SK 와이번스(현 SSG) 투수 엄정욱이 2군(퓨처스리그)에서 최고 시속 163㎞를 기록했으나 공인 기록은 아니었다. 걸출한 레전드들도 닿지 못한 고지에 스무 살 투수 문동주가 도달했다. 문동주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지난 2022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3학년 때 이미 최고 시속 154㎞를 기록한 최대어였다.광속구를 던진 바탕에는 유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문동주의 부친 문준흠 육상 감독은 투척(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도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을 맡고 있다. 문 감독은 아들 문동주에게 해머 대신 강속구를 던지는 어깨와 건장한 체격(1m88㎝·97㎏)을 물려줬다.유전이 전부가 아니다. 아버지의 영향은 오히려 멘털에서 드러났다. 광주화정초 코치와 고교 사령탑으로 그를 지켜본 오철희 진흥고 감독은 "동주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체육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해력이 뛰어났다. 성실하고 착한 인성도 아버지로부터 좋은 부분만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 오철희 감독은 "초등학교 때 동주는 기본기가 참 좋은 선수였다. 유연성이 뛰어났고 기본기가 확실했다"면서도 "무등중 시절 성장이 더뎠다. 근력이 약해 빛을 보지 못했다. 입학 당시 구속이 시속 130㎞대 중반 정도였다"고 떠올렸다.진흥고 진학 후 본격적으로 꽃이 폈다. 입학하기 3~4개월 전 진흥고에 합류한 문동주는 하체부터 다졌다. 오철희 감독은 "당시 동주가 성장판이 덜 닫힌 상태였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하체 운동과 보강 훈련에 집중했다"고 전했다.오철희 감독은 "중학교 때 많이 던지지 못했으니 선수도, 부모님도 욕심이 날 법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두르지 않았다. 부모님은 고등학교 1학년만 야구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며 아들을 믿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지켜본 그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동주도 그에 따라 차분하게 훈련을 따라줬다"고 설명했다.대신 지식과 멘털을 키웠다. 문동주는 서한중 당시 진흥고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이론 훈련과 부상 방지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오철희 감독은 "그때 받은 수업이 강한 어깨를 만든 데 보탬이 된 것 같다. 동주가 중학교 때 또래 친구들에 밀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고교 때는 기를 펼 수 있게 도왔다. 당시 에이스였던 김윤식(LG 트윈스)의 투구를 보면서 멘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대어 문동주가 만들어졌다. 고교 2학년 때 최고 시속 148㎞를 기록한 그는 3학년 때 드디어 전국구 에이스가 됐다. 그러나 연고팀 KIA는 1차 지명에서 또 다른 최대어 유격수 김도영을 선택했다.연고 지명 대신 전국 지명을 선택한 한화 스카우트팀은 쾌재를 불렀다. 당시 대형 투수 지명이 간절했다고 떠올린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문동주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선수였다. 신체 능력치도 좋고 피칭 메커니즘도 부드러웠다. 안 좋을 이유를 찾는 게 힘든 선수"라며 "고등학교 입학 후에야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는데 매해 구속이 빨라졌다. 몸도 계속 성장했다. 2학년 때는 스피드만 빨랐는데, 3학년 때는 구속도 더 오르고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최하위 팀 입단이 문동주의 발목을 잡게 된 건 아닐까. 오철희 감독은 오히려 한화의 공을 치켜세웠다. 오 감독은 "한화의 공이 정말 크다. 한화는 지명 당시 '우리는 미래를 보고 선수단에 투자한다. 당연히 1군에서 기용하겠지만,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그대로 지켜주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한화는 단 한 번도 서두르지 않았다. 12월생인 점, 전업 투수 경험이 짧은 점, 청소년 대표팀을 뛴 점까지 고려해 1군 스프링캠프 대신 2군 캠프에서 재활 훈련과 휴식을 우선했다.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했고, 시즌 중 부상을 입자 회복 기간도 최대한 길게 잡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구단은 문동주에 대해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다뤘다. 동주 같은 선수는 현장에서 임의로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투구 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구단과 논의해 밸런스만 조금 잡았다"고 전했다.최원호 감독은 "보통 투수는 20대 중반까지 매년 근력이 상승한다. 프로에 와 고등학교 때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관리를 받으면 근력이 증가한다. 동주는 증가 폭이 큰 편"이라며 "투구 동작에서도 끊김 없게 연결 동작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다리를 들고 나가는 스트라이드 과정도 밸런스가 좋다. 입단 당시에는 공을 뿌리는 시점에서 축을 형성하는 앞다리의 힘이 약했는데, 지금은 보완돼 지지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바이오 메커닉으로 보면 투구 동작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설명했다.최원호 감독은 "과거에는 지도자 성향에 따라 투수의 폼을 많이 손대는 경우가 많았다. 잘된 케이스도 있지만, 잘 풀리지 않은 케이스가 훨씬 많았다. 정민철 전 단장과 나는 신인 투수가 입단했을 때 밸런스를 잃어버렸거나,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 게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시속 160㎞는 문동주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올 시즌 1승 1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인 그는 사실상 한화의 에이스다. 최원호 감독은 "1~2년 정도 경험하면 운영 능력이 향상될 거다. 20대 중반 정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민혁 팀장도 "대한민국 1선발로 클 투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너무 훌륭하다. 후배들이 동주를 롤 모델로 삼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제2의 문동주도 나올 수 있을까. 이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에 완패한 한국 야구 전체의 숙제다. 문동주가 더 성장하고, 그와 경쟁할 투수들이 나와야 한국 야구의 체질이 강해질 수 있다. 오철희 감독은 "어디에서 훈련해도 기본적인 기술 훈련은 비슷하다. 대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려면 이론 공부도 필요하다. 동주도 서한중 코치와 연구도 하고, 다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게 큰 자산이 됐다. 앞으로 지도자와 선수들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더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호 감독은 "좋은 기술과 하드웨어를 가진 선수를 영입하고, 이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분석해 장기 로드맵으로 이끄는지가 중요하다. 20대 초반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혹사를 막고 20대 중반에 정점을 맞게 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4.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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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투수" 이정후가 알아본 '될성부른 떡잎' 안우진

"이런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팀 동료이자 1년 후배 안우진(22)을 두고 한 말이다. 안우진은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17번의 선발 등판에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3회로 국내 선발 투수 중 1위. 피안타율(0.185)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6)도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삼진은 125개를 잡아내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129개)에 이은 리그 2위, 9이닝당 탈삼진은 10.10으로 1위였다. 안우진의 강점은 '구속'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안우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52.5㎞/h. 슬라이더 평균 구속도 141.5㎞/h로 빠르다. 2018년 입단 당시 오른손 파이어볼러로 기대가 컸는데 들쭉날쭉했던 제구가 잡히면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언터처블'이 됐다. 송신영 키움 투수 코치는 "좋은 구위에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까지 좋아지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더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후는 안우진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는 "우진이는 야구를 가장 오래 같이 한 동료"라며 "완전 아기였을 때부터 봤는데 이런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잘했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정후는 안우진의 휘문고 1년 선배. 두 선수는 2016년 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휘문고의 우승을 합작한 투·타 주역이었다. 이정후가 2017년 1차 지명, 안우진이 2018년 1차 지명으로 각각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서 행보는 엇갈렸다. 이정후가 2017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안우진은 1군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프로 데뷔도 하기 전에 휘문고 재학 시절 야구부 후배 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안우진이 본격적으로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10년. 그해 13홀드를 따내며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선발로 전환한 지난해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8승을 올렸다. 이정후는 "(지금은)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좀 늦지 않았나, 너무 늦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최고의 투수다. 한국(KBO리그)에서 가장 구속이 빠른데 그 구속을 경기 끝날 때까지 유지한다. 변화구도 한두 개 던지는 게 아니라 세 가지(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를 완벽하게 던진다"고 극찬했다. 안우진은 전반기에 상대 팀 에이스와 자주 맞붙었다. 시즌 첫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루친스키, 윌머 폰트(SSG 랜더스)를 차례로 만났다. 이밖에 고영표(KT 위즈) 원태인(삼성) 구창모(NC)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과도 자웅을 겨뤘다. 이정후는 "작년까진 좀 불안했다. 안우진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지금은 누구와 붙더라도 매치업이 우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1선발을 상대해도 질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키움은 전반기 87경기에서 54승(1무 32패)을 따냈다. 선두 SSG에 4.5경기 뒤진 2위다. 안우진의 후반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정후는 "(지금 성적으로는) 부족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발전해야 한다"며 "선수라면 당연히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 잘하고 싶어하는 선수여서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7.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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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안우진, '괴물' 류현진의 길을 걷는다

'악동'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시즌 200탈삼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O리그에서 국내 투수가 이 기록을 달성한 건 2012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5·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마지막이다. 안우진은 지난 1일 KT 위즈전에서 탈삼진 9개를 추가, 리그 탈삼진 선두(49개)로 올라섰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45개)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44개)를 따돌리고 타이틀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2일까지 40탈삼진 고지를 돌파한 리그 국내 선발 투수는 안우진뿐이다. 탈삼진 페이스가 가파르다. 안우진은 시즌 6번의 선발 등판에서 경기당 탈삼진 8.1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규정이닝 투수의 평균 선발 등판 횟수가 28번이라는 걸 고려하면 약 180탈삼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술적으로 200탈삼진을 넘어 220탈삼진까지 가능하다.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200탈삼진은 총 14번 나왔다. 장명부(1983) 최동원(1984, 1986~87) 김시진(1985) 선동열(1986, 1988, 1991)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투수 10명만 달성했다. 2020년 댄 스트레일리(롯데)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가 200탈삼진을 정복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외국인 투수. 국내 투수의 200탈삼진은 2012년 류현진, 오른손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996년 정민철 이후 명맥이 끊겼다. 한 시즌을 부상과 부진 없이 소화해야 하고 강력한 구위까지 뒷받침돼야 가능한 대기록 중 하나다. 안우진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데뷔 첫 시즌이던 2018년 9이닝당 탈삼진 10.02개를 기록했다. 이듬해 8.15개로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10.25개, 지난해 9.20개로 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이 수치를 커리어 하이인 11.92개까지 끌어올렸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직구(패스트볼)와 시속 140㎞대 고속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지난달 14일 NC전에선 7회 오영수 상대로 시속 156.1㎞ 강속구를 던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국내 선발 투수가 7회 이후 156㎞ 이상 강속구를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안우진은 올 시즌 패스트볼 구속과 제구가 모두 좋아졌다. 패스트볼 구속이 향상되면 변화구 구속도 올라간다. 안우진도 마찬가지"라며 "위력적인 공을 던지다 보니 상대 타자들이 어려워하고 마운드에서의 모습도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한 거 같다. 주자가 있더라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승부한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변수가 하나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가 중단 없이 운영된다.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개인 기록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우진은 논외다. 2018년 입단 당시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로 인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대한체육회 규정에서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지난달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총 172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리그에만 전념하게 됐다. 안우진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지난해 기록한 110개다. 그는 "삼진은 잡으려고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탈삼진 순위를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며 "시즌 150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5.03 06:00
야구

2018년 봄에 핀 신인들, 2020년 올림픽에도 희소식

새 얼굴들이 등장하자 기분 좋은 불꽃이 튄다.오랜 만에 대형 신인들이 나타나 KBO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T 강백호가 데뷔 첫 타석 홈런으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데 이어 삼성 양창섭이 28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데뷔전부터 승리를 따냈다. 롯데 한동희와 한화 박주홍처럼 개막하자마자 꾸준히 주전으로 기회를 얻고 있는 신인들도 있다. 개막 후 채 10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신인 춘추전국시대'를 예감하게 한다. 지난해 넥센 이정후가 등장해 고졸 신인 타자의 신화를 썼을 때만 해도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인'이라고 난리가 났다. 올해는 그보다 더 하다. 질적으로는 물론 양적으로도 풍부해졌다. 선발, 불펜, 내야, 외야를 가리지 않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들이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던 2년차 투수 윤성빈(롯데)까지 가세했다. 서울 지역 1차 지명에서 1순위로 선택된 넥센 안우진이 징계 문제로 아직 등판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올 시즌 얼마나 더 많은 특급 신인들이 나타나게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 KBO 리그엔 희소식이다. 한동안 대형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데뷔한 지 10년 가까이 된 기존 스타들이 여전히 그라운드를 주름 잡았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해외 리그로 떠나기도 했다. 대기만성형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긴 했지만, 리그 판도를 바꿀 만한 스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올해 신인들에겐 이전과 다른 기대가 쏟아진다.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때마침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터라 더 그렇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지막 야구 금메달을 목에 건 팀이다. 그때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한 선수들이 바로 데뷔 1~2년 차인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이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괴물 신인' 류현진(LA 다저스)은 데뷔전도 그 누구보다 위력적으로 치렀다. 그해 4월 12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한 19세 고졸 신인은 첫 경기에서 7⅓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역대 데뷔전 최다 탈삼진도 기록했다. KBO 지형을 뒤흔든 '괴물'의 등장을 알렸다.한 해 늦게 입단한 김광현도 강렬했다. 정규시즌 프로 데뷔전에선 삼성 양준혁에게 홈런을 얻어 맞으며 고전했지만, 그해 가을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날아 올랐다. 시즌 3승을 올린 고졸 신인 투수가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고,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선사했다. 그렇게 태동을 알린 류현진과 김광현은 베이징에서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류현진과 김광현과 같은 선수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올해 신인들 역시 충분히 출발이 좋았다. 앞으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기회도 있다. 이미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는 성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해도 충분할 만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2018년 봄에 피어난 떡잎이 2020년 도쿄에서 어떤 결실을 가져올 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배영은 기자 2018.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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