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스타] 드디어 타율 1위, 12년 만에 포효하는 '포스트 이승엽'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이 데뷔 12년 만에 첫 타격왕에 도전한다.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구자욱의 여름 방망이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구자욱의 올 시즌 타율은 0.337.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타율도 0.443으로 단연 1위다. 그의 타격감은 식을 줄 모른다. 타율 2위 길레르모 에레이아(SSG 랜더스)와는 5리 차(0.332)가 난다. 최근 10경기 타율 0.452를 기록 중인 구자욱이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 구자욱으로서는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첫 타격왕 도전이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해 2015년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구자욱은 1군 데뷔 시즌 타율 0.349를 기록할 만큼 맹타를 휘둘렀다. 단번에 그는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떠올랐다. ‘라이온킹’ 이승엽의 은퇴와 맞물려 ‘포스트 이승엽’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하지만 구자욱은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 2할대 후반에서 3할대 초반의 타율을 꾸준히 기록했지만 리그를 지배할 정도는 아니었다. 타이틀과 인연도 없었다. 2021년 득점왕(107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듬해인 2022년엔 ‘비FA(자유계약선수)’로서 5년 최대 120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맺었고 리그 연봉 1위(2023년 20억원)에 올라섰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펼치지는 못했다. 절치부심한 구자욱은 지난겨울 피나는 노력을 했다. 기본기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신인급 선수들만 참가하는 마무리캠프를 자청해서 참여했고, 강도 높은 훈련을 군소리 없이 버텨냈다. 구자욱은 “야구에 정답은 없다. 여러 가지 시도를 끊임없이 해서 내게 도움이 되는 걸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결정을 돌아봤다.
피나는 노력 끝에 구자욱은 올 시즌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그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예전엔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홈런 욕심 대신 정확하게 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홈런 욕심을 지워내면서 커리어 내내 따라다니던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부담감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는 “2루타도 장타지 않나. 2루타 2개는 홈런이라고 생각하고 콘택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앞까지 다가온 타격 1위의 타이틀. 하지만 구자욱은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라고 말했다. “팀의 반등이 최우선이다”라고 욕심 없는 자세를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구자욱이 살아나면서 삼성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자욱이 부상(왼 햄스트링)에서 돌아온 7월 이후 삼성도 5할 승률(13승12패1무)을 유지하며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까지 승률 3할대(0.380)에 허덕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불가능해 보였던 탈꼴찌도 눈앞이다. 구자욱의 포효와 함께 주눅 들었던 사자들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윤승재 기자
2023.08.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