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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에 흥국생명까지…겁에 질린 채권시장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시장의 자금순환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흥국생명이 콜옵션(조기상환)을 미행사하겠다고 결정한 지 하루 만에 DB생명도 오는 13일 예정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연기했다. 흥국생명은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은 이자율 연 4.475%에 만기 30년짜리였다. 이 채권에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이 권리를 행사했다. 즉, 만기는 30년이지만 사실상 5년짜리 채권으로 생각하고 돈을 빌려주는 셈이었다. 하지만 5년이 되는 오는 9일 흥국생명이 이 채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실시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미행사한 이유는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해야 하는 새 신종자본증권(3억 달러)의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상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페널티가 부과돼 현재 4.475%인 금리가 연 6.742% 수준으로 높아지지만, 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배에 가까운 연 12% 안팎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최근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업계는 흥국생명이 채무불이행한 것이 아니니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으로 가뜩이나 겁에 질린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심을 더 키웠다고 우려한다. 나아가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DB생명은 해외 발행이 아닌 국내 발행 건으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다. 또 해당 투자자가 소수인 데다 유통되는 물량이 아니어서 채권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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