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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한양행, 렉라자에 힘입어 역대 분기 최대 실적 기록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28일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690.6% 증가한 545억원이라고 공시했다. 매출은 5850억원으로 같은 기간 24.8% 늘었다. 순이익은 약 237억원으로 85.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분기 최고 실적이다.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미국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앞서 8월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올해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레이저티닙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의 원개발사 배분 및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한 기술 도입비의 영향을 받았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이 기간 생활건강사업부와 해외사업부 매출이 각각 약 674억원, 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19.6% 성장했다.약품 사업 매출은 약 3478억원으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의대 증원을 둔 의정 갈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약품 사업의 경우 만성질환 품목이 다수를 차지하고 렉라자의 국내 처방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연내 목표인 매출액 2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0.28 17:01
산업

유한양행, 빅파마 등에 업고 꿈의 '1조 블록버스터' 청신호

유한양행이 항암제 시장의 높은 벽을 허물고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항암제 분야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어낸 유한양행은 빅파마와 손을 잡고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향행의 FDA 승인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와 상용화까지 연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FDA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J&J)의 표적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을 승인했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된 것이다. 국내외 항암제 시장의 문턱이 매우 높은데 유한양행이 터닝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렉라자가 국내 최초 ‘1조원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우뚝 설 수 있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뒤따른다. J&J는 이번 FDA 승인에 따라 해당 병용 요법이 향후 최대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표준 치료제로 꼽히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7조700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1조원 블록버스터’는 결코 꿈이 아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독이 아닌 병용 요법이라 아쉬움은 있지만 매출을 두 개사에 나누더라도 충분히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항암제 시장은 빅파마들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항암제를 수입해 판매하거나 제네릭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오리지널 신약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올해부터 국내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는데 1분기 매출이 200억원에 근접하는 등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렉라자는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J&J의 역량을 고려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한국의 FDA 승인 신약은 미국 시장에서의 영업·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으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도 SK가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자체 영업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렉라자의 경우 세노바메이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항암제 시장의 치료제인 데다 미국 네트워크를 완벽히 갖춘 J&J가 영업한다는 측면에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J&J는 지난해 말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해당 치료제를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 신청했고, 올해 초 중국·일본에도 신청한 상태라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J&J 측은 유럽도 연내 승인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 아무리 길어도 1년 안에 허가가 나는데 이번 FDA 승인이 아무래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8.23 07:00
산업

유한양행 렉라자 FDA 승인, "국내외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얻었다. FDA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표적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지난 2월 FDA가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지 약 6개월 만이다.앞으로 렉라자에 대해 약가 산정 등 미국 진출을 위한 세부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J&J가 이번 FDA 승인에 따라 해당 병용 요법이 향후 최대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신약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2∼3개월 내 출시됨에 따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치료제는 연내 미국 출시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료제가 출시될 경우 유한양행은 J&J로부터 60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자체 임상을 거쳐, J&J의 자회사인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국내 제외)를 12억55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다시 수출했다.유한양행은 현재까지 계약금 5000만 달러, 개발 단계별 기술료 1억 달러를 받은 바 있다. 남은 11억500만 달러는 다른 국가에서의 신약 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라 추가로 수령할 예정이다. 상업화 이후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신약 허가 이후에는 국가별로 치료제 약가 산정·급여 적용 등 절차가 남아 있어, J&J 측에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할 전망이다. J&J는 지난해 말 FDA와 함께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해당 치료제를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 신청했으며, 올해 초 중국·일본에도 신청한 상태다.유한양행 관계자는 "J&J 측은 유럽도 연내 승인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길어도 1년 안에 허가가 나는데, 이번 FDA 승인이 아무래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FDA 승인을 받으면서 해당 분야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대항마로 떠오를지가 관심 거리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3세대 대표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유한양행은 이번 FDA 승인에 따른 기술료 수입을 활용해 후속 파이프라인(개발 중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렉라자는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사상 첫 1조원대 매출의 블록버스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축하 논평을 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8.21 15:51
경제

[제약 CEO] 조욱제 대표, '글로벌 유한양행' 새로운 100년 향한 첫 발

유한양행은 국내를 대표하는 제약사다. 제약업계 최초의 상장, 최초 1조원 매출 달성 등 무수한 업적을 남기며 순항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한국 기업 최초로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샐러리맨의 신화’가 가능한 유한양행에서 조욱제 대표이사가 22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100주년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조욱제 대표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역사적인 100주년 맞이, 새로운 100년 토대 1926년 창립된 유한양행은 2026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욱제 대표는 3년 임기지만 연임이 가능해 2027년 3월까지 유한양행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보통 3+3년 임기로 보면 된다. 지금까지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연임됐다. 경영성과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조욱제 대표로 100주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병원지점장 이사·ETC 영업·마케팅 상무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약품사업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에 이어 2017년 부사장에 임명된 뒤 올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뤘다. 조 대표는 “오랜 세월 몸담은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 조 대표의 색깔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2021년은 2020년 이미 수립된 사업 계획에 따라 흘러갈 전망이다. 조 대표의 경영 색깔은 올해 이후에나 또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레이트 앤 글로벌’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위대한 유한양행, 글로벌 유한양행을 향해 속도전을 내고 있다. 본래 ‘양행(洋行)’이라는 뜻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을 뜻한다. 출범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한 유한양행의 유일한 창업자의 못다 이룬 꿈 실현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적극적인 연구 개발, 투자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지난 1월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렉라자의 허가로 본격적인 시판이 전망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세대 폐암치료제인 렉라자는 지난 2018년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이 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이다. 얀센이 진행하는 글로벌 3상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유한양행’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회 분리 첫 시험 유한양행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매출 1조6199억원을 기록하며 전통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규모 순위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은 3위다.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222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고, 렉라자 등의 신약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렉라자는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유한양행에서 16년 만에 배출된 신약이다.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대한 시장 규모는 5억6900만 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결실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5년 미국 제노스코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 렉라자를 도입하면서 가치를 높인 바 있다. 렉라자의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기술수출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질 발굴부터 시작하는 신약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 등 리스크 요인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유한양행의 렉라자 같은 사례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자 신약 개발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또 유한양행은 좋은 약을 들여와 수익을 남기는 수완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신약과 다양한 파이프라인은 이정희 전 대표 시절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조 대표는 30개 이상으로 늘어난 유한양행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속도를 높이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유한양행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분리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지만 올해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신설되면서 분리됐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정희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조 대표와 함께 ‘글로벌 유한양행’을 향해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단시간 내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시스템이 이정희 대표 시절부터 연계되고 있다. 조 대표로서는 임기 내 추가적인 신약 개발의 결실을 맺어 유한양행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지배구조 개편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유한양행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신약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끌고 왔던 만큼 새로운 대표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4.02 07:00
경제

2년 6개월 만에 탄생한 국산신약, 유한양행 렉라자정

31번째 국내 신약이 탄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메실산염)을 국내 31번째 개발 신약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2018년 7월 허가 받은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 이후 2년 6개월 만에 국산 신약이다. 렉라자정은 특정 유전자(EGFR T790M)에 변이가 있는 진행성 폐암 환자 중 이전에 표적 치료제 'EGFR-TKI'로 폐암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이에 따라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렉라자정은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로, 정상 세포에는 독성이 적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양행은 2015년 렉라자정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해 물질 최적화,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거쳤다. 유한양행은 이번 제품을 치료적 탐색 임상시험인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시판 후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인 임상 3상을 수행한 것을 조건으로 허가 신청했다. 식약처는 신청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효과성, 시판 후 안전관리계획을 약사법에 따라 심사했다. 또 의료현장에서 폐암을 치료하고 있는 전문가 등이 포함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렉라자정의 허가 완결성과 제도 부합성에 대한 자문을 거쳐 최종 허가했다. 렉라자정 임상 논문의 제1저자인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허가가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1.18 16:10
경제

[제약CEO] 유일한 못다 이룬 ‘글로벌 유한양행’, 이정희가 이룰까

한국의 제약산업은 100년 역사를 가졌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3조원이다. 하지만 아스피린 같은 세계적으로 팔리는 약은 없다. 국내 제약사가 만드는 약은 대부분 국내에서만 유통된다.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가 1조2048억 달러(약 1418조원)고, 그중 1.6% 규모에 불과한 한국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사' 배출이 한국 제약업의 숙원이다. 국내 1위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적극적인 R&D 투자로 글로벌 신약 개발을 주도하며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일한 창립자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업주 경영철학으로 일군 존경받는 제약사 ‘대학생이 꼽은 국내 10대 좋은 기업.’ 유한양행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외부 평가를 압축한 수식어다. 그만큼 투명하고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투명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유한양행은 제약 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10대 좋은 기업(CEO스코어와 글로벌평판커뮤니케이션연구소 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유훈을 계속해서 이어나간 덕분에 얻은 평판이기도 하다.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은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한국 기업 최초의 전문경영인제 도입이라고 할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후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자체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오너가라 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 보유한 주식 지분이 0%. 다른 기업과 달리 투명한 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한재단이다.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매년 받고 있는 배당금 전액을 사회공헌 사업에 쓰며 사회 환원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런 창업주의 과감한 결단 덕분에 유한양행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가능한 직장이 됐다. 내부 직원이 임원이 되고 수장까지도 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이다. 1978년 입사한 이정희 대표도 2015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 기업을 이끌고 있다. 3년 임기의 대표이사직을 연임한 이 대표는 2021년 3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가 유일한 창업주에게 정표로 건넸던 버드나무 목각화가 유한양행을 널리 알리는 로고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은 무수한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싱싱하고 푸르게 성장했고, 2026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제약사 최초의 상장, 최초 1조원 매출, 최초 전 직원 스톡옵션 등의 무수한 과업들을 뒤로하고 이제 글로벌 제약사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화는 창립자의 못다 이룬 꿈이기도 하다. ‘양행(洋行)’이라는 뜻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을 뜻한다. 유한양행은 출범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했고,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 가까웠다. 일제강점기 시대임에도 미국 아보트사와 합작해 중국 대련, 만주 등에 해외 지사를 세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출장소가 있었고, 프랑스·영국·독일과 교류했고,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등 격동에 휩쓸리면서 해외 거점들이 흩어졌다. 이정희, 신약 개발로 글로벌 도전…올해 2000억원 이상 투자 유한양행은 다시 글로벌 기업 구축을 정조준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제약사 최초로 글로벌 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차별화된 신약 개발과 신규사업의 확대를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이고, 국내 1등을 넘어 위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세계시장에서 통할 파이프라인 확보와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에 연구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2020년 경영 목표에 대해 밝혔다. 그동안 유한양행의 행보는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볼륨 증대’였다. 전문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졌다.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로 자극받은 유한양행은 미래 먹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3조5000억원의 기술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연구개발 기조는 올해 더욱 강화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R&D 부문에 14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규모를 더 늘려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액 대비 13%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정희 대표는 “2026년이 100주년인데 여기에 맞추다 보니 투자가 대폭 늘었다. 이때쯤이면 제2의 도약을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며 “기술 수출에 따라 변수가 많아서 가늠이 힘들지만 2026년에는 적어도 4~5조의 매출 규모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신약은 레이저티닙(lazertinib). 임상3상 시험을 승인받아 올해 전 세계 17개국에서 임상 시험을 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3상 시험에 성공하면 이르면 올해 내 국내에서 레이저티닙의 판매가 가능할 수도 있다. 해외 판매는 3~4년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시험의 첫 시작을 국내에서 실시하고 380명의 환자를 모집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얀센바이오테크와 기술 수출을 계약했다. 최대 12억55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지만 계약금은 5000만 달러로 그리 크지 않다. 나머지 금액은 특정 조건이 성립될 때마다 받게 된다. 유한양행 측은 “2016년 당시 중국 제약기업 뤄신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기술 수출 계약을 했는데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다국적 기업인 얀센과 계약했기 때문에 상용화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표적 치료제다. 폐암 환자 중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80~90%에 달한다. 국내 암 사망률 1위가 바로 폐암이다. 레이저티닙 신약 개발이 성공한다면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최초의 글로벌 기업이라는 염원을 이루게 된다. 또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모두 2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합성신약 12개, 바이오신약 15개)을 갖고 있는 등 미래성장동력이 될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건 맞다. 그러나 신약의 성공률이 10% 수준이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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