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약 CEO] 조욱제 대표, '글로벌 유한양행' 새로운 100년 향한 첫 발
유한양행은 국내를 대표하는 제약사다. 제약업계 최초의 상장, 최초 1조원 매출 달성 등 무수한 업적을 남기며 순항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한국 기업 최초로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샐러리맨의 신화’가 가능한 유한양행에서 조욱제 대표이사가 22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100주년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조욱제 대표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역사적인 100주년 맞이, 새로운 100년 토대 1926년 창립된 유한양행은 2026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욱제 대표는 3년 임기지만 연임이 가능해 2027년 3월까지 유한양행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보통 3+3년 임기로 보면 된다. 지금까지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연임됐다. 경영성과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조욱제 대표로 100주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병원지점장 이사·ETC 영업·마케팅 상무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약품사업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에 이어 2017년 부사장에 임명된 뒤 올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뤘다. 조 대표는 “오랜 세월 몸담은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 조 대표의 색깔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2021년은 2020년 이미 수립된 사업 계획에 따라 흘러갈 전망이다. 조 대표의 경영 색깔은 올해 이후에나 또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레이트 앤 글로벌’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위대한 유한양행, 글로벌 유한양행을 향해 속도전을 내고 있다. 본래 ‘양행(洋行)’이라는 뜻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을 뜻한다. 출범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한 유한양행의 유일한 창업자의 못다 이룬 꿈 실현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적극적인 연구 개발, 투자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지난 1월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렉라자의 허가로 본격적인 시판이 전망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세대 폐암치료제인 렉라자는 지난 2018년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이 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이다. 얀센이 진행하는 글로벌 3상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유한양행’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회 분리 첫 시험 유한양행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매출 1조6199억원을 기록하며 전통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규모 순위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은 3위다.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222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고, 렉라자 등의 신약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렉라자는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유한양행에서 16년 만에 배출된 신약이다.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대한 시장 규모는 5억6900만 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결실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5년 미국 제노스코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 렉라자를 도입하면서 가치를 높인 바 있다. 렉라자의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기술수출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질 발굴부터 시작하는 신약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 등 리스크 요인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유한양행의 렉라자 같은 사례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자 신약 개발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또 유한양행은 좋은 약을 들여와 수익을 남기는 수완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신약과 다양한 파이프라인은 이정희 전 대표 시절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조 대표는 30개 이상으로 늘어난 유한양행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속도를 높이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유한양행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분리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지만 올해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신설되면서 분리됐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정희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조 대표와 함께 ‘글로벌 유한양행’을 향해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단시간 내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시스템이 이정희 대표 시절부터 연계되고 있다. 조 대표로서는 임기 내 추가적인 신약 개발의 결실을 맺어 유한양행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지배구조 개편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유한양행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신약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끌고 왔던 만큼 새로운 대표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4.0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