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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S] "과욕의 결과"…'사자' 흑마술에 갇힌 우도환 연기력
흑마술에 영혼부터 연기력까지 모두 팔아 갇혀버린 모양새다. 욕심냈고, 최선을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안타깝다. 영화 '사자(김주환 감독)'가 개봉 첫 주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시작이자 유일한 빌런 '검은 주교' 지신으로 분한 우도환이 기대보다 못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도환은 '강력한 악' 그 자체로 박서준·안성기와 맞선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지어져 있고, 어차피 주인공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기승전결이 갖춰졌다면 과정의 긴장감은 선보다 악에 더 치중될 수 밖에 없다. 빌런의 존재감이 어느정도 비등해야 주인공도 빌런도 빛날 수 있다. 하지만 '사자'는 그 균형을 맞추지 못했고, 그 중심엔 캐릭터를 '1차원적으로' 표현한 우도환이 있다. 우도환이 연기한 지신은 상대의 약점을 단숨에 꿰뚫고 이용하는 인물. 시작부터 끝까지 '흑화' 분위기를 내뿜으며 '검은 악마' 이미지로 관객을 설득시키려 한다. '사자' 측은 당초 우도환에 대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세밀한 연기뿐만 아니라, 7시간의 특수 분장을 통한 미스터리 매력으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착하고 의로운 주인공에만 열광하고, 주인공만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드라마·영화 등 많은 작품 속 빌런들의 활약이 높아지면서, 관객들은 빌런의 존재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캐릭터 특성상 강렬한 포스를 풍길 수 밖에 없는 만큼, 배우들에게도 꼭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우도환은 그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공개 된 '사자' 속 우도환은 그저그런 민폐 캐릭터로만 보일 뿐 빌런 특유의 매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무섭지도, 그렇다고 도발적이지도 않다.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허세'만 가득할 뿐 사실상 '무색무취'에 가깝다.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등장하는 주차장 신은 오글거림을 참아내기 위해 두 손을 꽉 움켜쥐게 만들고, 클라이막스를 예고하며 물 속에서 튀어나오는 악마의 흔들거리는 본체도 연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감사해야 할 부분은 타고난 비주얼. '뱀 상'에 가까운 외모와 삼백안은 지신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형상화 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이로 인해 우도환은 시사회 직후 연기력에 대해 가장 많이 입에 오르 내리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딱히 '잘했다, 못했다' 논할 가치가 없는 연기"라는 평을 전했다. 우도환은 '사자'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당시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영상화 될지 의아했고, 그렇다 보니 자신도 없었다"는 속내다. 첫 마음을 믿어야 했던 것일까. 과한 욕심은 욕심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도환의 '사자' 혹평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능력치가 한 눈에 띌 만큼 막강했기 때문. '마스터(2016)'에서 특별한 대사 한 줄 없이 미친 존재감을 내비치며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 후보까지 올랐고, OCN '구해줘'를 통해 스스로 대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배우 우도환'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사자'는 그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말았다. '사자'는 지난 2018년 3월 프로젝트를 처음 공식화 할 당시 사실상 '소속사 프로젝트'로 소개됐다. 키이스트 자회사 콘텐츠Y와 콘텐츠K의 계열사간 첫 합작 프로젝트로, 박서준은 콘텐츠Y, 우도환은 키이스트 소속 배우였다. 개봉을 준비하면서 '사자'의 제작은 최종 키이스트로 표기됐고, 박서준은 어썸이엔티 소속 배우가 됐지만 그 첫 줄기는 키이스트로 같다. 때문에 우도환은 '배우 끼워팔기'로 비춰지기도 했다. 물론 '마스터'에 이어 '구해줘'까지 '슈퍼 루키' 수식어를 막 얻었던 때라 캐스팅을 마다 할 이유는 없었을테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다. 우도환은 차기 행보로 JTBC '나의 나라'와 김은숙 작가 신작 '더킹: 영원의 군주' 등 대작 출연을 줄줄이 확정지었다. '반짝반짝 빛났던' 우도환의 매력이 새 기대작들을 통해 다시금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8.07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