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압꾸정’ 정경호 “내 멋에 취해 연기했던 20대, 지금은...” [일문일답]
배우 정경호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영화 ‘압꾸정’(11월 30일 개봉)에서 다시 한번 의사 가운을 입었다. 정경호는 자신감과 까칠함을 모두 갖춘 TOP 성형외과 의사 지우 역을 맡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또한 마동석과 펼치는 환장의 케미스트리로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정경호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압꾸정’ 개봉 기념 인터뷰를 통해 20년 지기 마동석과 첫 호흡을 맞춘 소감은 물론 데뷔 20년을 앞둔 심정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개봉 소감은. “영화로 오랜만에 시사회를 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고 많은 사람이 와서 응원해주니 기분이 남달랐다. 마동석, 오나라도 다 같은 마음이다. 요즘 극장가에 관객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래도 많이 와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압꾸정’ 만족스럽게 나왔나. “잘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만큼 나온 것 같다. ‘압꾸정’ 시나리오는 내가 오랜만에 봤던 시나리오 중에서도 신선했고 대사가 정말 어려웠다. 누가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는데 그게 마동석이었다. 사실 나도 어려운 역할이었다. 나는 시나리오만큼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영화가 뜸했던 이유는. “사실 ‘대무가’도 ‘압꾸정’도 3년 전에 찍었던 영화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개봉을 못 하다가 감동적인 개봉을 하게 됐다. 일단 내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4년 정도 하다 보니 중간에 일정을 따로 잡을 수 없었다. 끝나고 이제는 시나리오도 보고 좋은 기회가 있어서 ‘보스’라는 영화를 하게 됐다.” -마동석과 20년 인연을 자랑하는데. “둘 다 데뷔하기 전에 만났다. 데뷔 후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잘 안 닿았다. ‘압꾸정’으로 처음 같이하게 됐다. 마동석이 제작도 많이 하지 않나. 지금은 30~40편을 하더라. 한국 영화에서 자신의 기억에 남았던 배우나 스태프들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장을 마련하는 걸 보고 좋은 사람이라 느꼈다. 사실 영화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 연결을 잘해준다. 이번에 인연이 돼서 나에게도 작품을 권한다. 나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 배우들에게 더 많은 시도를 열어줄 것 같다.” -동료로서 마동석은 어떤 배우인가.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라이브하고 생활감이 짙게 묻어나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압꾸정’으로 사람들이 그런 부분들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VIP 시사회 때 마동석이 300~400명과 사진 찍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지 않냐고 해서 감동받았다. 문자 했더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인터뷰나 잘하라고 하더라.”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할 가능성은. “그건 잘 모르겠다.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하면 좋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다시 예민한 의사 역할을 맡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끝나고 시즌2 시작 전에 ‘압꾸정’ 시나리오를 받았다. 같은 의사를 연결해서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대국(마동석 분)과 앙상블이 주가 돼야 했다. 그런 장치에 힘을 얻어서 마동석과 티키타카에 대해 고민했다.” -이제 의사 역할 연기는 쉽지 않나. “의사 역할이 와 닿지도 않고 여전히 어렵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하면서 의사 역할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 여전히 흉내 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본인과 제일 비슷한 캐릭터가 있나. “준비를 포함하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4년 했다. 어느 순간 김준완이 정경호가 돼 있더라. 나 같은 인물이라고 하면 김준완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보이는 면이 좀 마르고 예민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10년 넘게 예민한 역할을 맡으니 살이 안 찐다. 심지어 지금 촬영하는 역할도 섭식장애가 있다. 단호한 결의로 이번 작품까지만 까칠한 연기를 하고 다음에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까칠 장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있나. “예전에는 이미지가 굳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같은 역할에 비슷한 연기 톤, 그런 상황에 주어진 연기를 하는 것을 기피하고 다양성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시나리오에서 비슷한 성향의 역할을 계속 접하다 보니 내 나잇대에 할 수 있는 것이 충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비슷한 역할이라고 해도 다른 점을 찾는 것이 내 숙제가 아닐까 싶다.” -데뷔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20대 때 좋은 기회들이 많았다. 데뷔도 좋은 작품으로 해 사랑받았고 많은 대본도 받았다. 20대 때는 내 멋에 취해 연기했었는데 30~40대에 접어들어 연기하다 보니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들이 스스로 없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연애도 오래 하고 있고, 반려견도 9살이고, 연기도 오래 하고 있다. 지금이 나에게 딱 주어져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대된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12.05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