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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검찰, 청소년 마약 공급 범죄 특단의 조치 '최고 사형 구형'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자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특단의 조치가 나왔다. 대검찰청은 30일 청소년에 마약을 공급한 사범, 청소년을 마약 유통에 가담시킨 사범, 청소년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범에 대해 구속기소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법의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해 최고 사형·무기징역까지 구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또 청소년일지라도 마약 공급망을 구축하거나 의료용 마약을 불법유통한 경우에는 구속기소 하는 등 엄단할 계획이다. 다만 단순 투약 청소년에 대해서는 교육·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또 부모·교사 등이 마약투약 청소년에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마약류별 투약 시 증상 및 신고·상담 채널을 유관기관과 함께 적극 홍보해나갈 방침이다.검찰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년 새 3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이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이 10배나 된다.급증세는 다크웹이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검색 몇 번이면 마약 거래와 투약 방법을 배울 수 있고, 필로폰 1회분 가격이 '피자 한 판' 값까지 낮아진 탓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검찰은 청소년 마약범죄의 급증세만큼이나 이들을 마약중독으로 이끄는 범죄자들의 수법이 교묘해진 점도 눈에 띈다고 했다.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속여 수험생들에게 필로폰 성분 음료를 마시게 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 있었다. 또 친구의 딸에게 졸피뎀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 성폭행하거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그루밍 범죄'에 마약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직접 마약유통 조직에 가담하거나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케타민 등을 판매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30 15:30
연예일반

[하지마!약] 길건 “청소년 마약? 문제는 어른들에게 있죠”(인터뷰)

“잘못은 아이들이 저지른 것일 수 있지만,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청소년들을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수 길건은 청소년 마약의 문제에 대해 어른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평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길건은 최근 서울 중구 일간스포츠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청소년의 문제를 단순히 청소년에게 국한시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청소년들이 마약을 비롯한 여러 범죄와 비행에 노출되는 데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에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중력을 향상시켜준다거나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말에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을 거잖아요. 최근 서울 강남역에서 일어난 마약음료 사건도 그렇고요. 그런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잘 토닥이고 길을 열어줘야죠.”2023년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연예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스타들이 나오고 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는 ‘마약’을 검색만 해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마약류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많다. ‘하지마!약’ 캠페인은 청소년 마약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보다 널리 사회에 알리기 위해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가 함께하는 캠페인이다. 길건은 “마약은 사람의 정신과 몸을 모두 망가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길건은 사실 마약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일찌감치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큰 해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뒤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으로 사역을 다녔다. 그곳에서 마약에 중독된 많은 아이들과 만나며 마약의 심각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오늘은 멀쩡했던 아이들이 내일 만나면 피투성이가 돼 있어요. 마약 한봉지 얻겠다고 성폭행을 당하는 것도 감수하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특히 안타까운 건 의지할 곳 없는 유학생들이 특히 마약 범죄의 피해를 크게 입는다는 것이었어요. 누군가는 이들을 위한 의지처가 돼 줘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죠.”사역은 하루이틀 동안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펼쳐지기 전까지 거의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마약 피해 예방을 위한 사역길에 나섰다. 현지에서 확인한 피해가 그만큼 처참했기에 차마 눈을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사역이며 공연 등을 다니다 실제 자신 역시 마약에 노출될 뻔한 일이 있다. 라스베이거스 클럽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한 래퍼의 초대를 받아 파티에 간 적이 있는데, 그 파티장 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길건은 “이상한 냄새가 나기에 대마초라는 걸 직감했다. ‘오 마이 갓’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바로 그곳에서 뛰쳐나왔다”고 회상했다.“마약의 피해는 단지 중독에서만 끝나지 않아요. 한 번 중독의 길에 빠지면 그 아이들은 폭행, 성폭행 등 2차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요. 이제 마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도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은 294명. 2018년 104명에서 4년 사이 182.7% 증가한 수치다.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와 SNS 등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마약 유통의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이 마약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 것이다.길건은 어른들의 몫을 중요하게 봤다. 마약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범죄에 빠져드는 데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있다는 것. 자신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괴로움과 힘듦에 공감해 줄 어른이 한 명만 있어도 아이들은 나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언론 등 대중매체는 계속해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려야 하고, 사회는 나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길건은 강조했다.“일단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으로 보듬어야겠죠. 아이들을 위한 낮 공연이나 페스티벌을 마련해서 나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겠고요. 저는 사랑이 중요하다고 봐요. 사랑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생은 길고, 약물에 빠지기에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너무도 가치 있다는 것. 길건은 “나 역시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겪었고, 인생이 잘못돼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느낌에 빠져본 적이 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는 걸 깨닫고 보다 확장된 시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아이들에게는 ‘인생을 길게 보고 너 자신을 더 사랑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마약은 분명히 잘못된 거예요. 스트레스든 어떤 문제든 마약은 절대 탈출구가 될 수 없어요. 자기 인생은 소중한 자신의 것이라는 걸 아이들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26 08:24
사회

[하지마!마약] '마약 악몽' 23년 최진묵 센터장 "3년이면 충분히 회복…'무엇' 아닌 '왜' 했나 주목해야"

인천의 17살 고등학생이 처음 약에 손을 댄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해롱거리는 동네 형들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차츰 익숙해져 권하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을 때 기나긴 마약의 악몽이 시작됐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아닌 단순 주변 환경 때문이었다.그렇게 소년은 23년간 늪에 빠져 마약 전과 9범으로 8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가족의 응원과 뼈를 깎은 노력으로 암흑에서 벗어나 현재는 회복·재활 지도사로 활약 중인 최진묵 인천 다르크(마약중독재활센터) 센터장(48)의 이야기다. 최진묵 센터장은 회복자들을 가두는 데 그치지 말고 진정한 '회복의 토양'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자들을 막연하게 범죄자로 몰아넣는 사회 구조는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숨기기 급한 부모들, 암수범죄로 빠지는 아이들지난 13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최진묵 센터장은 생업과 회복자 재활 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한 20대 여성이 상담을 위해 최 센터장을 찾기도 했다. 디톡스(마약 해독) 치료를 마치고 곧 퇴원하는 회복 희망자였다.이처럼 최 센터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마약 실태를 최전방에서 생생하게 마주하고 있다. 그에게 최근 서울 학원가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약음료' 사건 등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했다.최 센터장은 "청소년 마약은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어떻게 해서든 집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병원도 가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럼 더 숨긴다. 암수범죄 비율이 청소년 사례에서 훨씬 더 높은 이유"라고 했다. 약국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훨씬 쉽게 마약을 접한다. 이 때문에 마약을 시작하는 계기가 친목 형성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바뀌고 있다.최 센터장은 "14~15살 아이들이 상담하러 온다. 오죽했으면 마약을 했겠나"라며 "마약은 삶을 회피하고 싶을 때 쓰는 도구"라고 말했다.중독보다 위험한 것은 회복하려는 청소년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불완전한 감정이다. 중독이 심해질수록 일반인은 느껴보지 못하는 거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이 일상을 억누른다.최 센터장은 "어릴수록 '내 부모만은 몰랐으면'하는 심리가 강하다"며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가족에게 알리지 않지만 혼자 처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최 센터장도 마지막으로 투약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삶이 망가지고 가족이 떠나는 모습이 겹쳐 죄책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바늘이 들어온 순간 '내가 이걸 왜 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고 한다.마약으로 쾌락을 얻는 시기가 지나면 이런 죄책감과 수치심이 빈자리를 메운다. 목적이 사라졌는데도 마약을 찾을 때 의존에서 중독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만큼 초기에 끊는 것이 중요하다.최 센터장의 가장 친했던 친구도, 얼마 전까지 부모와 함께 병원 치료를 받으며 상담을 했던 30대 여성도 충분한 재활시설만 갖춰졌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탈출구' 마약뿐이었던 현실 살펴봐야이렇게 마약이 우리 일상에 파고든 상황에서 여론은 '무슨' 약물을 '누가' 얼마나 했는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최진묵 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마약이라는 물질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삶에 당당하게 직면할 때 마약을 안 하고 살아갈 수 있다. 왜 중독이 됐는지부터 이야기를 쭉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한 연예인을 예로 들었다. 중독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몇 번째 약이 나온다 한들 음식을 고르듯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한 고위공직자 아들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지 며칠 만에 다시 투약한 것은 사회가 만든 시스템이 방치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필요할 때는 강력하게 처벌하면서도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재활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병원은 디톡스 치료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도소는 오히려 마약하는 사람들이 더 끈끈하게 모이는 창구가 될 수 있다.최 센터장은 "이제 어디에서나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인데도 아직 회복의 토양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중독 재활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 센터장은 전국에 4곳(경기·인천·대구·김해)뿐인 민간 재활시설 다르크 중 인천 센터를 자비를 들여 설립했다. 4명의 남성 회복자가 입소해 재활 활동을 하고 있다. 통상 15명의 회복자를 관리하는 데 8명의 스텝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건비 등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최 센터장은 "다르크의 핵심은 중독 경험이 있는 지도사가 독립적으로, 사랑으로 케어하면서 운영하는 것"이라며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은 많은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다르크는 육체적 치료보다 심리적 금단 현상을 극복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마약은 담배처럼 곧장 금단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반에는 스스로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이 중독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깨고 나면 일상생활에 문제도 없다. 결국 심리적인 요인으로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걸쳐 총 3~4시간 이뤄지는 미팅이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회복자들에게 계속 드러내고 공감한다. 마약 생각이 난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그렇게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낮에는 미술·독서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식당 일을 돕기도 한다. 밤 11시 이후에는 스마트폰 등 일체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SNS나 커뮤니티에서 유혹에 빠질 수 있어서다. 회복자 중 흡연자는 있지만 술을 마시는 경우는 없다. 단약을 결심한 회복자 대부분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를 싫어한다. 센터는 자유롭게 나갈 수 있지만 보통 1년 반 이상 문제없이 생활했을 때 퇴소한다. 다르크 수용 인원 30명 불과…10대·여성 시설 전무문제는 다르크 4곳의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이 30명에 불과한 것이다. 젊은 중독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다.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다.최진묵 센터장은 "20대 남성을 위한 치료 환경은 준비했지만, 청소년 중독자들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몰라서 조심스럽다"며 "여성 전용 회복 시설을 운영할 만한 여성 회복자도 없다"고 말했다.회복자들이 맘 놓고 재활할 수 있는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마약에서 벗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담배처럼 평생 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끊을 수 있다.단약 10년 차에 접어든 최 센터장에게 조심스럽게 "정말 생각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1도(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최 센터장은 "경험상 3~4년은 새로운 사고와 생활 방식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버팀목이 돼주고 재활센터 안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 못 끊는 사람이 없다. 안 끊는 사람만 있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 초 인천 다르크 센터는 의미 있는 시도에 나섰다. 유튜브 채널 '마쓰형'을 만들어 단약 브이로그와 중독자들의 실제 사례를 공유해 마약과 관련한 고민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퍼져 있어 바로 잡아보자는 취지에서 도전했다.어릴 적 이유 없이 마약에 손을 댔던 것처럼 최 센터장은 특별한 사명감 같은 것 없이 회복자들의 제2의 인생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회복자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약을 끊은 10년 동안 불행한 적이 없었다는 말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지만, 아랑곳 않고 묵묵하게 초록색 회복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최진묵 센터장은 청소년 중독자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그는 "수치스럽고 죄스럽겠지만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주변에 알리고 치료부터 하는 게 맞다.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은 의외로 많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릴 수 있으니 호기심도 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2023.04.21 07:00
사회

[하지마!마약] 재발률 치명적, 올바른 마약 치료법과 부모 대처법은

마약은 재발률이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암 질환보다 더욱 심각하다. 국내 유일의 범법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기관인 국립법무병원에 따르면 1년 내 마약 흡입·투약 재발률이 87.5%에 달한다. 사망률도 치명적이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자 중 자살률이 20~30% 수준”이라며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암 환자처럼 중독 초기에 치료를 해야지 정상적인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마약 중독을 ‘악성 암세포’보다 더 무섭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완전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600명의 헤로인 중독자를 3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비슷한 연령 일반인의 50~100배 정도인 절반이 사망했다. 조 원장은 “암 질환 같은 경우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내린다”며 “하지만 마약 중독의 경우 재발의 공포는 일평생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추적관찰 결과 15년간 마약을 끊었음에도 그 이후 마약 재발률이 25%나 됐다”며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마약은 단순히 끊는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게 아니다. 마약을 제대로 알고 그에 대처하는 자세와 가치관을 함양해야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조 원장은 “마약의 경우 한번 중독은 영원한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왜냐하면 마약을 했을 때 기억은 장기기억 속에 저장돼 평생토록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마약 입문을 하지 않고, 마약 기억장치를 심어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마약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본인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 원장은 마약 중독자의 문제점에 대해 “마약의 경우 불법인데도 ‘한 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중독에 빠지게 된다”며 “마약에 중독되면 가족와 친구는 물론이고 돈과 건강을 잃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주변에 마약 중독자와 공급자 같은 부류만 남아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약을 끊는 동시에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대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중독자의 경우 마약 흡입 장면이 나오거나 하얀 가루만 보더라도 흥분하기 시작한다. 마약을 했던 경험이 기억장치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서다. 조 원장은 “마약을 하는 장면을 보면 뇌의 기억장치에서 옛 기억이 소환되는데 약에 대한 생각이 안 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약에 대한 생각이나 유혹이 오더라도 이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올바른 생활과 가치관의 변화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조 원장은 “사회적 윤리나 규범을 지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가족과 친구 도움 등을 받게 되고 점차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따라서 단약이 아닌 가치관의 변화가 가중 중요한 치료의 의미”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을 막기 위해 부모의 대처도 매우 중요하다. 자녀의 마약 흡입을 쉬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강남의 ‘마약음료’ 사건을 예로 든 조 원장은 “마약 공급책은 보호자를 주로 협박하며 입막음을 시도한다”며 “알려지는 게 무서워서 쉬쉬하는 건 사실상 마약 중독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녀가 모르고 먹으면 죄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이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또 “마약을 한번 했다고 해서 중독되지는 않는다”며 “알고 먹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마약음료’ 등은 모르고 먹는 경우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2023.04.13 06:59
사회

[하지마!마약]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10대 중독 취약층, 사회적 내성 부족해 치료 더 어려워"

최근 강남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약음료’ 사건으로 청소년을 겨냥한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0대 마약사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마약 중독과 정신질환범죄심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을 만나 청소년의 마약 중독 사태를 들여다보고, 중독 치료법과 함께 마약에 대처하는 올바른 가족의 대응 자세까지 알아봤다. ‘중독 취약층’으로 떠오른 10대 마약사범 조성남 원장이 몸담고 있는 국립법무병원은 국내 유일의 범법정신질환자 입원 및 치료 기관이다. 1988년 법무부 치료감호소 특수치료과장을 시작으로 일반정신과장 등을 거친 그는 35년 넘게 마약 중독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재활 및 치료하는 임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충격적인 ‘마약음료’ 사건을 접한 그는 ‘전형적인 마약쟁이’의 수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음료’ 사건은 조직범죄다. 아이들에게 중독시킬 목적으로 퍼트리는 수법”이라며 “처음에는 음료처럼 무료로 나눠주다가 차츰 입문자를 늘이고 중독되게 만드는 전형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약이 아이들의 공간인 학원가에 등장할 정도로 생활반경 내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조 원장은 청소년들이 ‘중독 취약층’이라는 점을 파고든 범죄라 더욱 경계심을 높였다. 그는 “이제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5만~10만원으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며 “SNS나 채팅을 통해 ‘마약 은어’로 쉽게 마약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청소년 등 젊은 층이 기술적으로 가장 빠르다”며 “그래서 젊은 층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 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마약 김밥’, ‘마약 핫도그’ 등 마약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심지어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내포돼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원장은 “일단 마약이라는 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청소년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니 제조방법까지 공유되는 등 정보의 유혹 속에서 파급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10대 사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481명으로 집계됐다. 9년 전인 2013년 58명인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5~18세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291명에 달했다. 2016년 55명과 비교하면 5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15세 미만의 마약류 사범도 2021년 6명 수준에서 지난해 41명까지 불어났다. 도덕적·사회적 기준 생성 이전 ‘중독 치명타’ 지난해 창원에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구매해 투약·소지한 59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던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적인 건 59명의 피의자 중 10대가 47명이나 됐다.조 원장은 대표적인 10대 마약사범들의 케이스로 ‘창원 사건’을 꼽았다. 이들은 생긴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속칭 ‘나비약’으로 불리는 이 식욕억제제를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처방받은 뒤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투약·구매·보관한 혐의로 검거됐다. 조 원장은 마약류를 쉽게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의 경우 중독에 쉽게 노출되고, 치료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의 중독의 기전을 설명하자면 일상생활에서 칭찬을 받거나 기분이 좋을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일반적인 성취 시 도파민이 300개가 분비된다면 마약의 경우 500~1000개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약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일상생활에서는 '뇌의 보상 시스템’에 따라 도파민이 부족하지 않게 순환된다”며 “하지만 마약으로 도파민을 강제로 쏟아지게 만든다면 이 뇌 시스템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 순환적으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는 도파민을 더 채우려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셈”이라며 마약 중독의 원리를 설명했다. 마약 중독자들이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것은 뇌의 정상적인 보상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또 보상 시스템의 파괴는 뇌의 구조 변형을 불러일으켜 건강상 큰 문제를 야기한다. 마약 중독자를 계속 접하는 조 원장은 “중독자의 뇌를 살펴보면 전전두엽의 손상이 심해 올바른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전전두엽뿐 아니라 뇌의 다른 부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환각, 환청, 망상 등이 발현하고, 메스 마우스(심각한 잇몸 손상), 메스 버그(몸을 계속 긁어 내는 상처) 현상이 발생한다”고 마약 중독의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의 경우 마약 중독을 이겨낼 수 없는 ‘사회적 내성’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조성남 원장은 “청소년들은 마약 중독의 초기 단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며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해 사회적·도덕적 기준에 대해서도 아직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라 중독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회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중독이 진행되면 치료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2023.04.1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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