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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박하선, '고백'에 담은 아동학대 문제[종합]
배우 박하선이 아동 학대 문제를 그린 영화 '고백(서은영 감독)'에 담긴 진심을 전했다. 박하선은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죄송하게도 정인이 사건이 있을 때 개봉을 하게 됐다. 기쁘지만은 않다. 개봉을 하게 된 것만으로 좋은 이슈인데 기쁘지만은 않더라. 그 이후 매일 아동 학대 기사가 나오지 않나. 그 기사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천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최근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등의 드라마와 TV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배우 박하선이 주인공 오순을 연기한다. 오순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되어 학대아동을 돕는다.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학대 부모들과 자주 트러블을 일으킨다. 박하선은 이 영화를 통해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2018년 제작됐다. 저예산 영화로, 3년 만에 세상 빛을 본다. 공교롭게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 학대 문제가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때 개봉한다. 배우이며 엄마이기도 한 박하선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맘이 편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개봉을 해서 좋긴 하지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도 크다는 이야기를 드리면 '그럴 필요가 없다. 환기시킬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박하선은 "근데 매일 그런 사건이 터진다. 정말 무기력해진다. 우리 영화가 잘 돼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의 울림과 메시지가 크다. 저보다는 영화의 좋은 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에 오시기 힘드시다면 다른 방법도 많으니 꼭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정인이 사건 때문에 매일 이슈가 돼서 기사가 나오는 건지, 원래 있었는데 더 관심이 가서 매일 기사가 나오는 것 같다. 하루 두세건 씩 터진다. 열살 아이도 죽고 아이를 버리고 이사를 간다. 저는 아직 한 번도 안 때려봤다. 어디 때릴 데가 있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때리나. 상상이 안 간다. 아이가 다섯살인데, 미운 네 살이라지만 밉지 않더라.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런 분들은 제도적으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꼭 한 번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이전엔 역할이 들어와도 망설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표현 장면이 있으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안에서 폭력적으로 그려지면 내가 힘들다. 이런 작품을 하고는 싶었는데, '도가니'나 '미쓰백'처럼 사회적 이슈를 그리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 아니면 자극적인 시나리오였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면이 없다. 그래서 좋았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 소재의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하선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모두의 변화를 꾀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이에 대해 "엄마가 되면 학대 기사를 클릭도 못한다. 사실 되게 무기력하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고, 화는 나는데, 매일 이러 기사가 쏟아져나온다. 답답했다"며 "근데, '미쓰백' 이후 그런 비슷한 사건이 있지 않았나. 그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면 어떡하지 무서웠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전에 위탁 보호 받던 가정으로 갔다더라. 이렇게 변하더라. 내가 이런 영화를 찍어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그 답답함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 후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은 박하선. 소처럼 일하며 '열일' 중이다. 박하선은 "이전에는 고마운 줄 모르고 연기했다. 계속 안 쉬고 연기하며 그랬다. 어려서 잘 되는 거였는데, 다 제가 한 것 같고 그랬다. 주변을 돌아볼 여력도 없었다. 너무 피곤하니 소 끌려가듯 나온 것 같다"면서 "열애설 나고 2년 쉬고, 자의 반 타의반 쉬게 됐다. 여배우는 장벽이 있다. 출산까지 하면 4년을 쉬게 된다. 이게 감사한 일이란 걸 알았다. 주변에서 도와준 게 컸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육아보다 어려운 것 같았다. 연기는 재미있고 힐링되는 거다. 육아를 하고나니 아무 것도 힘들지가 않았다"며 웃었다. 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자리 잡을 때까진 열심히 할 것 같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고백'을 연기하기 위해 박하선은 시나리오 전체를 달달 외웠다. 그만큼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이에 대해 "시나리오가 이미 나와있다. 그냥 달달 외웠다. 통으로 외우고 연습했다. 드라마는 6부까지 외우고 들어가는데 시나리오를 통으로 외우는 건 힘들더라. 과부하가 온다. 근데 하면 좋다. 자기 전까지 외운다. 말하듯이 대사가 나온다. 오랜만에 주어진 시나리오니까"라고 했다. 이어 "그 즈음에 남편이 '슬플 때 사랑한다'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남편이 연기를 너무 잘 하는 거다. '왜 이렇게 잘해?'라고 했더니 '대본을 1000번 봤다'더라. '뻥치지 마'라고 했다. 그래서 몇백번 연습해봤다. 확실히 달라지더라"며 웃었다. 시나리오를 통째로 외울 만큼의 노력은 박하선의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랫동안 쉬며 경력단절을 맞은 후 자신을 되돌아본 덕분이다. 박하선은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왜 경력단절이 오지? 뭐가 달라서 그런 거지? ' 이런 생각을 했다. 매 작품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더 해보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쉴 때 제 작품을 돌려봤다. 그때 느낀 건 죽어라 한다고 해서 죽지 않더라. 그 다음부턴 그렇게 연기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백' 때 조금 다르게 연기해봤다"고 이야기했다. '고백'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리틀빅픽처스
2021.02.15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