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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국보 투수도 감탄한 소형준의 학구열, 올겨울 스승은 사이영상 투수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년(2021~2022) 연속으로 KT 위즈 스프링캠프에 인스트럭터로 나섰다.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이강철 KT 감독의 부탁을 수락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감독과 호흡한 KT 젊은 투수들은 매 순간 눈을 반짝이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했다. 그중에서도 소형준(22)이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선동열 감독은 "타자와 상대할 때 수 싸움, 변화구 구사 방법 등 소형준 투수가 가장 많이 물어보더라"라고 돌아봤다. 소형준은 팀 선배 투수 고영표, 배제성에게도 평소 많은 것을 물어본다. 배제성은 "이미 연차(2022년 기준 3년)에 비해서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더 좋은 투수가 되려는 욕심이 많은 후배다. 야망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형준은 지난달 30일 고영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떠나 미니 캠프를 차렸다. 지난 시즌 팀 메이트였던 외국인 선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추천을 받았다. 소형준은 "메이저리그(MLB) 선수들도 많이 오는 시설이라고 들었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소형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벌써 정상급 빅리거와 교감하고 있다. 2022시즌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며 MLB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수상한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로부터 체인지업 그립을 배웠다. 알칸타라의 2022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은 27.7%였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7㎞에 육박하는 체인지업은 그의 주 무기다.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을 주로 던진다.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흔들어 땅볼을 유도하는데 능하다. 반면 체인지업은 상대적으로 들쑥날쑥하다. 데뷔 시즌(2020)에는 자신감이 부족해 자주 구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4일 등판한 SSG 랜더스전에서는 체인지업이 계속 공략당하며 10안타를 맞기도했다. 2022시즌 체인지업 피출루율은 0.324였다. 소형준은 결정구로 체인지업보다 커브를 더 자주 구사했다.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한다면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소형준은 알칸타라에게 체인지업 그립뿐 아니라 팔 스윙 방식,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두루 물어봤다. 알칸타라도 흔쾌히 답하며, 언제든지 더 물어보라고 했다. 소형준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원태인·이의리와 함께 한국야구 대표팀 세대교체 주자로 기대받고 있다. 국제무대에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준이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3.01.20 15:21
프로야구

단짝에게 자리 뺏긴 배제성 "얄궂지만 그게 프로...되찾겠다"

KT 위즈 우완 투수 배제성(26)은 올해 1군 데뷔 뒤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2019년 KT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그해 10승(7패)을 거두며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이후 2020~2021시즌에도 선발 임무를 수행하며 KT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중순부터 갑자기 구위가 떨어지며 고전했고, 7월 12일부터 한 달 넘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8월 중순 1군에 복귀했지만,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 임무를 수행했다. 배제성의 공백은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이 완벽하게 메웠다. 그는 전반기에도 다른 선발 투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했을 때 대신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웠다.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고, 8월 7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을 기점으로 선발 투수로 고정됐다.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활약했다. 올 시즌 11승(2패), 승률 0.846을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배제성은 2022시즌을 돌아보며 "내가 더 강한 공과 움직임이 좋은 변화구(슬라이더)를 던지는 못한 탓이다. 변명할 수 없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구위 저하에 시달렸고, 꾸역꾸역 버텼다. 올해는 나 대신 나설 투수(엄상백)가 있었고, 그 선수가 잘했다. 자리를 내주는 게 당연했다"고 했다. 배제성과 엄상백은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친구다. 경기장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단짝이자, 야구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동료이기도 하다. 배제성은 "내가 2019년에 선발 투수가 됐을 때도 (엄)상백이가 가장 축하해줬다. 목표가 같다면, 누군가는 밀리는 게 프로다. 얄궂은 일이지만 친구라도 경쟁해야 한다"면서도 "(경쟁) 결과를 두고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다. 올해도 (엄)상백이를 많이 응원했다"며 웃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3시즌 전반기 '6선발'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연달아 열리기 때문에 차출되는 대표팀 선수의 공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배제성은 한때 KT 팬들에게 '배이스(배제성의 성과 에이스의 합성어)'라고 불렸다. 올 시즌은 선발진에서 밀렸지만, 3선발급 기량을 갖춘 투수다. 상황에 따라 친구 엄상백과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도 있다. 배제성은 "2022년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코 잊고 싶지 않다.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게 많고 멘털도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판단과 결정은 코칭 스태프가 내리는 것이다. 경쟁자가 (엄)상백이 딱 한 명인 것도 아니다. 누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고, 팀 주축 선수로 대우받고 싶을 것이다. 나도 내 자리를 되찾고 싶다. 후회 없이 경쟁을 치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수 기자 2022.12.28 15:00
프로야구

대량 실점 뒤 버티기, 데스파이네 교체 타이밍 딜레마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35)는 두 가지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다. 한 가지는 잘 알려진대로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휴식일(월요일)이 있는 KBO리그에서는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을 부여받고 다음 등판에 나선다. 다른 한 가지는 투구수다. 데스파이네는 가급적 100구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오려 한다. 이강철 감독과 투수 파트 코치들은 이런 루틴을 존중해줬다. 실제로 2020~2022시즌 총 73번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가 80구 이상 던지지 못한 경기는 2번뿐이다. 문제는 데스파이네가 경기 초반 대량 실점한 경우다. 빠른 교체를 하자니, 다음 등판에서 선수의 심신이 흔들릴 게 우려된다. 루틴을 지켜주면 그 경기에서 승기를 내준 채 끌려가는 양상이 펼쳐진다. 지난 1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도 그랬다. 데스파이네는 1회 말에만 사사구 2개, 안타 개를 내주며 5실점 했다. 1회 투구수만 38개였다. 1사 1·3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와 11구 승부를 했고,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데스파이네의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는 가운데로 몰렸다.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2~5회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기선을 내준 KT는 경기 내내 끌려갔고, 3-9로 완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경기를 두고 "1·2회에 많은 점수를 내준 경기에선 꼭 이후 몇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더라. 본인도 투구수 루틴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도 이미 승기를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포지션을 떠나서 초보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선택이 투수 교체다. 특히 선발 투수가 3이닝도 버티지 못했을 때는 "막막하다"라는 표현을 한다. 투수 출신에 통산 457경기를 치른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전 몇 경기에서 불펜진 소모가 컸다면, 어쩔 수 없이 선발 투수에게 한 이닝이라도 더 맡길 수밖에 없다. 1일 키움전도 그런 상황을 고려해 데스파이네에게 5회까지 맡겼다. 이런 딜레마는 반복될 전망이다. 데스파이네는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할 만큼 안정감을 주는 투수지만, 종종 빅이닝을 허용한다. 이때 구위나 제구 난조가 두드러지기 보다는 멘털을 다잡지 못하고 투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데스파이네에게 등판 간격 루틴을 지켜주다 보니 다른 선발 투수들은 등판이 밀린다.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도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규정이닝을 채워야 투수 부문 기록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소형준과 배제성은 올 시즌 목표로 커리어 최다 이닝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지도자와 동료들의 배려가 특혜로 보이지 않기 위해선 데스파이네도 책임감 있는 투구를 해줘야 한다. 등판한 경기에서 당연히 80~100구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강철 감독도 태도 문제가 불거지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4 06:59
야구

강했던 타선에도 고전...KT 국내 선발진이 수상하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2022시즌 개막 초반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렸다. KT는 개막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했다. 팀 득점(22점)은 8위, 득점권 타율(0.189)은 9위에 그쳤다. 주포 강백호가 개막 전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공격력이 저하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투·타 엇박자가 있지만, 투수진은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선 4경기에서 KT 선발 투수들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7일 SSG전에 나선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진했다. 6이닝을 버텼지만, 10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KT는 3-4로 패했다. 소형준은 통산 9번 등판한 SSG전에서 7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1.72. 피안타율은 0.202를 기록했다. SSG전에 매우 강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소형준의 등판 일정을 의도적으로 SSG전에 맞출 정도였다. KT의 정규시즌 1위, SSG의 5강 진출권이 걸려 있던 지난해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소형준은 호투(5이닝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소형준이 SSG 타선에 고전했다. 특히 추신수와 최지훈, 테이블세터를 막지 못했다. 최지훈은 이전 23번 승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상대다. 이날(7일 SSG전)은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통하지 않았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안타를 허용했다. 소형준은 시범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크게 향상된 투구를 보여줬다.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1㎞. 투심도 147~8㎞까지 찍혔다. 그러나 시즌 첫 등판에서는 직구와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모두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선발 배제성도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부진했다. 4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 하며 조기강판됐다. 배제성은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하며 호투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한껏 활용했고,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전에서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았다. 임종찬과 김태연, 한화 '거포' 기대주 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배제성이 2홈런 이상 허용한 건 2020년 8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0경기 만이다. 배제성은 지난 3시즌(2019~2021) 10번 등판한 한화전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4. 40이닝 이상 소화한 상대 5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 배제성도 일격을 당했다. 제구 난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한화 타선에 자신감을 심어준 건 꽤 큰 손실이다. 리그 전반적으로 개막 초반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마운드의 힘이 초반 순위 경쟁을 좌우할 전망이다. KT는 믿었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소형준, 배제성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11 05:59
야구

배제성, 고영표 퍼포먼스를 자극제로 삼은 이유

배제성(26·KT 위즈)은 최근 3시즌 리그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29승)를 거뒀다. 2019·2020시즌 각각 10승, 2021시즌은 9승을 거뒀다. 배제성은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투수였다. 지난해 9~10월만 다섯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해냈지만, 이 등판들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적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이 무산된 이유다. 배제성은 2021시즌 종료 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10승을 의식했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어차피 승리 투수는 내 힘만으로 될 수 없다. 평균자책점이나 피안타 등 세부 기록을 잘 관리해서 지금보다 좋은 투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제성은 "2022시즌 160이닝 이상 소화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종전 단일시즌 개인 최다 이닝은 2021시즌 기록한 141과 3분의 2이닝. 3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로 나섰지만, 아직 규정이닝은 채운 시즌이 없다. KT 선발 투수들은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 투수이자 1선발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흔하지 않은 루틴을 갖고 있고, 이강철 감독이 이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는 등판이 밀릴 때가 있다는 얘기다. 2021시즌도 데스파이네는 33번(188과 3분의 2이닝) 등판했고, 다른 선발 투수 4명은 23~26번만 나섰다. 배제성은 이런 상황을 알고도 160이닝을 목표로 내세웠다. 팀 선배 고영표가 2021시즌 자신과 같은 조건 속에서도 16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9이닝당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배제성은 5과 3분의 1이닝. 배제성은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추다 보면 다른 투수의 등판 횟수가 적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고)영표 형은 그런 상황에서도 이닝이터 역할을 해냈다. 나도 그런 투수가 되고 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평균자책점(3.68)보다 낮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표는 2021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남긴 투수로 인정받는다. 배제성은 꾸준히 6이닝씩 채워주며 팀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고영표를 보며 승수보다 이닝 소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배제성은 올해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1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를 찍었고, 왼손 타자 몸쪽 낮은 코스를 파고드는 주 무기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배제성은 "개막 준비는 마쳤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규시즌 자신에게 부여한 숙제는 이닝당 투구 수를 줄이는 것이다. 2021시즌 리그 평균(17.5개) 수준인 17.2개를 기록했다. 배제성은 "투구 수가 많아지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장점인 (강한) 구위를 포기할 순 없겠지만, 제구력을 조금 더 가다듬어서 투구 수를 줄이는 경기 운영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3.30 05:59
야구

피안타율 0.313→0.218, 배제성이 좌타 약세를 극복한 이유

KT 위즈 오른손 선발 투수 배제성(25)은 2020년까지 왼손 타자에게 약했다. 등판한 78경기에서 피안타율 0.313(162피안타)를 기록했다. 피출루율은 무려 0.400.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226로 강했다. 하지만 이런 편차 탓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잘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왼손 타자가 나오면 구원 투수와 교체됐다. 두산 베어스와의 지난해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대표적이다. 실점 없이 1·2회를 막았지만, 3회 말 2사 1루에서 왼손 타자 정수빈이 나서자, 마운드를 조현우에게 넘겨야 했다. 배제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한 탓에 PO에서 조기 강판당한 것"이라며 "왼손 타자에게 더 강해져서, 감독님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2021 정규시즌에서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3할대였던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0.218까지 떨어뜨렸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259)보다도 낮았다. 배제성은 "작년까지는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 무기 슬라이더를 구사할 때도 제구력을 너무 많이 신경 썼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타자를 공격하는 투구를 한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각오로 던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배제성은 개막 초반까지 왼손 타자 상대 몸쪽 제구가 흔들렸다. 슬라이더도 너무 빨리 떨어져서, 포수가 공을 놓치는 장면도 많았다. 이때 박승민 투수 코치로부터 "더 강하고 과감한 팔 스윙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고, 이를 마운드 위에서 실천하면서 승부에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배제성은 이제 왼손 타자를 상대로 구종과 로케이션을 가리지 않는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는 승부도 많아졌다. 배제성은 "2020시즌보다는 포심패스트볼(직구) 구위가 더 좋아졌다. 덕분에 왼손 타자 상대 변화구 효과도 더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왼손 타자 상대 약세를 극복하며 얻은 교훈을 오른손 타자와의 승부에서 녹여볼 생각이다. 배제성은 "그동안 오른손 타자에게 몸쪽 승부를 잘 하지 않았다. 사구로 '공짜' 출루를 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왼손 타자와의 승부를 통해서 '타자의 머릿속(예측)을 흔들어야 효과적인 투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시즌에는 더 적극적인 몸쪽 승부를 펼치는 배제성의 투구를 볼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1.12.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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