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피플] 벌써 26개…'병살타 유도 장인' 삼성 뷰캐넌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1·삼성)에게는 확실한 '무기'가 하나 있다. 위기에서 탈출하기에 가장 좋은 병살타 유도 능력이다. 뷰캐넌은 올 시즌 첫 19번의 선발 등판에서 병살타 26개를 끌어냈다. 8월 31일까지 이 부문 2위 에런 브룩스(KIA·18개)에 8개나 앞선 압도적인 KBO리그 1위다. 정규시즌 일정을 3분의 2 정도 소화한 시점에서 지난해 이 부문 1위 기록(22개)을 이미 뛰어넘었다. 병살타 유도 30개가 눈앞이다. 최근 10년 동안 한 시즌 병살타 30개를 유도한 투수는 2018년 금민철(당시 KT·32개)이 유일하다. 병살타 유도율도 높다. 뷰캐넌은 123번의 병살 상황에서 26개를 잡아냈다. 유도율 21.1%로 1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유일하게 20%대 병살타 유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부문 최하위는 이영하(두산·4.2%)다. KBO리그 평균 병살타 유도율은 10.9%이다. 최근 10년 동안 병살타 유도율 20%를 넘긴 투수는 하나도 없다. 그만큼 뷰캐넌의 병살타 유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뷰캐넌의 강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뷰캐넌은 1회 말 선두타자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하성을 3루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2회 말에도 선두타자 애디슨 러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 허정협을 3루수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뷰캐넌은 3회 말 1사 1루에서 변상권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유격수와 2루수의 베이스 커버가 조금만 빨랐어도 '3이닝 연속 병살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초반 위기를 병살타 유도로 극복한 뷰캐넌은 7회 2사까지 마운드(6⅔이닝 4실점)를 지켜 팀의 5-4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뷰캐넌은 투구 레퍼토리가 꽤 다양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0㎞를 가뿐하게 넘는다. 공만 빠른 게 아니다. 커브,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섞는다. 대부분의 구종이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심하게 움직인다. 타자 입장에서는 정타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기 어렵다. 키움전에서는 뜬공이 2개(땅볼 12개)에 불과했다. 삼성과 계약하기 전 일본 프로야구(2017~19년)를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지난 1월 뷰캐넌과 계약한 뒤 "한국에 오면 외국인 선수가 힘들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이미 일본에서 예방 주사를 맞고 왔다.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안다. 땅볼을 유도하는 건 어느 정도 공식을 가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뷰캐넌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성적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84로 준수하다. 이미 2015년 타일러 클로이드(당시 11승)에 이어 5년 만에 '삼성 외국인 투수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가 시즌 10승을 넘긴 건 통산 13번째 기록이다. 뷰캐넌은 1998년 스캇 베이커가 달성한 구단 역대 최다인 15승을 조준하고 있다. 그는 "주자가 나가면 최대한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려고 한다. 타자들이 공을 쫓는 스윙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그게 땅볼(병살타)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9.01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