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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9th BIFF] 집주인 바뀌었나…넷플릭스가 장악한 부산영화제 [중간결산②]

이쯤 되면 공생을 넘어서 주객전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올해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축제’라는 평가가 들리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상영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부산영화제에 얼굴을 처음 비친 지 3년 만이다.◇폐막식 날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개막작 선정…홍보 수단 전락 우려‘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지난달 발표 직후부터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빈축을 샀다. 영화제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전,란’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11일) 당일 정식 공개를 앞둔 작품으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일었다. 실제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렇게 공개 시점이 밭은 OTT 영화를 초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 역시 베니스영화제 이후 3개월 뒤에 넷플릭스에서 정식 공개됐다. 이와 관련,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 선정 기준을 뒀다”는 말만 반복하며 “‘전,란’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자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꼭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 구체적인 선정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비껴갔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란’은 현재까지 공개된 BIFF의 초청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개막식 다음 날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영화를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정식 공개를 앞두고 화제성과 입소문을 챙기는 데 성공한 셈이자, 일각의 우려대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제대로 쓰인 셈이다.넷플릭스 입장에서야 잃을 게 없다.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는 “‘전,란’이 개막작으로 공개돼 저희는 너무너무 기뻤다. 이번 BIFF에서 ‘전,란’을 공개하고 다양한 관객을 만난 건 (넷플릭스에) 너무 좋은 자양분이었다”고 돌아보며 “이 경험을 염두에 두고 학습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년 BIFF에서 또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까지 다졌다.BIFF는 이번에 개막작 외에도 3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더 초청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와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 작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다.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들로, 전체 초청작(7편) 중 넷플릭스 지분이 가장 높다. ◇기회 잡은 넷플릭스, 영화 팬들부터 관계자까지 포섭넷플릭스는 물 들어온 김에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있다. 일례로 영화제 기간 BIFF 메인 스테이지인 영화의전당 맞은편 건물과 해운대 한 복판에 대형 옥외광고를 내걸어 자사 초청작을 홍보 중이다. 또 곳곳에 넷플릭스의 상징인 빨간색 ‘N’ 조형물을 설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2022년부터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운영해 온 ‘넷플릭스 사랑방’ 역시 변함없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작품과 선보일 작품들의 포스터를 전시 중이며, 스티커 등을 제작해 신규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사랑방 한켠에는 넷플릭스 전용 포토부스를 마련해 MZ 영화인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넷플릭스는 또 그간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열어왔던, 이른바 ‘부산의 밤’ 행사를 영화제 대목인 개막 사흘째 저녁에 개최했다. 4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에는 언론 및 영화계 관계자, 넷플릭스 임직원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작품들의 연출자 연상호, 변성현, 김병우 감독 등이 대거 참석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자사 신규 라인업을 공개하고 영화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해 가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전했다.이어 6일에는 BIFF 부대행사 일환인 포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BIFF와 협업해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크리에이터들과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팀, 프로덕션팀이 참석, 3시간 동안 넷플릭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올해 BIFF 포럼에 참여한 투자배급사는 CJ ENM 외 넷플릭스가 유일하다.이처럼 매년 커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속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BIFF 측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상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해마다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영화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영화 생태계에도 적신호가 켜질까 걱정”이라며 “대중성, 화제성이 아닌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7 06:00
영화

제29회 BIFF “강동원 OTT 개막작·RM 다큐멘터리” 시류 맞춘 다양성 늘려 [종합]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내홍을 딛고 시류에 맞춘 풍성한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한다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 집행위원장(직무대행),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참석해 올해 영화제 기확방향과 개·폐막작을 비롯해 섹션별 선정작, 주요 행사 등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박 이사장은 첫 인사로 “지난해 큰 내홍을 겪었다. 그럼에도 부산영화제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 대표적으로 송강호를 비롯해 여러 영화인의 도움을 받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다”면서 “지난 6월 이사장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영화제 전반을 들여다보며 진행할 예정이다. 관객분들을 비롯해 영화인, 해외 게스트 등을 잘 모시고 어려운 시기에 잃어버린 것들을 잘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영화제의 비전을 중요하게 돌아봤다며 “새로운 방식, 예를 들어 AI, OTT 등에 시각을 확장하려고 한다. 영화제 기간 신문 발행도 하고 호텔에서 영화의전당까지 셔틀도 운영할 예정이다. 영화인들이 영화의 전당에서 수시로 만나 의논하고 교류할 수 있게 게스트 라운지도 다시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김상만 감독의 ‘전,란’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제작 발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등이 출연하는 사극 대작이다.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하는 OTT 영화를 선정한 것에 대해 박 집행위원장 대행은 “대중적인 영화라 판단했다.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지를 고려했다”며 “OTT이기 때문에 선정을 제외시킨 전례는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폐막작은 에릭 쿠 감독 영화 ‘영혼의 여행’이 선정됐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음악적 요소를 통해 심오하게 다룬 작품으로, 에릭 쿠 감독은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며 문화 훈장을 받은 바 있다.아시아영화인상에는 ‘큐어’, ‘회로’의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선정됐다. 이번에 영화제서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또 이번 영화제는 왕빙, 모함마드 라술로프 등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자, 세계 유수 영화제들이 주목한 영화들을 초청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유수 영화제에 소개된 작품이 대다수라는 지적에 대해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진행상 익숙한 내용을 우선 설명한 것뿐 소개가 생략이 된 상태이다. 새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정체성으로, 그에 맞게금 작품들을 선정한 상태다. 뉴커런츠, 한국영화비전, 한국다큐멘터리 경쟁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 준비되어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화제의 인물도 눈길을 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다큐멘터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공식 초청돼 첫 공개된다. 이는 BTS의 리더 RM의 솔로 앨범 제작기이자 군 입대 전 8개월 간의 사적인 기록을 담은 영화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개최된다. 그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를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영화에 도입될 미래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올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아시아 최초로 부스를 개설해 AI(인공지능) 체험 라운지 등을 운영한다.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은 “올해 칸 마켓에서 마이크로 소프트가 ‘창작의 주체는 AI가 아닌 당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걸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엔 아시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아필름마켓 두곳에 부스를 개설한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라운지를 운영하고, 시연함으로써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올해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63개국 224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장 55편으로 전년대비 약 8% 늘어났다. 오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총 279편을 상영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3 16:46
연예일반

부산영화제, 前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에 “직장 내 성희롱 해당” 결과 발표..허문영 “의도적 아냐”

부산국제영화제가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중함’이란 조사 결과를 받았다며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부산영화제 입장문에 대해 “의도적이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19일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영화제는 지난해 5월 31일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 발생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 후 6월 5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통하여 신고서를 접수했다고 알렸다.이어 영화제는 본 사건을 피신고인(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제 재직 중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규정하고 객관적, 전문적 조사를 위하여 외부전문기관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이하 ‘상담소’)」에 위탁하여 진상조사를 실시했다고 경과를 보고했다. 상담소는 사건 조사 및 처리 절차에 따라 조사위원회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 및 심의를진행했다. 하지만 상담소는 조사위원회를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를 포함하여 구성했지만 피신고인이 전문성 및 객관성 담보를 이유로 법무법인 혹은 노무법인으로의 조사기관 변경을 요청하며 수차례의 조사 권고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신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사로 진행했다고 전했다.상담소는 신고인은 피신고인의 계속된 조사거부 의견에 따라 조사기관 변경과 그에 따른 재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 또한 피신고인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상담소는 조사위원회가 신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점과 참고인들의 구체적 진술이 상호일치 되는 정황 조사를 토대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해 12월 심의위원회 의결 결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중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사건 이후 전 직원 대상 전수조사를 비롯하여 성 평등 캠페인, 심화교육 등 예방교육을 실시했으며,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첫째 정관을 개정하여 성희롱 예방 사각지대가 없도록 임원의 책무와 자격 조건을 강화하였으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신고 상담 절차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알렸다. 둘째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발생 방지, 피해자 지원을 포함한 규정을 보완하여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셋째 성 평등한 조직 문화와 책임감 있는 사건 처리를 위하여 관련 전담 기구를 지정하고 고충상담원의 경우 전문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것이며, 넷째 임원, 직급별 등으로 나누어 실질적인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성 평등하고 안전해야 할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또한 피해자 보호와 초기 조사 절차 과정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직원들과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한편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명의로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 내지 게시할 경우 아래 사항을 요청, 그의 입장문도 이날 같이 전해졌다. 허 전 집행위원장 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본 신고 건 조사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의뢰하였으나 피신고인(허문영)은 전문성 및 객관성 담보를 이유로 법무법인 혹은 노무법인으로의 조사시관 변경을 요청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본 신고 건 조사 및 심의 결과는 신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사만을 토대로 도출된 것임을 밝힌다”고 전했다.또한 허 전 집행위원장은 심의 결과에 대해 “만일 저의 어떤 말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사례가 있었다면 온전히 저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라는 판단, 특히 저의 내면적 의지에 대해 단언하는 의도적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저에 관한 논란이 영화제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집행위원장직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간 저의 삶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생각입니다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1.19 11:04
영화

“빈자리 느껴진 건 사실” 수장 없이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 안정 속 아쉬움 [BIFF 결산] 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작년보다 줄어든 예산과 수장의 공석, 전 집행위원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던 했지만, 올해 영화제는 큰 이슈 없이 열흘간의 축제를 마무리 짓는다.이번 영화제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됐다. 송강호를 비롯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부터 중화권 스타 주윤발, 판빙빙, 영화감독 뤽 베송,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신설된 프로그램과 기존의 주요 행사들도 예년처럼 호응을 얻었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들도 순식간에 매진돼 활기가 이어졌다. 이번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개최를 앞두고 지난 5월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조국종 운영위원장, 이용관 이사장까지 차례로 영화제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까지 불거졌다.수장들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영화제 측은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형래 부산국제영화제 홍보 실장은 “수장의 빈자리가 느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27년간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업무적인 시스템 등 저력이 있기 때문에 큰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며 “작년엔 예매 시스템과 자막 사고가 조금씩 있었는데 올해는 한 건도 안 나왔다”고 밝혔다.이어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 제공을 원활하게 하려고 했고 SNS 홍보도 재밌게 하려고 했다”며 “예산이 줄어 영화 상영과 야외 이벤트는 줄었지만, 주요 경쟁 부문과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영화제는 야외 행사가 대폭 축소됐으며, 배우-감독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영화의전당에서 주로 진행됐다. 그런 탓에 영화제 열기가 영화의전당을 벗어나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데 일조했다. 다만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보다는 OTT 소개행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작품 상당수가 디즈니+ ‘비질란테’,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넷플릭스 ‘독전2’와 ‘발레리나’ ‘진리에게’ 등 OTT 작품들이었다. 곧 각 OTT에서 공개될 작품들을 국제영화제에서 단지 화제를 위해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등 곧 국내에서 개봉하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 초청작들을 좀 더 일찍 소개하는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 또한 이어졌다.한국 영화계 부침과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현장을 찾은 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영화제냐는 쓴소리가 나올 만큼 한국 주류 영화보다는 독립영화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진 것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계와 같이 성장해온 터인데, 갈수록 독립영화제 같은 성격을 드러내면서 점점 더 한국 주류 영화계와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실제 부산영화제에선 최근 몇 년 사이 OTT 작품을 영화제에서 상영해 홍보하고 출연 배우들로 화제를 모으는 반면 한국 주류 영화계 작품들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영화인들 사이에선 올해 상영작 또는 미개봉작들 중 화제성 있는 작품들도 부산영화제로부터 초청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말들도 제법 많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송중기 주연 영화 ‘화란’ 정도가 이번 영화제에서 화제작이었을 정도다. ‘화란’은 영화제 기간인 11일 개봉한 터라 일반 시사회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은 “의도했다기보단 현재의 시장을 반영한 것”며 “영화제가 밀리는 게 아니라 작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제가 끝나면 이제 혁신위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석인 이사장 선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이사장이 선임되면 새 집행위원장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부산 영화계에선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경합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영화제 측은 개막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영화제가 끝난 뒤 올해가 가기 전 명확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추후 이런 문제가 영화제에서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10.13 06:00
연예일반

[단독] 든든 권고에도 ‘침묵’ 부산국제영화제, 이러다 부산동네콘텐츠행사된다 [전형화의 직필]

부산국제영화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영화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부터 최근 불거진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권고받았지만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8일 영화계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지난 5일 허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과 관련한 든든의 권고를 받고 사무국 직원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2차 가해에 대한 주의와 함께 앞서 영화제 측에서 이 문제를 허 집행위원장 개인의 문제라고 공표한 것과 이후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내용 등이 게시됐다”고 밝혔다.문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 같은 권고를 받고도 영화제 차원에서 어떤 입장도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든든의 권고를 받은 이날은 부산국제영화제 혁신위원회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영화제가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혁신위원회를 꾸리는 모임이 열렸는데도 그저 영화단체와 영화계 관계자, 시민 등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12일 열기로 했다는 정도를 공표했을 뿐이다. 있었던 일은 모르쇠하고 책임은 떠넘기는 무책임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31일 부산영화제 측은 허 집행위원장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영화제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직원이 허 집행위원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신고가 성평등센터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선을 그은 것이다.이후 지난 2일 열린 영화제 이사회에선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수리한다”고 알렸다. 두 입장문에선 허 집행원장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영화제 차원에서 진위 여부를 진상 조사하겠다거나, 아니면 제3의 기관에 진상 조사를 위탁하겠다거나 유감이라든가, 그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그러면서 의혹의 당사자는 사표 수리로 마무리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진상조사든, 소명이든, 명예회복이든, 이제 의혹의 당사자가 외부인이 된 탓이다. 당초 부산국제영화제는 허 집행위원장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한다고 했지만, 이틀 뒤 이사회에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한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허 집행위원장은 이사회에 앞서 이사들에게 사표를 수리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원 남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허 집행위원장은 전 집행위원장이 됐다. 영화제 내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의혹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한다는 건,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 얼마나 얼빠진 조직이라는 걸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는 그간 누구누구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 외에는, 대책도 없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종국 운영위원장 임명 이후 허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으로 불거진 일련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결국 포스트 이용관 이사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밥그릇 싸움이란 소리가 괜히 나오고 있는 게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은 최근 몇 년간 갈수록 위축돼 왔다. 비단 코로나19 때문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들 투성이였다. 제대로 혁신이 안되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한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동네콘텐츠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 부디 부산국제영화제가 제대로 혁신하길, 새롭게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한 첫 발은 제대로 된 진상 조사부터다. 이용관 이사장 체제의 문제점이든, 허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의혹이든.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6.08 09:38
연예일반

[줌인] 집행위원장의 무책임한 사퇴..부산국제영화제 향방은?

“머리를 식히고 2주 뒤에 돌아오겠다니 그 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목소리는 난처한 듯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용관 이사장은 “일단은 허 집행위원장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슨 결정을 하든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가 열리고 이틀 뒤인 11일 사퇴 의사를 영화제 내외부에 알렸다. 구체적인 사퇴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전 영진위 사무국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돼 사실상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돌입한 데 대한 반대 표시라는 게 영화제 안팎의 중론이다. 허 위원장은 12일 오전부터 외부 연락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일련의 일들에 대해 “영화제에서 떠난 사람”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과 영화제 개최를 5개월 남짓 남겨두고, 집행위원장이 이렇게 사의 표시를 하는 건, 조직의 장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행보다. 운영위원장를 세워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돌입하는 데 대한 반발이라면, 이미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영화제 안살림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을 세운다는 게, 이번 임시총회에서 처음 나왔던 사안도 아니다. 지난 영화제 이후 수개월 동안 논의됐던 일이다. 임시총회에 안건을 올리는 것 또한 집행위원장의 몫이다. 그런데 총회가 끝나자마자, 영화제가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렇게 사표를 던진다는 건 한 조직의 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첫 정상 진행이라는 것에 가려져서 그렇지,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행사였다. 곧 있으면 한국에 정식 개봉할 다른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의 선공개일 뿐인 주요 섹션,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해외 영화 수급과 해외 영화제와의 관계, 독립영화에 치중하면서 점점 더 한국상업영화계와 멀어지는 듯한 행보, 그로 인한 화제성 부족으로 갈수록 스폰서가 줄어드는 현상, 부족한 화제성을 채우기 위한 OTT시리즈 공개 등등 여러 위기 조짐이 수면 아래에서 들끓었다. 단순히 팬데믹 탓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갈수록 OTT시리즈 홍보로 점철되고 있는 섹션은, 무엇을 위한 영화제인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실보다 의전에 급급한 영화제 주요 인사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던 터다.집행위원장이 이런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은커녕, 영화제 개최 불과 5개월을 남기고 사의 표명을 했다는 건, 실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영화계 일각에선, 이를 놓고 이용관 이사장의 영화제 사유화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과 친분이 있으며, 그의 추천 또한 이 이사장의 뜻인 건 분명하다. 이를 놓고 이용관 이사장이 물러난 뒤에도 영화제에 영향력을 행세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허 집행위원장이 임명했던 영화제 사무국장이 지난 3월 인사로 좌천되자 사의를 표한 것 또한 이 이사장의 영화제 사유화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올 상반기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인사가 갑작스럽게 진행되기도 했다.하지만 이는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가 안에서부터 여러 문제를 놓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이 제대로 처리가 안돼 왔다는 뜻이다.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해 영화제 기간부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더 이상 이사장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허문영 집행위원장도 이용관 이사장의 추천과 지지로 집행위원장이 됐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갈등이 있었고,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물러나는 게 영화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애초에 영화제 안살림을 책임 질 운영위원장에 대한 논의가 왜 시작됐는지를 고민했어야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잡음을 놓고 영화계에선 포스트 이용관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이란 냉소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그간 영화계 각 단체에 입김을 행사했던 일련의 세력들과 새롭게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것.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그간 부산쪽 인사들과 서울쪽 인사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으며, 누가 새롭게 이사장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바뀌기에 일찍부터 말들이 무성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 사퇴를 놓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가 각각 성명서를 배포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부산영화제는 15일 오후 부산 언론들을 상대로 일련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용관 이사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당초 올해 영화제를 끝내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며 “이번 사태로 조기 사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31일께 허 집행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그의 복귀를 설득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말했다.한편 일부 언론에서 이번 사태로 올 칸국제영화제에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이 불참해 해외 영화제와 네트워크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애초에 이번 칸영화제에는 이번 사태 이전에 경비 절감 차원에서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은 불참하고 오석근 아시안필름마켓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참석한다는 계획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논란을 자초하고, 그 결과 이사장도 떠나겠다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과연 부산국제영화 앞 날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5.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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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콜' '스위트홈' 등 부산에서 들려온 수상 소식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와 시리즈가 부산영화제 기간 열린 각종 국내외 시상식에서노미네이트 및 수상 소식을 전했다. '콜' 전종서는 2021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부일영화제 2개 부문에 아시아필름어워드에서 3개 부문 후보로 오른 '승리호'는 부일영화상에서 미술/기술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전역의 우수한 시리즈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는 '스위트홈' '무브 투 헤븐'이 수상 소식을 알렸다. 고민시는 신인상을 수상했고 송강은 인기상을, 기술상도 차지했다. '무브 투 헤븐'은 아시아콘텐츠어워즈의 작품상 중 하나인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를 수상하고 윤지련 작가는 작가상, 이제훈은 올해의 남자 배우상을 받으며 웰메이드 시리즈임을 입증했다. 넷플릭스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마이 네임' '지옥' '승리호' '낙원의 밤' 등 한국 작품부터 '파워 오브 도그' '신의 손' '패싱' 등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까지 총 7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지옥'은 오픈 토크·GV·무대인사 등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 먼저 만나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진석 기자 kim.jinseok1@jtbc.co.kr 2021.10.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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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BIFF·결산] "해외도 감동" 비대면 축제, 절박함 속 얻은 성과(종합)

코로나19 시국. 영화제를 치른 것 만으로 대견하다. 애초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전 성과와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큰 사고없이 무탈하게 열흘의 축제 기간을 보냈고, 무수히 많은 아쉬움 속 새로운 배움을 얻는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세계적 관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해외가 주목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축소 개최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가 30일 폐막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폐막식에 앞선 당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의 성과와 의미, 변화에 따른 발전 가능성 등을 되짚었다. 지난 21일 개막한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프라인 개·폐막식을 비롯해 각종 부대 행사를 취소, 현장 상영과 소규모 무대인사에 집중했다. 올해 개막작은 '칠충주: 홍콩 이야기'가 상영됐고, 폐막작은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많은 분들의 협조로 올해 영화제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어려웠던 영화제에 밑받침 돼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올해 영화제는 한 마디로 '관객의 영화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스스로 안전을 도모해준 세계적 수준의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또한 힘든 시기 관객들의 대화(GV)에 적극 참여해준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뿌듯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비대면·비접촉' 총 관객수 1만8311명·GV 135회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치러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총 68개국 192편 영화가 상영됐다. 결산 집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영화제 참여 관객수는 1만8311명. 온라인 참가자 수는 포럼 비프·아시아콘텐츠어워즈·아시아필름어워즈·마스터클래스 등 각종 행사 누적 조회수 결과 총 3만201회로 기록됐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1만8000여 명의 관객 수치에 대해 "지난 24년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한 평균 관객 수 18만 여 명에 비하면 작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 비접촉 코로나19 시대가 대변하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거리두기 한 행사로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국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새로운 관객과의 대화다. 줌 형식의 온라인 GV는 90회. 국내 영화인들이 직접 참여한 현장 GV는 45회 이뤄졌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 예술의 본원적인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영화들을 발굴해 초대, GV를 활발하게 펼치는 상영에 집중하는 영화제에 초점을 맞췄다"며 "영화의 전당과 베트남 상영관 동시 연결과 세계적 거장을 온라인으로나마 인사할 수 있었던 것이 뿌듯하다"고 밝혔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화제작도 돋보였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적인 '스파이의 아내' '트루마더스' '미나리'가 뜨거운 반응 얻었고, 야외 극장 상영작은 10편 중 9편 매진됐다"며 "마켓 역시 '콘텐츠 앤 필름 마켓'으로 이름을 변경,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참가 업체 수는 증가했다. 총 205개 기관이 온라인 부스를 개설, 833편의 콘텐츠를 등록했고 온라인으로 118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도 감동" 방역 올인→온라인 가능성↑ '방역 영화제'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목표는 수치적인 성과보다 '코로나19에 의한 사건 사고없는 무사 종료'였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역시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일각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고, 해야만 했다. 그 결과 무탈하게 영화제를 마칠 수 있게 됐다"고 되짚었다. 이용관 이사장은 "'다행스럽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방역에 대한 문제는 천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절박한 심정 속 영화제를 준비했고, 치렀다. 결과적으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을 극복했기 때문에 '다행이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안전한 출입통제를 위해 오픈형 건물인 영화의전당 건물 외관을 모두 통제하고 8개의 게이트만 운영, 각 게이트에서는 철저한 발열체크, 손 소독, 전자출입명부(QR) 등을 진행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관객들의 동선을 체크하기 위한 CCTV도 운영했다. 티켓 예매 및 입장은 모바일 티켓으로만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에 극장 상영으로만 개막한 국내의 첫 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거리두기 상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 좌석 수는 확연히 줄었다. 전체 객석에서 25%만 판매 창구를 연 것. 지난해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 이하로 총 1만999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현재까지 예매 집계 수치는 1만8311명이다. 최종 좌석 점유율은 92%로 이 정도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관객들이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해외 게스트 참석은 전무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온라인을 통해 풍성한 대화의 장을 펼칠 수 있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온라인으로나마 현장에 직접 모시지 못한 해외 감독, 영화인들과 인사할 수 있었는데, 영화제를 진행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의 뜻을 전하더라.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에 고마워 하면서 '뜻깊은 시간'이라 이야기 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잘한 점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아쉽다"고 토로한 이용관 이사장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자신이 없었다. 시간·예산 문제 등으로 온·오프라인 개최 방식을 거듭 번복하다 보니 최종 온라인의 강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오프라인 상영관 확대도 미비했다. 절대적 위기 속 충분한 대비가 아쉽다. 강제적 전환으로 인한 확실한 학습은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 속 반성의 기회가 됐다"고 정리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10.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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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폐막③] "해운대 번쩍 남포동 번쩍" 정우성→티모시 '열일' 스타들

정우성부터 티모시 샬라메까지, 국내외 스타들이 해운대와 남포동을 넘나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낮과 밤을 빛냈다. 지난 3일 개막해 12일 막을 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열흘 간의 레이스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스타들의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 사회를 맡은 정우성은 빛나는 미모로 부산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진행된 개막식에서 진중한 모습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태풍으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영화제의 개막을 알린다"는 멘트를 시작으로 개막식을 열었다. 정우성과 함께 개막식 사회에 나선 이하늬의 활약도 특별했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글로벌 오픈 토크 with 사람' 행사에 참석해 해외 진출 계획을 밝히며 한국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논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음악을 했고, 미스 유니버스에 도전했다. 내가 만약 배우가 된다면 한국적인 문화 가치와 특수성을 버무리고 싶었다.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연기 스튜디오에 다니기도 했다"며 "진출이라는 단어보다는 호흡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동등한 자세에서 영감이 되고 영감을 주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도연도 오랜만에 출연작 '생일'로 부산을 찾았다. 전도연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나 자신을 던진다. '나 자신있다'가 아니라 '그냥 그 안에 들어가보고 나서 내가 느끼는 만큼만 하자'다. '잘하자'라기보다는 '전도연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해버린다. 자랑하는 게 아니다. '괜찮아 괜찮아' 내 자신을 안심시켰다"고 털어놓으면서 "코미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고르고 있다. 관객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전도연은 남포동으로 무대를 옮겨 '김지미를 아시나요' 오픈토크에 참석, 대선배 김지미와 여배우로서의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신작 '버티고'를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천우희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야외무대인사에 나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저에게 시작과 같다. 2014년 '한공주'로 부산영화제에 처음 참석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소감을 밝혔다. 무대인사와 GV, 오픈토크 등 알찬 '버티고' 일정을 소화한 천우희는 2019 BIFF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서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해인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부산을 찾았다. 개막식부터 얼굴을 비친 그는 대만 금종상 시상식 참석 일정을 소화한 후 다시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유열의 음악앨범' 야외무대인사에 나선 정해인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다. 이런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다. 무대인사인 줄 알고 오긴 했는데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희에게'가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부산을 찾은 김희애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올해 부산의 스타다. '윤희에게' 야외무대인사에서 그는 "인연이란 모르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그렇고 기회 같은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영화도 그런 것 같다"며 "뜻하지 않게 떨어져 있었는데, 영화와의 인연이 늦게 채워지는 것 아닌가한다. 조금 더 무르익고 성숙됐을 때 스크린에 담겨지는 연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의 '스크린 열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의성은 호스트였다. 올해만큼은 작품이 아닌 커뮤니티비프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속 영화제로, 다양한 상영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김의성은 남포동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비공식 친목 도모 행사인 '김의성의 밤'을 개최했다 정우성, 조우진, 권해효, 한선화, 다이나믹 듀오, 엑소 찬열 등과 함께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부산의 밤을 빛냈다. 화제성 부족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4000석을 가득 채운 덕분에 이미 표를 예매한 팬들도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최초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티모시 샬라메는 "한국영화의 큰 팬이다. 2002년 월드컵을 본 기억이 난다"며 "한국에 오게 돼 기쁘고 오래 전부터 오고 싶었다.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오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0.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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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독 추상미, 명품백 대신 꼭 갖고 싶었던 꿈

배우 추상미가 감독으로 변신했다. 데뷔작 답지 않은 깊이있는 감동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그의 첫 작품이다.'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 그 위대한 사랑을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나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극 영화를 만들기 위해 소재를 찾던 신인 감독 추상미에게 이 아이들의 사연이 다가왔다. 처음엔 극 영화 시나리오를 위해 취재를 시작했고, 이 취재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추상미에게 시작부터 끝까지 우연 같은 운명이었다. 추상미 감독에게 연출이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연기가 그에게 돈을 벌어다준다면 연출은 그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명품백을 못 산다는 불편함은 있다"며 너스레를 떤 추상미가 계속 영화를 만드는 이유다. -언론배급시사 후 반응이 좋았다."기자 시사가 가장 어려웠다. 많이들 우시더라. 연출작이다보니 영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게 된다. 중간에 화장실 가는 분들을 봐도 '집중 안 되시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불안했다. 다른 분이 편집하시다가 후반 1년간은 직접 편집했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했다. 자막 까는 일에도 직접 관여했다. 오타가 있더라. 계속 감수를 하는데도 계속 보였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부산영화제 일정은 영화 같았다.(웃음) 태풍이 왔던 당일 시사와 GV 행사가 있었다. 소속사 대표님이 호텔 1층에 내려갔더니 공사장에서 쇠 막대기가 날아왔다더라. 그걸 보고 '우리 못 가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제 측에서 '상영이 다 취소됐다'고 연락이 왔다. 관객이 한두 분이라도 오면 그냥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 정말 미안하더라. 상영은 못 하더라도 인사라도 하기 위해 갔다. 뚫을 수 없는 태풍이 아니었는데, 신앙이 있는 자매들이 뒤에서 기도해줬다. 하하하. 처음엔 갔더니 7명이 입장했다고 하더라. 택시도 다니지 않는 상황이었다. 근데 결국 150명이 와 주셨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눈물이 났다.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촬영이 왔는데 지질하게 울어버렸다. 상영관에 들어가서 관객과 대화를 하는데 보셨던 분들이 눈시울이 촉촉해진 게 보였다." -우연치 않게도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도 탈북 여성이 주인공이었다."'뷰티풀 데이즈'에서 이나영이 맡은 역할이 우리 영화의 인물, 이송과 비슷했다. 이송의 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고, 희망이 되는 그런 영화더라." -산후우울증을 겪던 중 이 영화 연출을 결심했다던데."아이에 대한 애착이 심해지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때였다. 산후우울증으로 악몽을 계속 꾸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우리 아이 같은 거다. 과도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 계속 감성적이 되고 슬퍼졌다. 산후우울증 관리를 잘 안 하면 일반 우울증으로 번진다. 그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됐던 상황이었다.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멘터리 속 그 아이가 내 아이 같았다. 북한 꽃제비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정말 이렇게 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보다 더한 수준으로 아사자가 나온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후 그 아이가 이미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장편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영화의 소재를 찾고 있던 당시에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출판사에 다니는 후배가 관련 자료를 건네줬다. 당시엔 시국도 그렇지 않아 책 출판을 고민하던 자료였다. 당시 시대적 배경과 다큐멘터리, 생존 교사들의 증언 인터뷰 등이 담겨있었다. 그걸 집에 와서 보다가 정말 감동을 받았다. 1년 반동안 극 영화로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 리서치를 하기 위해 시작했다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게 됐다." -스스로 치유 받았다고."산후우울증에서 출발했다. 나도 상처의 연대에서 출발한 거다. 우울증을 겪지 못했으면 영화가 거기까지 가지 못했을 거다. 나 또한 굉장히 힘들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치유됐다."-자칫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소재다."그래서 중심 잡기가 어려웠다.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당의 명으로 소집된 선생님들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들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폴란드는 사회주의와 카톨릭이 같이 가는 국가였기에 신앙심이 깊은 분들이었다. 세대와 이념과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한 게 아니라 저절로 그랬다. 폴란드 선생님들이 이 아이들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이것을 배경으로 해야만 프레임을 깨고 초월한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게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에서 출발하고 싶지 않았다. 연민은 옳고 그름을 떠난 것이다.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불쌍해서 품은 것이다. 나와 같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품은 거다." -실제 탈북민 이송이 등장한다."탈북민들이 처음엔 국정원으로 들어가서 취조를 받는다. 오랫동안 시달린다. 그런 과정을 겪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기가 어렵다. 이 친구들이 살아온 삶의 루트를 알게 되면서 질문을 하기 더욱 미안해지더라. 폴란드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 '65년 전에 만났던 아이들이 생각난다'고 하며 우시면서 이송을 안아줬다. 폴란드 선생님들이 손을 잡아주니 이송도 울었다. 그때부터 본인의 상처를 대면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라. 같이 끌어안고 울었다. 영화에 다 담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탈북청소년들이 겪은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부끄럽다. 내가 삶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에 비해 부끄러워진다."-다른 소재에도 관심이 있나."남한 고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 폴란드 선생님들과 사랑이야기, 아우슈비츠 같은 홀로코스트에도 관심이 많다. 상처의 연대라는 주제는 같다." -극 영화가 나온다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또 캐스팅할 계획인가."그 중 몇명은 가무에 능하다.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르는 아이들이 몇명있다. 그런 아이들은 (캐스팅해) 재능을 보여주려고 한다. 캐스팅이 확정되면 합숙을 하려고 한다. 남한 아이들과 북한 아이들이 섞이게 만들고 싶다. 사실, 남한 아역 스타들 중에 새침데기 같은 아이들이 많지 않나.(웃음) 같이 어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계속 연출을 할 계획이 있나."연출을 전공했다. 3년 투자해서 공부했다. 영화 공부가 쉽지 않은 것인데, 한 건 다 써먹어야겠다. 하하하. 감독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나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에 대한 많은 관심이 생기고, 사회의 이슈와 만나게 된다. 이런 시점에 문화예술이 할 수 있는, 어떤 영향력이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관심이 있어 고민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시너지를 낸다는 점도 있다. 명품백을 못 산다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물욕이 없다.(웃음) 지금 만족스럽다. 당분간 이런 삶을 지속할 것 같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8.10.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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