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태형 감독의 당부 "불펜 투수, 1·2구에 베스트 투구가 필요하다"
두산 벤치는 10일 잠실 KT전에서 볼카운트가 몰린 불펜투수를 타자와의 승부 도중에 교체했다. 10-6으로 앞서던 7회초 무사 1·2루에서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이 심우준과의 승부에서 볼 2개를 먼저 내주자 교체를 지시했다. 8회 2사 만루에서도 좌완 함덕주가 심우준을 상대로 투 볼에 몰리자 마운드에서 내렸다. 박치국에 이어 등판한 윤명준은 볼넷을 내줬고, 함덕주에 이어 등판한 이형범은 안타를 허용했다. 박치국은 심우준에게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벗어나는 커브만 2개를 던졌다. 함덕주는 바깥쪽 체인지업과 직구를 구사했다. 모두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났다. 이후 김원형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교체됐다. 두산 불펜진은 이 경기에서 6점을 허용했다. 마무리투수 이형범도 5피안타·3실점을 기록했다. 한 차례 역전도 당했다. 연장 11회말에 상대 내야수의 연속 실책이 나오며 결승 득점을 했고 13-12로 이겼지만, 개운하지 않은 승리였다. 그나마 역전을 허용한 뒤 나선 베테랑 좌완 이현승이 10회초 2사부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준 게 위안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을 앞두고 불펜진에 대해 언급했다. 젊은 투수들이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아직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턱대고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김 감독은 "불펜투수는 1, 2구에 자신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며 "볼만 2개를 주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없는 투구를 했다. 승부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KT전이 안 좋은 승부의 전형이었다는 얘기다. 두산 불펜진에는 현재 150㎞(시속) 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없다. 이동원은 영점이 잡히지 않아서 퓨처스팀으로 내려갔고, 김강률은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이러한 성향 탓에 초반 승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불펜 투수의 싸움은 1·2구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자신 있는 공을 던지고, 제구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덕주, 박치국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불펜진 전체에게 요구되는 지향점이다. 교체를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도 아니다.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도 1~3년 차 젊은 투수들에게 공격적인 투구를 요구했다. 보직, 연차에 맞는 지향점이 명확하다. 이현승의 분투에 대해서도 "잘 해줬지만 (이)현승이가 그런 역할을 하면 안 된다. 후배들이 잘 막아주고, 그는 더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렸던 두산 불펜은 12일 롯데전에서는 선전했다. 5연승을 달리며 뜨거웠던 상대 타선을 4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아냈다. 8회에 등판한 함덕주는 2구 안에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승부를 냈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13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