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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품은 최초 AI폰 '갤럭시S24', 애플 골대에 '덩크슛'
삼성전자가 인터넷·카메라 다음의 모바일 혁신 무기로 인공지능(AI)을 택했다. 실시간 통·번역과 차별화한 AI 사진·영상 편집 및 검색으로 경쟁사 애플에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이제 '갤럭시 AI'만 있으면 해외에 나가서 한국어로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키 작은 아이는 사진 속에서 멋진 덩크슛을 꽂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으로 폼팩터(구성·형태)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AI폰'으로 글로벌 모바일 판도를 뒤집겠다는 포부다. 외국어 배울 필요 없어지나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은 18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세계 최초 AI폰 '갤럭시S24'(이하 갤S24)를 공개한 뒤 "갤럭시 AI는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AI'를 표방한다"며 "2024년 약 1억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해 모바일 AI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제품은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갤S24 시리즈는 디자인과 카메라, 사양 개선에 집중했던 그동안의 전략에서 벗어나 생성형 AI 기반 신기능을 대거 탑재하며 아이폰과의 치열한 다툼 속에서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내세운 카드는 '실시간 통·번역'이다. 비즈니스 영어가 필수인 직군이 아니라면 굳이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나 느껴질 정도다. 상대방이 아이폰이나 현지 브랜드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무관한다.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간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13개 언어를 기본으로 깔린 '통화' 앱으로 지원한다.이날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연회에서 삼성전자 직원은 미국 식당에 전화를 건 뒤 '통화 어시스트'의 '실시간 통역'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짧은 통역 안내 문구가 나왔고 곧바로 대화가 시작됐다.인기가 많은 식당에 마침 자리가 비어 시간과 인원을 알려주고 예약에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점원이 영어로 대답하고 한글 문장과 음성이 나오기까지 2초면 충분했다.실제 통역사도 대화를 다 듣고 옮겨 적은 뒤 읽어주는 것을 고려하면 기다릴만한 수준이다.
메시지의 경우 기본 앱인 '삼성 키보드'에 친구와 약속 시간을 정하는 내용의 문장을 한글로 넣자 문자 앱 입력창에 스페인어로 거의 동시에 번역했다.오프라인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통역' 앱을 켜면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단순 통·번역을 넘어 '공손한', '이모지 추가' 등 상대방과 상황에 맞는 5가지 톤까지 제안한다. ‘전문적인' 톤을 선택하면 오탈자는 알아서 보정하고 다소 격 없이 느껴질 수 있는 단어는 정중한 표현(coming→attending)으로 바꿨다.네이버와 SK텔레콤이 제공 중인 통화·회의 내용 요약 기능도 적용했다. 네이버 '클로바노트'는 서버에 업로드를 하고 문자로 변환하는데, 갤럭시 AI는 디바이스 자체적으로 작업을 수행해 비교적 빠른 속도를 보였다.
사진·영상 편집 한계 넘어생성형 AI를 만난 사진·영상 편집 기능은 한층 더 진화했다.골대 한참 밑에서 막 농구공을 던진 사진 속 소년 주변에 커다란 원을 그렸더니 AI가 알아서 사람만 발라내 편집 상태로 전환했다. 공과 함께 골대 바로 앞으로 옮겨 덩크슛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사진 구도가 살짝 틀어져서 바로잡았더니 골대 윗부분이 일부 잘려 나갔는데, AI가 알아서 빈 공간을 채워 넣었다. 주변 배경과 비슷하게 복사한 것이 아니라 학습 데이터로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다.영상을 길게 누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사진은 더 자세히 보고 싶을 때 '확대'를 하지만, 영상은 '슬로 모션'으로 재생하고 싶은 니즈를 반영했다. 전용 모드로 촬영할 필요가 없고, 상대방이 공유한 영상도 슬로 모션으로 즐길 수 있다.구글이 갤S24 출시와 함께 발표한 '서클 투 서치' 검색도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기능이다.궁금한 장소나 제품을 카메라 앱을 켜서 비춘 뒤 홈 버튼을 길게 둘러 동그랗게 표시만 하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앱을 전환하거나 브라우저를 열지 않아도 되고, 이미지와 문자 모두 찾을 수 있다.유사한 사진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최적의 답을 내놓는다. 지난 검색 내용을 기억해 짧은 대화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이런 모바일 AI 도입 추세에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도 iOS 업데이트로 온디바이스 AI에 힘을 싣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사진 속 물체 인식과 일정 기록을 위한 과거 활동 추천 등을 선보였지만, 갤S24의 핵심인 실시간 통·번역 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외모 대신 속을 확 바꾼 갤S24의 등장에 외신도 찬사를 보냈다.미 경제 매체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갤S24 시리즈는 구글 픽셀과 함께 스마트폰에서 AI 확산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IT 매체 폰아레나는 "갤S24 울트라는 최고의 스마트폰 중 하나로 어렵지 않게 이름을 남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이처럼 생성형 AI는 미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생성형 AI 스마트폰이 2027년까지 연평균 8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정호 삼성전자 MX사업부 프로는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국경과 기존 검색의 불편함을 없앤 것은 물론 촬영부터 편집, 공유까지 모두 가능한 퍼포먼스를 갖춘 것이 갤S24 시리즈"라고 자신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1.1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