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WBC] 일흔을 넘긴 감독, '투수'로 판을 흔들다
이스라엘이 예상을 뒤엎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1위를 차지했다. 중심에는 제리 웨인스타인(74) 감독이 있다.이스라엘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3차전을 4-2로 승리하며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이미 전날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던 이스라엘은 네덜란드를 조 2위로 밀어내고 대회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홈 이점을 갖고 있던 한국을 A조 개막전에서 격파했고, '아시아 3강' 대만에 이어 현역 메이저리그 타자 5명이 포함된 네덜란드마저 꺾었다.한국과 대만의 1라운드 동반 탈락에 버금가는 이변이다. 이스라엘은 대회 전 고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대인의 다수 합류가 예상됐다. 거론된 선수 면면도 화려했다. 하지만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 작 피더슨(LA 다저스) 등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투수 쪽에선 백전노장 크레이그 브레슬로(미네소타)가 대회 직전 소속팀을 찾으면서 예비 엔트리로 빠졌다. 메이저리그 통산 71승을 기록 중인 스콧 펠드먼(신시내티)도 1라운드 출전이 좌절됐다.돌파구가 필요했던 웨인스타인 감독은 '투수' 쪽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최종 엔트리에 투수 16명(타자 12명)을 포함시켰다. 같은 조에 속한 팀들과 비교했을 때 3명이 더 많다. 현역 빅리거들이 빠지면서 무게감이 줄었지만 물량공세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웨인스타인은 개막에 앞서 "저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 평가는 다를 수 있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하겠다. 승리하기 위해 왔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뚜껑이 열린 이스라엘은 예상보다 더 견고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의 지략대로 마운드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경기당 3.3점만 내줬다. 7실점한 2차전 대만전을 제외한 2경기 평균은 1.5점이다. 특히 시리즈 분수령이 된 한국과의 1차전에서 10이닝 1실점했다. 마운드 물량공세가 강했다. 한국전 6명, 대만전 7명, 네덜란드전 9명으로 등판 가능한 투수들을 매경기 투입했다. 특히 네덜란드전에선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를 1이닝 만에 강판시키고 8명의 불펜투수를 운영했다. 적장 헨슬리 뮬렌 감독은 경기 후 "(이스라엘에서) 이닝마다 투수를 바꿨기 때문에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기 어려웠다. 좋은 전략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웨인스타인 감독은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는 A조 1위를 확정한 후 "3경기를 통해 거의 모든 선수를 기용했다. 16명 중 15명이 투구했다. 최고의 조합이었다. 전략 덕분"이라며 "(잦은 투수교체로) 타자들에게 익숙하게 하지 못하게 했다. 경기마다 다르게 한 이유다. 더 많은 투수가 있다는 건 유연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바탕이다"고 말했다. 일흔을 넘긴 노장 감독이 '투수'로 판을 흔들었다. 이스라엘이 2라운드가 열리는 도쿄로 간다.고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3.09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