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영화사 소풍·레스토랑 라비따 김현신 대표 “맛있는 클래식, 대중과 자연스러운 만남”
"도대체 본업이 뭐예요?"영화 제작자로 충무로를 휘젓고 다니며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사람. 세계에 100개도 안되는 빈티지 스피커 웨스턴 일렉트릭을 소유하며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수집가'로 꼽혔던 인물. 바로 영화사 소풍과 레스토랑 라비따를 이끌고 있는 김현신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고, 일을 취미삼아 성취감까지 느끼며 사는 '자유인'이다. 손대는 일이 많다보니 '본업이 뭐냐'는 말도 종종 듣는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모습에서 '사업가 스타일은 아니다'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섣부른 편견은 금물이다. 영화사 소풍을 벌써 8년째 이끌며 충무로에 탄탄히 뿌리를 내렸고, 서초구 예술의 전당 앞에서 클래식 음악 공연이 열리는 레스토랑 라비따를 4년째 운영하면서 음악인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즐거움만 추구하는게 아니라 뚝심과 추진력을 갖추고 내실까지 고려하며 일한다는 증거다. 김현신 대표의 영화사 소풍은 시나리오 개발에 치중하던 회사다. 이후 제작에도 손을 대기 시작해 '반가운 살인자'(10) '남자사용설명서' 등 두 편의 영화를 내놨다. 흥행에서 만복할만한 성과를 얻은건 아니지만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끌어냈다. 레스토랑 라비따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클래식 음악인들의 연주와 노래를 눈앞에서 접할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김현신 대표가 '클래식과 대중의 격차를 좁혀주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장소다. 영화계와 음악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현신 대표를 만나 흥미로운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레스토랑 라비따를 만들게 된 동기는."방배동에 오래 살면서 예술의 전당 근처에 음악인들과 대중이 자연스레 호흡할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국처럼 살롱 콘서트를 즐길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영화와 더불어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고 계획한지 10여년만에 라비따를 오픈할수 있었다."-살롱콘서트는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나."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정기 음악회를 한다. 그리고 1년 전부터는 둘째주 목요일에 오페라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는 프리마돈나들이 나와서 노래를 들려준다. 클래식·오페라와 대중의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취지다. 그 외에도 기획 공연이 잦은 편이다. 음악인들이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흥에 겨워 즉흥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연주하길 원하는 손님이 있다면 기회를 드리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들국화의 최성원 선생이 와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그 이후 대중음악 공연도 한번씩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처음부터 운영이 잘 된건 아닐텐데."3년 정도는 좀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덜 가져가더라도 직원들 월급은 다 챙겨주면서 애초 계획했던대로 라비따의 취지를 살려나가려 노력했다. 지금은 입소문이 많이 났다. 음악인 뿐 아니라 영화인들도 자주 찾는다. 일반인 손님들도 식사를 하러 왔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좋아하시더라. 고품격 음악을 편하게 감상할수 있는것 뿐 아니라 음식 맛이 좋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보다."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앰프와 스피커를 수집하느라 돈도 꽤 썼다. 웨스턴 일렉트릭 등 전 세계에 100개도 안 남은 최고의 빈티지 스피커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애호가들끼리는 한데 모여 음악을 듣는 모임도 가지는데 내 애장품의 성능을 들어보려 모여드는 이들이 많았다. 어렵게 모은 수집품들인데 일부는 영화 만드느라 팔아버리기도 했다.(웃음)"-영화계에는 어떻게 발을 딛게 됐나."원래 연영과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했다. 하지만, 연극이나 영화 일을 지속하는게 쉽지않아 잠시 업계를 떠났다. 이후 영화계에 있던 오랜 친구의 권유로 합심해 영화사 소풍을 만들게 됐다. 동업이었지만 처음엔 일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에 한발 뒤로 물러나있다가 친구가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내가 대표 자리에 앉게 됐다.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도 우리 회사에서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썼던 사람이다."-영화사와 라비따를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한때는 요리 강사로도 활동했다. 음악 애호가들과 모임을 가질 때마다 이런 저런 요리를 꺼내놓곤 했다. 그러다가 몇 명의 지인을 상대로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차츰 사람들이 많이 모여 한달에 100여명을 가르치는 요리강사가 돼버렸다. 책을 내거나 학원을 세우자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런건 싫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매번 같은 요리를 반복한다는게 부담스러웠다."-영화계나 음악계에서 '본업이 뭐냐'는 말을 듣진 않나."그럴때도 있다. 특히 영화계는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 나를 두고도 '음악하는 사람'이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열심히 영화사를 끌고 오다보니 이제는 더 이상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것 같다."정지원 기자cinezza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Tip. 레스토랑 라비따는?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이탈리안 음식을 위주로 하는 맛집이며 무엇보다 큰 무대에서만 접할수 있었던 클래식 공연을 눈 앞에서 볼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장소다.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과 기타리스트 배장흠, 그리고 소프라노 권성순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음악인들의 공연을 감상할수 있다. 종종 와인 한잔에 흥이 오른 음악인들이 즉흥연주를 펼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최근에는 클래식 공연 뿐 아니라 재즈와 오페라 콘서트까지 공연의 범위를 넓혔다. 마니아들이 깜짝 놀랄만한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음악 외에도 시낭송회와 독서모임, 그리고 라틴댄스 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3.08.1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