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리점 안 오셔도 돼요"…車 업계, 비대면으로 '코로나 위기' 정면돌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비대면(언택트)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며 소비자들의 실구매가격이 낮아진 만큼 온라인 판매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새 판촉 전략으로 떠오른 '비대면'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달 사전에 전화와 온라인으로 상담한 고객들에게 모델별로 최대 1.5% 우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의 개소세 감면 70%(5%→1.5%) 결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개소세 전액을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9일 신차 'XM3' 출시를 앞두고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온라인 청약 채널을 구축했다. 네이버와 함께 사전계약 이벤트를 진행해 13일 만에 사전계약 6000건을 달성했다. 전체 사전계약 가운데 온라인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특히 사전계약분 중 20·30세대의 계약 비중이 43%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르노삼성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매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구매에 익숙한 젊은 층의 접근성을 강화한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2017년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접목한 온라인 쇼룸 'e-쇼룸'(내차 만들기)을 개설하고, 해당 서비스를 모든 차종에 확대하며 세일즈 혁신을 추구했다. 이런 노력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구매 트렌드와 맞물려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수입차 역시 비대면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프는 이달 계약부터 출고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대면 구매 전용 채널을 열었다. 이를 활용하면 구매 상담부터 시승 신청, 계약서 작성, 차량 출고 서비스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비대면 차량 구매 시 최대 5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지프의 비대면 구매 방식은 100% 온라인 구매에 가깝다. 이메일이나 전화로 견적을 확인하고, 시승을 원할 경우 영업사원이 소독된 시승차로 고객이 희망하는 곳을 방문한다. 구매를 결정하면 온라인 계약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영업사원 내방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차량 인도 역시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가져다준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온라인 구매 상담을 최근 시작했다. 홈페이지 내 '온라인 구매하기' 채널을 통해 차량 견적을 받거나 출고를 진행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고객의 안전성과 편의성 높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비대면 구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차량 견적을 받아 저장한 고객 200명에게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추첨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피니티는 이달 비대면 상담 및 출고 고객에게 개소세 1.5%를 지원한다. BMW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판매 채널 BMW 샵 온라인을 구축하며 비대면 실험을 가속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에 소량만 판매하는 소장가치 높은 에디션 모델을 온라인으로만 구매하도록 했다. BMW 샵 온라인으로 출시한 X6 퍼스트 에디션은 판매 이틀 만에 50대가 모두 완판됐다. 폭스바겐은 비대면 온라인 금융 계약 플랫폼인 브이-클릭(V-click) 앱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앱에서 자동차 할부나 리스 계약 시 필요한 금융 심사 신청부터 차량 계약까지 온라인 프로세스로 빠르고 쉽게 완료할 수 있다. 앱으로 금융 계약을 완료하는 고객에게는 모바일 주유권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중고차·렌터카도 비대면…전문가 "시장 더욱 커질 것" 중고차 시장은 이미 디지털 쇼룸을 통한 온라인 구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오토플러스의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에서는 지난 4일 국내 최초로 모든 거래 과정이 온라인상으로만 이뤄진 언택트 구매 1호 고객이 나왔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대인 접촉 기피 영향 외에도 온라인 스토어 내 차량 상세 정보 및 거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을 통해 신뢰 및 안전성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 있다. 리본카 관계자는 "언택트 1호 고객이 리본카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믿고 공감해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투명한 정보 공개, 안전장치 등을 강화해 신차에 버금가는 탁월한 품질로 편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PC로 차량 계약이 가능한 롯데렌터카의 '신차장 다이렉트'를 통한 계약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장 다이렉트를 통해 견적을 낸 고객은 2019년 12월 대비 약 13% 증가했으며, 계약까지 완료해 차량을 출고한 고객은 약 29% 늘었다. 롯데렌터카 측은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신차장 다이렉트에 대한 고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동차 시장 내 비대면 판매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소비를 이끄는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 증대와 더불어 업체들도 구매 편의를 강화하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자동차 시장 내 비대면 판매가 테스트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양한 각사별 프로모션과 보증 연장 혜택, 개소세 인하 등은 고객들의 품질 우려와 구매 부담을 낮추고 있어 긍정적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 구매 상담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직접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온라인과 전화, 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자동차 판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여전히 높은 차량 가격 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03.1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