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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기선·김동선, HD현대·한화갤 지분 '폭풍 매입' 속내는

최근 경영 승계를 앞둔 후계자들의 폭풍 지분 매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500억원 안팎을 투입해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지배력 강화, 상속세 절약과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배력·승계 굳건, 상속세도 절약 8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일가 중 정기선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주식 매입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우선 정기선 부회장은 올해 5~7월에 집중적으로 HD현대 지분을 장내 매수하며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만 해도 지분율이 5.26%이었는데 총 40여 차례에 걸쳐 집중 매입하는 모습으로 지분율을 6.12%까지 끌어올렸다.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6.60%로 HD현대의 최대 주주다. 이어 국민연금이 8.82%로 2대 주주, 정 부회장이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HD현대의 경우 정 이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전문경영인 체제였다. 그러다 정 부회장이 오너가 경영 체제를 선언하면서 경영 승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그룹 유통·로봇 분야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3400만주를 주당 1600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선언하며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기존 지분율이 2.32%였던 김 부사장은 이번 공개 매수에 성공한다면 지분율이 단숨에 19.86%까지 치솟게 된다. 매입 규모가 544억원에 달하고 자신이 보유한 ㈜한화 보통주 126만주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가 지분 36.31%로 최대 주주다. 이어 김 부사장이 19.86%로 2대 주주가 되면 한화갤러리아는 사실상 경영 승계가 완성된다. 김 부사장은 지난 8월 전략부사장에서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미래비전총괄로 승격하기도 했다.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김 부사장이 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은 적자 전환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주주들과 함께 회사를 한층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후계자들의 폭풍 매입은 지배력뿐 아니라 상속세 절약과도 연관이 있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다면 장내 또는 공개 매수가 가장 유리하다. 만약 주식 상속을 받는다면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 상속세법상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 상속할증 20% 적용돼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 한다. 만약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 26%를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무려 8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지불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우 12조원의 상속세로 인해 오너가의 지분 대량매도 행보가 그룹의 적지 않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상속 받기 전에 야금야금 지분을 늘려나간다면 향후 상속세 마련의 부담감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앞두고 주가 부양 긍정적 대주주의 지분 확대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이 같은 대주주의 책임경영 행보는 더욱 환영받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이 집중 매입을 시작했던 5월 초 HD현대의 주가는 6만4000원 선이었다. 40여 차례의 집중 매수 행보에 HD현대 주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였다. 8일 현재 HD현대는 7만7400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5월 초 대비 20% 가량 오른 가격이다. 김동선 부사장의 공개 매수도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이 3400만주를 매수한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1303원에서 1500원대로 뛰었다. 8일 현재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1539원으로 공개 매수 발표 이전과 비교해 18% 이상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와 한화갤러리아는 대주주의 대량 매입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부각되면서 하락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후계자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가 지분 매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롯데지주 지분을 확보한 신 전무는 이달 5일 4255주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밝혔다. 두 차례 매입으로 롯데지주 지분 0.01%를 보유하게 됐고, 규모는 3억여원에 머물렀다. 앞선 후계자들과 달리 매입 규모가 미미하다 보니 롯데지주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9.09 07:00
사회

[IS시선] 국가채무 심각한데 대대적 '부자감세' 웬 말인가

윤석열 정부가 세 번째 감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부자 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지난 25일 공개된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에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나 낮췄다. 현행 상속세 최고 구간인 세율 50%는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대기업 오너나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세율이다. 이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할증과세도 폐지된다. 할증과세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식 평가 금액의 20%를 더 붙이는 것이다. 이 같은 상속세율 적용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상속세율 최대치인 60%를 내고 지분과 유산 등을 물려받았다. 재벌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최대 60%에서 20%가 줄어든 40%의 상속세만 내게 됐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0%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속세 개편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건 대기업 오너가다. 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가고 있는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단체를 리드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세수부족 등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쟁력 제고와 국민 세부담 적정화를 위해 고심해 마련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 없이 부자들을 위해 무작정 선심성 개편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4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는 발표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 법이 시행되면 2023년 결정세액 기준으로 고액자산가 2395명(피상속인 1251명+증여인원 1144명)이 2조1232억원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중 과세표준 500억원이 넘는 재벌 29명의 경우 한 명당 445억원의 감세선물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안도걸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해 국가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는데 수백억 자산가만 혜택을 보는 최고세율 인하는 터무니없고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시민단체도 ‘재벌대기업 감세 정책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개정안으로 2029년까지 세수 감소 규모가 18조4000억원 추가될 것으로 예측했다. 참여연대는 "자산과세를 줄줄이 폐지·유예·완화하고 재벌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기업·대주주·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도 확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2023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59조4000억원이 늘어난 112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재정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없이 부자들을 위한 선심성 감세 정책을 발표했으니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2024.07.30 07:00
사회

[IS시선] 종부세·상속세 인하,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상속세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번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한 매체에 출연해 종부세와 관련해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속세의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고려해 최고 3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서민을 위한 감세’라는 프레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폐지는 서민 입장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렇지만 과연 ‘서민 감세’가 목적인지는 정부의 의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성태윤 실장은 현 종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콕 집은 서민은 ‘다주택자’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월세 공급자로 집을 수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서민으로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런데도 성태윤 실장은 “다주택자를 적대시하기도 하는데 저가 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자이기도 해서 이들에 대한 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래도 종부세의 개편은 서민을 위한 감세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상속세 인하는 결국 자산가나 재벌을 위한 정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정부는 자녀·배우자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을 상속세 인하의 1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정도를 물려받는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갖지 않는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루뭉술하게 보면 중산층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보인다. 한국은 상속세율이 OECD 평균(26%)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고 있다.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까지 상속세를 매길 수 있다.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OECD 평균을 상회한다. 상속세율은 무조건적인 부의 되물림과 경영권 승계를 막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정됐다. 이런 기본 원리를 부정하면서 단번에 상속세 인하를 강행한다면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상속세 인하로 어느 집단이 가장 이득을 보게 될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만약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상속세 인하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정부의 의도 역시 명확히 드러나는 셈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세청 차장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임광현 의원은 심각한 재정 위기까지 언급했다. 그는 “올 4월까지 관리재정 수지 적자가 64조원, 중앙정부 채무는 1129조원”이라며 “나라 곳간이 거덜 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자산가들 세금 깎아주는 게 시급한가”라고 비판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는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이 과연 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4.06.18 06:55
산업

[IS리포트] 꼬이거나 포기하거나…만만치 않은 재벌들의 상속 셈법

대기업의 대물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는 만큼 다수의 선택지가 생길 전망이다. 오너가들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승계 포기’를 선언하거나 ‘연대 경영’, ‘소유와 경영 분리’ 등의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희박해졌지만 경영 승계 포기29일 업계에 따르면 4대 그룹 모두 경영 승계에 대한 이슈로 고민에 휩싸였다. 4대 그룹 총수들 모두 아들 1명만 슬하에 두고 있다. 주로 아들이 경영 지휘봉을 물려받는 국내 기업의 전통을 고려한다면 적자는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다. 그런데도 경영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이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옥고를 치르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법정에 주기적으로 출두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4세 경영 포기는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위한 선언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자녀에게 재계 1위 기업의 총수가 감내해야 하는 고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회장의 장남은 아직 병역 문제 해결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3세 경영에 대한 구상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11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말 고민 중이고 승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내가 어떤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이어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의 세 자녀의 경우 ㈜SK 지분이 전무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3세 승계를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 자녀 모두 SK그룹의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등 적을 두고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장녀 윤정 씨는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차녀 민정 씨는 SK하이닉스에서 일하다 휴직 후 미국의 원격 의료 스타트업 자문역을 맡고 있다. 장남 인근 씨는 SK E&S 북미법인 패스키에서 근무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1남2녀를 두고 있다. 총수로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지분으로 아직 완벽하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지분이 핵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5.39%로 2.65%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보다 2배 이상 많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현대차의 경우 지분 정리가 이뤄져야 온전한 경영 승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분 승계는 상속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 등 세 모녀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장자 승계’가 꼬였다. 세 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이미 오래 전 합의가 끝난 ㈜LG 지분에 대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경영 승계 최대 걸림돌, 천문학적인 상속세 경영 승계의 최대 걸림돌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 등에 대한 상속세만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부연납으로 납부하고 있지만 아무리 재계 1위의 재벌이라도 1년 5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는 큰 부담이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의 삼성 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상속하면서 상속세만 12조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의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등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LG 지분 8.76% 상속 등을 위해 상속세 7200억원을 내야 했다. 구 회장은 올해까지 상속세를 모두 완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의선 회장도 향후 현대차와 기아 지분 등을 상속받는다면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상속세 마련 등을 고려해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도 최상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물리는 국가는 24개국이다. 이중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할증률(상속세율의 20%)을 더하면 총 상속세율은 60%까지 올라간다. OECD의 평균 상속세율이 15%라는 점으로 고려하면 한국의 상속세는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상속세율 60% 적용받는 기업은 사실상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상속세와 관련해 “우리 경제 발전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현재 기업들의 최대 현안인 상속 문제에 대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9일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상속세제에 대한 3040 최고경영자(CEO)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5%가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과도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연대 경영’이 떠오르고 있다. GS와 LS 등의 기업들은 사촌들이 지분을 합쳐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집집마다 5% 정도의 지분을 세습하면서 경영을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들의 경우 주기별로 총수를 추대하면서 ‘연대 경영’, ‘사촌 경영’의 모범을 선보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에도 ‘경영 승계 구상’에 연대 경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는 최종건 창립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전례가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사촌 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대 경영’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럴 경우 최 회장의 ㈜SK 지분 17.73%의 배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미 사촌들에게 SK 지분을 나눠준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최 회장은 SK 지분 4.68%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친족들에게 증여한 바 있다. 당시 증여 금액만 9300억원 규모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 승계 구상을 밝히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연대 경영’뿐 아니라 ‘소유와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SK의 경우 계열사별 독립적인 이사회를 비롯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굳건해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전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0.30 07:00
산업

GS·LS는 형제경영 모범사례…두산·한진은 삐걱

상속세율이 높은 한국 기업에서 ‘사촌경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으로 내야 할 상속세만 12조원에 달해 안정적인 경영 승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인 형제경영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집단은 범 LG가의 GS와 LS다. LG그룹에서 2004년 분리된 GS그룹은 이후 경영권 분쟁 없이 순탄한 형제경영이 유지되고 있다. GS그룹은 장자승계나 사촌경영 방식과는 달리 오너가의 가족회의를 통해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도 허창수 명예회장이 총수 자리를 막내 동생인 허태수 회장에게 물려주며 잡음 없이 경영 승계가 마무리됐다. 이런 GS그룹의 안정적인 형제경영의 원동력은 안정적인 지분에서 비롯된다. GS는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2.08%에 달한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가 5.26%로 개인 최대주주고, 허창수 명예회장도 4.6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사촌형제들이 5% 안팎으로 비슷한 지분율을 갖고 있어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LS그룹도 10년 주기로 사촌 간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다. 구자열 회장이 2021년 사촌 동생인 구자은 회장에게 바통을 넘긴 바 있다. 구자열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의 장남이고, 구자은 회장은 창업주 다섯째 동생의 외아들이다. LS 역시 구자은 회장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2.24%로 높은 편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촌경영은 최대 상속세율이 60%에 달하는 국내에서 경영 승계를 위한 나쁘지 않은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삼성 오너가의 경우 12조원 상속세를 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 세대를 더 거치면 천문학적인 상속세 탓에 지분율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게 되고,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한국은 상속세율 기본 50%에 최대주주 주식의 할증평가까지 더해지면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세율에 해당한다. 이에 세대가 거듭될수록 안정적인 지분율을 지닌 ‘총수 1인 지배구조 체제’가 힘들어지게 된다. 이 같은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경영 승계를 주저하고 있는 주식부호들도 꽤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이사회 공동의장의 경우 지분 증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정진 의장은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주식이 1주도 없다. 우스갯소리로 주위에 ‘지금 제가 죽으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며 “상속세율 60%에 주식을 팔아도 양도세가 25%인데 현금이 많지 않아 증여를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형제경영과 사촌경영이 이상적인 경영 승계라고 할 수도 없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형제간의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위상이 꺾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조원태 회장에 이르기까지 경영 승계로 형제, 남매간 분쟁이 일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28 06:58
산업

국내 주식부호 2위인데 서정진의 2700억 '빚 보이콧'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국내 2위 주식부호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빚 보이콧’을 해 화제다.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부채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서정진 회장은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경영 복귀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주주총회에서 깜짝 공개한 자신의 부채에 대해 언급했다. 전날 5시간 동안 이어진 셀트리온 주주들과의 주총에서 그는 주가 하락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2700억원의 부채’ 사실을 꺼냈다. 서정진 회장은 2700억원의 빚에 대해 이날 “2700억의 부채는 거의 세금을 내기 위한 재원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세금 부분이 가장 많다”며 “주위에서는 주식을 팔아서 부채를 줄여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지금까지 1주의 주식도 팔아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 232억원을 돌려달라는 행정소송까지 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서 232억원 중 100억원만 환급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는 100억원대 수준인데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이자를 내고 있다는 서 회장은 그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서 회장은 8조원 수준으로 총수 중 유일하게 10조원이 넘는 주식가치를 지닌 이재용 회장 다음 가는 주식부호다. 그는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19.97%,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23%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의 배당금은 23억원 수준이다. 2022년 배당금 규모는 대기업 총수 중 31위다. 2021년 45억원에서 2022년 23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는 “빚이 많은 사람이고 이자 감당이 쉽지 않다”며 “세금 외에는 부채가 많지 않고,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빚 보이콧’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여유를 보이이기도 했다. 전날 5시간 동안의 주주들과의 대화 탓에 목이 쉰 서 회장은 당분간 주식 매각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업가로서 주주들이 피해를 받는 입장에서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부채는 마땅히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수합병 등의 경우에 따라서 자신의 주식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셀트리온은 올해 하반기에 해외 바이오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갖고 이를 검토하고 있다. 서 회장은 “기업의 잉여자산 내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생각이다. 현금성 자산과 채권 그리고 개인적인 주식을 스와핑하는 방식으로 4조~5조원을 조달할 수 있고,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계 준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주식이 1주도 없다”며 “우스갯소리로 주위에 ‘지금 제가 죽으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 상속세율 60%에 주식을 팔아도 양도세가 25%인데 현금이 많지 않아 사전 증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2년 만에 돌아온 그는 가시적인 성과를 약속했다. 그는 “다시 돌아온 이상 그냥 나가지 않겠다. 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서 지금과는 다른 사세가 되도록 만든 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겠다”며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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