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원 “구하라 재산, 홀로 키운 아버지에게 20% 많이 줘야”
가수 고 구하라가 남긴 재산을 직접 키운 아버지와 오빠 구호인씨에게 친모보다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구호인씨와 구하라 아버지는 친모에 대해 “ 구하라가 9살때 집을 나가 20년 가까이 연락되지 않고 있다가 장례를 치르던 중 찾아왔다”며 재산 상속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남해광 부장판사)는 유가족인 구호인씨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구하라의 유가족 기여분을 20%로 정한다”고 18일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인 구하라 아버지와 구호인씨는 구하라의 재산 20%를 먼저 배분받고, 나머지 80%를 친모와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구하라 아버지와 오빠가 전체 재산의 60%를, 친모가 40%를 분할받는다. 재판부는 “구하라의 아버지는 약 12년 동안 상대방(친모)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했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청구인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 아버지가 구하라를 특별히 부양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부모가 이혼을 했더라도 자녀 양육은 공동의 책임이 있음에도 친모가 12년 동안 부양의무 이행을 이행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상대방과 방해한 정황이 없음에도 전혀 친모가 구하라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는 점 ▶그동안 아버지가 실질적으로 구하라를 부양해 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구하라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구하라의 친부는 자신의 상속분을 오빠인 구호인씨에게 양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친모도 상속을 요구하면서 재산분할 논란이 일었다. 구호인씨의 법률 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기여분을 인정해준 법원의 판단은 구하라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현행 법체계 하에서 기존의 법원의 입장에서 진일보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법원의 사정을 최대한 존중한다 하더라도, 구하라법 개정이 없는 한 자식을 버린 부모에 대한 완전한 상속권 상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며 “그런 면에서 구하라 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하라법은 부모나 자식 역할을 게을리한 이들은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법의 범위를 넓히는 게 요지다. 현행 민법 제1004조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 결격 사유로 인정되는데, 여기에 ‘직계존속 또는 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게을리한) 자’를 추가하면 된다. 문병주·진창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2020.12.21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