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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IRS 0%·45타자 1피안타' SSG 조병현 "내년 목표는 100K" [월간 MVP]

오른손 투수 조병현(22)은 올 시즌 SSG 랜더스의 수확 중 하나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즌을 마쳤을 때 그의 이름 앞에는 '마무리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성적이 수준급이다. 시즌 76경기에 등판한 조병현은 4승 6패 12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후반기에는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 5강 경쟁을 이끌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특히 9월 임팩트가 강력했다. 월간 1홀드 8세이브를 수확하면서 실점하지 않았다. 13이닝 무실점. 9명의 승계주자 득점을 모두 막아내 불펜 평가 지표 중 하나인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마저 '0'이었다. 월간 피안타율은 0.024(45타자 41타수 1피안타). 조아제약과 본지는 조병현을 9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그는 "팬분들께서 응원을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거 같다. 감사하다"라며 "뒤에 계신 선배님들을 믿고 던졌다. (포수인) 이지영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해주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지난 시즌까지 조병현의 1군 성적은 2021년 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2021년 입단 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 병역을 해결했다. 많은 실전을 치르며 경기 감각을 키웠고, 그 결과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조병현은 "솔직히 이렇게 괜찮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이 컸다"라며 "스프링캠프 때 송신영 투수 코치님께서 포크볼을 새롭게 알려주셨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이전에는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포크볼을 던졌는데 송신영 코치는 직구 그립을 조언했다. 조병현은 "그립을 바꾸면 더 좋은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며 직구처럼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셨다. 그게 잘 맞았다"며 "올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도입되면서 하이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로) 많이 잡아주더라. (떨어지는 궤적의) 포크볼과 상하 조합이 괜찮았던 거 같다"라고 흡족해했다. 조병현은 투구 시 손에서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키(1m82㎝) 대비 상당히 높다. 현장에선 투구 각이 커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병현의 위력을 상징하는 건 탈삼진이다. 시즌 9이닝당 탈삼진(KK/9)이 11.84개. 최소 50이닝 이상 소화한 39명의 불펜 투수 중 1위다. 지난 6월 26일 인천 KT 위즈전부터 30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0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KBO리그 10타자 연속 탈삼진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달성한 이대진(당시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불펜 투수로는 사상 첫 대업이었다. 조병현은 "내 공을 믿고 던졌다. 자신 있게 들어가니 결과가 좋게 나온 거 같다. 아직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라며 몸을 낮췄다. 조병현은 지난 11일 발표된 2024 WBSC 프리미어12 '팀 코리아' 훈련 소집 명단(35명)에 포함됐다. 최종 엔트리 승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나이와 기량을 보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면 진짜 너무 감사하고 좋을 거 같다.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니까 긴장도 된다"며 "올해 1군 첫 풀 시즌이었고 이렇게 많이 던진 경험이 없어 걱정도 되지만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생각보다 홈런(8개)을 많이 맞았다. 피홈런을 줄이면서 올해 채우지 못한 탈삼진 100개(2024시즌 96개)를 내년 목표로 해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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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로 ‘ERA 1.64’ 만든 김성민 “구위형 투수 아닌 나, 잘 아니까요” [IS 인터뷰]

"난 구위로 윽박질러서 삼진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김성민(30·키움 히어로즈)은 파워 피처와 거리가 먼 투수다. 올 시즌 그의 빠른 공(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5.9㎞/h(9일 스포츠투아이 기준)에 불과하다. KBO리그에 그의 투심보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만 10명에 달한다. 공은 느려도 막강하다. 김성민은 지난 9일 서울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8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3승(10홀드)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1.64까지 떨어졌다. 올해 3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06명에 불과하다. 느린 구속에 걸맞게 9이닝당 탈삼진은 6.5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즌 피안타율은 0.229, 피장타율은 0.284로 선방하고 있다. 1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장타는 딱 4개만 내줬다. 그중 피홈런은 하나뿐이다.김성민은 자신을 잘 안다. 구속이 느리니 힘으로 붙지 않는다. 그는 상하 릴리스포인트 154.4㎝의 낮은 팔 각도에서 투심, 체인지업, 커브를 뿌리며 범타를 유도한다. PTS 기준으로 투심의 좌우 무브먼트는 31.4㎝다. 투심을 5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다. 김성민은 여기에 땅볼 비율 53.8%와 강한 타구(150㎞/h 이상) 허용 비율 7.7%를 기록한 체인지업, 뜬공 27.8%와 피안타율 0.176을 기록한 커브를 섞는다. 9일 승리 후 만난 김성민은 "내가 구위로 윽박질러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건 너무 잘 안다. 볼넷을 많이 안 주려 하고, 최대한 공격적으로 들어간다"라고 호투 비결을 전했다.내로라하는 투수들도 어려워하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는 오히려 김성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는"난 대범한 유형은 아니다. (심판이 판정했던 때에는) 스트라이크 같은 공이 볼로 판정을 받으면 많이 흔들렸다"며 "ABS라는 틀이 생긴 후에는 (판정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스트라이크존에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부담감을 덜고 편하게 던지다 보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성민의 커리어하이는 11홀드(2021년)다. 전반기에만 10홀드를 쌓은 그는 올해 곧 이를 경신할 태세다. 그는 "기록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쓴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저 똑같이 계속 던지고, 점수를 안 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올해 목표는 무조건 부상 방지다. 잘 적응해서 내년에도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7.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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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MVP①] '‘5월 4승 ERA 1.48' 곽빈 "ML 꿈 있죠…의지 형, 그날까지 잘 부탁드려요"

곽빈(25·두산 베어스)은 지난 5월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로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월간 1위를 차지한 곽빈을 조아제약과 본지가 5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부진을 씻은 활약이기에 더 값졌다. 곽빈은 4월까지만 해도 1승 4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흔들렸다. 3월 31일부터 4월 18일까지 4연패를 당했고, 4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간신히 첫 승을 따냈다. 이후 180도 달라졌다. 4월까지 3.60개였던 곽빈의 9이닝당 볼넷은 5월 2.90개로 줄었고, 월간 피안타율도 0.245에서 0.189로 떨어졌다.곽빈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좋지 못했는데, 5월엔 나 자신을 믿으면서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다행"이라며 "4월에도 조아제약 월간 MVP를 받았다. 수상 소식을 듣고 그때 생각이 바로 났다"고 전했다.곽빈은 기술적 비결로 '팔 높이'를 들었다. 곽빈은 "직구를 던질 때 팔 높이를 높게 조정하니 구위가 살아났다. 다른 구종과 릴리스 포인트 차이는 나지만, 더 편하게 던지기 위해 그렇게 선택했다"고 했다. 곽빈의 직구 평균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3~4월 177.5㎝였는데, 5월엔 184.6㎝로 크게 올랐다. 4월까지 0.388에 달했던 곽빈의 직구 피안타율은 5월 0.225까지 떨어졌다. 곽빈은 "4월엔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 던지면 모두 맞을 것 같았고, 점수를 줄 것 같았다. 실제로 계속 졌다"며 "그러다 4월 12일 LG 트윈스전(6과 3분의 2이닝 2실점) 때 실마리를 얻었다. '초구부터 전력으로 던지자' '핀포인트 제구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타자는 못 치니 사인받는 대로 던지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곽빈은 공을 포수 양의지에게 돌렸다. 곽빈은 "구종 배합이 경기마다 다르다. 의지 형이 주문한 대로 하는데, 이유가 있다. 그날 구위가 좋은 공을 중심으로 던지기도 하고, 좌타자가 많을 때 체인지업 비중을 늘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같은 팀이라 다행인 타자로도 양의지를 뽑으며 "우리는 양의지 보유 구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곽빈은 큰 꿈이 있다. 최고 156㎞/h 강속구를 뿌리는 그는 친구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20대 에이스로 꼽힌다. 곽빈은 "지금처럼 야구가 잘 된다면 자유계약선수(FA) 취득까진 4년이 남았다. 그후 MLB로 향하는 꿈이야 항상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한국에서 더 잘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진이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해외에서 통할 거로 생각한다. 아직은 생각만 한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멘털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단 그 4년 동안 지금처럼 의지 형께 잘 부탁드린다고 전하겠다"고 웃었다.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은 정규시즌 3위(10일 기준)로 선전하는 가운데 관중수 63만7378명(1위)을 기록 중이다. 곽빈은 "4월 연패할 때 팬들께서 직접 찾아와 '잘 버티고 있다, 고맙다' 같은 응원을 전해주셨다. 행운을 받으라며 네잎클로버를 주며 응원해 주시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6.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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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일관성 잃은 보폭과 제구의 연관성

최근 한국 야구에선 투수의 구속 향상이 눈에 띈다. 고교야구만 해도 150㎞/h 강속구 투수를 이전보다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이 설치된 서울 목동야구장만 하더라도 8명의 투수가 150㎞/h를 기록했다고 한다. 등판마다 강속구를 던지는 전주고 정우주(최고 152㎞/h)를 비롯해 경기상고 추세현, 비봉고 박정훈(이상 151㎞/h) 공주고 양수호, 덕수고 김태형·정현우, 서울컨벤션고 이도우, 휘문고 나연우 등이 그 주인공이다. 140㎞/h 중후반대 투수도 많아 '150㎞/h 클럽' 가입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빨라진 구속과 달리 들쭉날쭉한 제구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투수의 제구는 쉽게 향상하지 않는 걸까.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가 보폭(스트라이드)의 일관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폭은 투구 동작에 들어간 투수가 앞발을 크게 내디뎠을 때, 투수판에 고정된 발과의 거리를 가리킨다. 과거에는 보폭이 길면 길수록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졌다. 보폭이 길면 타자와의 거리가 짧아져 더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보폭이 길더라도 하반신의 힘을 효율적으로 상반신에 전달하지 못하면 구속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힘을 잘 쓸 수 있는 거리를 내딛는 게 중요하다.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투수의 보폭은 신장의 90~100% 정도가 이상적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런데 고교야구의 투수들은 대부분 보폭의 일관성이 없다. 예를 들어 올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 후부로 거론되는 A 투수의 경우 보폭이 1m30㎝에서 2m2㎝까지 천차만별이다. 특히 변화구를 던질 때는 보폭이 작고, 직구는 길게 하는 경향이 있다. 차명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는 "원칙적으로 보폭은 직구든 변화구든 일정해야 한다"라며 "경기가 끝났을 때 앞발의 발자국이 딱 하나만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프로야구에서 11년간 활약한 차명주 이사는 국민대 바이오메카닉스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표적인 '공부하는 야구인'이다. 차 이사는 "보폭의 일관성을 잃으면 하반신에서 상반신으로 전달하는 힘이 일정할 수 없고, (공을 손에서 놓는) 릴리스 포인트 역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며 "몸의 밸런스와 투구 동작에도 영향을 줘 부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야구 관계자 사이에선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공을 자주 던지면 구속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등을 가르칠 때 "직구처럼 던져라"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투수는 무의식적으로 공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해 팔 스윙 속도를 떨어뜨리곤 한다. 보폭을 직구 때처럼 일관되게 던지는 것도 중요한 데 이마저도 높은 투구 각을 만들려고 좁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 직구와 변화구 던질 때마다 보폭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미일 프로야구에서 203승을 올린 구로다 히로키는 "보폭은 자신이 힘을 쓸 수 있는 거리면 충분하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발을 내딛는 곳을 항상 의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 하나마다 발을 내딛는 곳이 달라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구속과 제구력 향상, 그리고 부상 방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출발선이 보폭의 일관성이다. 어릴 때부터 지도자의 철저한 교육과 선수의 실천이 중요한 이유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5.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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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 마친 '첫 연승' 곽빈...올해도 '효자' 커브와 함께 진격한다

두산 베어스 곽빈(26)이 드디어 불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곽빈은 지난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타선의 넉넉한 득점 지원이 더해진 덕에 두산은 13-4로 승리했고, 곽빈도 시즌 두 번째 승리(4패)를 수확했다.이날 경기로 곽빈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4.30까지 낮췄다. 여전히 에이스라 부르기엔 상당히 높은 숫자다. 지난해 12승 9패 평균자책점 2.90을 남긴 걸 떠올리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법 했다. 하지만 곽빈은 자력으로 낼 수 있는 지표에서는 두루 좋은 성적을 냈다. 9이닝당 탈삼진은 8.41개, 볼넷은 3.33개, 피홈런은 0.2개로 모두 지난해보다 좋았다.최고 150㎞/h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곽빈은 변화구도 3개(슬라이더, 커브 , 체인지업)를 고루 던진다. 그 중에서도 '효자'가 커브다. 신인 때부터 빼어났던 그의 커브는 여전히 꾸준히 좋은 결과를 내는 중이다. 2022년(0.137) 2023년(0.148)에 이어 2024년 역시 피안타율 0.154로 네 구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좋은 구위를 살리는 방법이 다소 독특하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비롯해 대부분의 투수들은 구종마다 릴리스포인트를 통일하고자 한다. 유사한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이 날아가야 타자가 구종을 늦게 파악하기 때문이다.곽빈의 접근법은 다소 달랐다. 곽빈은 7일 경기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릴리스포인트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의 커브는 지난해 상하 릴리스포인트 185.8㎝(스포츠투아이 기준)를 기록해 170㎝ 초반대에 머무른 다른 세 구종과 차이가 컸다. 올해도 커브는 평균 상하 릴리스포인트 189.6㎝를 기록, 170㎝ 후반대에 머무르는 다른 구종과 차이가 상당하다. 곽빈은 "(변화구가) 좀 더 많이 떨어지는 위치를 찾아 던진다"며 "릴리스포인트가 조금 다르다고 타자들 눈에 쉽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그렇게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지면 커브가 떨어지는 폭 역시 커진다. 곽빈의 커브가 변함없이 KBO리그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는 이유다. 곽빈은 이날 승리를 동료들의 응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곽빈은 "투수 코치님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계속 '괜찮다, 시즌은 기니 분명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계속 말해줬다. 그 말을 믿고 계속 버텼다"고 했다. 또 "오늘 야수 형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편하게 던졌다. 형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선배들만큼 후배들도 힘이 된다. 2021년 막 재활을 마치고 선발진에 합류할 때만 해도 곽빈은 투수진 막내에 가까웠다. 그러나 4년째 선발진을 지키고, 지난해 국가대표로도 나섰던 그는 이제 어엿한 투수조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최승용과 김동주, 올해 최준호와 김유성까지 어린 투수들이 선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큼 곽빈이 느끼는 선배로서 책임감도 강해졌다.곽빈은 "이제 나보다 어린 투수 두 명이 선발진(최준호, 김유성)에 들어왔는데, 이들이 잘 버텨주고 있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가 앞에서 더 형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기에 한 경기 한 경기 더 잘 던지기 위해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5.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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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ABS 시대를 맞이한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은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 실전에서 운영 중이다. 심판(사람)이 아닌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나눈다.야구장 환경과 날씨 등에 따라 판정의 차이가 난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다. 우려가 작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지난해까지 논란의 중심은 일관성의 문제였다. 한 경기에서 이닝마다, 혹은 공 하나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다를 때가 있어 선수와 코치진이 불만을 토로했다.김용달 전 삼성 라이온즈 타격 코치는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며 "그 경기에서 일관되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이루어지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A 구단 타격 코치도 "경기에서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구장마다 미세한 차이는 구장의 특색 정도라서 논란이 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건 ABS라는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따른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ABS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홈플레이트 기준 좌우로 2㎝씩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지만, 중간과 끝의 기준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스트라이크존은 좁아진 느낌이다. 특히 릴리스 포인트가 옆에 형성되는 사이드암스로의 경우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진다는 평가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를 활용하거나 정교한 제구 없이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다.타자 신장에 따라 조정되는 상하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쪽이 크게 확대됐다. A 구단 타격 코치는 "체감상 공 2개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이라면 볼이었던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투수가 던질 곳이 늘어났다. 타자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각이 크고 빠르게 휘는 커브가 하이 패스트볼과 함께 최상의 조합으로 떠올랐다. 반대로 낮은 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볼로 떨어지는 포크볼의 효과는 줄어들었다. 김용달 전 코치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니 타자도 히팅 포인트를 높은 쪽에 두게 된다. 공을 높게 보는 만큼 낮은 쪽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속을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크볼이 효과를 보려면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처럼 낮은 쪽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가 필수다. 그런 제구가 없으면 포크볼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15일 기준 평균자책점 상위 20위 중 포크볼이 주 무기인 투수는 알칸타라가 유일하다.A 구단 타격 코치는 "ABS는 투수의 구종뿐만이 아니라 타자의 스윙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MLB)를 중심으로 플라이볼 혁명이 이루어지며 타자의 스윙은 어퍼 스윙이 주류가 됐다. 어퍼 스윙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높은 공을 치는 데는 불리하다.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로 그곳을 공략하는 투수가 늘어나는 만큼 타자의 스윙도 어퍼 스윙이 아닌 레벨 스윙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타자의 스윙 발전도, 투수의 구종 추가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ABS에 맞춰 누가 얼마큼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팀은 물론이고 개인 성적도 크게 좌우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스카우트나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과 같은 팀 전력 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으로 ABS가 구단과 선수를 얼마큼 변하게 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4.19 09:01
프로야구

남다른 릴리스 포인트, '수직 투척 병기' 조병현 [IS 피플]

오른손 투수 조병현(22·SSG 랜더스)의 남다른 릴리스 포인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병현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 떠오른 '라이징 스타'다. 8일 기준 6경기 평균자책점이 1.23이다. 피안타율이 0.045(22타수 1피안타),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55로 낮다. 이숭용 SSG 감독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경쟁력 있다. 성장이 빠르다"고 칭찬했다.2021년 데뷔한 조병현은 그해 3경기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했다.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맞이한 첫 시즌, 확 달라진 성적 향상 비결로 릴리스 포인트가 꼽힌다. 프로필상 키가 1m82㎝로 KBO리그 평균(1m82.2㎝)보다 약간 작은데, 투구 시 손에서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키 대비 상당히 높다.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커브를 던질 때 조병현의 상하 릴리스 포인트 평균은 1m94.6㎝에 이른다. 조병현은 "지난해 상무 야구단 스프링캠프에서 상체를 조금 세워 캐치볼을 했는데 손에서 공이 살짝 눌리는 느낌이 있었다"며 "캐치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갔다. 투구할 때 편하다고 느껴 릴리스 포인트를 내리지 않았는데 구속이 그 전과 비교하면 4~5㎞/h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구속만 향상한 게 아니다. 투수가 던진 공은 물리적으로 떠오를 수 없다. 중력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로 향하는데 공이 일반적인 궤적보다 덜 떨어지면 타자는 '공이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하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 값이 클수록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조병현은 릴리스 포인트 위치와 손목의 모양도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서있다. 그 덕분에 공의 회전축이 12시에서 6시 방향"이라며 "조병현의 세부 스탯을 찾아보니 패스트볼의 상하(수직) 무브먼트가 현재 KBO리그에서 1등이다. 이렇게 되면 타자들이 타격을 해도 공의 밑 부분을 치거나 헛스윙이 많아진다. 하이 패스트볼(높은 쪽 직구)이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배영수 SSG 투수 코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하에 "병현이는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생소한 투수라서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더 까다롭다"며 "릴리스 포인트가 높으면 그만큼 떨어지는 각도 크다. 타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가장 큰 '무기'는 내 공이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조병현의 시즌 직구 비율은 전체 구종 대비 70.1%(커브 15%)로 높다. 평균 146㎞/h를 상회하는 빠른 공으로 타자와 정면승부한다. 그는 "구속이 빨라지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며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고 반겼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9 12:01
메이저리그

[레인보우 리포트] 최악의 투수였던 후지나미 신타로, 반등의 시간이 다가왔다?

메이저리그(MLB)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질주는 올해도 엄청나다. 지난 8월 10일, 정규시즌 10승을 달성한 오타니는 야구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 10승과 40홈런을 동시 달성한 선수는 2023년의 오타니, 단 한 명뿐이다. 2023년도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오타니와 한때 일본프로야구(NPB) 왕좌를 두고 자웅을 겨뤘던 라이벌이 있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해 현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고 있는 후지나미 신타로다. 고시엔의 슈퍼스타였던 그는 오타니와 동갑내기이자 프로 입단 동기였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선 총 4개 팀의 동시 지명을 받았다. 미국 야구 전문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따르면 “오타니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 스카우트도 다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둘의 미래는 극명하게 갈렸다. 과거는 물론 나란히 MLB에서 뛰고 있는 2023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한쪽의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후지나미는 2022시즌 후 MLB 진출을 선언했다. 후지나미의 외침에 답한 곳이 오클랜드였다. 지난 1월, 후지나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오클랜드와 1년 32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시범경기 때까진 분위기가 괜찮았다. 오타니와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첫 경기에서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이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종 18과 3분의 2이닝 20탈삼진 평균자책점 3.86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후지나미의 최고 100마일(161㎞)짜리 패스트볼이 MLB에서 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에겐 ‘리그 최악의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첫 선발 4경기에서 후지나미가 내준 점수는 무려 24점. 평균자책점은 14.40에 달했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뒤에도 꾸준했다. 계속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고, 7월이 돼서야 간신히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포스팅 계약 당시 오클랜드는 후지나미의 구위에 신뢰감을 나타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들은 고교 시절부터 후지나미를 유심히 관찰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후지나미의 선발 등판 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없이 챙겨 봤고, 팀 내부적으로 꾸준히 긍정적인 평가가 오갔다. 후지나미의 잠재력을 믿었던 오클랜드는 그가 부진하던 와중에도 계속 기회를 줬다. 시즌 초반 매주 토요일 등판으로 6일 휴식을 보장하며 배려해줬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클랜드의 굳은 믿음 속에 후지나미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변화를 시도했다. 분명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결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후지나미의 7월 성적은 12경기 출전 14와 3분의 1이닝 19탈삼진 5실점. 범위를 좀 더 넓혀서 보면 최근 28경기(20일 기준)에서 30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3.86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5월 15일, 오클랜드 불펜코치 마이크 매카시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후지나미의 변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었다. 우선 후지나미는 포심 패스트볼(포심), 스플리터, 컷 패스트볼(커터) 등 3가지 구종에만 집중했다. 불펜으로 내려간 4월 27일부터 포심, 스플리터, 커터의 비중은 전체 투구의 95%였다. 일본 시절부터 지적받았던 투구폼도 손봤다. 매카시의 말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내딛는 발, 즉 왼발을 단단히 고정한 상태에서 전보다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데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타자를 마주 보며 시작했던 와인드업 자세를 버렸다. 대신 주자가 없는 상황을 기준으로 이중 키킹 동작을 추가했다. 더 나아가 후지나미는 생체 역학적 관점에서 골반–어깨–팔꿈치 순의 올바른 에너지 전달을 의식하며 공을 던졌다. 휴식 일에도 공 없이 마운드 위에서 시뮬레이션하며 그 느낌을 찾는 데 집중했다. 당초 릴리스 포인트, 앞발을 내딛는 보폭 등 '보이는 동작'에 집중했던 과거와 확실히 대조적인 부분이었다. 그 결과 이중 키킹을 시작한 5월 28일부터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7.1마일에서 99.5마일로 상승했다. 상하좌우로 크게 흔들리던 릴리스 포인트도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전 한신 타이거스 투수 코치인 나카니시 키요오키는 지난 7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지나미의 변화된 투구폼에 대해 “현재는 상하체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체중이동이 전보다 잘되고 있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안정된 투구폼 속에서 후지나미의 9이닝당 볼넷은 7.81개에서 4.01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47.7%로 리그 평균 이하의 스트라이크존 투구 비율을 기록했던 후지나미는 어느덧 51.6%로 리그 평균(49.2%)을 상회하는 투수로 변모했다. 여전히 후지나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2번째로 높다. 하지만 최근의 퍼포먼스는 분명 이전과 눈에 띄게 달랐다. 그리고 7년 만에 가을 야구를 노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후지나미라는 ‘코인’에 또 한 번 베팅한다. 7월 20일 오클랜드와 볼티모어는 후지나미의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이적 후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여전히 '미완의 원석'에 가깝지만, 피안타율 0.146을 기록하는 등 조커 카드로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과연 후지나미가 달라진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조만간 후지나미가 라이벌, 오타니보다 더 빨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이한규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2023.08.21 18:30
프로야구

[IS 피플] 세월을 거스르지 않으니 비로소 130승이 찾아왔다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이 마침내 130승 고지에 올랐다.장원준은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첫 번째 승리였다. 그리고 2004년 4월 8일 프로 첫 승 후 19년 만에 거둔 130번째 승리였다.130승은 KBO 역대 11번째(왼손 4번째) 기록이다. 장원준은 37세 9개월 22일 나이에 승리하면서 송진우의 역대 왼손 최고령 승리 기록을 깼고, 임창용(42세 3개월 25일)에 이은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에 올랐다. 실점이 많았고 구속도 직구 평균 138.8㎞/h, 투심 패스트볼(투심) 평균 137.4㎞/h(이상 스포츠투아이 기준)로 평범했다. 그러나 그는 958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버텨냈고, 1844일 만에 승리할 자격을 얻었다.장원준은 "그동안 많이 쫓겼다. 빨리 복귀해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군에서도 너무 급하게 준비했다"며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서 되찾는 데 오래 걸렸다. 지금 몸 상태를 고려하면 예전 폼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좋았을 때 폼을 자꾸 쫓아가려고 했고 그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세월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장원준은 "팔을 억지로 위에서 아래로 던지려 하지 않기로 했다. 옆으로 회전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대로 던지자고 생각했다. 그러니 밸런스가 예전보다 좋아지는 중이다. 힘을 쓰는 포인트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장원준의 이날 직구 상하 릴리스포인트는 168.9㎝였다. 가장 높았을 때(2018년 182㎝)와 차이가 컸다. 직구(4구) 힘으로 찍어 누르는 대신 범타를 유도하는 투심(31구)으로 효과를 봤다. 장원준은 "2군에 있을 때 권명철 투수 코치님이 투심을 던져보는 게 어떠냐 하셨다. 2군에서 잘 먹혔다. 투심을 던지다 직구를 던지니 타자가 타이밍이 늦더라.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여러 인연이 함께 했다. 특히 5년 전 장원준이 마지막 승리를 거뒀을 때 마스크를 썼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에서 돌아와 다시 배터리를 짰다. 당시 첫 번째 구원 투수로 승리를 지켰던 박치국은 이번에도 장원준의 바로 뒤에서 무실점 호투했다. 양의지는 "(5년 만에 합을 맞춰) 원준 형이 던지던 패턴이 생각나지 않아 2회(4실점) 정신없이 맞았다. 선수들은 마음을 비우고 경기했다. 그러니 잘 된 것 같다. 형이 (승을 못 한 게) 벌써 몇 년째인가"고 웃으며 "흔들릴 때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니 형이 편하게 던지신 것 같다. 함께 오래오래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치국도 "정말 승리를 지켜드리고 싶었고, 잘 던지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더 선발로 나와주시면 좋겠다. 내가 뒤에서 잘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장원준은 "아프면서도 선발에 미련이 있었다.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할 거로 생각했다. 올해는 미련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마운드에서도 그랬다. '괜히 내 공을 던지지 못해 볼넷을 줘 미련을 가지고 내려올 거라면 초구부터 가운데 실투로 홈런 맞더라도 던지자' 다짐했다. 그러면 '내 공이 안 통하는구나' 느끼고 그만둘 것 같았다"고 했다. 4실점에도 무사사구를 기록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장원준은 KBO리그 통산 다승 10위에 올랐다. 9위 배영수 롯데 자이언츠 투수 코치(131승) 기록도 코 앞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승리 미련은 전혀 없다"고 웃으며 "이제 개인 목표는 없다. 지금처럼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하나하나 팀이 이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차승윤 기자 2023.05.24 14:48
프로야구

[IS 비하인드] '삼고초려' 끝에 장착한 왼손 에이스 벤자민

"미련을 못 버리고 신분 조회를 한 번 더 넣었다." 이충무 KT 위즈 스카우트 팀장이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29)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5월 KT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를 퇴출했다.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뛴 '장수 외국인 투수'지만 팔꿈치 부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복귀가 더디다고 판단한 이충무 팀장은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데이브 디프레이타스와 빠르게 대체 선수를 물색했다. 최우선 목표는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지난겨울 KT의 외국인 선수 영입 1순위 후보였다. 팀이 우승하면서 쿠에바스·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모두 재계약해 그의 KBO리그행은 불발됐다. 현역 빅리거로 쉽게 계약할 수 있는 자원도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된 벤자민은 지난 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이충무 팀장은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벤자민의 신분 조회를 두 번 넣었다. 신분 조회는 공식 협상에 앞서 진행하는 사전 절차.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화이트삭스는 KBO리그 구단이 협상하기 까다로워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중 하나다. 이적료를 대체로 높게 부르기도 한다. '투 트랙'으로 대체 선수를 찾은 KT는 오른손 투수 A와 계약에 근접했다. A는 빅리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준척급 자원으로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선수였다. KT는 계약 직전 방향을 선회했다. 이충무 팀장은 "(A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하나 있었다. 무엇보다 벤자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겠더라. 그래서 한 번만 더 신분 조회를 해보고 싶어서 감독님께 급하지만,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세 번째 신분 조회를 넣은 뒤 '협상 의지가 있다'는 회신이 왔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벤자민은 KT에 부족한 '왼손 선발'이라는 장점 이외 디셥센(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뛰어나고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나오는 슬라이더 각도 예리했다. 협상 테이블은 차렸지만 난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관건은 계약 조건이었다. 현행 KBO리그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은 연봉과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14억원)다. 교체 외국인 선수는 잔여 개월(2~11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이적료가 발생하면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수가 더 높은 연봉을 달라 하면 이적 협상이 길어지고, 계약이 무산되기도 한다. 그런데 벤자민은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됐다. 이충무 팀장은 "연봉이 깎이더라도 계약하겠다는 선수 의지가 강했다"며 "감독님께서 쿠에바스 교체를 빨리 결정하셨고 구단에서도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 덕분에 (아시아리그 진출을 고민하던) 벤자민과 계약(총액 33만1000 달러·4억7000만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벤자민의 정규시즌 성적은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이다. 피안타율이 0.216,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2로 수준급이었다. 지난 13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8회 등판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사흘 휴식 후 나선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선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신분조회 삼고초려‘ 끝에 벤자민을 영입한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이충무 팀장은 "A 선수가 아닌 벤자민과 계약한 게 신의 한 수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0.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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