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편의점·배달·반려동물까지…'금융' 벗는 은행들
금융에만 올인해 온 시중 은행들이 '비금융'으로 한눈을 팔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얻어 금융 서비스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2일 신한은행의 음식배달 앱 '땡겨요'가 모습을 드러낸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지 1년 만에 시범 출시되는 것이다. 국내 배달앱 3대장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다르게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1년 안에 8만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앱 개발에만 140억원이 들었고, 마케팅 등 비용을 종합하면 수백억 원을 쏟은 프로젝트다. 최근 신한은행의 '비금융 행보'는 반려동물 시장으로도 진입했다. 지난달 반려동물을 위한 생활플랫폼 '쏠 펫(SOL PET)'을 시작했다. '쏠 펫'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지속적 증가에 발맞춰 반려동물 및 보호자를 위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출시한 반려동물 생활 플랫폼으로 신한 쏠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고객 참여형 반려동물 커뮤니티 ‘펫스타픽’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이종업종인 반려동물용품 전문 브랜드 브레멘과도 손잡았다. 향후 펫 관련 원스톱 상품·서비스부터 펫 금융 서비스 등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My편의점'을 우리WON뱅킹 앱 안에 넣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1만5000원 이상 결제하면 배달해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두고 "MZ세대의 유입을 늘리고 젊은 고객층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오랜 시간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온 우리은행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팬들을 위한 전용 페이지도 추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y편의점은)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라 반응이 점점 더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은 최근 티맵모빌리티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티맵의 데이터를 통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전운전을 하고 연비 운전을 실천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배달 라이더나 택시·화물기사 등을 돕는 상생 상품을 만드는 식이다. 또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꽃 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출시하며 이종업종에 뛰어든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은 뱅킹 플랫폼에 생활밀착형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비금융 진출에는 이른바 '전업주의(전문 금융업무만 수행하고 다른 업무에 참여를 제한)' 원칙이 걸림돌로 작용해 적극적인 영역 확대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서 전업주의 원칙이 발목을 잡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빅테크가 금융에 뛰어든 상황에서 비금융 진출에 대해 은행에만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최근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바로 잡겠다고 했다"며 "은행이 하는 제휴업무가 금융 건전성을 크게 헤치는 범위가 아니고 제휴를 통해 고객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면 아주 까다롭지는 않은 분위기다. '땡겨요'가 화룡점정이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12.22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