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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죽을힘을 다한 후의 희열...몰두의 맛

몰두는 ‘어떤 일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열중함’이란 뜻의 단어입니다. 오래전에 성석제가 몰두에 대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진드기는 머리를 개의 연한 살에 박고 피를 빨아먹고 산다. 핀셋으로 살살 집어내지 않으면 몸이 끊어져버린다. 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 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어 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沒頭'. 빠질 몰, 머리 두. 자신의 목숨과 맞바꿀 만큼 집중하는 것이 아니면 감히 “몰두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개의 연한 살에 박힌 진드기처럼 그때에 제 머리에 박혔습니다. 더 오래전에 읽은 글입니다. 책 제목도, 저자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작가끼리 노닥거리고 있었습니다. 한 작가가 마감할 원고가 있으니 잠시 일을 하겠다고 다른 자리로 갔습니다. 두어 시간 만에 10여 장의 원고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같은 게 없었습니다. 육필 원고입니다. 원고지에는 수정을 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손볼 것이 없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작가가 일을 한 자리에는 파지가 한 장도 없었습니다. 원고지 10여 장의 글을 단숨에 내달린 것이지요.이 일화를 책에서 읽으며 제가 도달할 직업 글쟁이로서의 한 경지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초집중의 자세로 내달리는 것입니다. 그 마음가짐으로 오랫동안 참 많은 글을 썼습니다. 제가 책에서 본 그분의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원고는 단숨에 끝냅니다. 물론 글쓰기 전까지 자료를 찾고 구성을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글의 처음과 끝이 분명해지면 자리에 앉아서 내달립니다. 한 호흡으로 내달립니다. 몰두하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그러니까 몰두하여 글을 쓰고 나면, 희열이 따릅니다. 저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개의 몸에 머리를 박은 진드기가 몸을 당겨도 악착같이 버티는 이유는, 머리를 박아서 얻어내는 생명 유지의 희열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진드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몰두의 희열을 압니다. 죽을힘을 다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은 인류 보편의 경험칙입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쓰는 사람으로는 운동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운동이 선수에게 고통만 준다면 그 운동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연아의 부어오른 발, 박지성의 멍든 발, 강수진의 비틀린 발은 고통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희열의 흔적이기도 합니다.인간 뇌는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나면 반드시 보상의 도파민을 터뜨립니다. 인간이 모험적인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쉬운 일만 하면 보상은 없거나 적습니다. 희열을 맛보려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에 자신을 밀어넣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합니다. 실패하면 희열도 없을 것이라는 걱정은 괜한 것입니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 희열은 큽니다.저는 몸이 작고 체력이 약했습니다. 중학교 체력장 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래달리기는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아야 합니다. 대여섯 명을 한 팀으로 해서 뛰는데, 키 순서대로 팀을 짭니다. 그날 저는 제일 앞줄에 섰습니다. 선생님이 웃으며 봐주었습니다. 저와 같이 뛰는 친구들은 키가 머리 하나는 더 있었습니다.출발 신호와 함께 있는 힘을 다해 내달렸습니다. 100m 달리기 하듯 뛰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키 큰 친구들을 앞섰습니다. “우와~” 하는 함성이 들렸습니다. 그러나 체력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장을 한 바퀴도 못 돌고 뒤로 밀렸습니다. 세 바퀴가 넘어가자 저는 꼴찌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가슴은 터질 것 같았고 목구멍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골인을 하고 저는 쓰러졌다. 한참 후에 몸을 세워서 수돗가로 갔습니다. 몸을 숙여 머리에 물을 적시면서 토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희열이 몸을 때렸습니다.세상 같은 것은 져도 됩니다. 자신을 이기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2023.12.07 07:00
연예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 동참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했다. 제일약품은 28일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성석제 사장이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성석제 사장은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의 지명을 받았다. 성석제 사장은 다음 캠페인 주자로 박종재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회장(고려의대 교수), 문희석 한국다케다제약 대표, 신홍규 뉴신팜 대표를 지목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는 참가자가 슬로건인 '1(일)단 멈춤, 2(이)쪽 저쪽, 3초 동안, 4(사)고 예방'을 SNS에 공유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명하는 방식의 릴레이 캠페인이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어린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운전 문화를 정착시킬 목적으로 시작해 현재 각계각층 리더들이 동참하고 있다. 성석제 사장은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의미있는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우리 어린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제일약품 임직원 모두는 교통안전 실천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21.07.28 11:29
경제

[제약CEO] 6연임 제일약품 '장수 CEO' 성석제, 새로운 성장동력 과제 직면

1959년에 창립한 제일약품은 전신인 제일약품산업 때부터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이런 사업의 흐름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제일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매출 규모 톱10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미래 성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6연임 ‘장수 CEO’ 명예 타이틀의 명암 성 대표는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 6연임을 달성하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2005년부터 제일약품 대표이사에 오른 성 대표는 16년째 장수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임기를 보장받은 성 대표는 2023년 3월까지 제일약품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성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제일약품은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성 대표 취임 전 제일약품의 매출은 2211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6714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성 대표가 진두지휘한 뒤 3배 이상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계산하면 14%가 넘는 성장세다. 이런 가시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성 대표는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성 대표의 성과는 한국화이자제약과 관련이 깊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재정·운영 담당을 거친 뒤 부사장까지 역임한 그는 화이자와 끈끈한 연을 맺고 있다. 제일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 제품을 주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국내 파트너사다. 화이자 등 다른 제약사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은 제일약품으로서는 성 대표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력 때문에 성 대표는 오너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을 비롯한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도 성 대표를 쉽게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타사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일약품의 경우 판권 계약이나 종료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의 경우 판권 계약이 종료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을’이고, 판매 대행사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타사 제품 의존도 80% 육박, 영업이익률 0.06% 제일약품은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2019년 매출 6714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적자 전환해 –106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이익 74억원, 순이익 19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내렸다. 영업이익률이 0.06%에 그치고 있다. 1만원짜리 상품을 하나 팔면 6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상위 1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5%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제일약품의 영업 실적은 저조하다. 순이익도 2018년과 비교해 무려 125억원이나 빠졌다. 이에 대해 제일약품 측은 “법인세 비용이 늘어난 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상품매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의 77.07%가 타사 제품 판매를 뜻하는 상품매출이다. 국내의 제약기업 가운데 단연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영업 방식은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성 대표의 취임 기간에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을 기록한 해도 있었다. 2009년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10.5%까지 찍었고, 2011년에는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영업이익 80억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영업이익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제네릭의 약가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100억원 이상 자사 제품 개발 절실 제일약품은 강화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성 대표는 “올해는 공정경쟁규약 준수를 통한 정도 영업 강화, 조직력 강화와 영업력 증대 및 목표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 대형 제네릭 품목 집중육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 함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로 혼이 담긴 열정을 발휘하자”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자사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전무하다. 보통 상위 10대 기업이면 적어도 3~4개의 블록버스터 자사 제품이 있기 마련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사 블록버스터 제품이 없다는 건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고,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제일약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원외의약품 최대 매출 단일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로 2019년 매출 1679억원을 기록했다. 화이자로부터 수입한 제품이다. 리피토는 2019년 제일약품의 매출 25.01%나 차지한다. 역시 화이자 생산 제품인 리리카 캡슐의 매출 비중도 9.22%로 높다. 반면 자사 제품인 급성·만성 위염제인 넥실렌은 96억원, 란스톤은 7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제일약품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이 없는 게 아니다. 항암제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선도물질을 발굴해 이를 최적화하는 등 지속적인 신약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68개의 프로젝트(허가 후 과제 포함)가 진행 중이다. 또 94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매출의 4% 내외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쓰고 있다. 다만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제일약품은 ‘도매상’이라는 쉬운 길을 통해 매출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제일약품은 전체 매출 중 수출 규모가 4.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도 유한양행이 그랬듯 차츰 자사 생산 제품을 늘려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6.05 07:00
경제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진·감사 선임 완료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이사진과 감사 선임 절차를 마쳤다. 협회는 10일 제75회 정기총회를 서면으로 가가졌다. 임기 완료에 따라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이사장단사는 한미약품 이관순 이사장과 GC 녹십자 허은철 사장(이하 부이사장), 대웅제약 윤재춘 사장, 대원제약 백승열 부회장, 동국제약 권기범 부회장, 보령제약 이삼수 사장 ,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 제일약품 성석제 사장, JW홀딩스 한성권 사장, 종근당 김영주 사장, 휴온스글로벌 윤성태 부회장, 한국제약협동조합 조용준 이사장 등 13개사다. 이사사는 환인제약 등 37개사, 감사는 유영제약 유우평 대표이사와 하나제약 이윤하 대표이사 2개사가 선임됐다. 이사장단사를 포함 총 52개사로 구성된 협회 이사진·감사는 올해 3월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협회는 총회를 통해 2019년 사업실적 및 결산, 2020년도 사업 계획 및 예산(안), 정관 개정(안)도 최종 의결했다. 한편 총회 때 시상할 예정이었던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 제약부문(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수상자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등 유공자 표창 수여식은 오는 31일 이사회에 앞서 개최할 예정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3.10 17:30
스포츠일반

제일약품, 장애인 운동선수 7명 고용 계약…"사회적 책임"

의미 있는 장애인 운동선수 고용 계약이 이뤄졌다.제일약품은 3일 국내 최대 스포츠마케팅사인 갤럭시아에스엠과의 장애인 운동선수 트레이닝 및 지도교육 계약을 통해 장애인 운동선수 7명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근로계약식에는 제일약품에 입사하게 된 7명의 선수를 비롯해 제일약품과 갤럭시아에스엠 임직원이 참석했으며 한동수 대전서구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과 김윤식 시흥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을 비롯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도 함께했다.제일약품에 입사하게 된 선수는 탁구 종목의 김명학·오평선·김창기, 육상 종목의 조한구, 수영 종목의 안웅, 골프 종목의 김두현 그리고 농구 종목의 김성현이다. 특히 탁구 종목 김명학을 비롯한 세 명의 선수는 한 가족으로서 한 회사에 입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들 일곱 명의 선수는 앞으로 제일약품에 소속돼 장애인 운동선수로 활약하게 됐으며 갤럭시아에스엠의 장애인 운동선수 트레이닝 및 지도교육 시스템을 통해 부상 및 상해 예방, 재활 관리, 근골격계 손상 예방 프로그램, 멘탈 케어 및 고충 상담 등의 지도교육을 받게 된다.고용 계약식에 참석한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는 "오늘부터 한 식구가 될 선수들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고 이번 협약이 장애인에 대한 임직원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활용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어떠한 편견도 없는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구성,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장애인 스포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약품은 5월 중 3명의 선수를 추가 고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1959년 창립된 제일약품은 진통소염제 제일파프와 붙이는 진통 소염제-케펜텍 등의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국내 습포제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경피흡수제 연구개발을 위한 기반을 다졌으며 또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정신신경용제를 비롯하여 항생제와 항암제 분야에 이르는 폭넓은 제품군을 개발 및 공급했다. 그리고 해외시장에서는 원료 및 완제 의약품을 50여 국가에 수출하며 그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과 환자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공헌을 해 오고 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4.04 10:50
연예

'책이 들린다'…한가위 귀성길 온 가족 함께 오디오북 독서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생각에 마음은 설레지만 꽉 막힌 귀성길 도로 상황은 결코 반갑지 않을 터. 극심한 혼잡이 예상되는 귀성길이 걱정이라면 듣는 책, 오디오북으로 차에서 보내는 긴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인터파크도서(book.interpark.com)가 책장을 넘기는 대신, 언제 어디서나 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오디오북을 소개한다. 먼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추석 개봉을 앞두고 원작소설 오디오북이 출시가 돼 눈길을 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로,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부와 여든 살의 신체 나이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소설이다. 최근 이재용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서 새롭게 그려지면서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졌다. 출판사 창비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오디오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 더책 특별 한정판을 선보였다. 더책에서 제공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들의 뛰어난 낭독으로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은 물론, 소설과 영화 버전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인터파크도서는 '두근두근 내 인생' 오디오북 특별 한정판을 구매한 뒤 댓글을 남기는 고객에게 영화 예매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소진 시까지)이와 함께 인터파크도서의 전국민 참여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착한 낭독, 讀한 일상'을 통해 무료로 오디오북을 청취할 수 있다. 현재 서비스 되고 있는 책은 총 3권. 황경신의 연애소설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비롯해 20세기 최고의 고전 '이방인', 성석제 등 당대 작가 7인이 순수문학으로 풀어 쓴 여행소설집 '도시와 나'가 그 것. PC 및 안드로이드 팟빵 또는 아이폰 팟캐스트에서 ‘독한일상’을 검색해 누구나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인터파크도서가 지난 7월 선보인 스타 오디오북도 눈에 띈다. ‘고전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좀 더 친숙하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스타가 읽어주는 오디오북 시리즈를 기획, 그 첫 번째로 윤하가 읽어주는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출시하게 되었다. 오디오북 2CD+책 1권으로 구성되었으며 가격은 1만5천원이다. 인터파크도서 마케팅팀 김이지 과장은 “청소년은 물론 독서와 멀어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책 읽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오디오북이 출시되고 있다”며 “무료 혹은 1만원 내외의 저렴한 비용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듣는 독서를 즐기고 뜻 깊은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파크도서의 '책이 들린다~' 오디오북 링크는 인터파크도서(book.interpark.com) 메인 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화면 우측 ‘책이 들린다’ 버튼을 클릭하면 배너가 슬라이딩 되며 펼쳐진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2014.09.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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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엔 이 책 읽으세요! 국립중앙도서관의 강추

국립중앙도서관이 '2014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권을 추천했다.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 러시가 이어진다.계곡이나 해변으로 피서가는 길의 지루함을 달래는 데 책만 한 게 없다. 집에서 더위를 이기고자 할 때도 장르 소설 한 권으로 스릴을 만끽하거나 자기계발 서적으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피서지로 가는 기차, 비행기, 차 안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보거나 인문 서적을 탐독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독자들이 참고할 만한 추천도서 목록을 정리했다.국립중앙도서관이 추천한 '2014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 문학1.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나카무라 요시후미,진 도모노리· 더숲)2. 겨울 일기(폴 오스터·열린책들)3. 내일(기욤 뮈소·밝은세상)4.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김희정·소담출판사)5. 도서 대출 중(이경신·이매진)6. 도시와 나(정미경, 성석제,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바람)7.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김덕영·다큐스토리)8.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행나무)9. 소금(박범신·한겨레출판)10.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필립 톨레다노·저공비행)11. 어릴 적 그 책(곽아람·아트북스)12. 우리의 직업은 인생 응원단(가무샤라응원단·위즈덤하우스)13. 작가란 무엇인가(파리 리뷰·다른)14.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이윤기·웅진씽크빅)15. 천국보다 낯선(이장욱·민음사)16. 풀빵이 어때서?(김학찬·창비)△역사, 철학17.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황윤·어드북스)18. 디퓨징(조셉 슈랜드, 리 디바인·길벗)19.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재키 마슨·윌컴퍼니)20. 모든 것은 빛난다(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사월의책)21. 설탕, 세계를 바꾸다(마크 애론슨, 마리나 부드호스·우리교육)22. 스캔들 세계사(이주은· 파피에)23. 심야 라디오(오가와 히토시·중앙북스)24.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이번영· 이른아침)25. 왕과 아들(강문식, 한명기, 신병주·책과함께)26.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김학범·김영사)27. 정도전과 그의 시대(이덕일·옥당)28. 조선의 명탐정들(정명섭, 최혁곤·황금가지)29. 행복의 비밀(조지 베일런트·북이십일 21세기북스)△예술, 문화30. 1913년 세기의 여름(플로리안 일리스·문학동네)31.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에스더 M. 스턴버그 ·더퀘스트)32.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권순훤·쌤앤파커스)33. 동양화 읽는 법(조용진·집문당)34. 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이충렬, 박봉남, 이성규, 임완호,이승준, 박환성, 김영미, 박정남, 서민원·북이십일 21세기북스)35. 식탁 위의 한국사(수아즈 바르브 갈 ·미디어샘)37. 오래된 디자인(박현택·안그라픽스)38.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이명옥·시공사)△사회, 경제39. 구글을 가장 잘 쓰는 직장인 되기(우병현·문학동네)40. 끌리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임무경·미래와경영 )41. 내일을 위한 경제학(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다시봄)42.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미래의창)43. 도시기획자들(천호균, 이채관, 이강오, 오형은,최정한, 김병수, 유다희, 은유·케이앤피북스)44. 부품사회(피터 카펠리·동아일보사)45.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알렉산더 그린·북하우스)46.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릭 슈미트, 제러드 코언·시공사)47.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사계절출판사)48. 승자의 안목(김봉국·센추리원)49. 에네르기 (박동곤·생각의힘)50. 융합하라!(봅 로드, 레이 벨레즈·베가북스)51. 진심진력(박종평·더퀘스트)△자연, 과학52. 과학의 민중사(클리퍼드 코너·사이언스북스)53. 깃털(소어 핸슨·에이도스)54. 꼬리 치는 당신(권혁웅·마음산책)55. 나무가 청춘이다(고주환 ·글항아리)56.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 티격태격, 와우각상쟁(권오길·지성사)57.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우용태·추수밭)58. 사이언스 소믈리에(강석기·엠아이디)59. 욕망의 곤충학(길버트 월드바우어·한울림)60.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조홍섭 ·김영사)61. 잡스가 워즈워드의 시를 읽는 이유는(조숙경 ·미래를소유한사람들)△기술, 과학62. 꿀꺽, 한 입의 과학(메리 로치·을유문화사)63.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데니스 홍·터사)64.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잡는)식사순서 혁명(가지야마 시즈오,이마이 사에코·중앙북스)65.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카트린 드 실기·따비)66. 씨앗 혁명(시카이 노부오·형설라이프)67. 아빠를 키우는 아이(박찬희·소나무)68. 엄마도 힘들어(문경보·메디치미디어)69. 요리를 욕망하다(마이클 폴란·에코리브르)70.포크를 생각하다(비 윌슨·까치글방)71. 하이라인 스토리(조슈아 데이비드, 로버트 해먼드·푸른숲)△ 자기계발72. 길 끝에서 길 찾기(이효정·초록물고기)73. 미친 발상법(김광희·넥서스BIZ)74.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리 레피버·미디어윌)75. 원씽(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비즈니스북스)76.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김병완·아템포)77. 최고의 공부(켄 베인·미래엔)△문헌정보학78.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책세상)△연설문집79. 명사들의 졸업사(버락 오바마 외·문예춘추사)△언어80. 방언정담(한성우·어크로스) 2014.07.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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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눈, 통(通)-성석제의 시공] 돌고 도는 인생

얼마 전 낯선 바닷가 도시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한반도 남쪽 땅 끝에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400㎞ 가까운 먼 길이어서 강연날짜가 다가오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오전 열 시에 강연이 있어 어차피 당일 아침에 출발했다가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KTX가 직접 닿지 않는 곳이었던 데다 버스터미널에서 강연장이 있는 리조트까지 거리가 있어 시간이 제법 걸릴 듯 했던 것이다. 이른 아침 시각에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 전에 쓰지 않고 쌓아둔 마일리지를 써서 예약을 하고 보니 머리가 제법 돌아간 것 같기도 해서 딴에는 흐뭇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공항에서 목적지인 리조트까지 운행하던 리무진 버스 노선이 손님이 없어서 폐지되었다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너나 할 것 없는 불황기에 리무진 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불황 걱정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이 있는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로, 거기서 강연이 있는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또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해서 리조트까지 가야 했다. 돈도 돈이려니와 그 시간이면 차라리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해당 도시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비행기 예약을 취소해 버렸다. 차라리 하루 전날 오후에 미리 가서 유명하고 아름답고 맛있다는 도시의 진미, 진경을 맛보고 다음날 아침 강연을 하고 나서 유람삼아 올라오는 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근사했다. 오랜만에 승용차를 직접 몰고 남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문제는 다섯 시간은 좋이 될 오랜 시간이었다. 물론 맘에 맞는 동행이 있으면 된다. 그것도 한 번도 함께 여행을 가보지 않은 친구라면 더더욱 좋다. 작심을 하고 사방에 낚시를 드리웠다. 미끼는 “남쪽 항구도시 1박2일 여행 동행 구함. 숙박 최고급 리조트 무료 제공. 교통편 무료. 환상적인 운전 기사의 안전운행. 제철 자연산 회 무한제공”이었다. 마침내 하나가 걸려들었다. 특히 ‘제철 자연산 회’라는 미끼에 바닷가 도시 출신인 C가 입질을 해왔다. 제꺼덕 낚아챘다. “정말이야. 자리돔이 제철이라네. 멸치회가 끝물이라 지금 아니면 맛을 못 본대지 아마. 며칠 전에 방송으로 봤는데 참돔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그물이 찢어질 것 같더라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해장국은 또 어떻고. 복매운탕이나 멍게비빔밥, 아주 사람 미치게 만들어 주지.”말은 하지만 나 자신은 하나도 제대로 먹어본 게 없었다. 그 지방 근처에서 먹어본 건 해산물과는 별 상관도 없는 헛제사밥이었다. 출발 당일 단 둘이 차를 타고 좁은 공간 안에서 동행하는 내내 평소 할 수 없던 속 깊은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왔다. 숙소로 예정된 한반도 최남단 바닷가 리조트는 자연산 회와 지역 음식으로 유명한 시장 골목에서 좀 떨어진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불문곡직하고 시장부터 쳐들어 가기로 의기투합했다.“왔노라! 먹었노라! 맛있었노라!”깃발을 휘날리며 다닌 적이 언제였던가.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까지 발달한 세상이니 따라오지 않은 의리 없는 인간들에게 무자비한 생중계 보복을 하기로 합의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흐려지더니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행의 정취를 더하는 듯해 반갑고 고마웠다. 출발 다섯 시간 만에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네비게이터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시장 앞 도로 옆 관광버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다른 사람이 차를 세우고 있기에 주차를 해도 괜찮으냐고 했더니 낮에는 관광버스가 차를 세우는 곳이지만 밤에는 관광버스가 가고 없으니 상관없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 자신도 외지 사람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꺼림칙하긴 했으나 일단은 차를 세웠다. 이어 비릿한 바다 냄새가 풍기는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C가 넋을 잃을 정도로 제철 자연산 물고기를 비롯한 해산물이 풍성했다. 때마침 풍어라서 값이 싸다고 했다. 고르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참돔·감성돔·자리돔에 전복과 멸치·멍게·해삼·성게알 사이를 헤매다가 다른 손님들이 먹는 것까지 곁눈질로 참조해서 겨우 먹을 것을 확정했다. 물고기를 횟감으로 손질하는 사이 차를 제대로 주차하기 위해 다시 시장 밖으로 나왔다. 어두워진 거리에 비는 내리는데 주차장 반대편 도로변에 불을 밝힌 가게가 즐비하게 있었다. 관광버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 한 빵가게 앞에 차를 댔다. 요리모자를 쓴 여자가 “오래 있을 거냐”고 물었다. 두 시간쯤 있을 거라고 하자 예쁘게 웃으면서 “내 가게 앞에 대는 게 장사에 방해되긴 하지만 할 수 없네요. 대신 회 먹고 나오거든 꼭 우리 가게 빵을 사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했다.회와 전복, 해삼의 맛은 가히 환상적인 맛이었다. C는 특히 열광했다.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문자로 보냈더니 침으로 홍수가 났다고 아우성들이었다. 하도 싸기에 욕심껏 시켰다가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게 문제였다. 음식을 싸달라고 하고는 음식점에서 가르쳐주는 전화로 대리운전자를 불렀다. 숙소인 리조트까지 얼마인가 묻자 8000원이라고 했다. 거리가 얼마인지 모르니 비싼 건지 싼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십여 분 뒤 시장 앞에 대리운전 기사가 당도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모는 작은 승용차를 타고 왔고 그 승용차는 숙소까지 따라와서 대리운전 기사를 도로 태워갈 모양이었다. 빵가게는 그새 문이 닫혀 있었다. 무뚝뚝한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한 내 차는 약 20여 분 뒤 숙소에 도착했다. 비가 왔고 그만한 시간이 걸렸는데도 8000원밖에 안 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천 원의 서비스료를 임의로 더해 만 원을 줬다. 대리기사는 당연하다는 듯 돈을 받더니 인사도 없이 차를 따라온 승용차를 타고 가버렸다. 다음날 아침, 시장 골목의 향토색 짙은 음식점이 맛있을 거라는 생각에 운전을 해서 다시 전날의 그 장소로 갔다. 그런데 전날 올 때와는 달리 좀 돌기까지 했는데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시장과 리조트는 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빤히 보이는 거리에 있었다.“이게 웬일? 내 운전 솜씨가 하룻밤 사이에 일취월장했나?”“그럴 리가. 어제 그 대리운전 기사가 길을 좀 돌아서 왔나 보네. 2000원 더 받으려고.”“2000원은 내가 그냥 고맙다고 보태준 건데? 내가 그렇게 줄 줄 알고 미리 돌았다고?”“어두워서 우리가 모른다는 걸 알고 돌았다니까. 여기서 보니 다리 하나 건너면 가겠네. 빤히 보이는군.”그때부터 말놀이가 시작되었다.“정말 사람 돌겠군. 그거 조금 더 벌려고 그렇게 내 차 기름 써가며 돌다니. 그럼 우리가 그 사람 때매 돈 인간들이라는?”“먼저 그 쪽이 돌기로 작심했고 우리는 모르니까 따라서 돌아버린 거지.”“일부러 돈 인간한테 고맙다고 돈을 더 줘? 돌겠네.”“돌아서 돈 받았으니까 그 돈도 또 돌고 있겠지?” 아침밥을 먹고 나서도 말놀이는 계속 되었다.“이런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맛은 처음이야. 완전히 심신이 대리운전 당하는 기분인데.”“그러게, 환상적인 뽈락매운탕이군. 우리만 알고 있기는 아까우니까 세상 만방에 이 소식을 돌리자.”집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주정차위반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왔다. 빵가게 앞에서 찍힌 사진에 내 차의 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빵가게 주인은 왜 그리 예쁘게 웃으며 말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려니 머리에 대리운전 기사가 찾아온 것 같았다. ● ‘통’ 칼럼을 31일자로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12.07.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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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눈, 통(通)-성석제의 시공] ‘바보회’를 아시나요

한때 이 땅에 ‘바보회라는 모임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몇 달 전들었다. 바보가 주인공인 소설 몇 편을 쓴 이후 세상 바보들의 대변인 격으로 치부되던 나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물론 이 '바보회'는 1969년 서울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역사적인 '바보회'와는 별개의 모임으로 1980년대에 결성되었다고 했다. 바보회는 물론 바보들로 구성되었는데 회원이 되려면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바보짓을 했어야만 하며, 그 바보짓을 다른 회원들 앞에서 고백하고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존 회원들이 모두 바보짓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바보짓으로는 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그러던 차 어떤 문학 관련 행사에 갔다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바로 그 바보회를 대표하는 회장으로 지목된 S시인과 마주 앉게 되었다. S시인의 곁에는 그의 몇 년 후배인 소설가 H선생도 있었다. 밥이 나오기 전에 나는 온달과 원효를 비롯한 역사적인 바보, 역사에 나타나지 않으나 세상을 그런대로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온 배달민족의 바보 전통을 맥맥히 이어가고 있는 바보회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S시인은 그런 모임은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간단히 부인했다. 워낙 단호하게 말을 자르는 바람에 더 이상 물어볼 말도 없어 냄비에 든 두부찌개가 끓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주최 측이 주문한 지역의 특산 막걸리가 나왔다. 좌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S시인은 내가 막걸리를 따르자 왼손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 "난 술 못 마셔. 보름 전에 집에 들어가다가는 살짝 넘어졌는데 이게 금이 갔다고 해서 말야. 깁스까지 했다고" 라고 말했다. "아 형님,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연락이 안 됐던 거요?" H선생이 물었다. S시인은 특유의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아. 내가 이거 부러지고 난 뒤에 어두워지기만 하면 전화기를 꺼놨어. 누가 술 마시러 오라고 연락할까봐서는."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S시인은 깁스를 한 새끼손가락으로 나와 H선생 앞의 종이잔에 들어 있는 막걸리를 휘휘 저어주었다. 막걸리 젓는 데는 깁스한 새끼손가락이 아주 제격이라고. 그때부터 좌중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술 먹고 뼈 부러진 사건으로는 아무개 시인이 최고지. 걔는 술을 엄청 처마시다가 사라졌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개골창에 처박혀서 자고 있더라고. 힘들게 꺼내놓고 봤더니 다리가 부러져 있더라는 거야. 아프지도 않았나."“술 마시고 부러지면 아픈 줄 모릅니다. 제가 교통사고 당해 봐서 압니다.” 나도 거들었다. “사실은 나도 술 마시고 부러진 거여.” S시인이 고백했다. "부러져 보니까 알겄어. 왼손 새끼손가락이라는 게 있으나마나 한 거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엉터리였나. 이 쓰잘데 없어 보이는 새끼손가락도 부러지면 엄청나게 중요해져. 사람 전체를 요 새끼손가락 하나가 아주 들었다 놨다 한다니까. 그런께 뭐 몸 한 구석 어느 하나라도 온전히 탈없이 잘 있다는 게 얼마나 몸뚱아리 주인한테 큰 일을 해주는 건지 모른다니까. 정신도 마찬가지여."약간의 감동과 함께 뭔가 깨달음이 오려 했다. 이런 것이야말로 바보의 철학 같은 게 아닐까. 다시 고개를 들고 바보회에 대해 물으려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H선생이 나 대신 나서 주었다. "형님, 지금 술 드시고 뼈 부러진 게 처음은 아니잖소." H선생의 말에 S시인은 도리질을 했다. "그게 뭔 소리여, 시방. 이 사람이 공연한 소릴 헐려고 허네."나는 급히 끼어들며 소리쳤다. "잠깐만요, 잠깐. 지금 말씀하신 그게 뭔가요. 뭐죠?"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소설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만큼 기승전결과 플롯·복선·필연성이 두루 갖춰져 있었다. 그들은 한때 잘못된 세상을 올바로 바꾸어 보겠다는 꿈을 꾸었다. 완고한 권력의 벽에 부딪혀 그들의 행동과 외침은 언제나 무위로 돌아갔고, 개개인의 삶은 고단해졌으며, 가는 곳마다 감시의 눈길이 뒤따랐다. 그렇지만 그들 대부분은 예술가였으니,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재미있게 살고 재미있게 놀고 싶어 했다. 그러던 차 어느 봄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어울려 한강 상류 어느 풍광 좋은 곳으로 소풍을 갔다. 낮부터 술잔이 돌았고, 거나해진 사람들은 누가 시키기도 전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한창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S시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때 형님이 맨날 부르던 노래가 하나 있었거든. 그게 말야. 후렴이 당가다당당 당가다다당 하는 노랜데."약간은 성적인 맥락이 섞인 속요였다. 반복되는 단순한 가락에 그때그때 바뀌는 가사였는데 이를테면 "키스해 주세요, 앞이빨이 쑥 빠지도록" 하고 나서 "당가다당당 당가다다당" 하고 후렴을 부르는 식이다. 누구보다도 절절한 서정시를 쓸 줄 아는 시인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게 훨씬 더 반향이 큰 법이다. S시인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앞으로 나섰지만 누구도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S시인은 남들이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강변의 둑 위에 올라섰다. 키가 큰 편이 아니었지만 그 정도면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은 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동작도 함께. '키스해 주세요' 할 때는 입술을 내밀고 '앞이빨이 쑥 빠지도록' 할 때는 이가 빠지고 없는 사람 흉내를 냈다.'당가다당당 당가다다당' 하고 후렴을 외칠 때는 기타를 치는 주자처럼 옆구리를 훑어 내렸다. 이어서 "껴안아주세요,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하고 노래하며 두 팔로 상대의 갈비뼈를 으스러뜨릴 듯 안는 흉내를 내던 S시인의 모습이 갑자기 강둑에서 사라져 버렸다. 술에 취한 데다 과도한 동작으로 뒤로 벌러덩 넘어지면서 아래로 굴러내렸기 때문이다. 놀라서 달려간 사람들 앞에 S시인은 강둑 아래 풀밭에 기절한 채 누워 있었다. "형님!" "선생님!" 허겁지겁 강둑 아래로 달려내려간 사람들은 S시인을 안아 일으켰다. 그때 정말 S시인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갈비뼈 몇 개가 으스러졌다는 것이었다.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돌아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역시 선생님께선 바보회의 회장이 되실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당대에 누가 선생님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S시인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바보회는 없다니까. 바보회가 없는데 회장은 무슨 회장이야." "정말 바보회가 없었던 거예요?" 내가 못내 아쉬워하며 묻자 H선생이 대신 대답했다."바보회는 없었지만 그 비슷한 모임은 있었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한 번 보고 뜸을 들이던 H선생은 먼산을 바라보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었다. "푼수들끼리 모인 푼수회라고." 나는 복분자술 먹은 사람 앞의 요강처럼 또한번 뒤집어지고 말았다. 바보회든 푼수회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똑똑하고 힘있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그들 탓에 스트레스 받고 피곤한 삶 속에서 그 모임의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 오랜만에 크게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증명됐다.성석제는시인 출신으로 소설에 뛰어들어 ‘이야기꾼’이란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부터 토속적 정감과 위트가 섞인 글로 ‘소풍’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등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음식 관련 에세이집들을 펴내며 음식과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한다. 2012.04.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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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작가 대담] 장석주·성석제·백영옥 “SNS만으론 외로움 못 떨친다”

"'통(通)'은 궁극의 지혜 아닐까요?" 장석주(58)·성석제(52)·백영옥(38)은 글 하나로 '통'하는 글쟁이들이다. 매주 화요일 일간스포츠에 고품격 칼럼 '통(通)'을 릴레이로 연재하는 이들이 지난 4일 첫 만남을 가졌다. 각각 '쾌설' '시공' '느낌'이란 타이틀로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세 작가('통'의 또다른 필자 김홍신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불참)는 이 날 글만큼이나 거침없고 농익은 말솜씨를 뽐냈다. - 소통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다른 때보다 중요해져서인가, 아니면 잘 안되기 때문인가. 성석제(이하 성) : "‘통’을 ‘통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소통이 안된다는 건 주체가 흐릿하기 때문일 수 있다. 통할 내용이 없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 남의 표현 가지고만 대화하니까. 내 통과 남의 통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일간스포츠 칼럼 '통'의 과제라고 여긴다." 백영옥(이하 백) : "지금은 소통이 넘치는 게 문제다. 외로워서 그렇다. 사람과 사람 간에 직접 접촉이 부족한 탓이다. 통신 세계 안에서의 접촉이란 공허하다. 나는 문자 메시지가 한 달에 100개도 남는데 친구들은 1000개도 모자라다고 한다. 문자로 이야기하다가 전화하면 '무슨 일 있어' 하며 놀라는 것이 요즘 세대다. 감수성이 많이 달라져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스마트폰으로 지하철 노선 다 알려주는 시대다. 통하는 의미가 과도해서 쇠약해지는 이율배반이 있다." 성 : "소셜 네트워크(SNS)는 외로움을 못 떨쳐낸다. 시간이 지나 두근거림이 소모되고 나면 형식만 남는다." 백 : "SNS는 만나서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밀도가 다르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세대의 변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가면 금단 증상까지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장석주(이하 장) : "소셜 네트워크가 과연 진정한 소통인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피와 살이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한 순간이야 말로 그보다 덜 외로운 순간은 없다. 최근 '언터처블'이란 프랑스 영화를 봤다. 주인공이 전신마비 환자로 굉장한 부자다. 자기 생일에 작은 오케스트라를 집에 불러서 듣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알지 못하는 여자와 펜팔을 한다. 두려우니까 펜팔만 하는 거다. 펜팔의 내용은 세계적 고전과 시를 인용할 정도로 수준 높은데. 이 사람이 무식하고 전과도 있는 흑인 남자를 만난다. 내기를 계기로 흑인 남자가 주인공을 집에 와서 돌보는 가운데 서로 통한다. 예술적 심미안이 있는 주인공이 비싼 그림을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흑인은 '나도 할 수 있겠다'며 쓱쓱 그린다. 주인공은 다른 친구에게 1만 1000유로에 판다. 마지막에 둘이 여행을 가면서 흑인은 펜팔하던 여자를 불러 주인공과 만나게 한다. 자기는 멋지게 빠지고. 그런 게 진짜 소통 아닐까." 백 : "소셜 네트워크는 진짜 소통이라 보기 어렵다." 장 : "통은 지혜를 뜻한다. 가장 낮은 단계가 '정보'고, 그 위가 '지식'이다. 그보다 더 높은 것이 '지혜'다. 통은 지식의 정수인 지혜를 던져주는 창구다. ‘통’이란 칼럼은 일간스포츠 독자들이 가장 갈망하되 다른 데서 구할 수 없는 공간이라 볼 수 있다." - 소설이란 매체로 대중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은 어떤가. 성 :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다. 허구로 통하려 하는 것이다. 칼럼이나 산문은 사실로 통하려 하는 점에서 다르다. 둘 다 지향하는 건 진실 혹은 진실함이 아닐까. 소설 독자와는 공감을 할 수 있느냐, 못 하나의 문제다. 독자가 공감 못하면 그것은 작가의 문제다. 작가인 내가 이 시대 어법을 잘 모르거나." 백 : "연예인을 향한 팬의 반응은 극렬하다. 작가에게 그런 일은 쉬 일어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독자의 반응은 심각하지 않다. 작가도 자기 글에 대한 '희한한(말도 안되는)' 리뷰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내 소설의 독자 층은 20대~40대 여성으로 정해져 있어 반응이 거의 비슷하다. 소설 자체가 많이 읽히지 않는 시대여서 책 보고 반응하는 게 귀한 일이다. 독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작가 되기 전에 서점을 비롯해 여러 직장에서 일했다. 그 때는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김영하 선배가 2005년 '랄랄라 하우스'란 책을 내면서 영화 시사회처럼 책 시사회 같은 걸 한 적 있다.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뉴욕에서 활동하는 소설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연극 무대를 빌려 낭독회를 하더라. 미국은 나라가 너무 커서 작가들이 홍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한국은 인터넷 서점, 북콘서트, 작가와 함께 하는 디너 행사 등도 열린다. 작가가 독자들과 직접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그런 곳에 오는 독자는 작가를 진짜 좋아해서 오는 것이다." 장 : "나도 희한한 리뷰는 화난다.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그런 글을 쓴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거다. 내 경우 독자와의 소통은 글 안에서만 한다. 글 밖에서 소통하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적인 전화나 메일은 무시하는 편이다. 그 사람이 소통하고자 하는 건 내가 아니고 '환상 속의 장 아무개'이니까. 실체가 아니니까." - 발상은 주로 어떻게 하는가. 상당량의 글을 쓰고 있는데 그 힘을 어디서 얻는가.장 : "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 보통 사람의 기준으론 어머어마한 양이다. 문학중독자일 정도다. 1년에 1500권쯤 구매한다. 매 주일 배달되는 책이 한 박스는 된다." 성 : "(글쓰는) 생산 원가가 상당히 높겠다." 장 : "난 책 사면 10배쯤 소득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전혀 아깝지 않다. 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새로운 것에 대해 갈망을 느낀다. 주(住)·의(衣)·식(食) 외에 책을 읽다보니 나름 (지식에) 계통이 생긴다." 성 : "의식주라고 하지 않아 주색잡기인 줄 알았다.(웃음)" 장 : "주색은 끊고 산다. 술은 거의 못 마신다." 성 : "(장석주는) 문장의 수도승이라 할 수 있겠다." - 세대 간의 이야기를 해보자. 스스로가 소통이 잘 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있는가. 성 : "여성들이 나와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특히 나이 많고 세상을 아는 여성 분들. (그들에겐) '사기'(글 속에서 스스로를 '허풍쟁이' '사기꾼'이라고 유머스럽게 표현한다)가 안 통하는 것 같다. 내게 남성적인 시각이 강해 그럴 수 있다. 다른 세대, 다른 성, 다른 행성 사람들과 같지 않으니까. 나란 정체성이 일치하는 관점에서 글 쓰는 게 가장 맞는다." 장 : "오히려 남성주의적 시각,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걸 오히려 여자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성 : "소설 독자는 20대~4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그걸 도외시하고 쓸 순 없다. 난 어릴 때 나이 많은 여자가 많은 집에서 자랐다. 그 분들로부터 교양, 정서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장 : "성석제 소설 주인공은 일탈한 이들이 많다. 나이 많은 여자들의 입장에선 일탈한 이들을 야단치고 싶어 하지 않겠나." 성 : "바라기는 젊은층과 소통했으면 한다. 그러면 다 통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실제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엔 무슨 단어를 쓰고 난 뒤에 강조를 할 땐 한자를 넣었다. 요즘은 영어를 쓰더라. 그걸 보고 (세대가) 바뀌었구나 느꼈다. 일반인이 그런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런다. 난 영어·한자 없이 충분히 알아듣게끔 쓰려고 노력한다." 장 : "20대 여성은 (나와는) 세대적으로 벽이 있는 것 같다. 잘 통하는 건 40대 이후의 남녀다. 글 쓴지 30년이 넘었다. 내가 소통한 독자도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다." 백 : "50대 이후 남자들은 (나와) 안 통해요.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했다. 일반 남자들은 '우리는'이란 주어를 많이 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안한다. '우리 세대 때는' 식으로 말한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르는 분들 같다. 그들은 이야기를 깨고 들어가려 하면 셔터를 확 내린다. 안타까움이 있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고 살다가 그게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 아닌가. 내가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비슷한 분들도 여럿 봤다. (마음을) 닫고 살면 힘든 거다." 성 : "오랫동안 그 세대는 '너희는'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컸다. 항상 '피교육자' '피지배자'가 되니까. 자기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런 성향이 집단적 폭력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무리의 뒤에 숨어 폭력을 가할 수도 있고." 장 : "국민의 일원이 되길 강조하는 획일적 교육의 피해자인 셈이다. 자기와 욕망 표현에 미숙한 사람이다." - 88만원세대의 좌절이 사회문제가 됐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는가. 성 : "청년 문제는 어른들이 해결해주어야 할 사안이다. 한편으론 최저임금 '88만원'이 다가 아니다. 돈과 상관없이 (청년들에게) 뭔가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건 스스로 찾아나서지 않으면 안 나타난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그게 문학이었다. 지금 세대에겐 다른 게 있을 거다. 그게 무엇이든 좋다. 난 게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 (게임중독 같은 것을) 병리적으로 다루면 안된다. 모든 분야에서 중독되지 않으면 일정한 단계까지 갈 순 없는 법이다." 장 : "나는 활자중독·문학중독이다." 백 : "그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너희들이 능력이 안되서 취직 못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사기다.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돈 안되는 것에 미쳐보라'다. 그런 말하면 그 쪽에서 나오는 뻔한 반응이 있다. '뭔가에 미쳤다고 치자.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물으면 나 역시 할 말은 없다. 확실한 건, 꿈을 이루는 건 절실함의 크기다. 꿈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많다. 대학을 비롯한 학교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법을 안 가르쳐준다. 한국 교육의 문제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 장 : "'88만원세대'를 규정한 것도 획일적 틀이다. 실제로 88만원세대가 스스로 여기에 동의한다면, 당면한 현실·빈곤·직장의 문제 등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협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들도 사회가 주입한 획일주의적 틀에 갇혀 있다.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의 루저가 된다는 식의 경직성에 그들도 감염됐다. 그들이 지적으로 나태했다. 그걸 깨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보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다. 대학교까지 국화빵같이 찍어낸 교육 속에선 모두가 똑같으니 경쟁력이 없다. 죄다 스펙 쌓기에만 바쁘다. 지난해 대학 강연 자리에서 나는 '1년에 고전 100권 읽어라. 목록 100~200권을 만들어 읽고 취업할 때 책읽은 걸 내세우라'고 주문했다. 기성 세대의 책임이 크지만 그 세대 자체의 노력이 부재하다. 나태함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백 : "미국 시라큐스 대학은 고전 100권 읽지 않으면 졸업이 안된다고 한다. 난 20대가 연대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 : "젊은 세대들이 짜증만 낼 줄 알지, 분노할 줄은 모른다. 인문학을 읽지 않으니까. 분노하는 법도 책 속에 담겨있다."- 문화에 대해 말해보자. 한류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흐름은 정상이라고 보는가. 백 : "문화 전반적으로 한국은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한다. 밥 먹으려 해도 프렌차이즈가 너무 많다. 지방색도 없어진다. 드라마도 비슷한 포맷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각하니 협소할 수밖에 없다. 내 소설 원작 드라마 '스타일'을 제작할 때도 타 방송에서 비슷한 포맷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문학·연극·뮤지컬도 다 그렇다. 모두가 대형 프렌차이즈 제과점 빵을 먹고 싶은 건 아니지 않은가. 자본에 의해 동네 빵집이 없어지는 게 안타깝다. 뮤지컬도 다 비슷한 스타일이고, 아이돌 한류도 지나치게 한 방향이다. 반면 순발력은 최고다. 아이돌 키워내는 방식을 외국에 수출한다고 한다. 아이돌과 공생하는 문화 시스템은 매우 디테일하다. 아이돌을 밥 먹이는 조공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팬 클럽 회장은 어마어마한 지위 가지고 있다. 매우 독특한 문화다." 성 :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공존하는 게 없다. 옛날 건 빨리 사라지고, 새 것은 빨리 만들어지에 급급하다. 남아나는 게 없는 거다. 마치 열살·서른살·쉰살·일흔살이 다양하게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자본이 대중문화를 이끈다. 인간을 평균적으로 열성화시키는 방식이다. 깊이가 얕고 인스턴스화된 문화를 대량 공급한다. 각자가 향유할 수 있는 걸 다 없앤다. (다른 건 다 변해도) 그런 방식은 없어지지 않는다." 장 : "대중문화는 굉장히 역동적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어필할 정도니까. 시스템은 오히려 선도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창조적인 비평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긴장을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잘 한다고 놓아두면 거품이 쉽게 꺼질 수 있다. 성찰 없이 도취될 수 있다. 우리 대중문화의 취약점이다. 문제점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칼럼(통)에서 한류 산업을 창조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 :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우수한 민족이다. 우리 안에서 테스트해 무엇이 튀어나오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 아이돌은 대중에게 가장 감각적으로, 최적화된 존재다. 지금 당장은 (한류 파워가) 상당히 갈 것 같다. 외국의 식당에서 체험한 일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스마트폰으로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여준다." 백 : "누구 잘 아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성 : "문제는 드라마를 보여주는 도구가 중국제 짝퉁 아이폰이라는 것. 중국은 짝퉁을 팔고, 우리는 콘텐츠를 판다." - 신문 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전략은. 성 : "난 고우영의 연재 만화 통해서 일간스포츠를 만났다. 고등학생 때로 지하철이 생긴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당시 ‘만화가 있는 신문’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고우영 만화는 격이 다르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면서도 재미있었다. 일간스포츠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그렇다." 장 : "고우영의 지면은 인문학적 비평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 칼럼 ‘통’은 스포츠전문지로서 놀라운 기획이다." 백 : "내 전략은 단순하다. 책에 대해 쓰면 (독자가) 그 책 보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글을 쓴다." ['통' 작가들의 인연은?] - 한 시대에 글쟁이로 태어난다는 건 대단한 인연이다. 장석주·성석제·백영옥은 '통' 연재 전에도 서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통으로 만나기 전까지 서로의 인연은. 장석주 : "(백영옥의) 옆방 남자로 지낸 적이 있다." 백영옥 : "2010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입주작가로 한 달 동안 같이 살았다. 내가 103호, (장) 선생님이 104호였다. 선생님에게 글 쓰는 태도, 단백질 섭취하는 요령까지 배웠다. 같이 이마트 간 적 있는데 선생님이 ‘사과 깎아 먹겠다’면서 칼을 사는 거다. ‘작가로서 최적화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성석제 : "영양분은 다 사과 껍질에 있다. 사과 깎아먹으면 안되는 건데…." 장 : "나의 생활은 모든 게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나는 글쓰는 양이 좀 많다. 웬만한 소설가보다 많이 쓴다. 매년 원고지 5000매씩 쓰니까. 다음달에도 '독도 고래'라는 우화소설이 나온다. 하지만 내년부터 막 살려 한다. 10년 이렇게 사니까 숨막힌다. 그동안 압박감이 많았다. " 성 : "(장 선생님은) 시 쓰던 초창기인 1979년 신춘문예 최종심 심사평에 자주 등장했다. 필명을 바꿔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 때 처음 존재를 알았다. 정식 시인 되기 전에 내 머리 속에 박혔다. 처음으로 얼굴을 본 것은 1888년 무렵이다. 내가 동양그룹 홍보실에 다닐 때 장 선생님에게 원고를 청탁한 적이 있다."백 : "성석제 선생님과는 심사위원과 작가 지망생으로 만났다." 성 : "(백영옥을) 한 번은 떨어트리고, 한 번은 붙인 걸로 기억한다." [팁] '통' 작가 소개 장석주 2000년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수졸재'를 짓고 글쓰기와 독서에 몰두한다. 문학가로는 보기 드문 부지런함으로 시인·소설가· 문학비평가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노자·장자·주역 등에 빠져 지내며 최근 15번째 시집 '오랫동안'을 펴냈다. 성석제 시인 출신으로 소설에 뛰어들어 '이야기꾼'이란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부터 토속적 정감과 위트가 섞인 글로 '소풍'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등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음식 관련 에세이집들을 펴내며 음식과 사람에 대해 탐구 중이다. 백영옥 다양한 사회 생활을 하다 잡지사 기자가 됐고, 2008년 소설 '스타일'을 발표해 약 30만권의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대중문화 잡식가로 우리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정리=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2012.04.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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