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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도 함박웃음' LG트윈스의 우승, 가슴에서 빛났던 뜻밖의 '프로스펙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서울 인기구단이자, 젊고 활동적인 마니아층을 거느린 팀이 역사적인 통합 우승까지 달성한 만큼 후원사들의 마케팅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패션계에서는 이번 KS를 통해 가장 큰 홍보 효과를 누릴 기업으로 LS네트웍스가 전개 중인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꼽는다. '쌍둥이 구단'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지원하면서 프로스펙스의 'F' 로고를 널리 알렸다는 것이다. 토종 브랜드 품고 우승한 LG트윈스 "세계 최고의 무적 LG팬 여러분, LG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LG가 KS 우승을 확정 지은 13일 밤,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렇게 외쳤다.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2만4000여 명의 '무적 엘지' 팬들은 큰 환호로 구 회장의 소감에 응답했다. 구 회장은 '2023 KBO 리그 챔피언' 유니폼을 입고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바라봤다. 패션업계는 감격에 찬 구 회장과 함께 그의 오른편 어깨에 또렷하게 새겨진 로고에 주목했다. 한국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F 로고였다. 역사적인 우승을 지켜보던 야구팬과 국민들은 쌍둥이 구단의 우승과 함께 빛난 프로스펙스의 존재감에 박수를 보냈다. 국제상사가 1981년 론칭한 프로스펙스는 2007년부터 LS그룹의 일원인 LS네트웍스가 전개하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2022년부터 가족사이기도 한 LG에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다. LG가 통합우승을 거두면서 LS네트웍스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이상훈 프로스펙스 업무지원팀장은 "프로스펙스 구성원 모두가 LG를 응원한다"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던 순간의 감격이 지금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프로스펙스는 LG 유니폼의 기능성은 물론 디자인까지 선수들과 팬을 만족시키기 위해 분투해왔다. 이상훈 팀장은 "LG의 유광점퍼가 가진 기본 디자인 및 색상을 기본으로 하되, 기존 소재보다 에나멜 느낌을 살려 '유광'에 어울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밝은 화이트 포인트를 강조해 신바람 야구를 강조했다. 디자인에도 변주를 줬다. 이 팀장은 "소매 패턴을 래글런 스타일로 바꾸고 활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통해 젊은 세대의 니즈에 맞췄다"고 했다. 쌍둥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LG 구단 및 프로스펙스에 따르면 인기 유니폼은 대부분 동났다.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열린 프로스펙스 할인 행사는 매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신장했다. 지난 3월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진행한 LG트윈스 유니폼 한정 판매 행사에는 프로스펙스의 남다른 제품력과 디자인을 칭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앞으로 프로스펙스는 유니폼은 물론 프로선수용 야구화까지 제품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스펙스의 제 2의 도약 시작 올해 42주년을 맞은 프로스펙스는 대한민국 최고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그만큼 화려한 역사를 갖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공식 후원할 정도로 독보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꼽혔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세대'를 형성할 정도로 위세가 있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에 이어 외산 브랜드가 득세하면서 프로스펙스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다. 2007년 LS그룹과 한 가족이 된 이후에는 배구·농구·축구에 이어 야구까지 후원하면서 4대 프로스포츠 스폰서로 활동 중이다. 브랜드의 본질인 '스포츠'야말로 프로스펙스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야구단 스폰서십은 경쟁이 치열해 맡기 쉽지 않다고 알려졌다. 프로스펙스는 LG의 역사적인 우승과 함께 프로스펙스도 두 번째 전성기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패션가 관계자는 "최근 '레트로' 인기가 맞물리면서 프로스펙스 등 토종 브랜드에 대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인식이 좋아진 상황"이라며 "LG가 우승하면서 프로스펙스가 보다 젊고 액티브한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기대했다. 프로스펙스 측은 "LG의 우승으로 우리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각인은 물론 무형의 홍보 효과도 컸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 최고의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11.15 10:27
산업

[스타일 IS리포트] 땀과 눈물, 그리고 패션…항저우 AG 단복의 세계

대표팀 선수들의 땀과 눈물, 환희가 담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무르익고 있다. 이번 AG은 대표팀 선수들의 쟁쟁한 실력과 함께 각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개·폐회식 단복으로도 주목받았다. 특히 대한민국은 그동안 주로 선택됐던 정장 스타일에서 벗어나 데님 패션을 단복으로 선보여 가장 힙한 패션 감각을 가진 나라로 떠올랐다.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의 PB브랜드(자사상표)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작을 맡으면서 달라진 국내 패션 지형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패션가의 분석이다. 센스 넘치는 백의민족 대한민국 선수단이 이번 AG에서 선보인 개·폐회식 단복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역대 가장 힙한 올백 단복의 끝'. 항저우 AG 단복 테마는 '백의민족'이다. 흰옷을 즐겨 입던 우리 민족의 전통을 상아 색상의 데님으로 표현했다. 백의는 한민족의 상징이자 지조, 기개를 상징한다. 무신사는 이를 데님 셋업으로 재해석해 박수를 받았다. 데님 소재를 사용했지만 우리 고유의 복식도 담았다. 재킷과 팬츠 주머니에는 한옥의 '팔작지붕'을 표현한 스티치를 넣었다. 팔작지붕은 한자 '여덟 팔자'와 비슷한 모양인데, 한옥 지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단추는 태극무늬가 중앙에 있는 전통북 '대북' 모양으로 제작했다. 이 밖에도 액세서리에는 노리개 형태를 녹였다. 벨트, 신발, 양말에는 태극기와 팀코리아 로고를 새기면서 선수들의 정신을 하나로 모았다. 기능성도 힘을 줬다는 설명이다. 항저우 특유의 덥고 습한 날씨를 고려해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와 '아스킨'을 사용했다. 냉감 소재로 덜 덥고 빠르게 마르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선보였던 단복 스타일과 확 달라졌다.우리 선수단은 올림픽과 국제스포츠 대회마다 심혈을 기울인 단복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삼성물산패션부문의 '빈폴'이 제작한 세일러복 스타일의 단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베스트 단복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격식을 갖춘 정장 스타일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AG 단복에 퍽 만족하는 눈치다. 윤성욱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상징을 활용한 멋진 디자인과 보다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방식의 개·폐회식 단복"이라면서 "팀코리아 선수들이 자긍심을 갖고 대회의 시작과 끝을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제작을 맡은 무신사 스탠다드는 AG 단복을 디자인하면서 20대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타깃 고객 층과 비슷한 만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선수단의 관점에서 단복을 기획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건오 무신사 스탠다드 본부장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모던한 실루엣과 전통 요소를 잘 어우른 단복이 국제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을 더욱 빛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신사의 위상 무신사 스탠다드의 단복 제작은 달라진 국내 패션업계의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표팀 단복은 삼성물산이나 코오롱인더스트리FnC(코오롱FnC) 등 국내 주요 패션 기업이 맡아왔다. 두 기업은 패션 철학과 팀코리아의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에 정성을 쏟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단복을 책임지는 것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국 '랄프로렌', 프랑스 '라코스테', 일본 '아식스', 이탈리아 '아르마니' 등이 자국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주로 만들어왔다. 대표팀이 입는 단복은 국가 이미지를 의미한다.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자원이 된다. 특히 올림픽 개막식은 세계 패션 흐름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의 패션 홍보의 장으로 통해왔다. 주요 패션 기업들이 단복을 맡은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의 단복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이끄는 PB브랜드의 몫이 됐다. 그 배경에는 높아진 무신사의 영향력과 예전만 못한 단복 제작 열기가 자리 잡고 있다. 패션기업 A사 관계자는 "2020 도쿄올림픽의 경우 개·폐회식 단복을 코오롱FnC가 맡았는데 당시 후원 성격이 아닌 공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인기가 없기도 했고, 단복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역시 떨어지면서 패션기업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항저우 AG 개·폐회식 단복을 위해 무신사스탠다드 측에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PB브랜드가 태극전사들의 단복 제작을 맡은 것은 역대 처음이다.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4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PB브랜드로는 단기간에 거둔 이례적인 성과다.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달 22일 대구 동성로에 역대 최대 규모인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를 오픈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오픈 이후 지난 24일까지 사흘간 방문객은 약 3만명에 달했고, 3일간 누적 매출 3억8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무신사 스탠다드는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니클로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춘 토종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라며 "한국 대표 패션 플랫폼이라는 인식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중국·북한·일본은?한국만 단복에 공을 들인 건 아니다. 개최국 중국도 이번 AG 단복에 진심이었다. 중국 대표팀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제작한 단복을 선택했다. '싱야오'라는 이름도 가졌는데, 별이 빛난다는 뜻이다.단복 곳곳에 뒤엉킨 모란과 덩굴 문양이 담겼는데 활기찬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반하이넥 디자인은 중국 복식 문화의 매력을 드러냈다. 중국의 개·폐회식 단복은 자국 유명 남성복 기업인 '지우무왕'에서 만들었다. 5년 만에 국제대회에 나선 북한은 중국과 스타일이 비슷한 파란 바지와 흰 재킷의 단복을 입었다. 17개 종목에 나선 185명의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들고 밝은 모습으로 개회식에 등장했다. 일본은 항저우 AG 단복은 힘을 뺐다. 일장기를 연상케하는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로 구성된 심플한 운동복을 입고 개막식에 등장했다. 일본은 단복보다는 반일 감정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과 한국 내 일본에 대한 감정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는 지난달 23일 있었던 화려한 AG 개막식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대표팀을 향한) 야유는 없었지만 (다른 나라 선수단과 비교해) 낮은 환호로 인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10.04 07:00
산업

[비욘드K] 이상봉 "K패션의 글로벌 산업화, 각개전투로는 힘들다" [창간 54]

"K패션 산업이 한류를 넘어 주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개인과 국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 입니다."'K패션 거장' 디자이너 이상봉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K패션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제 그다음을 걱정했다. 이상봉은 한류의 태동부터 전성기를 전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지켜봤다. K무비에서 시작된 한국 바람은 K드라마와 K팝과 함께 글로벌 전역에 불기 시작했다. 이상봉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듣는 K브랜드 열기는 상상 이상"이라며 "이제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 패션까지 K브랜드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K패션을 향한 세계인의 관심과 산업은 다른 측면이다. K패션 붐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K디자이너와 정부의 '각개전투'로는 힘들다. 이상봉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 우리나라 정부가 K패션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 그 결실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가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제는 삼성과 LG같은 우리 기업들이 K패션과 디자인을 보다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제무대로 도약에 성공한 K패션과 달리 K주얼리는 아직도 걸음마 상태다. 이상봉과 함께 만난 국내 1세대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은 목걸이와 반지를 보면 "몇 돈 짜리냐"를 묻던 시절 주얼리에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리사킴은 "지난 18년 동안 귀중품으로만 취급되면 주얼리가 액세서리로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면서도 "최근에는 뻔한 명품 가품만 번성할 뿐 진정한 디자이너 주얼리에 대한 개념은 옅어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창간 54주년을 맞이한 일간스포츠가 K패션과 디자인의 상징인 이상봉과 리사킴을 지난 20일 서울 도산대로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외삼촌과 조카 지간이기도 한 두 사람은 K패션·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논했다. K패션의 거장과 1세대 K주얼리 디자이너가 '혈연'으로 묶이자 대화의 주제도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깊은 통찰력과 해안으로 K패션을 짚다가도 어느 순간 티베트의 어느 작은 시장에서 찾은 돌맹이 이야기로 화제가 튀었다. 순식간에 딸 여섯, 아들 하나인 집안의 장손인 청년 이상봉의 '구로동 최고 노래 솜씨'로 화제가 전환될 때는 일동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6시간에 걸친 쉼 없는 인터뷰였다. 두 거목은 지치기는커녕 되려 푸릇푸릇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패션 불모지에서 성지로 "300년 역사를 지닌 벨베데레 궁전이 오로지 이번 패션쇼를 위해 꾸며진 모습을 보며 벅찬 감동과 영광을 느꼈어요."(이상봉)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에서는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가 열렸다. 주인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K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리사킴이었다. 이상봉은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벨베데레 궁전이 간직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하이패션으로 녹였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예술가 클림트와 K패션의 상징 이상봉의 만남은 현장을 찾은 700여명의 문화·예술 분야 인사를 매혹했다. 함께 패션쇼를 준비한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은 쇼피스를 맡았다. 사랑의 순간을 황금빛으로 표현한 클림트의 키스를 디자인에 녹여낸 리사킴의 쇼피스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랑과 절망의 대조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볼드한 네크리스부터, 옐로우 진주를 사용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화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벨베데레 궁전은 18세기 오스트리아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졌다. 올해 건립 300주년을 맞은 이곳에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클림트의 대표작이 모여있다. 오스트리아는 이상봉과 리사킴을 위해 벨베데레를 흔쾌히 내줬다. 규모는 물론 모든 준비 과정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성대한 패션쇼였다. "벨베데레 궁전은 키스나 '유디트'를 보유한 곳으로 경비가 삼엄합니다. 우리도 패션쇼 준비 기간 동안 좀처럼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죠. 막상 쇼가 시작되고 보니 벨베데레 궁전을 갈라쇼를 위해서만 공개했더군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복궁 전체가 하나의 패션쇼를 위해 바뀌었다고 해야할까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어요." (이상봉)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는 궁전 정원에서 이뤄진 성대한 애프터 파티까지 밤 늦도록 이어졌다. 오스트리아가 귀중한 벨베데레 궁전을 내준 이유는 분명했다.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K브랜드와 K패션의 상징이 바로 이상봉과 리사킴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상봉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 트렌드 중심지에서 한류의 시작점을 직접 지켜봤다. "한류의 출발은 15년 전 해외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 알음알음 회자되던 K무비였어요. 이후 K드라마와 K팝까지 서서히 확장됐죠. 그때만해도 제 옷을 수입하겠다고 찾아온 바이어가 '한국 말고 메이드인 재팬으로 제품 태그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곤 했어요. 지금은 모두가 K브랜드를 달고 싶어합니다. 지금의 한류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라고 생각해요. 한국 문화에 전세계가 열광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이상봉) 이상봉은 지금의 K컬처 붐의 저변에는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노력과 함께 국가의 지원이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서울시, 청와대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아티스트들과 머리를 맞댔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유인촌 장관이 이끌던 2008년 패션문화산업을 전략적 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한다고 선언하고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서울역사에서 열기도 했다. 이상봉은 이제 K패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코리아'를 붙이는 시대가 왔지만, 산업이 아닌 문화에 그칠 경우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리아라는 국가가 나라가 아니라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됐어요. 과거 어느나라 기업인지 알 수 없었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제 당당하게 대한민국을 달고 있습니다. 문체부와 정부, 디자이너가 한국의 문화를 세계화 해야 한다는 일념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K패션이 문화로서 끝이 난다면 안됩니다. 문화가 산업이 되고 이를 통해 수출로 연결될 때 K브랜드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이상봉) 지금까지는 국가와 디자이너들이 분투해왔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라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이번 벨베데레 궁전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는 각 테이블마다 기업들이 후원을 했다고 들었어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다른 나라 패션 디자이너의 패션쇼지만, 현지 기업들이 가치와 의미를 알고 지원하는 거죠.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리사킴)"패션계는 최근 대기업 아래 여러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영입하는 시대로 가고 있어요. 산업화된 거죠. 이제 K패션이 산업이 글로벌서 되려면 디자이너 개인과 국가의 도움을 넘어 기업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상봉) 구로동 멋쟁이 이상봉과 리사킴은 '혈연'이다. 1남6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이었던 이상봉의 큰 누이가 리사킴의 어머니다. 이상봉은 큰누이를 어머니처럼 따랐다. "큰누이가 구로동에 살았어요. 방황하던 시절, 가까운 큰 누나의 집을 찾아가면 언제나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 주는 어머니같은 존재였죠. 그래서 지금도 구로동에 가면 어린시절 거닐던 기억도 떠오르고 참 정다운 느낌이 듭니다. 당연히 어린 리사도 자주 만났고요." (이상봉)"딸 여섯인 집안에 태어난 외삼촌이 태어났으니 집안이 오죽 경사였겠어요. 저희 어머니가 외삼촌이 태어난 날 온 동네를 뛰어다니셨대요. '금쪽같은 내동생, 상봉이가 태어났다'고요. 외삼촌은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슈퍼스타였어요.(리사킴)" 이상봉을 유독 아꼈던 여섯 명의 누이와 어머니는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은 가수 못지 않은 목청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무엇을 하든 솜씨도 좋았다. 누나들이 오순도순 모여 곱게 자수를 놓던 모습, 어머니가 '미싱'을 돌려가며 직접 가족들의 옷을 짓던 기억이 또렷하다. "한국은 여성들이 참 강합니다. 자수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기도 했죠. 누이들의 솜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길렀습니다. 지금도 저는 자수를 넣은 디자인을 자주 합니다. 누이들과 어머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이상봉) K패션의 거장인 이상봉이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거대한 벽이기도 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제게 '넘버원'이었어요. 어쩌다 함께 백화점에 가면 비치된 모든 옷을 일일이 보고 만지고 넘어가는 삼촌을 보면서 기가 질리기도 했죠. 완벽주의자 리사킴은 외삼촌이 온전히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 긴 시간 함께 필드에 있었지만 외삼촌과 협업을 한 건 이번 벨베데레 궁전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리사킴) 이상봉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시리다. 옷만 생각하고 달려왔던 지난 젊은 날, 자기 자신에게는 조금의 쉼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가족들이 느꼈을 외로움을 이제서야 알게됐기 때문이다.조카인 리사킴은 물론 이상봉의 아들이자 여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LIE(라이)'의 총괄디렉터인 이청청도 아버지와 휴가를 보냈던 기억이 없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컬렉션까지 늘 디자인에만 매달렸어요. 가족과 여름 휴가는커녕 늘 아이들이 자는 모습만 보며 집과 작업실을 오갔죠. 얼마전 다섯살 손자를 씻겨줄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들과 목욕탕 한번 가봤던 기억이 없었어요."(이상봉) 이상봉은 지금까지 200회 이상 해외에서 쇼를 열었다. 한해 동안 파리와 뉴욕, 서울을 오고가며 패션위크를 온전히 소화하기도 했다. 이상봉이 공고한 K패션의 상징이 될수록 가족은 외로웠다. 특히 이청청에 대한 죄의식을 가슴 한켠에 쥐고 산다. "이청청이 10여년 전 데뷔할 때 인터뷰를 하는데 말을 더듬는 것을 처음 알게됐어요. 인터뷰 뒤 '왜 그렇게 말을 더듬느냐'라고 꾸짖었죠. 그랬더니 이청청이 '어린시절 아버지한테 크게 야단맞은 뒤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게 됐다'고 털어놓더라고요. 제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이상봉) "디자이너 이상봉은 공공재라고 생각해요. 패션가와 나누고, 국민과 나누는 존재인거죠."(리사킴) 끝나지 않은 숙제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패션과 달리 K주얼리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 멈춰있다. 미국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한 리사킴은 2006년 국내 '리사코'라는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유명 연예인들이 리사킴의 독창적인 디자인에 반하면서 '최진실 목걸이' '김남주 귀걸이' 등 대중적인 히트작을 냈다. "주얼리는 장롱 속에 숨겨두는 귀금속이지 액세서리라는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리사코 외에도 글로벌서 활약중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수입해 멀티숍을 함께 꾸렸어요. 셀러브리티가 리사코에 모여들고, 백화점에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완판되는 짜릿한 경험을 했죠."(리사킴) 리사킴은 주얼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 리사코 외에도 한컴주얼리의 '몰리즈' 대표로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K주얼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몰리즈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입점한 주얼리 브랜드다. 다이아몬드는 물론 수준급의 디자인 주얼리를 다루지만, 가격대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손에 잡힐 듯 했던 K주얼리의 전성기는 아직 답보상태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 귀금속 공장 일대에서 찍어내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의 가품이 K주얼리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들어 대중이 '반클리프아펠' '불가리' '까르띠에' 같은 유명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의 가품을 찾고 있어요. 짝퉁이 대중화하는 거죠. K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정말 슬프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가품 까르띠에'가 아닌 K디자인의 정수가 담긴 대중적인 브랜드 몰리즈로 시선을 돌려주셨으면 해요."(리사킴)이상봉은 2006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처음 한글 패션을 선보인 이래 줄곧 한글을 디자인에 담아왔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한국의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시절에 등장한 그의 디자인은 세계 패션무대에서 독창적이고 뛰어난 미학으로 인정받았다. "누군가가 '이제 한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명품 브랜드는 시그니처 문양을 갖고 있어요. 샤넬은 퀼팅 무늬, 루이비통은 모노그램 패턴을 갖고 있죠. 또한 한글만 담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 더하기 우리나라의 하늘, 별, 땅…. 한글을 디자인에 담는 것은 이상봉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반드시 한국의 문화적 요소를 디자인에 담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이상봉) 여기서 그칠 수는 없다. 이상봉은 수 많은 해외 일정 속에서도 K패션의 새싹을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상봉은 고교모델 ·고교패션 콘테스트를 직접 만들고 지원 중이다. 어느덧 8회째를 맞이하면서 모델과 디자이너로 성장한 제자가 적지 않다. 2021년부터는 패션 분야에 관심이 있는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패션디자인, 패션모델 등에 대한 전문 멘토링을 지원하는 꿈토링스쿨을 지원한다. 고교모델 ·고교패션 콘테스트와 꿈토링스쿨 관련 홈페이지에는 이상봉이 매년 청소년 사이에 그 누구보다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미술 선생은 있어도 디자인 선생은 없습니다. 디자인과 관련한 책도 별로 없어요. 패션에 뜻이 있어도 조언 받을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지원합니다. 저는 분명히 이 친구들이 성장하면 K패션의 산업화를 이끌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이상봉)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9.27 07:00
산업

"여긴 뭔데 일본·중국인 바글바글해요?" 330% 성장, 대박난 무신사 면세점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의 면세(Duty Free) 매장인 무신사DF가 외국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에 '편집숍' 형태로 입점했는데, K스트리트 패션을 엿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관광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최근 해외 펀드사로부터 2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업계는 무신사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로부터 3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분석한다. 신라면세점에 무신사가? 지난달 찾은 서울 중구 장충동의 신라면세점 본점. 트렌디한 패션·뷰티 브랜드가 집결한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 합성어)'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커버낫'과 '리' '마하그리드' '코드그라피' 등 무신사를 대표하는 입점 브랜드의 의류가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 자체 상품은 걷어내고, 오로지 입점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는 편집숍 형태였다.보통 면세점은 브랜드가 직접 들어가 제품을 판다. 그런 면에서 패션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한 무신사DF는 상당히 파격적으로 보였다.장사도 잘 되는 듯 했다. 비교적 한산한 오전 시간대였으나, 매장 안은 쇼핑을 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라면세점 무신사DF 매장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신사라는 플랫폼을 알고 많이 찾고 있다"며 "무신사가 한국의 대표 패션 플랫폼이고 트렌드를 이끌어 간다는 점을 알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신사가 선정한 제품들을 보면서 K스트리트 패션을 경험하고 쇼핑하는 분들이 하루 60~100명 수준으로 찾고 있다"고 했다. 무신사는 앞선 2020년 2월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에 1호점을 오픈했는데,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자 약 2년 만에 신라면세점에도 매장을 냈다. 무신사DF가 힙한 K스트리트 패션을 모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면세점에서도 입점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DF 두 곳의 올해 상반기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했다. 무신사DF 매장을 통해 입점했던 리는 신세계면세점 명동본점에 단독 매장을 출점하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DF 매장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브랜딩 강화 측면에서 오픈했다"며 "신규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어서 조만간 개편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커지는 무신사 가치 패션가는 무신사가 무신사DF를 통해 K스트리트 패션을 글로벌에서 소개하고,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패션·유통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쇼룸을 운영했다. 쇼룸에는 '아치더' '기준' '프로젝트 프로덕트' '렉토' 등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 브랜드 8곳이 참여했는데, 일본 현지 업계 관계자 및 바이어 수백 명이 방문하는 등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무신사가 지난 4월 도쿄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팝업스토어는 오픈 3일 만에 1만4000여 명이 방문하는 흥행을 거둔 바 있다.무신사는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2022년 이후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일본과 미국, 싱가포르, 태국 등 13개국을 대상으로 웹과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4월부터는 일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3조원대 중반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리즈B가 진행됐던 2021년과 비교해 2년 만에 기업 가치는 1조원 가량 상승한 수치다.최근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무신사가 대형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패션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빙하기'였던 투자 시장을 무신사가 깼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C 유치로 무신사가 2019년부터 지금까지 누적으로 유치한 투자금 규모는 4300억원 이상이다. KKR과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투자를 단행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무신사의 해외 진출 및 성공 가능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가 안팎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신사가 최근 SSG닷컴에서 IPO 추진을 주도했던 임원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고, 이번 시리즈C 투자를 통해 외형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IPO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며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국내에서 해외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패션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7.25 08:08
산업

'환경보호, 선한 영향력은 기본' 아웃도어 브랜드의 남다른 마케팅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 등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가 착한 일에 열심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보호는 기본이고, 각종 선한 영향력에도 앞장서는 분위기다. 옷이 흔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 시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이 패션가를 장악한 가운데,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노스페이스는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식량 부족 위기를 겪는 국가를 돕기 위한 지원 사업 '그린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의류와 신발 등 '노스페이스 에디션'을 구매하면 수익금 일부가 국내외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2015년 시작된 노스페이스 에디션은 수익금을 모아 지난 8년간 케냐와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및 방글라데시 등 5개국 21개소에 식수대를 설치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식수로 고통받던 약 6만8000명의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식수 개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소비자 이벤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블랙야크는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하는 친환경 캠페인 '그린야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랜드 홍보 모델 손석구와 함께 '자연을 위한 움직임'을 주제로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고, 페트병 분리배출, 플로깅, 트레일 러닝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그린야크 활동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개인의 작은 행동이 거대한 영향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그린야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세계 3대 환경영화제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영화제인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도 후원하며 환경에 신경 쓰고 있다.주 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젠지세대(10~20대)는 지속가능한 환경 및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관심이 많다. 보다 윤리적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에 소비자들도 몰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고려한 마케팅은 필수가 된 분위기"라며 "특히 아웃도어 업계는 산과 연결된 특성성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6.27 07:06
산업

[IS시선] 서울패션위크의 '초격차'를 꿈꾼다

지난달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F/W 서울패션위크 '미스지콜렉션' 현장. 쇼가 막바지에 이르자, 깜깜한 무대 위에 의자 하나만 오롯이 빛났다. 이어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등장한 인물은 가수 정훈희였다.'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제곡으로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 '안개'였다.의례 익숙한 피날레에 젖어왔던 객석은 정훈희의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 압도됐다.미스지콜렉션은 이번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인 수십여 개의 쇼 중 작품과 연출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16일부터 닷새간 열린 2023 F/W 서울패션위크가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가 패션가에 남긴 상처를 완전히 지우고 K패션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소문난 잔치다웠다. 국내 최정상급 브랜드와 함께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총 31개의 쇼가 열렸다. 관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패션위크 결산에 따르면 DDP아트홀 1·2관에서 펼쳐진 패션쇼 관람객은 1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고, 시민 참여 부스 등 현장 관람객은 1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패션을 실질적으로 먹여 살리는 바로미터인 수주도 나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전년 대비 60% 증가한 1007건의 수주 상담회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23개국 130여 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약 352만 달러(46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의 헌신과 묵묵한 지원 덕이다. 굵직한 행사를 준수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것은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만하면 잘했다'는 말은 이쯤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2023년은 K패션이 '퀀텀 점프(압축성장)'를 할 수 있는 기회다. 보다 많은 최정상급 인플루언서와 프레스, 바이어를 DDP로 모으고 전 세계 패션가를 알파벳 'K'로 물들여야 한다. 서울시의 파격적인 예산과 인력 편성이 있다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서울시는 2023 F/W 서울패션위크를 마무리 지으며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플랫폼이자 우리 디자이너, 한국의 패션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했다. '초격차'를 이룬 다음 서울패션위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4.04 10:08
산업

골프의 계절... 숨가쁜 골프웨어 업계

'골프의 계절' 봄이 성큼 다가오자 골프웨어 업계가 분주하다. 산뜻한 봄 신제품을 선보이고, 유명 연예인나 프로 선수와 후원 및 모델 계약을 맺으며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 '플랜씨'는 골프시장 성장에 발맞춰 한국 익스클루시브 골프 캡슐컬렉션을 선보였다. 플랜씨는 명품 '마르니'를 이끌었던 카스틸리오니 가문의 딸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가 론칭한 브랜드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핵심인 이번 골프 캡슐컬렉션은 스웨트셔츠 등 의류와 액세서리로 구성됐다.한성에프아이의 '레노마골프'도 트랜디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봄 신상품을 내놨다. 봄의 산뜻함을 표현할 수 있는 핑크 컬러를 주력으로 봄 스웨터, 옷깃이 부담스럽지 않은 핏의 체크 패턴 니트 등이 눈길을 끈다. 봄을 맞아 실력있는 프로 선수를 후원하는 브랜드도 있다. 골프웨어 '힐크릭'은 최근 KLPGA에서 기복 없는 플레이를 자랑하는 이승연 프로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힐크릭 관계자는 "봄을 맞아 골프 팬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더 넓히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이승연 프로를 공식 후원 선수 리스트에 추가했다"며 "'스윙을 완성하는 골프웨어'라는 힐크릭의 지향점과 잘 맞는 선수"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골프'는 LPGA 투어 신인상에 빛나는 전인지 프로와 의류 협찬 계약을 맺었다. 전인지 프로는 향후 2년 간 모든 대회에 참가할 때 빈폴골프의 의류를 입는다. 전인지 프로를 앞세워 젊은 이미지로의 변화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까스텔바작'은 브랜드를 알릴 뮤즈로 배우 이민정을 발탁하고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까스텔바작은 앞으로 이민정과 함께 실용적인 '베이직라인'과 프랑스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파리스라인'을 바탕으로 시즌 첫 캠페인을 이끌어 간다. 회사 측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고 솔직 당당한 배우의 매력이 밝고 우아한 우리 브랜드와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통가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본관 7층에 프리미엄 골프전문관을 지난 19일 열었다. 신세계가 직접 운영하는 골프샵에서는 라운지형 콘셉트의 골프클럽 시타실을 마련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이마트는 골프 성수기를 앞두고 다음달 12일까지 '봄맞이 골프대전' 행사를 연다. '던롭 젝시오프라임 로얄에디션5 드라이버'는 165만원에, '테일러메이드 스텔스2 드라이버'는 78만원에 장만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보다는 덜하지만, 패션가에서 골프웨어는 여전히 핫한 분야"라며 "'골린이'를 잡기 위해 업계가 바쁜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2.24 07:10
산업

[IS리포트] 삼성물산 키운 톰브라운 직진출로 본 ‘사상누각’ K패션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애지중지 키운 해외 '신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패션 대기업들은 토종 브랜드를 키우기 보다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사들여 사업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믿었던 해외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가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지붕만 바라보는 꼴이 됐다.K패션 업계는 자본력과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보다는 각종 라이선스 브랜드로 연명하는 중소 패션기업들을 더 걱정하는 눈치다. 한국 패션 업계가 각종 비 패션 해외 라이선스를 내세운 브랜드로 가득 찬 가운데, 글로벌 본사가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하지 않거나 직진출을 선언할 경우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애써 키워놨더니…직진출?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신명품' 패션 브랜드로 떠오른 '톰브라운'이 오는 7월 100% 자회사인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직진출한다.톰브라운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물산)의 덕을 많이 본 브랜드다. 삼성물산은 2011년 톰브라운의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왔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세계 3대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에 톰브라운을 입점시키면서 대중에 브랜드를 알렸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톰브라운의 디자인을 결합한 '갤럭시Z플립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면서 퀀텀점프를 했다. 글로벌 아이돌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이 톰브라운의 의상을 입고, 갤럭시 기기를 착용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브랜드 위상도 높아졌다. 삼성물산 측은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톰브라운 글로벌 헤드쿼터와 직접 소통해 성사된 협업 건"이라는 입장이지만, 삼성물산이 톰브라운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공을 들인 만큼 삼성물산에 효자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기준 톰브라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작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삼성물산은 톰브라운을 포함한 '신명품 4총사(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의 덕을 봤다. 삼성물산은 이번 톰브라운의 직진출로 '완전한 이별'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본지에 "톰브라운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톰브라운이 직진출을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품 발주부터 매장 및 인력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는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래갈 수 없는 파트너십이고, 한국 대표 패션 기업인 삼성물산에 어울리는 일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패션 업체 A사 관계자는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삼성물산이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행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며 "톰브라운이 국내 물적 기반이 없다보니 처음에는 상당 부분을 삼성물산에 의지하면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과거 효성이 국내에 들여온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효성은 2012년 계열사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을 통해 언더아머를 국내에 소개했다. 언더아머는 효성그룹 회장 장남인 조현준 사장의 큰 애정 속에 집중적으로 유통망을 넓혔고, 전국에 50여 개의 매장을 내는 등 주목받는 퍼포먼스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양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얼마 가지 못했다. 언더아머 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7년 1월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직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갤럭시아코퍼레이션 측은 "언더아머코리아는 마케팅을 맡고 우리는 판매영업 법인으로 국내영업부문이 더 활성화된다고 보면 된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벤더사(중간유통업체)였다. 갤럭시아코퍼레이션 지분 67%가량을 보유하며 각별한 언더아머 사랑을 표현해 온 조현준 사장도 대표직을 내려놨다. A 사 관계자는 “톰브라운이 국내 인프라가 없고, 삼성물산도 지금은 톰브라운이 필요해서 동행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계약 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며 “언젠가 직진출한 기업이 온전히 경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국내 패션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역량을 볼 때 큰 이문이 남지 않는 벤더사에 멈추기에는 여러모로 아쉽지 않겠나"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그런데도 톰브라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측은 "톰브라운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며 "가령 백화점 등에 삼성물산이 가진 브랜드가 입점을 할 때도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현재는 톰브라운과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톰브라운이 직진출을 선언했지만, 리테일 매니지먼트를 맡고 싶어 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첨언도 했다. 대기업 걱정은 기우? 비단 삼성물산만의 일은 아니다. 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패션가를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비슷한 처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지난달 1일부터 국내 파트너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을 종료하고, 한국 시장에 직진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부터 셀린느 브랜드의 판권을 확보해 국내 사업을 전개해왔다. '여성스러운 브랜드' 정도로 알려졌던 셀린느는 최근 2~3년 사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를 발탁하는 등 젊은 마케팅에 시동을 걸면서 MZ세대에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로서는 이제 막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셀린느를 직진출로 놓치면서 입맛만 다시게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운영 사업권을 갖고 있던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마르니' 등도 포기하게 됐다.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패션그룹 OTB도 한국 법인 OTB코리아를 설립하고 직진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는 삼성물산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간판 패션 대기업으로서 언제든지 될성부른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수입하고 키워낼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덴마크 브랜드 '가니'를 국내 판권 보유 목록에 추가했다. 토종 브랜드를 만들어 키울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젠더리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샌드사운드', 3040세대를 겨냥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 삼성물산이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1995년 '엠비오' 이후 27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해외 신명품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외에도 뷰티와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영업이익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포트폴리오가 어느 한 부분으로 쏠리지 않은 덕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직진출한 해외 브랜드가 늘어나자 '보브' '지컷' '스튜디오 톰보이' 등 자체 보유 중인 패션 브랜드 외에도 화장품에서도 신규 브랜드 도입과 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가 직진출을 선언했다고 해서, 백화점 등 확실한 유통망을 끼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든든한 모기업이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K패션은 사상누각 K패션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수없이 많은 비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소 패션 기업들이다. 한국은 비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가 유난히 많은 나라로 통한다. 김창수 회장이 이끄는 F&F는 비 패션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대표 기업이다. F&F는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을 뜻하는 'MLB', 영국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판권을 사들여 옷과 신발 등으로 만들어 빅 히트를 쳤다. MLB의 중국 판권도 쥐고 있는 F&F는 코로나19로 중화권 전반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 중이다. F&F에 따르면 MLB의 올해 해외 시장 판매액은 1조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기업의 단일 브랜드가 해외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건 MLB가 처음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F&F를 뒤쫓는 패션기업이다. 디스커버리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잘 나가자,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들여왔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외에도 미국의 미식축구리그 'NFL', 영국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국내 의류 판권을 사들였다. 더네이처홀딩스가 전개 중인 토종 브랜드는 지난해 5월 약 760억원에 인수한 워터스포츠 웨어 브랜드 '배럴' 하나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떠오르는 패션 기업 중 하나인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필름 브랜드 '코닥'과 미국 기반의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골프', '폴라로이드스타일'을 전개하면서 MZ세대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패션업체 B 사 관계자는 "미국 음악 잡지 겸 판매 랭킹인 '빌보드', 미국 뉴스 채널인 'CNN', 유명 사립대학교인 'UCLA'와 '하버드'까지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타이틀은 죄다 끌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일정 계약 기간 동안 본사에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고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 자체를 완전히 인수하지 않는 언제든지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기존보다 많은 자금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보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를 통해서만 사실상 먹고 사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부 회사는 글로벌 본사와의 돈독한 관계를 앞세워 판권 연장에 자신이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과거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유한 디즈니사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나라의 판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영원한 파트너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톰브라운이나 셀린느처럼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B 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달리 F&F나 하이라이트브랜즈, 더네이쳐홀딩스는 라이선스 브랜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그만큼 해외 본사가 계약을 해지하고 직진출을 선언하거나, 연장 계약을 해주지 않을 경우 회사에 미치는 위험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패션 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도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손쉽지만 위험 부담이 큰 라이선스 계약이나 국내 판권을 사들이는데 몰두한다는 설명이다. A 사 관계자는 "패션가에서는 '새로 브랜드를 만들어서 키우느니, 원래 있던 것을 가지고 리뉴얼하든, 마케팅을 바꾸든 해서 키우는 편이 훨씬 낫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토종 브랜드를 론칭해 키우는 것이 실패 가능성이 높고 험난한 길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2.13 07:07
산업

마시마로'에 뉴진스 'Y2K', 탁구장까지...경기 불황에 추억 소환하는 패션가

경기 침체에 좋았던 옛 시절을 추억하는 '레트로(복고)'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추억의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비롯해 한때 동네마다 있던 탁구장을 모티브로 한 패션 브랜드, 깡똥한 길이의 상의까지 패션가도 유행 시계를 1990년대로 돌려놓는 분위기다.엽기토끼에 탁구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최근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추억의 토끼 캐릭터 마시마로와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마시마로는 2000년 국내·외에서 히트한 토종 캐릭터다. '엽기토끼'로도 불렸던 마시마로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디자인으로 X세대(1970~1980년생)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스파오 측은 소비자가 원해 기획하게 된 협업물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전 디자인 선호도조사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뒤 마시마로와 협업을 진행했다"며 "2023년 계묘년에 다시 돌아온 마시마로와 스파오의 만남이 온라인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자평했다.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는 패션문화 편집 공간인 '테라스 성수'에 탁구장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와 1950년 일본 탁구선수 다마스 히코스케가 설립한 탁구 브랜드 '버터플라이'가 국내 최초로 협업한 신규 컬렉션이 초대됐는데, 젊은 층의 반응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팝업스토어 공간은 1990년대 탁구장을 옮겨 놓은 듯한 이색적인 콘셉트로 구성했다. 버터플라이의 브랜드 정체성이 드러나는 탁구대와 소품 등을 비치하고 컬렉션 메인 컬러인 그레이와 핑크색으로 꾸몄다.무신사 측은 "팝업 스토어는 무신사 스토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이자 힙한 브랜드만 입성할 수 있다"고 했다. 뉴진스로 뜨거운 세기말 패션 요즘 옷 좀 입는 이들은 기장이 짧은 상의인 '크롭'이나 '숏패딩', 통이 넓다 못해 너풀거리는 '와이드 팬츠'를 하나쯤 갖고 있다고 한다. 하나같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인기 끌던 Y2K(연도를 뜻하는 Y에 숫자 2, 1000을 나타내는 K가 결합한 말) 패션 아이템들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2022년 11~12월 기준 Y2K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35%(94배)나 증가했다. 패션업계에 Y2K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셈이다.업계는 대세 걸그룹 뉴진스가 선보이는 '뉴진스룩'이 자유분방한 Y2K 패션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뉴진스는 '어그부츠'나 와이드팬츠, 크롭을 매치하며 MZ세대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에이블리 측은 "2021년 Y2K 인기가 시작할 무렵 크롭과 와이드팬츠 등 스타일을 중심으로 상품을 검색하던 것과 달리 2022년에는 Y2K 키워드 자체만 검색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패션가는 당분간 레트로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의 늪이 넓고 깊기 때문이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 녹록치 않을 경우 과거 추억과 즐거움을 생각하는 소비 경향이 있다"며 "경기가 불황일 때 레트로 콘셉트 제품이 소비자 심리 측면에서 더 관심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패션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복고풍이 유행이 가속화하는 경향"이라며 "레트로 감성이 장년층에는 추억거리고, 젊은 층에는 힙한 감각이 되는 셈이다.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1.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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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잇템] 패션가 점령한 뉴진스

걸그룹 '뉴진스'가 패션가 대세로 떠올랐다. 명품 구찌의 엠배세더에 이어 무신사 글로벌 캠페인 화보를 공개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쿠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내년 1월 신곡 출시까지 앞두고 있어 뉴진스를 원하는 광고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뉴진스와 함께하는 첫 번째 글로벌 캠페인 화보 '뉴신사X무진스'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글로벌 캠페인 화보는 뉴진스가 지난 10월 무신사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된 이후 펼치는 첫 활동이다. 정성을 쏟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화보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서 공개됐는데, 1020 세대에게 친근한 '클라우드'를 모티브로 활용했다. 뉴진스의 사진첩에 들어있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클라우드로 공유하는 콘셉트로 무신사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트렌디한 K패션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스타일리시한 패션 스타일에 뉴진스의 하이틴 감성을 더한 감각적인 비주얼이 눈에 띈다. 무신사는 대대적인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뉴신사X무진스 화보를 통해 소개한 국내 브랜드 상품을 더 많은 해외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전을 진행한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서 뉴진스 멤버가 화보에서 착용한 상품을 구매할 경우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뉴진스는 멤버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져 감각적이고 신선한 스타일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국내 브랜드를 더 많은 해외 고객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찌는 지난 10월 뉴진스 멤버 하니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구찌 측은 "하니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K팝 감성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구찌의 비전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젊은 세대의 워너비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걸그룹 브랜드평판 12월(11월 11일~12월 11일) 빅데이터 분석결과, 1위 뉴진스, 2위 블랙핑크, 3위 레드벨벳 순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걸그룹 브랜드에 대한 참여지수, 미디어지수,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로 브랜드평판지수를 측정한 결과다. 지난달 말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 고릴라가 진행한 '브랜드와 가장 어울리는 MZ세대 금융권 모델은?'이란 제목의 설문조사에서도 뉴진스가 40.4%(959표)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최근 신한은행은 기존 쏠 앱을 전면 리뉴얼 한 '뉴 쏠 앱' 공개와 함께 뉴진스를 새로운 모델로 발탁했다. 뉴진스는 승승장구 중이다. 데뷔곡 '쿠키'는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2022 베스트 송' 중 하나로 선정됐다. 총 70개 곡 중 K팝은 쿠키가 유일했다. 지난 19일 공개한 신곡 '디토' 역시 2시간 만에 멜론·벅스·지니 등 국내 주요 음악 플랫폼은 물론 필리핀·태국·베트남 등 해외 실시간 차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예인 뉴진스는 다른 K팝 스타와 비교해 이미지 소진이 덜 됐다. 그만큼 도전할 분야가 많은 셈"이라며 "최근 신곡 발표로 또 다른 모멘텀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10~20대의 워너비 스타를 원하는 광고주 사이에 관심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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