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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100억 대작 '닥터 프리즈너', KBS 색깔 버리니 호평 일색
KBS가 KBS를 버리니 날개를 달았다.KBS 2TV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가 호평 일색 속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부터 수목극 1위로 시작하더니, 이틀 만에 시청률 14.1%(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경쟁작을 크게 따돌렸다. 지난달 28일 방송분은 2049 시청률에서도 전체 프로그램 1위(5.2%·수도권 기준)를 차지하는 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연예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닥터 프리즈너'의 선전 비결은 KBS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닥터 프리즈너'의 전작 '왜 그래 풍상씨'는 가족의 화해와 용서라는 고전적 이야기 구조였다. 최고시청률 22.7%로 종영했지만 업계에서 평가는 갈렸다. 꼼수 편성이라는 비판도 들었고, 젊은 시청층은 포기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닥터 프리즈너'로 장르물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다. 배우 남궁민·김병철·최원영·진희경 등 팽팽한 전략 싸움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가 쫀쫀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며 1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연속극을 보는 듯한 촌스러운 연출도 '닥터 프리즈너'에는 없다. 그간 KBS 드라마는 극본이 좋아도 연출이 고리타분하다는 비판을 종종 들어 왔는데, '닥터 프리즈너'는 넷플릭스나 OCN 같은 장르물 중심 플랫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미가 넘친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을 작업한 미술감독이 세트 작업을 진행했고, 주로 영화 촬영에 쓰이는 렌즈를 사용하는 등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1회에서 보여 준 차량 액션이나 생생한 수술 장면,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미장센은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이런 스토리나 연출의 완성도는 '닥터 프리즈너'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완한다. 교도소 의료과장 자리를 놓고 두 의사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게 사실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가미해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 속에서 재벌가와 교도소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탄탄한 짜임새를 가짐으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주인공 남궁민(나이제)이 전형적인 영웅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도 '닥터 프리즈너'의 매력이다. '닥터 프리즈너'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늘 정의가 승리하는 로망과 녹록지 않은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반듯하지 않은 방식으로 반듯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기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이런 완성도를 끝까지 가져갈 수 있냐는 것이다. 드라마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 시간대 방송되는 SBS '빅이슈'처럼 방송 사고를 내거나 결방을 결정해야 할 만큼 타이트하진 않지만, '닥터 프리즈너'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수술 장면을 이틀에 걸쳐 촬영했다. 공들인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현장은 아니라는 전언이다.이아영 기자
2019.04.0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