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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레이먼킴, 세월호 11주기 추모 “참사 당일 임신 알게 돼… 죄송하던 날”

레이먼킴 셰프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추모했다.16일 레이먼킴은 자신의 SNS에 소셜미디어에 “벌써 11년. 성향의 문제가 아니고 어느 편에 서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로 그해 바로 그날이 딸아이가 우리 곁에 온 것을 알게 된 날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레이먼킴은 “천사가 우리에게 찾아 온 날이. 다른 이들의 천사가 떠난 날이라. 그저 아프고 죄송하던 그 날이라. 기억하려고 노력한다”며 “기억만 하기에도 지치고 삶속에서 잊혀져 가는 시간. 그래도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적었다.끝으로 ‘잊지 않겠다’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세월호 참사는 지난 2014년 4월 15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 및 실종한 사건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도 이에 포함됐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4.16 18:29
영화

박찬욱·김성수 등 영화인, ‘서부지법 난동 취재’ 정윤석 감독 무죄 탄원

박찬욱, 김성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정유석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한국독립영화협회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아 서부지법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정 감독은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탄원서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성수, 변영주, 장항준, 이명세, 신연식, 조현철 감독 등 영화인과 시민 총 2781명이 연명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단체 51곳도 참여했다.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감독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지와 예술가로서의 책무감에 근거해 카메라를 들고 법원으로 향한 것”이라며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국회, 언론사 관계자들과 협력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예술가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며 “정 감독은 폭도를 찍은 자이지 폭도가 아니다. 진실을 남기기 위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되지 않도록 정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정윤석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를 통해 지존파 사건과 국가 형벌 체계를 조명하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으며, 옴니버스 영화 ‘Jam Docu 강정’로 생태계와 공동체의 붕괴를 기록해 호평받았다. 또한 용산,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사회적 아픔을 남긴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해 왔다.다음은 영화인 탄원서 전문“정윤석 감독의 무죄를 요구합니다”존경하는 재판장님께,우리 영화인 일동은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에게 씌워진 특수건조물침입 혐의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 사건이 단순한 불법 침입이 아닌 기록의 윤리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중대한 사안임을 말씀드리고자 이 탄원서를 작성합니다.2025년 1월 19일, 정윤석 감독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카메라를 들고 진입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두고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법원을 ‘난입’한 폭도들과 동조한 행위라 단정하고 기소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윤석 감독은 그날 폭도를 찍은 자이지, 폭도가 아닙니다.정윤석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집단적 망각을 성찰해온 예술가입니다. <논픽션 다이어리>에서는 지존파 사건과 국가 형벌 체계를 조명하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고, 옴니버스 영화 <Jam Docu 강정>에 참여하여 생태계와 공동체의 붕괴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용산,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가장 고통스럽고 잊혀지기 쉬운 사회적 순간들을 담담히 기록해온 ‘재난 이후’를 응시하는 작가입니다.사건 당일 역시, 정윤석 감독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지와 예술가로서의 책무감에 근거하여 카메라를 들고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당시 JTBC 취재진과 함께 폭력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고 현장을 취재했으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한 영상 기록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JTBC 취재진은 해당 영상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반면 정윤석 감독은 기소되었습니다. 이 간극은 무엇을 의미합니까?예술가의 렌즈는 가해가 아닌 증언의 도구입니다. 당시 정윤석 감독은 불법 계엄 시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미 국회 및 언론사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영상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수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작업의도는 명확히 소명된 바 있습니다. 정 감독은 “현장의 폭력을 기록하는 일은 폭력에 가담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폭력을 멈추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우리는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예술가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었던 우리 영화인들은 창작의 의도가 법적 판단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될 때,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침묵과 자기검열 속으로 내몰리는지를 직접 목격해왔습니다. 아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예술가를 처벌한다면, 앞으로 누가 재난의 자리로, 사회적 기록의 가치를 지닌 현장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우리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영화감독의 기소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며,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험입니다. 이번 판결이 예술의 자유와 공공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재판장님의 깊은 통찰로, 창작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걷히고, 예술이 본래의 사회적 기능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정윤석 감독은 카메라를 든 예술가로서, 이 사회의 어둠과 마주하는 방식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가 처음으로 사회적 충돌의 한복판에 선 것이 아닙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을 뿐입니다.재판장님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시대를 기록하고 진실을 남기기 위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되지 않도록, 정윤석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드립니다.2025년 4월 15일영화인 일동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16 17:28
스타

이승환, 세월호 11주기 추모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11주기를 추모했다.16일 이승환은 자신의 SNS에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글과 함께 노란 리본 사진을 게재했다.세월호 참사는 지난 2014년 4월 15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 및 실종한 사건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도 이에 포함됐다.이승환은 지난해 세월호 10주기에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은 힘이 세다”라는 글과 함께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4.16 13:49
영화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다시 읽다..세컨드 찬스에 대하여 [전형화의 직필]

“어떤 해명을 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김새론이 한국 나이로 15살이던 2014년 2월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악플러들은 벼랑 끝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몰아세우고 공격하고 끝을 봐야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글을 올렸더랬죠.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누군가 김새론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가 술담배를 한다고 음해한 데 대해 해명한 것이었습니다. 김새론은 “내가 그동안 바르게 살아왔다면 믿는 사람들은 믿어줄 것이고 날 몰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이든 진실이든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그리고 11년이 흘렀습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새론은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향년이 25세에 불과합니다. 김새론이 2009년 데뷔작인 영화 ‘여행자’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김새론은, 기사에 만 나이로 쓰던 시절이라 만으로 8살, 한국 나이로 9살에 칸에 초청받아 역대 한국배우 최연소 초청기록을 세웠습니다. 9살의 어린 김새론이 칸에서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받아본 기억이 선합니다. 5년 뒤 ‘도희야’로 칸에 초청받았을 때, 현지에서 김새론을 만났습니다. 김새론은 ‘도희야’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현지에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고, 상영이 끝난 뒤 관객에게 인사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왔습니다. 폭포 같이 박수가 쏟아지자 15살 소녀는 그만 펑펑 울었습니다.‘도희야’는 어느 외딴 시골에 의붓아버지 폭력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개인 성향 때문에 그 마을로 전출온 파출소 소장을 의지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이 출연했습니다. 김새론은 의붓아버지에게 늘 맞고 사는 도희 역할을 맡았습니다.‘도희야’를 칸에서 보면서 울었습니다. 슬프진 않았습니다. 감동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자식을 죽도록 때리는 아버지의 폭력,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파출소장인 배두나와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김새론의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흘렀습니다.당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영화 속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선택처럼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듯도 싶었습니다. 그해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해였습니다. 한국영화가 칸에 많이 초청됐지만 조심스런 마음에 일부 배우들이 참석을 안 했거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더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해 ‘도희야’를 본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도희를,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11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뒤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요즘에 올렸다고 해도 무엇이 크게 다를까 싶습니다. 아니 요즘이 훨씬 더 폭력적인 것 같습니다. 정의봉을 들고 두들겨 패다가 다음 먹이를 찾는 행태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지만, 세상은 더 잔혹해진 것 같습니다. 세컨드 찬스,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 봅니다.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질타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연예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니깐요.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게 반성하고 자숙한 연예인들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줘서는 안되는 것일까,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선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연예인 뿐 아니라 비연예인에게도 같이 적용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으로 두 번째 기회에 더욱 야박해져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면 되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연예인에게 연예인은 직업이자 정체성입니다. 또한 내 눈에 띄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방식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다들 공감하실 터입니다. 물론 민감한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있을 경우,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을 경우,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이제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을 하다가 감옥에도 다녀왔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꽃을 피운 건 감옥을 다녀온 뒤부터입니다. 할리우드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 우리에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김새론의 명복을 비는 많은 분들이, 이 참에 두 번째 기회도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5.02.17 11:03
연예일반

Remember 0416…박보영,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주기 추모

배우 박보영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주기를 추모했다.박보영은 16일 자신의 SNS에 ‘리멤버 0416’(Remember 0416)이라는 문구와 노란 리본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세월호 참사는 지난 2014년 4월 15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 및 실종한 사건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도 이에 포함됐다.올해로 10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마련됐다.한편 박보영은 디즈니 플러스 ‘조명가게’, 넷플릭스 ‘멜로무비’에 출연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4.16 12:41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파묘’, ‘곡성’과 ‘유령’ 사이

‘파묘’가 천만까지 갈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파묘’의 최종 관객 수에 관심이 쏠리는 건, 3월 개학 시즌이 돌아와 극장가가 절대적인 비수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3월은 3월이다’라는 표현까지 쓴다. 전통적으로 1년 중 가장 심한 비수기이다. 하지만 ‘파묘’가 천만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관심도 어쩌면 ‘수준 낮은’ 얘기일 수도 있겠다. 천만이 넘으면 또 어떻고 못 넘으면 또 어떻다는 얘기인가. 그건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너무 모든 영화를 두고 천만, 천만 하면서 흥행 수치만 얘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보다 영화가 갖는 내적인 힘, 곧 작품성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파묘’는 상업적으로 고차 방정식의, 매우 영리한 선택을 했고 또 그 점 때문에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였지만 영화가 중반 이후에 나타내는 흉한 것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후반부의 설정, 악귀 캐릭터의 등장, 다소 작위적인 이야기 구조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장재현 감독이 고집해서 자기 방식대로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애초부터 ‘파묘’를 작가주의에 입각해서 만들려고 했다기 보다는 장르간 결합이라는 이종(異種)의 상업영화 더 나아가 철저한 대중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겐 상징과 기호를 앞세우거나 캐릭터를 의도적인 모호함으로 감추기 보다는 하나하나 모든 걸 설명하고 알려주며,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들 대다수가 환호하되, 영화에 대한 평점은 조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길을 택한 셈이다.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대체로 이론에 불과한 얘기이다. 그러기가 도통 쉽지가 않다. 상업영화는 쉬운 길을 택하는 법이고 또 그래야만 하는 법이다.‘파묘’의 천만 달성 여부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영화에 대중이 왜 이렇게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느냐다. 더 나아가 앞으로 역사를 다룰 영화의 기획이 ‘파묘’ 이후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이냐의 부분이다. 향후의 역사 영화는 보다 더 강도높은 장르영화(공포나 오컬트, 액션, 판타지 등)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때, 역사적 팩트와 윤색의 정도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파묘’에서 나오는 철혈단 같은 존재 여부다. 이 철혈단이 실제로 존재했고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두고 영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심에 갖다 놓으면 안될 것이다. 그보다는 얼마나 그럴 듯하게 극화 했느냐를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되 대중에게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느냐의 부분이야 말로 흥행과 평가 모두에 있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파묘’는 다소 지나치게 그럴 듯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악귀의 실체를 드러내게 했고 어떤 관객들 사이에서는 그게 꽤 큰 불만 사항으로 나오고 있다. ‘파묘’는 어쩌면 이전 영화이자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였던 ‘곡성’과 근대역사극 ‘유령’이란 작품의 중간쯤에 서 있는 셈이다. ‘유령’처럼 대놓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곡성’처럼 악마라는 존재가 사실은 매우 심리적이라는 것, 그 심리가 사회역사의 아우라에서 나온다는 점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곡성’은 세월호 사태 이후, 한국사회에 죽음의 분위기가 넘쳐 날 때 공개돼 빅 히트를 터뜨렸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터져 나왔을 정도다.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무슨 사건이 터졌나요?” ‘파묘’는 이런 분위기까지는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공포스릴러로서 매우 파격적인 흥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배급사나 제작진 모두, 배우 네 명 모두, 이렇게까지 흥행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기이한 시대 탓, 사회 탓이자 한편으로 덕일 수도 있겠다. 영화를 두고 대중들이 반응하는 모양새를 잘 관찰하면 지금의 사회가 무엇을 수정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알 수가 있다. 세상을 알면 영화가 잘 보인다고들 하지만 거꾸로 영화 한편은 세상의 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변증법이다. 세상과 영화는 호환된다. 그건 늘 그렇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3.07 06:03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박혜수에 대한 믿음, 작품 통해 위로받았다” [IS인터뷰]

영화를 통해 위로를 건네주는 일. 조현철 감독이 영화 ‘너와 나’를 만든 이유다. 영화 ‘차이나타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호텔 델루나’, ‘D.P.’ 등에서 배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가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을 들고 관객을 만난다.‘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며 약 7년의 작업 과정 끝에 작품을 대중 앞에 선보이게 된 소감을 전했다. 조현철 감독은 지난 2016년 ‘너와 나’를 처음 구상했다. 그는 “모두가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산다. 특히 우리 영화는 배우들, 스태프 모두 아픔을 안고 시작했다”며 “그래서인지 더 끈끈하고 애정이 깊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감독의 말처럼 ‘너와 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자가 결정된 직후 출연 배우 박혜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기 때문. 하지만 조 감독은 “우리는 박혜수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기사로 나가는 것만 보고 ‘박혜수는 이런 사람이다’ 판단할 수 없어요.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무고하다는 주장을 믿고 싶었어요.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너와 나’는 10대 소녀들의 관계를 그리지만, 한편으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 조현철 감독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비극을 피상적으로 느꼈다. 그런데 저 역시 밝힐 수는 없지만 어떤 사건을 겪고 나니 세월호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이어 “외면하고 잊으려고 했던 기억들에 다시 끌리게 됐고,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일어난 이야기에 제 이야기를 엮어 넣으려고 했다”며 “세월호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내 삶의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너와 나’는 박혜수와 김시은이 주연을 맡아 미묘한 우정을 그려낸다. 조 감독은 박혜수에 대해 “경험했던 배우들 중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박혜수가 현장에서 선후배를 대할 때 엄청난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그런 면면이 영화에 잘 살아난 것 같아요. 김시은은 너무 천재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에서 쓰지 않았던 부분들도 잘 포착해서 표현해내더라고요. 특히 세미를 바라보는 눈빛에 감탄했어요.”세미와 하은의 우정이 때로는 우정보단 사랑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에서 ‘퀴어 영화’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조현철 감독은 “두 아이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남녀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일이고 평범한 일이었던 거 같다. 퀴어의 특이성을 표현하려 한 건 아니었다. 평범함을 구현하려는 과정에서 이 아이들이 결국에는 맞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조현철 감독은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해 다수의 단편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 25일 개봉한 ‘너와 나’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3회 가오슝영화제,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될 만큼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 감독은 “인생은 짧다. 언젠가 죽으니까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데 그래도 조금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싶다”며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10.30 05:28
영화

박혜수 “‘너와 나’를 통해 많은 게 바뀌었다, 삶도 사랑도” [IS인터뷰]

“지금까지 다른 작품들을 할 때도 물론 최선을 다해서 했어요. 그런데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고 ‘최선’의 범주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너와 나’를 할 때는 이전 작품들보다 제가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영화 ‘너와 나’를 통해 박혜수는 여러 가지 변화를 맞게 됐다. 그것은 배우로서의 인생으로도 그렇지만 그냥 자연인 박혜수로서도 마찬가지다.박혜수는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일간스포츠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너와 나’를 하며 배운 게 많다”고 이야기했다.‘너와 나’는 저예산 독립영화다. 상황이 준비되고 투자가 진행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여느 상업영화 촬영과 달랐다. 박혜수가 처음 ‘너와 나’의 시나리오를 받고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너와 나’ 팀은 조현철 감독과 박혜수, 그리고 프로듀서 세 명 뿐이었다. 박혜수가 “이제 뭘 하면 되느냐”고 묻자 조현철 감독은 “일단 팀을 꾸려야지”라고 답했다. 박혜수는 그렇게 한 명, 한 명 팀이 꾸려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하은 역으로 호흡을 맞춘 김시은의 캐스팅 과정에도 함께했다. 오디션을 보러 와서 자신과 대사를 맞추면서도 전혀 떨림이 없어 보였던 김시은의 첫인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혜수는 “그런 과정을 보면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고 밝혔다.“그 전까지는 독립영화 경험이 없었어요. 선배들로부터 독립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박혜수가 ‘너와 나’를 선택한 더 큰 이유는 이야기가 가진 힘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하나 없이 그 사건을 이야기하고, 또 그것으로 위안을 주는 전개에 매료됐다. 박혜수는 “우리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기록으로 이 영화가 남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 번 완성되면 언제나 그곳에 있다. 다시 보고 싶으면 언제든 틀어 볼 수 있다. 그런 작품에 참여해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박혜수가 ‘너와 나’에 느낀 책임감과 애정은 작품 곳곳에 드러나 있다. 영화에서 그는 주로 교복을 입고 나오는데, 그 교복의 미묘한 핏을 위해 수많은 피팅을 거쳤다.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잠옷도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집에서 입는 것을 가지고 와서 입었고, 학창시절 들던 때 탄 배낭을 들고 와서 멨다.하은 역을 맡은 김시은의 옷에도 여러 의견을 냈다. 박혜수는 “하은이는 쿨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하은이는 죽음에 가장 근접해 보이지만 결국엔 삶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죽음의 시그널들 속에서도 생동감이 넘치고 살아있는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현장에서 대본에 갇히지 않았어요. 애드리브와 대사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도 많아요. 동선에 따라 대사가 바뀌기도 했고, 제가 맡은 세미와 하은이가 장난치면서 만드는 호흡은 즉석에서 나온 것도 많고요. 현장에서 만들어진 그런 호흡이 세미와 하은이를 더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게끔 해준 것 같아요.”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장면 곳곳에서 보여준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는 걸, 지켜보고 있는 관객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슬프다. 박혜수는 “GV에 가면 관객들의 눈빛이 꼭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듯하더라”고 했다.세월호 참사는 국민적인 트라우마다. 누군가는 슬픔으로 또 누군가는 죄책감으로 누군가는 고통으로 기억한다. 아직 제대로 꽃 피워보지도 못 한 10대 아이들의 죽음. 그것을 지켜본 관객들의 마음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밖에. 하지만 누가 쉽게 이 일에 대해 무언가 말을 얹을 수 있을까. 배우도 관객도 그렇게 눈을 보고 교감하는 순간이 ‘너와 나’에는 있다.박혜수에게 만약 세미라면 하은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 것 같은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배우의 눈시울이 이내 촉촉해졌다. 그렇게 잠시 침묵 후에 나온 대답은 “사랑해”였다.“사랑한다는 말이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아프고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아이들이 속삭이는 사랑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돼 확장되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하고 바라봐요. 저는 ‘너와 나’를 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꿨어요. 타인을 생각하는 감정, 시선이 모두 바뀌었죠. 내가 아닌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사랑인 걸 이제 알고,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28 11:00
영화

[IS리뷰] ‘너와 나’ 추모로 시작해 사랑으로 남을 이야기

영화 ‘너와 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여고생 두 명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토대로 사랑을 점차 확장시켜나가는 이야기. 또 한 가지는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대거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과 애도다.‘너와 나’의 주인공은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이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꼭 전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 어찌 마음대로 되던가. 마음과 다르게 자꾸 어긋나는 타이밍과 상황. 세미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하은을 보며 속상해 하다가도 이내 상대가 자신이 뜻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닌 이기심이 아닌지를 곱씹는다.‘너와 나’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지코가 ‘너는 나 나는 너’에서 노래했듯 사랑에 빠진다는 건 네가 곧 내가 되고 나는 곧 네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존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생명체가 자신만큼 귀중하게 대할 상대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커다란 마음이다. 영화에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코드가 곳곳에 삽입돼 있다. 배경음악 등에서 알 수 있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 ‘안산’임이 명확하게 표시된 공간적 배경이 대표적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두 인물이 수학여행을 앞둔 두 학생이라는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영화를 연출한 조현철 감독은 시사회에서 ‘너와 나’가 “사회적으로 일어났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만든 작품”이라고 하면서도 “끝에는 결국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사랑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사회적 죽음이란 곧 세월호 참사를 의미할 테다.이미 일어난 사건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선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슬립이 가능하지 않으니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커다란 사회적 충격은 5년, 10년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고, 많은 이들의 마음에 흉터처럼 남게 된다. ‘너와 나’는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너무 커다란 죽음에 대한 성찰이자 흉터 그 자체다. 그러면서도 또한 이 영화는 세미와 하은이라는 두 학생이 싹틔운 사랑을 통해 서로의 아픔과 상실에 공감하는 그 자체가 사랑과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당신의 슬픔이 곧 나의 슬픔, 당신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 우리가 세월호를 비롯한 여러 참사들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건 자신과 타인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 슬픔을 촘촘하게 담아내며, ‘너와 나’는 그 모든 것이 사랑의 발로라고 속삭인다.오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118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18 06:15
영화

‘K’ 한국이 왜 싫어요? 외신이 묻고 ‘한국이 싫어서’가 답했다[28th BIFF]

K콘텐츠가 그렇게 각광을 받고, 이를 본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빛나는 발전과 문화를 체감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헬조선’이라는 밈이 생기고, 젊은이들은 한국을 탈출하고 싶어할까.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에 이른 계나(고아성)가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쌓이는 피로와 무력감을 느끼다 모든 걸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의 전환을 찾아서 뉴질랜드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2015년 한국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여전히 사회 전반을 휘감고 있었고,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커졌다. 사회 곳곳에서 미투(‘나도 당했다’는 뜻의 영어 표현으로 여성들이 그간 침묵해온 성범죄 피해가 있었음을 고백하는 것) 운동이 일어났다. 시대는 급변했다.‘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 역시 그 시절 청춘을 보냈다. 그는 “당시 나는 20대 후반도 아니었고 여성도 아니었지만, 내가 선 자리에서 보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우리가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되나’, ‘한국의 미래가 정말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다소 선언적이지만 영화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싫어서’는 2016년도에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서 처음 시작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왜 이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으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 후로 한국사회가 급변하면서 대부분의 한국 청년들이 ‘한국이 싫어서’ 속 계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걸 이제는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출연한 배우이자 역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김우겸은 “‘한국이 싫어서’에는 여러 인물군상이 나온다. 각각의 인물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마디씩 해주더라”며 “그 대사를 내 입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고백했다.영화에는 ‘헬조선’이라는 표현도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밖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외신 기자들은 이 표현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왜 이렇게 한국이 빛나는 시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왜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여지없이 나왔다.장건재 감독은 “각각의 위치에서 느끼는 한국 사회의 피로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것보단 이런 의견들이 있다는 것도 전달하고 싶었던 거다. 판단은 관객 여러분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나 역시 이 영화를 7~8년 동안 준비하며 청년에서 중년이 됐다.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당사자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더라”면서 “청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런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한국이 싫어서’가 화제가 되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싫어서’가 나오고 필리핀에선 ‘필리핀이 싫어서’가 나오더라”며 “디테일한 부분은 각기 다르겠지만 이 나라를 탈출해서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세계 어떤 청년에게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개막작 선정 이유를 공개했다.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으로 문을 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부산=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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