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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기업 내부거래, SK 가장 큰 폭 증가...셀트리온 비중 62.5%로 1위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 거래금액이 최근 5년 중 가장 큰 규모로 증가했다. 여기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회사 내부거래 비중도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지정된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난해 국내외 계열사 전체 내부거래 비중은 33.4%, 내부거래 금액은 75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2%(275조1000억원), 국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1.2%(477조3000억원)로 파악됐다.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GS, HD현대, 신세계, CJ)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은 196조4000억원이었다. 2021년(155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0조5000억원 늘었다. 10대 집단의 구성이 지난해와 동일했던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다.이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13.9%로 공시 대상 집단 내부거래 비중(12.2%)보다 1.7% 높았다. 전년과 비교해도 1.0% 증가했다.기업별로 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SK(4.6%)였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 SK에너지의 계열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현대자동차(2.6%)였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 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수출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 계열사들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국내외 계열사 전체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62.5%) 이었고, 한국타이어(62.4%)와 삼성(58.3%)이 뒤를 이었다. LG는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내부거래 비중이 감소해 지난해 9.0%까지 떨어졌다.총수 일가 및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도 유지됐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소속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였다. 지분율 30% 이상은 12.6%, 50% 이상은 18.8%, 100%는 27.7%까지 내부 거래 비중이 늘어났다.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7.9%, 30% 이상은 19.4%, 50% 이상은 25.8%로 각각 집계됐다.내부거래 금액 역시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14조9000억원→24조3000억원)와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3조1000억원→3조7000억원) 모두 증가했다.업종별로는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의 분야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내부거래 금액은 제조업, 건설업, 운수 및 창고업 등의 분야에서 컸다.공정위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크다는 것만으로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총수 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 양의 상관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모니터링의 필요성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11 17:19
산업

GS·LS는 형제경영 모범사례…두산·한진은 삐걱

상속세율이 높은 한국 기업에서 ‘사촌경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으로 내야 할 상속세만 12조원에 달해 안정적인 경영 승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인 형제경영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집단은 범 LG가의 GS와 LS다. LG그룹에서 2004년 분리된 GS그룹은 이후 경영권 분쟁 없이 순탄한 형제경영이 유지되고 있다. GS그룹은 장자승계나 사촌경영 방식과는 달리 오너가의 가족회의를 통해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도 허창수 명예회장이 총수 자리를 막내 동생인 허태수 회장에게 물려주며 잡음 없이 경영 승계가 마무리됐다. 이런 GS그룹의 안정적인 형제경영의 원동력은 안정적인 지분에서 비롯된다. GS는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2.08%에 달한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가 5.26%로 개인 최대주주고, 허창수 명예회장도 4.6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사촌형제들이 5% 안팎으로 비슷한 지분율을 갖고 있어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LS그룹도 10년 주기로 사촌 간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다. 구자열 회장이 2021년 사촌 동생인 구자은 회장에게 바통을 넘긴 바 있다. 구자열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의 장남이고, 구자은 회장은 창업주 다섯째 동생의 외아들이다. LS 역시 구자은 회장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2.24%로 높은 편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촌경영은 최대 상속세율이 60%에 달하는 국내에서 경영 승계를 위한 나쁘지 않은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삼성 오너가의 경우 12조원 상속세를 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 세대를 더 거치면 천문학적인 상속세 탓에 지분율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게 되고,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한국은 상속세율 기본 50%에 최대주주 주식의 할증평가까지 더해지면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세율에 해당한다. 이에 세대가 거듭될수록 안정적인 지분율을 지닌 ‘총수 1인 지배구조 체제’가 힘들어지게 된다. 이 같은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경영 승계를 주저하고 있는 주식부호들도 꽤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이사회 공동의장의 경우 지분 증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정진 의장은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주식이 1주도 없다. 우스갯소리로 주위에 ‘지금 제가 죽으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며 “상속세율 60%에 주식을 팔아도 양도세가 25%인데 현금이 많지 않아 증여를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형제경영과 사촌경영이 이상적인 경영 승계라고 할 수도 없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형제간의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위상이 꺾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조원태 회장에 이르기까지 경영 승계로 형제, 남매간 분쟁이 일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28 06:58
금융·보험·재테크

한진도 셀트리온에 이어 자사주 매입 효과 3% 상승

한진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효과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진은 8일 2만2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대비 3.20%(700원) 오른 금액이다.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7일 보통주 4572주를 매입했다는 공시가 난 다음날 주가 상승이 일어났다. 조현민 사장의 취득금액은 1억원이고, 이에 따라 조 사장의 한진 지분율은 0.03%에서 0.06%로 늘었다. 한진은 한진칼이 최대 주주로 지분 24.16%를 보유하고 있고 정석인하학원이 3.18%,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0.03%,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0.03%를 보유하고 있다.한진은 조 사장이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강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인 조 사장은 2018년 갑질 논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0년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선임된 뒤 2021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 만인 지난해 초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조 사장은 지난해 6월 경영복귀 이후 처음으로 한진 창립 80주년(2025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 나서며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비쳤다.일각에서는 매년 3월 열리는 한진 주주총회에서 조 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올해 자사주 매입의 ‘반짝 효과’는 셀트리온그룹에서도 나타났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은 총 30만9406주를 약 500억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총 43만7000주를 약 250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자사주 매입으로 1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 5.07%, 5.42% 상승한 16만9800원, 6만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셀트리온그룹은 다양한 제품 파이프라인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보존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해외에서는 메타가 4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자 당일 주가가 23% 폭등하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2.08 18:37
산업

쿠팡 물류·IT 부문 내부거래 100%...현대백화점·농심 IT 전액 의존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금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회사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지정된 76개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218조원으로 전년(183조5000억원) 대비 34조5000억원(18.8%)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도 11.6%로 전년(11.4%)보다 0.2% 올랐다.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5조90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12.9%로 각각 집계됐다.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일가나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3%였다. 2세 지분율이 30% 이상인 경우 20.5%, 50% 이상인 경우는 21.2%까지 올라갔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10대 그룹 가운데는 현대차(0.16%), 현대중공업(1.32%)의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42.0%)이었다. 전년 대비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집단은 쿠팡(7.4%)이다. 지난해 규제대상 회사 664곳(매출액 없는 회사 제외)의 내부거래 금액은 30조80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9.7%로 집계됐다. 특히 상위 10대 집단에 소속된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7%로 10대 미만 집단(6.1%)의 3배를 웃돌았다. 더구나 규제대상 회사의 계열회사 간 거래 중 91.1%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비상장사의 수의계약 비중은 95.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20% 이상이거나,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관련 규제를 받는다. 2년 연속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선정된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국내 계열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18조원이었다. 대여 금액은 셀트리온(400억원), 부영(400억원), 반도홀딩스(100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계열회사와 유상으로 상표권 사용을 거래한 기업집단은 52곳이었으며,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1조5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공정위는 또 이번 발표부터 물류·정보기술(IT)서비스 분야 내부거래 현황을 새롭게 분석했다. 물류 분야 매출 현황을 공시한 31개 기업집단의 내부 매출액은 12조3000억원, 내부 매출 비중은 49.6%로 집계됐다. 특히 쿠팡은 내부 매출 비중이 100%에 달했다. IT서비스 분야의 경우 내부매출(13조1000억원) 비중이 68.3%로 물류 분야보다도 더 높았다. 이러한 매출 가운데 최소 76.5%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IT서비스 내부매출 비중도 100%였다. 현대백화점, 농심, 동원, 오케이금융그룹 역시 매출 전액을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류·IT서비스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거래 물량을 확보하면서 다소 폐쇄적인 거래 구조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01 17:09
경제

대방건설·GS, 총수일가 사익편취 사각지대 계열사 1·2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활용될 수 있는 사각지대 계열사가 전년 대비 56개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사)의 주식소유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상장 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또는 '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50% 넘는 지분을 가진 자회사 등)는 444개사(18.3%)로 지난해 대비 56개 늘었다. 대방건설(36개), GS(23개), 호반건설(20개), 신세계(19개), 하림·효성(각 18개) 순으로 많았다.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415개, 상장 사각지대 회사는 29개사였다. 신규지정집단에서 118개 회사가 추가됐다. 총수일가의 내부지분율도 증가했다. 71개 집단 중 총수가 있는 60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8.0%로 지난해 55개 집단 57.0%보다 1.0%포인트 늘었다.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지분율 중 총수일가 지분율은 3.5%(총수 1.6%, 친족 1.9%)고 계열사 지분은 51.7%다. 지난해보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0.1%포인트 줄었지만 계열사 지분율은 1.0%포인트 올랐다. 기타(비영리법인, 임원, 자사주) 지분율은 2.8%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늘었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2421개 중 480개(19.8%)였고, 총수일가의 계열사 평균 지분율은 10.0%였다. 총수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261개사(10.8%)로 평균지분율은 8.6%였고, 총수 2세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182개사(7.5%)로 평균지분율은 5.5%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KCC로 35.59%에 달했다. 한국타이어(32.88%), 증흥건설(32.23%), DB(29.09%)로 그 뒤를 이었다.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123개로 지난해보다 43개 증가했다. 총수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12개 집단 16개다. 부영이 3개로 가장 많아고, 코오롱·IS지주 2개, 셀트리온,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도 1개를 소유하고 있다. 총수 있는 집단 60개의 자사주 비율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증가한 2.4%였다. 총수 있는 집단 중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가장 많은 집단은 SK(10개)다. CJ와 삼성이 각 7개였다. 최근 1년간 총수 있는 집단에 국내 계열사간 합병 또는 이로 인해 신설회사가 설립된 사례는 총 46건이다. 이중 효성, KCC 2건은 합병 후 존속회사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증가했다. 공정위는 비대면 활성화로 IT주력 기업들의 외형이 커짐에 따라 이들의 주식소유 현황도 분석했다. IT주력집단에서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하는 집단과 회사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넥슨에서만 2개사가 존재했지만, 올해에는 카카오의 1개사도 추가됐다. 사각지대 회사는 3개 집단에서 21개(카카오 2개, 넥슨 3개, 넷마블 16개)로 파악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9.01 13:31
경제

친족 등기임원 KCC 38% 달해···GS 10% 10대 그룹 중 1위

KCC가 친인척 일가 등기임원 비중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23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국내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중 오너가 있는 62개 대기업 집단의 2450개 계열사 등기임원 1만690명을 조사한 결과, 동일인과 혈족 6촌, 인척 4촌 관계에 있는 친인척 등기임원은 531명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5명(8.5%) 증가했다. 정몽진 회장이 이끌고 있는 KCC는 친족 등기임원 비중이 71명 중 27명으로 38%나 됐다. SM그룹이 34.2%(79명)로 뒤를 이었고, KG그룹 26.74%(23명), 셀트리온그룹 26.4%(14명), 반도홀딩스그룹 23.9%(22명), 엠디엠 그룹 23.6%(17명), 하이트진로그룹 19.0%(11명) 등이다. 친족 등기임원이 높다는 의미는 오너가의 회사 지분율이 높으며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10대 그룹 중에는 GS그룹이 432명 중 43명(10%)으로 친족 등기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상위 10대 그룹의 평균은 1.9%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동일인(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한 친족 등기임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동일인이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되면서 3년 전 대비 3명이 감소한 7명이 친족 등기임원으로 전체 등기임원 305명의 2.3%였다. SK그룹(동일인 최태원 회장)은 6명으로 전체의 0.8%이며, LG그룹(동일인 구광모 회장)은 회장 본인 1명이었다. 최근 5년 이내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진입한 그룹들에서 친족 등기임원의 비중이 높은 반면, 5년 이상된 기업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친족 등기임원이 1명 이하인 그룹은 삼성, LG, 네이버, 미래에셋, 한국투자금융, 교보생명 등 18개였다. 올해 신규로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 쿠팡은 동일인이 창업자인 김범석 전 의장이 아닌 쿠팡로 돼 있어 친족 등기임원은 0명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8.23 10:14
경제

지분 없는 셀트리온 오너 2세, 서정진 '2개 지주사 통한 경영 승계 해법'

셀트리온이 2세 경영 승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오너 2세가 셀트리온의 2개 지주사에 사내이사에 영입되면서 향후 경영 승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6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가 셀트리온 양대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서진석 부사장은 서 회장의 퇴진 이후 셀트리온에 이어 셀트리온홀딩스의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면서 막강한 힘을 쥐게 됐다. 서 명예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 사내이사를 떠난 자리를 장남인 서 부사장이 채우게 됐다. 경영 승계와 관련해 “아들을 이사회 의장을 시키겠다”고 밝혔던 서 회장의 계획대로 되고 있는 셈이다. 두 아들이 상장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에 이어 2개 지주사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경영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2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향후 경영 승계와 지배구조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남과 차남은 서 명예회장과 달리 셀트리온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서 명예회장은 자신의 지분이 절대적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해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6%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을 목적으로 세워진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서 명예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향후 2개의 지주사를 통해 지배구조가 완성된다면 서 명예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 또한 수월해질 수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핵심 계열사인 셀트리온의 최대주주다. 셀트리온홀딩스 및 특별관계자는 셀트리온 지분 23.05%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홀딩스로 지분율이 24.24%다. 서 명예회장은 11.17%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이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54.77%에 달한다. 셀트리온그룹은 연내 셀트리온 3형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장남과 차남의 경영 승계를 위한 최대 관문이기도 하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3사의 합병 시너지는 100%다. 종합 제약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합병 절차를 추진하고 연내 마무리하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사가 합병하면 개발과 생산, 전 세계 판매망까지 갖춘 종합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향후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까지 합병할 계획이다.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 없게 조치를 망설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4.26 11:45
경제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 가속화,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 지분 가장 많이 늘어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최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2일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의 핵심 계열사 지분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총수의 자녀세대가 5년 전보다 지분을 늘린 곳은 전체의 55%인 30개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운데 자녀 세대 보유 비중이 5년새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대림그룹이다. 2014년에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총수 일가 주식자산(7780억원) 중 65%를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이 보유했다. 나머지 35%를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등이 가지고 있었다. 올해 8월 현재는 이해욱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이 52.3%로 늘었다. 2015년 이해욱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이 합병하면서 이 회장의 지분이 증가한 것이다. 이어 한진(한진칼)과 OCI는 자녀 세대의 지분이 각각 46.2%, 41.2% 증가했다. 또 호반건설 32.5%, 한국테크놀로지그룹 31.9%, LG 29.9%P, LS 23.6%P,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가 22.8% 늘었다. 최근 5년 새 자녀 세대의 주식 규모가 부모 세대를 뛰어넘은 그룹은 LG와 한진, 대림, 호반건설 등 4곳으로 조사됐다. LG와 한진은 구본무, 조양호 회장의 사망으로 자녀에게 승계가 이뤄졌다. 대림과 호반건설은 자녀 세대가 지주사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통해 주식 비중을 높였다. 호반건설은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을 흡수합병하면서 자녀 세대인 김대헌 부사장이 지분율 54.7%의 단일 최대 주주로 올랐다. 대림과 롯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등 세 곳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을 100% 자녀 세대가 보유했다. 이외 삼성·태영·현대백화점·KCC·애경·효성 등 15개 그룹도 자녀 세대가 보유한 주식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거나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래에셋과 카카오,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셀트리온, 넷마블 등 14개 그룹은 부모 세대의 주식자산 비중이 여전히 100%를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9.02 08:25
경제

[제약 CEO] '셀트리온 공화국' 장기 집권 향한 서정진의 야망

올해 은퇴를 선언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두둑한 베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돌적인 추진력을 앞세워 셀트리온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으로 키운 서 회장은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포기를 모르는 야망가 서 회장은 자신이 꿈꾸는 ‘셀트리온 공화국’ 완성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은퇴 앞두고 과감한 베팅, 3형제 시총 3위 껑충 셀트리온은 한국의 첫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의약품 관련 지식이 없었음에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어 업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매도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연구를 통한 제품 개발 절차가 아닌 바이오CMO(수탁생산)라는 역발상으로 냉랭했던 시선을 장밋빛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2019년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말 은퇴를 선언한 서 회장은 창업 초기의 열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다. 셀트리온은 보통 18개월 소요되는 치료제 개발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건 서 회장은 “하루 2시간씩 자면서 매일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1~2시간 정도 낮잠을 자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치료제 개발에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셀트리온은 오는 7월 임상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일 동물실험에서 약물의 효과를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을 가지고 동물에게 효능을 확인해본 결과 감염 증상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며 “고농도로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가 최대 100배 감소한 것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많은 수의 DNA 서열을 만들기 위한 분자의 생물학적 기술)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한 셀트리온은 6월 중 임상 물질 대량 생산에 돌입해 예정대로 7월 임상에 필요한 항체치료제 물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를 향한 총수의 강력한 추진과 의지로 인해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3월 13일 처음으로 치료제 개발 착수 소식이 전해진 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200% 가까이 뛰었다. 3만원대였던 셀트리온제약은 무려 450% 이상 오르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셀트리온 3형제의 시가총액은 60조원이 넘어섰다. 3형제의 시총 규모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케다제약 인수로 약점 극복…글로벌 종합제약사 토대 마련 서 회장은 단점을 보완하는 과감한 투자를 강행했다. 바이오시밀러의 매출 규모가 큰 셀트리온은 바이오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반대로 전통적인 제약의약품 부문의 매출은 크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창업 이후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전통 의약품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3324억원을 투자한 셀트리온은 아태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 사업을 인수했다. 한국과 태국·대만·홍콩 등 9개국 시장에서 다케다가 판매 중인 당뇨병약 '네시나' 등 18개 제품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2018년 기준으로 18개 제품의 매출 규모는 1700억원 수준이다. 인수 초기에는 의약품들을 다케다에서 생산하나 기술 이전을 받은 이후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생산할 전망이다. 18개 제품 중에는 일반 의약품과 전문 의약품이 포함돼 셀트리온그룹의 포토폴리오를 넓힐 수 있게 됐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이번 다케다 아태 지역 제품군 인수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18개 제품 중에는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 2개가 포함돼 있는 등 아태 지역에 셀트리온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A 업계 관계자는 “네시나의 경우 매출이 300억원이 넘는 제품이다. 향후 셀트리온의 케미컬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회장이 케미컬 의약품 3000억원 이상을 베팅한 건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케미컬 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이다. 전체 제약·바이오 시장 매출의 3분 2를 차지한다. B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자신들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제약 산업에서 후발주자지만 다케다제약 인수를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케미컬 의약품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셀트리온은 케미컬 의약품 강화를 위해 이미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에이즈(HIV) 치료제 테믹시스의 미국 허가를 획득하는 등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셀트리온 3형제 합병으로 오너가 장기 집권 체제 굳히기 서 회장이 은퇴 전 꼭 완수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셀트리온 3형제 합병이다. 서 회장은 올해 1월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주가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3형제 합병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합병과 관련해 법률 및 세무 등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등 합병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하면 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35.49%나 된다.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가치를 높게 책정한다면 합병 후 서 회장이 신주를 더 받게 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경영권 승계도 걸려 있다. 서 회장이 두 아들에게 경영 승계를 하기 위해 합병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지난 2014년 입사 이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선임되는 등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 핵심부서인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이기도 하다. 차남 서준석은 셀트리온 이사다. 서 회장은 2세 경영에 대해 “아들을 이사회 의장을 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3형제 합병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회계 감사 등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셀트리온 3형제는 시가총액 60조원에 육박하는 공룡으로 변모했다. 합병으로 지배력을 강화한다면 ‘셀트리온 공화국’을 구축할 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95.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 회장은 합병을 통해 오너가의 장기 집권을 겨냥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6.19 07:00
경제

[제약 CEO] 은퇴 선언한 '승부사'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마지막 숙제는

지난 2014년 바이오의약품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11조원으로, 메모리반도체의 97조원 규모를 이미 2배 이상으로 뛰어넘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2020년 세계 시장 규모는 2780억 달러(약 33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 도래와 의료 기술 발전과 맞물려 연평균 8.7% 성장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시장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기민하게 대처한 바이오 기업이 셀트리온이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판단은 남달랐다.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바이오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이제 종합 헬스케어그룹을 향해 달려간다. 사채 써가며 맨손으로 일군 ‘1조 제약 클럽’ “부도를 막기 위해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까지 쓸 정도로 절박했다.” 서 회장이 강연 중 소개하는 유명 일화 중 하나다. 의약품과 관련한 지식이 없었음에도 절박함과 간절함을 앞세워 바이오 업계에 뛰어들었던 그다. 그리고 연구를 통한 제품 개발 절차가 아닌 바이오CMO(수탁생산)이라는 역발상으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가로 성장했다. 삼성전기와 대우자동차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었다. 2000년 친구들과 종잣돈 5000만원을 모아 창업을 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값비싼 오리지널약을 계속 쓸 수 없다는 판단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무작정 바이오산업의 허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접시닦이 등을 하고, 싸구려 모텔을 전전했던 그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토머스 메리건 에이즈 연구소장을 매일 찾아간 끝에 결국 한장의 추천서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서 회장은 백신 개발회사인 미국 백스젠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으며 바이오 사업가가 됐다. 기술력이 없었지만 무턱대고 제조 시설부터 준비했다. 인천 송도에 5만L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지었다. 제품도 없는데 대형 공장부터 마련한 그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작은 규모가 아닌 엄청난 규모의 생산 공장이었기에 무모한 도전이다.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공장의 완공 1년을 앞두고 결국 일이 터졌다. 에이즈 백신의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은행에서조차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를 써야 했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그는 2005년 3월 공장을 완공했고, 다국적제약사 BMS와 CMO 계약을 하면서 2007년 63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는 “창업을 위해서 목숨까지 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시대적 흐름의 읽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은 2019년 매출 1조1285억원을 달성하면서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19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년 대비 매출액은 1464억원(14.9%), 영업이익은 393억원(11.6%) 증가했다. 전년에 이어 최대 매출 실적을 경신했다. 임기 전 마지막 과제 ‘셀트리온 3형제’ 합병 서 회장은 올해 1월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주가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올해 말 경영 은퇴를 선언한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조회공시에서 “합병에 대한 법률 및 세무 등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합병 추진 시기, 방법, 형식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법률 및 세무 등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추진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사실 서 회장이 두 아들에게 경영 승계를 하기 위해서는 합병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35.49%나 되기 때문에 합병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최적의 카드다. 또 서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95.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가치를 높게 책정한다면 합병 후 서 회장이 신주를 더 받게 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서 회장은 2세 경영에 대해 “아들을 이사회 의장을 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사회 의장을 하려면 오너가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지난 2014년 입사 이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선임되는 등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 핵심부서인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으로 있다. 차남 서준석도 셀트리온 이사다. 합병된다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회계 감사 등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AI 원격 진료 등 종합 헬스케어그룹 청사진 세계 최초로 2세대 항체 바이오시밀러(램시마)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CMO 회사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선구자로 탈바꿈했다. 현재 84개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고, 30개의 파트너사와 교류·협력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16년 이미 단일제품으로는 1조원 수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연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를 잇따라 히트시키고 있다.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매년 1개 제품 이상 후속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3개 제품의 추가 임상 개시 계획을 갖고 있고, 2023년부터 순차적 상업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 확대로 2030년까지 18개의 제품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램시마의 경우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이 59%까지 상승했고, 트룩시마 39%, 허쥬마 18%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글로벌 시 장 규모가 453억 달러인 램시마SC의 경우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 2022년 출시가 목표다. 서 회장은 종합 헬스케어그룹을 꿈꾸고 있다. 인공지능(AI) 원격 진료와 유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유헬스케어는 유비쿼스와 헬스케어의 합성어로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의약적 제약이 많아서 쉽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장래가 밝은 먹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량이 세계 시장의 10%에 달한다. 선구자인 셀트리온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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