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소방수' 준비하는 'No.1' 에이스, 고영표 "벼랑 끝? 도장깨기 같아 즐거워, 내 공에만 집중" [WC2 인터뷰]
"이제는 정신력 싸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 공에만 집중하겠습니다."KT 위즈의 잠수함 투수 고영표는 시즌 막판부터 다소 어색한 임무를 맡고 있다.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진으로 나서 소방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번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전에서 결장한 고영표는 운명의 2차전에선 선발 웨스 벤자민의 뒤를 이어 불펜에서 대기한다.선발과는 다른 준비 루틴.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경기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고영표는 마냥 즐겁다. 고영표는 가을야구 베테랑이다. 2021년 한국시리즈(KS)에서 통합우승의 주역이 되기도 했고, 2022년엔 준플레이오프(준PO) 2023년엔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올랐다. WC 결정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고영표에겐 여타 가을야구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한 번의 패배가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경기지만, 고영표는 "오히려 재밌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서 지면 내일이 없다는 부담감도 있는데, 그게 또 가을야구의 묘미 아닌가.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 즐겁다"라고 했다.
그는 "부담감과 책임감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공존하긴 하는데, 절박함과 즐거움으로 이런 감정들을 눌러 놓고 경기하는 것 같다"며 "다른 생각 없이 '오늘만 승리하자'는 마음으로 한 구 한 구에 집중하다보니 집중력도 생기고, 지금은 집중을 넘어 선수단 전체가 각성 상태가 된 것 같다. 시즌 막판부터 벼랑 끝에서 계속 이기다 보니 '도장깨기' 하듯이 재밌기도 하고, 좋은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라며 웃었다. 고영표와 KT 선수단이 질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가 유력한 박경수를 위해 '더 길게' 시즌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고영표는 박경수에게 "쉽게 유니폼 벗지(은퇴하지) 못하게 하겠다. 더 길게 가을야구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고영표는 "시즌 막바지 오면서 (박)경수 형도 '마지막'이라는 감정을 느끼셨던 것 같은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같은 유니폼 입고 한 팀에서 뛰고 있지 않나"라며 "오늘만 생각하고 이기면 또 내일, 내일 이기면 또 내일 하루만 생각하다보면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경수 형도 우리의 가을야구 여정과 함께 선수 커리어를 연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애니콜(팀이 필요로 할 때 보직과 상관없이 투입되는 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지금은 부담감이나 뭔가를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오른다기 보단 그냥 지금은 '제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거면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 올려서 해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3 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