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8년 강민호처럼...'백업 포수' 이지영의 가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안방은 양의지(36)와 이지영(37) ‘베테랑 듀오’가 지키고 있다. KBO리그 넘버원 포수인 양의지의 발탁은 당연했다. 이지영이 승선한 건 의외였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흔든 박동원(LG 트윈스)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등 다른 포수들이 더 주목받은 게 사실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2022) 포스트시즌(PS)을 보니 (이지영이) 나이는 많은 편이지만, 정말 잘 움직이더라. 성실하고 실력도 빠지지 않는 선수다. 진갑용 (대표팀) 배터리 코치와 상의했고, 백업 포수로 제격이라고 생각해 선발했다”고 했다. 포수 출신인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도 “이강철 감독의 추천이 있었고, PS 15경기를 보며 대표팀에서도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영은 지난 시즌(2022) 80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포수 중 두 번째로 높은 도루저지율(33%)을 기록했다. 도루 저지(33개)도 2위였다. 포일(4개)은 가장 적었다. 무엇보다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선발진의 평균자책점 1위(3.41)를 이끌었다. 3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순발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만큼 투수 리드 능력도 좋다. 이강철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현재 가장 뛰어난 포수’ 2명으로 대표팀 안방을 구성했다. 한국야구는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안방 뎁스의 힘을 보여줬다. 당시 베테랑이었던 진갑용이 주전, 스물세 살이었던 강민호가 백업을 맡았다. 류현진·김광현 등 젊은 투수들을 이끌었던 진갑용이 대만과의 예선 5차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변수가 생겼지만, 강민호가 주전 포수의 이탈 공백을 잘 메웠다. 강민호는 특히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활약했다. 선발 투수 김광현의 호투를 지원했고, 쐐기 적시타까지 치며 한국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쿠바와의 결승전 9회 말 수비에선 강민호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몸 상태가 안 좋았던 진갑용이 포수 마스크를 썼고, 투수 정대현과 호흡을 맞춰 율리 구리엘의 병살타를 유도해 3-2 승리를 마무리했다.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에는 변수가 많다. 2~3명뿐인 포수, 특히 주전이 부상을 당하면 치명적이다. 한국은 4강 진입을 노리고 있다. '주전' 양의지의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 전력이 약한 팀과의 예선전에선 이지영이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할일이 많다. 투수들의 공인구(롤링스사) 적응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예년보다 빨리 실전을 준비하고 있는 탓에 좋은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다. 불펜에서 공을 받은 백업 포수가 투수, 지도자와 잘 소통 해야 한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백업' 선수의 기량이 중요하다.이지영은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는 "야구 인생 목표 한 가지를 이뤘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강민호가 '슈퍼백업' 임무를 잘 해냈다. 2023 WBC엔 이지영이 있다. 안희수 기자
2023.03.02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