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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딛고 선전한 케스파컵, 협회는 '안착' 과제 안았다

국내 유일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단기 컵 대회 '2024 롤 케스파(KeSPA)컵'이 3년 만의 부활에도 나름 의미 있는 기록을 쓰며 막을 내렸다. 개최 전부터 적지 않은 e스포츠 팬들의 비판에 시달린 만큼 대회를 주관한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과제를 끌어안은 모습이다.11일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7~8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열린 케스파컵 준결승과 결승 세 경기는 모두 전석 매진됐다.국내 리그 LCK의 정규 시즌이 치러지는 서울 종로 롤파크와 비교해 현장 좌석 수가 절반 수준이라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선전'했다고 할만하다. 온라인 시청은 e스포츠 통계 사이트 Es차트 기준 최대 17만3000명을 찍었다.이번 케스파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1군 스타 플레이어들의 출전이다.2021년 울산에서 열렸던 대회에는 2군과 3군 선수들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대 국제 무대인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LCK 스프링 시즌 사이의 휴식기인 데다 FA(자유계약선수제도) 기간과도 겹쳐 유망주들이 감각을 익히는 대회로 인식됐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부터 케스파컵이 국가대표 선발 지표검토대회로 지정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내후년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병역 면제 혜택은 대부분 20대인 선수들에게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다.올해 롤드컵에서 T1의 통산 5번째 우승을 견인한 '구마유시' 이민형, '오너' 문현준을 비롯해 젠지에서 '기인' 김기인, '캐니언' 김건부, '쵸비' 정지훈이,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제카' 김건우, '딜라이트' 유환중, 디플러스 기아에서 '쇼메이커' 허수, '베릴' 조건희, '에이밍' 김하람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흥행 보증수표인 T1이 무기력하게 전패 탈락해 아쉬움을 샀지만 4강에 젠지, OK저축은행 브리온, 디플러스 기아, 한화생명e스포츠 등 강팀들이 오르며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LCK 최초 4회 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은 젠지와 지난 서머 시즌 인수 창단 이후 처음 우승한 한화생명e스포츠 등 신흥 강자들에 맞서 OK저축은행 브리온이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일부 운영이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올해 케스파컵은 큰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하지만 한국e스포츠협회는 오래전부터 쏟아진 팬들의 원성을 잠재우고 점차 규모를 키워 업계가 인정하는 대회로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팬들이 가장 문제 삼은 것은 케스파컵 데이터의 국대 지표 활용이다. 2년 뒤에나 열리는 일본 아시안게임 국대 데이터를 벌써 축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다.그 사이 여러 차례 패치를 거쳐 게임 메타(추세·흐름)가 바뀌게 되면 국대에 적합한 선수가 달라질 수 있고, 라이징 스타가 탄생해도 시기가 맞지 않아 케스파컵에 출전하지 않으면 후보에서 빠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협회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을 시작으로 글로벌 e스포츠 저변이 확대해 점차 국대 출전 대회가 많아지면 케스파컵의 지표 데이터가 더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협회 관계자는 "내년만 해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하는 e스포츠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고, 지난 8월 팀 초청 형식으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도 국대를 차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아시안게임의 경우 예선이 내년에 있을 예정이다. 다른 스포츠의 상비군처럼 필요한 시점에 국대를 선발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계속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해외 리그에서 활동해 케스파컵 참가가 힘든 선수는 협회 내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선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케스파컵 로스터를 7인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이번에 T1에 합류한 '도란' 최현준이 출전 의사를 밝혔지만, 1군에서 '구마유시' 이민형과 '오너' 문현준만 대회에 나섰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대 명단에서 빠졌던 이민형과 문현준은 국대 선발 자격을 충족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빈센조' 하승민과 '스매시' 신금재 등 유망주가 백업 자원으로 배치돼 휴식기 경기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만약 최현준이 대회에 참가했다면 풀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T1은 로스터 1인 추가를 협회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정회윤 T1 단장은 SNS에 "최현준이 풀로 뛰는 것도 고려했지만 출국 및 시즌 대비 등 사유로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며 "내년에도 케스파컵이 열리고, 해당 대회에 참여하면 2026 아시안게임 국대 선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케스파컵 로스터 정책과 관련해 협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다.협회 관계자는 "출전 선수 제한을 확 풀면 오히려 각 팀의 선수 층에 따라 불공정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팀들의 니즈나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당초 글로벌 기준에 따라 6인으로 정했던 로스터도 팀들의 요구에 7인으로 늘린 것이라고도 덧붙였다.협회는 케스파컵의 입지를 적어도 FA컵 수준으로는 끌어올려야 한다. 국제 대회 롤드컵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등이 이미 공신력을 갖춘 상황에서 케스파컵을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탓이다.이에 협회는 대회 규모를 계속 키워나갈 방침이다. 상금이 적다는 팬들의 인식에는 7일간 열리는 대회치고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답했다.협회 관계자는 "e스포츠 국가대표를 파견하는 종목 단체로서 점점 증가하는 국가대표 파견 대회에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원활히 파견하기 위해 3년 만에 케스파컵을 재개했다"며 "롤을 비롯해 여러 전략 종목 선수들을 키우고, e스포츠 팬들이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대회로 다시금 인정 받을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2.12 07:00
프로농구

ABS와 비슷한 진통 겪는 하드콜…불만 아닌 적응으로 간극 좁혀야 [IS 시선]

프로농구가 판정과 관련해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프로농구는 올 시즌 몸싸움에 대해 관대한 판정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기준에 맞는 판정 기준으로 경기 퀄리티를 높이고자 했다.시즌 초반에는 과도한 몸싸움으로 선수 부상이 많아지자, 판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미디어 소통간담회를 열어 달라진 판정 기준에 대해 명확히 소개했다. 발생한 오심에 대해서도 인정하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KBL이 이처럼 '하드 콜(몸싸움에 관대한 판정 트렌드)'을 선언하고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지난달 국가대표 휴식기 뒤에는 이전 판정 기준인 '소프트 콜(몸싸움을 엄정하게 잡아내는 판정)'로 돌아갔다는 말도 나왔다. KBL 관계자는 “최근 판정이 소프트해졌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그러나 이는 ‘미지적 오심’이 바로잡히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1라운드 당시 KBL 경기본부가 놓친 ‘미지적 오심’의 절반 이상이 불법적인 손 사용과 관련한 장면이었다. 2라운드 이후 판정 성향이 바뀐 게 아니라 파울성 손 사용에 대해 오심이 나오지 않도록 엄격하게 본 것이다. '하드 콜'이 자리를 잡는 과정의 일부다. 올해 프로야구도 달라진 규정에 적응하느라 리그가 진통을 겪었다. 올해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은 현장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현장의 기준과 기계의 기준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특히 베테랑 스타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컸다. 하지만 시간을 거치며 ABS의 신뢰성을 확인했고, 결과적으로 팬들도 이 변화를 크게 반겼다.기계가 아닌 사람이 판정하는 프로농구에서는 프로야구의 ABS 보다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KBL이 오심에 대해 ‘일벌백계’의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개막 당시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을 내린 한 심판은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 경기에서도 미숙한 경기 운영을 한 심판은 하루 만에 징계를 받았다. 이제는 달라진 콜 기준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노력을 함께 보여야 할 때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대비 득점력이 다소 감소했다. 이 와중에 ‘파울을 유도해 불공평한 이득을 취하는’ 페이크 파울은 늘어났다. KBL에 따르면 올 시즌 1라운드 기간 적발된 선수들의 페이크 파울은 17건이다. 지난 시즌 5라운드, 6라운드와 비교하면 2배가량 많다. 유재학 경기본부장은 지난달 “빨리 적응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기준이 다르다’고 하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선수들이 판정에 적응한다면, 3~4라운드쯤엔 성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경기본부장은 1998년 인천 대우 감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한 시즌도 쉬지 않고 감독직을 맡아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KBL이 명확한 판정 기준을 유지하고, 동시에 선수들은 바뀐 룰에 적응해야 한다. 수준 높고 깔끔한 경기 진행이 이어져야 팬들이 코트로 모여든다. 스포츠2팀 기자 2024.12.11 05:34
프로축구

‘中 챔피언과 격돌’ 이정효 감독 “오스카 상대하는 건 선수들 성장할 기회”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상하이 하이강(중국)전을 통해 선수들이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3일 오후 9시 상하이 하이강과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2일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이정효 감독은 “그라운드 컨디션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훈련도 잘 마쳤다. 내일이 올 시즌 ACLE 마지막 경기인데, 광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을 잘 장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앞선 5경기에서 4승 1패를 수확한 광주는 ACLE 동아시아 그룹 2위를 질주 중이다. 상하이 하이강은 16강 진출 마지노선인 8위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하이는 지난달 26일 울산 HD 원정 경기에서 3-1로 이기며 저력을 뽐냈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예)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은 큰 리스크다. 이는 칼에 칼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광주FC를 잘 아시는 분은 외국인 선수 유무를 떠나 광주만의 공격 축구를 잘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시리라 믿는다. 내일 경기에서도 버티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상하이 하이강에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했던 오스카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다. 이정효 감독은 “어떤 상대, 어떤 선수가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부분보다 우리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 경기인 만큼 부상 없이 잘 치렀으면 좋겠고, 상대 팀의 오스카, 바르가스 같은 선수를 상대해 보는 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끼리 우리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 골문을 지킬 수문장 김경민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아서 굉장히 설렌다. 이런 좋은 경기장에서 경기할 수 있음에 상하이 하이강 구단에 감사하다. 내일 경기에서 상하이 하이강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우리의 100%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이번 경기는 광주의 2024년 마지막 공식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김경민은 “옆에 계신 훌륭한 감독님 아래 광주FC가 훌륭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지도자가 있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다는 건 축구 선수 인생에 큰 행운”이라며 “올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우린 항상 도전자의 입장이기에 상대가 잘하는 걸 못 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축구 스타일이다. 상대를 장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희웅 기자 2024.12.03 00:02
프로축구

광주, 中 챔피언 상하이 하이강도 꺾을까…승리 시 16강행 확정 가능성↑

K리그의 자존심 광주FC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진출에 도전한다.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12월 3일 (화) 오후 9시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상하이 하이강과 2024~25 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지난 11월 27일 홈에서 상하이 선화(중국)를 1-0으로 꺾고 상승세를 탄 광주는 일주일 만에 상하이 푸둥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겨 첫 중국 원정에 나선다.광주는 지난 상하이 선화전에서 교체 투입된 아사니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ACLE 4승째를 올리며 1위 고베와 승점 1점 차이로 2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2승 1무 2패로 승점 7점을 기록 중인 상하이 하이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시, 광주는 승점 15점을 쌓으며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할 수 있다. 광주는 최근 치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짠물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국가대표 수문장 김경민을 필두로 변준수, 김경재, 안영규 등의 센터백 라인이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잘 짜인 조직력을 통해 단단한 팀 전력을 구축했다. 공격에서는 지난 상하이 선화전에서 아사니의 골을 도운 허율과 측면에서 시종일관 상대를 흔들며 기회를 창출한 최경록이 공격을 이끌 전망이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신창무와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이희균 역시 기대 요소 중 하나다.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중국 슈퍼리그 우승을 거둔 상대 상하이 하이강은 전북 현대 출신의 공격수 구스타보를 필두로 중국 간판 공격수 우레이, EPL 출신 오스카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다. 상하이 하이강은 지난 울산과의 ACLE 5차전에서 공격수 바르가스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1 완승을 거두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입증했다. 강력한 상대지만 결코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 하이강은 공중볼 처리에 취약하며 위험한 상황을 자주 노출했다. 광주의 장신 스트라이커 허율이 제공권 장악 능력을 앞세워 상하이 선화전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상대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횡패스에도 취약점을 노출하는 만큼, 정호연과 최경록의 정확한 크로스 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4승 1패로 2위를 기록 중인 광주는 K리그 팀 중 가장 높은 순위이자 유일한 16강 진출 순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번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ACLE 16강 진출을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할 수 있다.김희웅 기자 2024.12.02 17:45
e스포츠(게임)

'붉은사막' 시연 대기 3시간…"어려워요, 그런데 재미있어요" [지스타 2024]

펄어비스가 6년간 공들여 개발 중인 대작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이 국내에서 처음 베일을 벗자 3시간이 넘는 긴 대기줄이 생겼다. 오랜 기다림에도 현장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고, 시연을 마친 팬들은 "어렵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펄어비스는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 단독 게임 최대 규모인 100부스에 붉은사막 시연 기기 100대를 준비해 관람객들을 맞았다.아직 수능이 끝나지 않은 평일인데도 펄어비스 부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붉은사막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행사를 지원한 펄어비스 관계자는 "대기 시작부터 시연까지 180분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펄어비스는 약 1시간의 시연을 제공했다. 간단한 조작법과 보스 소개 등 영상을 시청한 뒤 입장했다.관람객은 회색갈기 단장인 주인공 '클리프'가 돼 동료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게 된다. 다수의 적과 상대하며 공격, 방어, 회피, 특수 스킬 등 기본 조작법을 익힌다.공격은 플레이스테이션5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측면 R버튼을 활용한다. 액션 버튼으로 점프나 발차기, 달리기 등을 할 수 있다.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조작 형태다. 소울라이크와 유사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같은 듯 다르다. 2~3번 공격당하면 사망해버리는 소울라이크 게임과 달리 한 번에 체력이 많이 깎이지는 않는다. 대신 어떤 행동을 취할지 판단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이 공격이 쏟아진다.공격 옵션은 '매우'를 넘어 '너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다양하다.R버튼을 이용한 약공격, 강공격, 콤보 외에도 화려한 발차기, 점프 후 여러 상대를 타깃 설정해 활쏘기, 칼에 햇빛을 비춰 상대의 시야 차단하기, 카운터, 적 공격 옆으로 떨쳐 내기(패링), 공격 타이밍에 맞춘 카운터, 여래신장(부처의 손바닥)을 연상케 하는 '포스 팜', 기 모으다 찌르기 등 일반 플레이어에게는 결코 낮지 않은 진입장벽을 자랑한다. 짧은 시연 동안 제대로 쓴 기술은 서너 개에 불과했다.주인공은 공격을 받은 동료를 차례로 만나는 과정에서 적들을 상대한다.막강한 소수의 적들이 천천히 다가와 신중하게 타이밍을 기다리는 소울라이크와는 액션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다. 실제 사람이 싸우는 것처럼 동시에 여러 명이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이리저리 회피하기 바쁘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소개 영상에서 본 인상적인 기술을 시도해 봤다.뜻밖에도 개발진은 프로레슬링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요소를 곳곳에 녹였다. '보디슬램'과 '드롭킥'을 비롯해 WWE 스타 랜디 오튼의 피니시 기술 RKO를 구현했다. 신나게 얻어맞다가 운 좋게 발동되면 손끝에서 짜릿한 느낌이 스친다.자체 개발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보장하는 자유도도 남다르다. 상자를 들어 올려 원하는 곳으로 던지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검은 날개를 펼쳐 날아다닐 수 있다. 보스는 4종 중에 고를 수 있다. 각 보스는 고유의 패턴을 가진 것을 뛰어넘어 형태 자체가 다르다.'사슴왕'이 일반적인 1대 1 전투라면 '여왕 돌멘게'는 콘솔 명작 '완다의 거상'처럼 보스 위에 올라타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리드 데빌'은 빠른 발도술로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하는데,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액션 어드밴처 '고스트 오브 쓰시마'와 비슷하다. 다수의 병사들을 소환하는 '헥세 마리'는 몬스터들이 쏟아지는 '타임 어택' 느낌을 준다.지금까지 명작들이 선보인 재미 요소를 싹 긁어모았다.소요 시간이 가장 짧다는 사슴왕을 골랐는데도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소울류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의 상급 보스를 처리하는 데 1~2시간이 걸리는 실력으로 10번 정도 '즉시 부활'해 겨우 이겼다. 시연에서만 제공한 즉시 부활이 없다고 가정하면 넋이 나갈 플레이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 외에도 보스의 발길질에 튕겨나가는 과정에서 나무와 벽에 부딪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형지물 연계 연출, 전투가 시작한 줄 모르고 적에게 맞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컷신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연을 마친 관람객들의 반응은 똑같다. 쉽지 않지만 충분히 흥행 가능성 있는 게임이라는 평가다.서울에서 온 30대 김 모 씨는 "10년 넘게 펄어비스 게임(검은사막)을 해오고 있어 신작이 나왔다기에 처음 지스타를 방문했다"며 "PC 플레이어라 콘솔이 낯설지만 조작감만 익히면 괜찮은 게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창원에서 온 20대 이 모 씨는 "원하는 기술을 발동하기 쉽지 않았다"며 "타격감과 보스 패턴 등을 개선해 파훼법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람객도 "어려웠지만 전투신이 화려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붉은사막은 현재 콘솔과 PC 플랫폼 동시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1.15 10:31
e스포츠(게임)

네오플 "'3D 던파 '오버킬' 매력은 키보드 부술 듯한 액션 쾌감" [지스타 2024]

중국 게임 마니아들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거듭난 넥슨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2D를 벗어나 3D를 기반으로 한 원작과 같은 듯 다른 액션 경험으로 흥행 기대감을 키웠다.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프로젝트 오버킬'(이하 오버킬) 기자간담회에서 "던파 원작이 많은 시간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하나의 게임으로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기는 부족함이 있었다"며 "원작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도 알고 있어 더 다양한 접근으로 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던파 세계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버킬은 국내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 중인 던파 IP 기반 3D 액션 RPG다. 2D 횡스크롤 방식의 원작의 전투 스타일을 일부 계승하면서 3D 8방향 조작을 채택해 움직임이 보다 세밀해진 것이 차별점이다.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이다.'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의 다중 우주로, 던파 세계관의 14년 전 과거 시점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횡스크롤, 종방향, 탑뷰, 쿼터뷰 등 전장 상황에 따라 시점 변화로 풍부한 액션 경험을 제공한다. 박정완 네오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던파와 키감이 비슷한 후속작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던파를 해본 유저는 이질감 없이 적응하고 전방향 플레이가 가능한 최적의 조작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박 디렉터는 또 "8방향 조작이 다소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 다양한 조준 보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선보일 정도는 아니다"며 "그럼에도 키보드가 부숴지도록 연타하는 게 던파만의 액션 쾌감이라는 판단 아래 8방향 조작을 채택했다"고 말했다.지난 2021년 처음 발표한 오버킬은 오랜 기간 제한된 정보로 던파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너무 오랜 기다림에 지친 팬들을 위해 이날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처음 시연을 펼쳤다.윤 대표는 "기존에는 원작 던파와 같은 횡스크롤로 만들고 있었는데 3D 게임이다 보니 더 많은 전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중간에 큰 변화를 줬다"며 "아직 부족함이 있지만 더 발전할 거라는 생각에 플레이어들에게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어 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오버킬의 출시 시점과 개발 진행 현황을 묻는 질문에는 신중하게 답했다. 99% 개발을 했어도 중요한 부분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출시 자체가 불가한 만큼 일정을 앞당기는 것보다 잘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신작 출시에 따른 원작 이용자 이탈 현상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자신했다.박 디렉터는 "원작의 아바타와 아이템은 많은 추억을 제공해 왠만하면 잘 안 떠나는 경향이 있다"며 "던파 2D 디자인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독특한 그래픽을 여전히 즐기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이어 박 디렉터는 "오버킬은 한국의 경우 2000만~3000만명, 중국에서는 7억명 이상 던파를 했다가 지금은 안 하는 이용자들을 추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조작감으로 선보이는 방법으로 자극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신작은 원작의 전직 시스템을 차용하지 않는다. 초반 스킬과 전투하는 모습이 게임의 몰입감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전직이 이를 약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부산=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1.14 17:08
예능

‘서바이벌 최강자’ 홍진호vs장동민, 10년 만 맞붙는다…더 치열한 ‘피의게임3’ [종합]

“제가 모든 면에서 훨씬 강력하다.” 서바이벌의 최강자 방송인 장동민과 홍진호가 웨이브 대표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 시즌3’(이하 ‘피의 게임3’)에서 다시 맞붙는다. 앞서 지난 2015년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더 지니어스’)에서 맞붙은 뒤 약 10년 만이다. 당시 장동민이 홍진호를 꺾고 최종 우승을 했는데, 장동민은 이번에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피의 게임3’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현정완 PD, 전채영 PD, 출연진인 장동민, 김경란, 임현서, 서출구, 엠제이킴, 유리사, 주언규, 충주맨, 악어, 최혜선, 허성범, 김민아, 이지나, 김영광, 시윤, 스티브예가 참석했다. 홍진호는 최근 기흉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터라, 아쉽게 불참했다. ‘피의 게임3’는 서바이벌 레전드들과 신예들이 ‘지킬 것인가’, ‘뺏을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생존 지능 서바이벌 예능이다. 지난 2021년 MBC에서 시즌1이 방송된 후, 지난해 웨이브 오리지널을 통해 시즌2가 공개됐다. 당시 숨겨진 룰, 예측 불가한 반전 전개로 숱한 화제를 낳으며 2023년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중 누적 신규 유료가입 견인 수치 1위를 기록, 웨이브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시즌을 연출하며 ‘피버지’로 불리는 현정완 PD는 “이번 시즌은 기존 서바이벌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분들을 모은 ‘서바이벌 올스타전’”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시즌3를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전 시즌들은 각자 성격이 다르지만 시즌3에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했다”며 “이번 시즌은 전 시즌들과 달리 국내에서 촬영을 했고, 극한 환경에서 출연자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전채영 PD는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게임’이라는 우리의 콘셉트를 유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장동민은 시즌1 때 MC를 맡았다가 이번 시즌에 직접 서바이벌에 참여했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로만 보니까 속이 터지더라”라고 눙치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독해지고 강해지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시즌2 때는 출연을 고사했는데, 시즌3는 두렵지만 도전해보고 싶단 마음이 컸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더 지니어스’ 이후 오랜만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장동민은 “잘 해봐야 본전이지 않을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제작진이 회당 출연료 2억 원을 제시했다”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주위에서 모두 출연하지 말라고 했는데 ‘더 지니어스’ 때도 그랬다. 오히려 이런 반응에 ‘내가 보여주겠다’는 독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동민은 또 “내가 정말 평범한 사람이란 걸 느꼈다. 정말 모든 출연자들이 강력하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홍진호와 대결하는 것과 관련해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홍진호를 봤는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개인적으로 서바이벌 플레이어 중 가장 두려운 사람이다. 내 성향을 너무 잘 알고 나도 홍진호 씨를 잘 알기 때문에 두려웠다”며 “다시 맞붙으니까 폼과 기세가 좋아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더 지니어스 시즌1’에 출연해 당시 준우승을 거둔 김경란은 ‘피의 게임3’에서 여성 플레이어들 중 최강자로 꼽힌다. 그는 “‘더 지니어스’에서 마음 고생을 해서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했는데, ‘피의 게임’ 전 시즌들을 보면서 영화 같은 느낌이 있더라. 뭔가 게임이라기보다 저 곳에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며 “더 이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피의 게임3’ 촬영장에 있었다”고 웃었다. 시즌3는 개인플레이와 팀전,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까지 각양각색 플레이 형태가 예고된 만큼 시청자들에게 끝까지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지 추리 욕구를 자극한다. 시즌2부터 함께 한 서출구는 다른 출연자들처럼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했다”며 “제작진이 많은 장치들을 넣어서 예측불가의 반전들이 펼쳐진다”고 말해 흥미를 더했다. ‘피의 게임3’는 총 14부작이며, 오는 15일 낮 12시 첫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한 편씩 공개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1.12 16:35
메이저리그

GG+실버슬러거 동시 석권 '데뷔 3년 차' 위트 jr...MLB 넘버원 유격수 등극 눈앞

캔자스시티 로열스 바비 위트 주니어(24)가 메이저리그(MLB) 넘버원 유격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MLB닷컴은 5일(한국시간) 각 포지션에서 타격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를 선정하는 '실버슬러거' 후보를 발표했다. 1980년부터 이어진 이 상은 MLB 30개 구단 지도자 3명씩 투표 인단으로 두고 선정한다. 54홈런-59도루를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NL) 지명타자, 58홈런을 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AL) 외야수 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대표 스타 플레이어들이 무난히 후보로 선정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AL 유격수 부문 위트 주니어다. 그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거너 핸더슨, 텍사스 레인저스 코리 시거와 함께 후보에 올랐다. 위트 주니어는 올 시즌 타율 0.332·32홈런·109타점·125득점을 기록했다. AL 타율 1위, 홈런 9위, 타점 공동 4위, 득점 2위에 올랐다. 다른 후보 핸더슨(타율 0.281·37홈런·92타점·118득점), 시거(타율 0.278·30홈런·74타점·68득점)도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기록상 위트 주니어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위트 주니어는 도루도 31개를 기록,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이자, '전문' 유격수로는 MLB 역대 최초도 두 시즌 이상 30-30클럽에 가입했다. 위트 주니어는 지난 4일 각 포지션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골드글러브도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 시즌 공격과 수비 모두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실버슬러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AL 1루수 부문 카를로스 산타나, 3루수 부문 알렉스 브레그먼, 포수 부문 칼 롤리, NL 3루수 부문 맷 채프먼, 그리고 위트 주니어 5명이다. 산타나와 브레그먼은 홈런 기록에서 다른 후보에 밀린다. 롤리는 홈런(34개)은 가장 많지만, 타율(0.220)이 너무 낮다. 캔자스시티 살바도르 페레스(타율 0.271·27홈런)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NL 3루수 채프먼(타율 0.247·27홈런)도 타율 0.275·29홈런을 기록한 매니 마차도를 넘긴 어려울 전망이다. 위트 주니어는 빅리그 데뷔 3년 차다. 타율(0.254→0.276→0.332), 타점(80→96→109개), 홈런(20→30→32개) 모두 시즌을 치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유일하게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석권하는 유일한 선수가 될 전망이다. 넘버원 유격수 대관식을 앞두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1.05 17:54
프로야구

"거침없이 달릴 가능성 높다" KS 엔트리 2000년대생 9명, KIA '왕조의 길' 연다 [IS 포커스]

지난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KIA 타이거즈는 3회 초까지 1-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한 탓에 이 경기 승리 확률이 18.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발 투수 양현종은 3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하지만 KIA는 7-5로 점수 차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 구단 역대 12번째 KS 우승을 달성했다.승리의 숨은 주역은 불펜이었다. 6명의 투수가 아웃카운트 19개(6과 3분의 1이닝)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두 번째 투수 김도현(2와 3분의 1이닝 3탈삼진 무실점)과 세 번째 투수 곽도규(1이닝 2탈삼진 무실점)가 깔끔한 투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6-5로 앞선 8회 초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1과 3분의 1이닝 2탈삼진 무실점하며 개인 첫 KS 세이브를 챙겼다. 세 선수의 평균 나이는 22.3세.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에서 KIA의 우승 원동력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로 강해진 마운드이범호 KIA 감독은 이번 KS 엔트리 서른 자리 중 아홉 자리를 2000년대생 선수에게 할애했다. 이 중 투수가 7명이었다. 투수 엔트리(14명)의 절반을 20대 중반 이하 선수로 채운 건 파격에 가까웠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과 에릭 라우어(29)를 빼면 30대 투수는 양현종(36)과 이준영(32) 김대유(33) 정도에 불과했다. 김재윤(34) 임창민(39) 송은범(40) 등 상대적으로 베테랑이 많은 삼성 불펜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KIA의 젊은 투수들은 KS에서 잠재력을 폭발했다.공들여 투자한 선수들이 자리 잡았다. KIA는 지난해 12월 투수 5명(정해영·곽도규·이의리·윤영철·황동하)과 코치 2명(정재훈·이동걸)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이하 드라이브라인)에 파견했다. 드라이브라인은 투수 트레이너이자 컨설턴트 카일 바디가 설립한 데이터 기반 야구 육성 아카데미.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KIA의 판단이었다.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가 구속. 부상으로 낙마한 이의리를 제외한 네 선수가 KS 엔트리에 포함돼 적재적소에서 힘을 보탰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20대 초반 선수들이 빠른 공을 앞세우니 단기전에서 강력하더라. 삼성과 비교해 봐도 불펜의 힘 차이가 확연하게 났다"며 "KIA의 젊은 투수들은 (삼성 투수보다) 많게는 10㎞/h 이상 구속 차이가 날 정도로 강한 공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탄탄한 베테랑의 힘KIA는 젊은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최형우(지명타자) 나성범(외야수) 양현종(투수) 김선빈(내야수) 김태군(포수) 등 이른바 '베테랑 코어 전력'이 각 포지션의 중심을 잡았다. 김선빈은 시리즈 타율 0.588(17타수 10안타)을 기록, KS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태군은 4차전에서 KS 역대 다섯 번째 만루 홈런으로 삼성 마운드를 무너트렸다. 나성범은 3할대 타율과 탄탄한 수비로 '공수겸장'의 모습을 보여줬다.5차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양현종은 '투수들의 멘토'를 자처했다. 곽도규는 "양현종 형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이닝이 너무 많다. 마운드에 있을 때 양현종이라는 슈퍼스타와 함께하면서 내가 성장한 부분이 너무 많다. 함께한다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태군은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 중 나한테 욕을 먹은 선수가 과반수다. (김)도영이도 마찬가지"라며 "애먼 짓을 하면 모진 말도 많이 했다. 슈퍼스타고 그런 거 없다. 우승한 순간 나한테 욕먹은 어린 선수들이 너무 많이 생각났다"라며 웃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KIA의 베테랑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스타급 플레이어들이다. 큰 경험도 많고, 워낙 기량도 출중해 젊은 선수들의 길잡이가 되기 충분하다. 더욱이 나성범과 양현종은 구단의 연고지 출신이기도 하다. 투·타에서 베테랑이 있으니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선수 스펙트럼이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타이거즈 왕조 재탄생하나KIA는 우승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24년 우승에 끝나지 않고 장기집권하는, 이른바 '왕조 구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KIA는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젊은 선수들의 좌우 밸런스가 좋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향후 몇 년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거 같다"며 "나이를 먹어가는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력이 조금 달라질 순 있어도 하위권에 처질 수준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워낙 탄탄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에 거침없이 달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 전망했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왕조가 가능할 거 같다"라며 "젊은 선수들이 주축 멤버로 큰 경기를 치르면 멘털(정신)과 기량이 향상하는 효과가 엄청 크다. 다른 팀 선수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KS를 뛰면서 자신감이 생겼을 텐데 이는 내년 시즌을 치르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여러 포지션에 베테랑 선수가 빠져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뤘다"라고 평가했다. 최준영 KIA 대표이사는 KS 우승 축승회에서 "대표이사로 부임(2021년 11월)하고 3년 차에 우승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여러분이 그 목표를 이루어 줘 기쁘다"라며 "(구단 역대) 12번째 우승을 했다. 앞으로 더 잘해서 5연패까지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타이거즈 왕조를 이룩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타이거즈는 1980년대 KS 우승을 다섯 번이나 차지한 리그 대표 왕조 구단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내년에 다시 도전해서 우승하는 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왕조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구단 전력은 다 비슷비슷하다. 세밀한 부분을 잘 보완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팀을 만들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0.30 05:30
프로야구

호랑이와 사자, 가장 치열했던 가을 라이벌리...무패 연장 VS 새 역사

1993년 이후 31년만이자 역대 4번째로 성사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역대 최초 단일시즌 1000만 관중 돌파한 KBO리그가 역사를 대표하는 라이벌리(Rivary) 대결로 클라이맥스 무대를 장식한다. 삼성과 KIA는 KBO리그 42년 역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원년(1982년)부터 입성, 영남(삼성)과 호남(KIA)을 연고로 두며 지역 라이벌 의식이 컸다. KIA는 전신 해태 포함 역대 11번 KS 정상에 올랐고, 삼성은 두 번째로 많은 8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6~7월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치러진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달빛 시리즈'로 명명, 올드 야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2020년 '88고속도로 시리즈'로 처음 시작해, 이제는 두 지역 협력 동맹을 뜻하는 의미가 더해졌다. 삼성과 KIA는 지난해까지 KS에서 1986년, 1987년 그리고 1993년 이렇게 세 차례 대결했다. 프로야구 출범 초기,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든 스타 플레이어들이 자웅을 겨루던 시기였다. 결과는 모두 KIA의 우승. 1986년 KS에선 이후 '가을 까치'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는 신인 '신인' 김정수가 홀로 3승을 거두며 해태의 시리즈 전적 4승 1패 우승을 이끌었다. 김정수는 10회 초 등판해 실점 없이 3-3 균형을 이어가는 데 기여했고, 해태는 연장 11회 말 김성한이 끝내기 중전 안타를 치며 승리했다. 김정수는 5차전에서는 삼성 에이스였던 김시진과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1986년에는 두 팀 팬들의 격해진 감정이 표출되기도 했다. 1차전에선 잘 던지고 있던 삼성 투수 진동한이 관중석에서 달아든 병에 머리를 맞은 뒤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팬들의 분노는 홈(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 삼성이 패한 뒤, 해태 구단 버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1987년 정규시즌에선 삼성이 64승 44패를 기록하며 55승(48패)에 그친 해태에 크게 앞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KS에선 해태가 1~4차전을 모두 잡으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프로야구 역대 최초 KS 2연패였다. 에이스 선동열이 어깨 부상으로 2차전 1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도 탄탄한 팀 뎁스(선수층)을 보여줬다. 마지막 대결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등장한 1993년 이뤄졌다. 1승 1패로 치른 3차전은 연장 15회까지 치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2-2 무승부로 끝났다. 박충식은 15이닝 완투를 해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해태는 이어진 4차전에서 2-8로 패했지만, 한 경기에 도루 3개를 기록하며 활약한 이종범을 앞세워 5차전을 4-2로 잡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 나온 김성한의 투런포로 6차전까지 잡은 해태는 다시 한번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든 이종범을 앞세워 7차전까지 4-1로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종범은 KS MVP에 선정됐다. 삼성은 2001년까지 '준우승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해태를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2002년 마침내 KS 우승을 해냈다. 선동열이 사령탑을 맡은 2005·2006년 2연패, 류중일 감독 체제로 치른 2011~2014년은 4연패를 해내 왕조를 구축했다. 해태는 2001년 KIA 새 출발 한 뒤엔 '최강' 위용을 잃ㅇ은 게 사실이지만 조범현 감독 체제였던 2009년과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2017년 정상에 오르며 명문 구단 저력을 보여줬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두 팀의 전성기가 겹치지 않았고, 결국 31년 만에 다시 최고의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KBO리그는 올 시즌 여성팬 등 신규 팬 유입이 급증하며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여기에 올드 야구팬 향수를 자극하는 매치업으로 KS를 치르게 돼 마지막까지 뜨거운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KIA는 KS 무패 연장, 삼성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이자 KIA 상대 첫 KS 승리를 노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0.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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