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라과이전 관중(위)와 같은 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준플레이오프 4차전 관중(아래). 연합뉴스, 삼성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좌석 6만개를 가득 메웠던 축구 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역대급 '흥행 참패' 속에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PS) 관중 신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축구대표팀의 위기가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에는 2만220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불과 나흘 전 같은 곳에서 열린 브라질전에 6만3237명이 모인 것과 대조적이다. 축구대표팀의 단일 홈 경기 관중이 2만명 대에 머문 건 지난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2만8105명) 이후 처음이다. 10년 전보다 더 적은 관중이 축구장을 찾았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는 흥행의 '보증 수표'였다. 손흥민(LAFC)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이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인 덕분이다. 이번 파라과이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빈 자리 보이는 월드컵 경기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4일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상암월드컵 경기장 관중석에 빈 자리가 보인다. 2025.10.14 mon@yna.co.kr/2025-10-14 19:50:52/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삼성 제공/대구=윤승재 기자 같은 날 관중 신기록을 세운 프로야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날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는 2만368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섰다. 축구 파라과이전보다 관중이 더 많았다.
프로야구는 2023년 한국시리즈(KS) 1차전부터 2025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PS 27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운 26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14년 만에 갈아치웠다.
프로야구와 축구 A매치의 흥행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서울에서 열린 축구 경기보다 대구에서 열린 야구 경기에 더 많은 팬들이 찾았다는 건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파라과이전 흥행은 K리그 FC서울의 올 시즌 평균 관중(2만4464명)과 비교해도 처참한 성적이다.
어쩌다 축구 대표팀 경기가 이렇게 됐을까. 직전 A매치였던 10일 브라질전 0-5 참패가 결정적이었다. 이날 한국은 슈팅 4개와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슈팅 14개, 유효슈팅 7개를 쏟아부은 브라질에 철저하게 밀렸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10월 A매치 친선전을 앞두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실망스러운 경기력뿐 아니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집 발언'도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 패배 후 "평가전은 단점을 찾기 위한 자리다. 이기지 못한 점은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우리는 항상 해왔던 대로 준비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아 열렬하게 응원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발언이었다.
손흥민은 “(빈 관중석이) 낯설다기보단 오신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미있는 축구, 좋은 축구, 멋진 축구를 한다면 팬분들은 분명 또 경기장에 오실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