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김희선의 일축톡]일본은 U-20 월드컵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본다
'도쿄 올림픽 세대가 치르는 'U-20 싸움'의 막이 올랐다.'지난 20일 개막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대한 일본 언론의 설명이다.2007년 캐나다 대회를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U-20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 성인 대회 못지않게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16세의 '축구 천재' 쿠보 타케후사(FC 도쿄)의 존재도 일본에서 이번 대회가 주목받는 하나의 이유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3년 뒤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 있다.◇ 올림픽 세대 가능성을 보고 싶다지금의 일본 U-20 대표팀은 '도쿄 오륜(올림픽) 세대'로 불린다. 나이대로 보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3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중심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1964 도쿄올림픽 이후 56년 만에 다시 안방에서 올림픽을 치르게 된 일본은 성공 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일본인 공통의 목표"라고 공언할 정도다. 일본이 성공 개최를 판가름할 또 하나의 조건인 '성적'을 위해 본격적인 엘리트 체육 육성에 나선 이유다.도쿄올림픽에서 종합 3위를 목표로 하는 일본은 체육 정책을 주도하는 장관급 부처인 스포츠청을 신설하고 예산도 늘렸다. 메달 숫자를 늘리기 위해 아마추어 종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도 '올림픽 세대'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J3(3부리그)를 출범시켜 U-23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끔 한 것도 장기적인 '육성'의 일환이다.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 U-20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일본 원정 응원단도 '올림픽 세대'에 대한 기대를 품고 경기를 보러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직장 동료끼리 주말 휴일을 이용해 U-20 월드컵을 보러 한국에 왔다는 요시쿠라 타카노리(32)와 와타나베 다이치(27)도 마찬가지다. 요시쿠라는 "지금의 일본 U-20 대표팀 선수들은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뛸 선수들이다. 미래의 올림픽 대표팀이 U-20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응원하고 싶어서 경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경기장 밖에서 만난 또 다른 일본 팬 시라토리 유카(29)도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휴가를 내고 조별리그 전 경기를 보러 왔다는 시라토리는 "이번 대회는 도쿄올림픽에서 보여 줄 일본 축구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나중에 올림픽에서 이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U-20 월드컵을 보고 온 경험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U-20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가늠할 '힌트'이자 일본 축구의 미래 그 자체인 셈이다.선수들도 자신들에게 걸린 기대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남아공과 개막전에서 수문장으로 나선 코지마 료스케(20·와세다대)는 대회 전 일본 축구 전문 매체인 사커킹과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일본, 신황금세대를 꿈꾼다물론 이번 대회가 도쿄올림픽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일본 전 국가대표이자 J리그 우라와 레즈의 레전드로 불리는 후쿠다 마사히로(51)는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티바'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금의 U-20 대표팀이 새로운 '황금세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전까지 '황금세대'라고 하면 일본에 U-20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안긴 1999 나이지리아 대회(당시 월드 유스 챔피언십) 대표팀을 칭한다.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들이 대부분으로 오노 신지와 이나모토 준이치(이상 38·콘사도레 삿포로), 다카하라 나오히로(38·사가미하라), 오가사와라 미쓰오(38·가시마 앤틀러스), 엔도 야스히토(37·감바 오사카) 등이 주축이었다.후쿠다는 이 칼럼에서 "지금의 U-20 대표팀은 3년 뒤 도쿄올림픽의 주축 선수들이자 앞으로 일본 축구대표팀을 책임질 인재들"이라며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도 있는 만큼 조직력을 중심으로 싸워 나가면 황금세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들이 '신황금세대'로서 일본 축구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20 월드컵의 성적에 대한 기대도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일단 시작은 좋다. 일본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 남아공과 경기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1승을 챙겨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팀의 기둥인 오가와 코키(20·주빌로 이와타)와 도안 리츠(19·감바 오사카)가 나란히 골맛을 보면서 자신감을 충전한 것도 만족스럽다.일본은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 경기서 승리하면 2승 고지에 선착하며 16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반대로 패하면 와일드카드 쟁탈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황금세대'로 갈 수 있을지 여부를 시험하는 경기가 되는 셈이다.'일본의 메시'로 불리는 쿠보는 "우루과이전에서 승리해 3차전을 여유롭게 치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김희선 기자
2017.05.2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