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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간다"...663일 만에 이도류로 돌아온 오타니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다시 양 손에 칼을 잡는다.다저스 구단은 16일(한국시간) "오타니는 내일(17일) 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대는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거의 2년 만에 돌아온 마운드다. 오타니는 지난 2023년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투구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다. 팔꿈치 통증을 확인했고, 이후 투구를 중단했다가 9월 수술을 받았다. 정확히 663일 만에 복귀전이다.그해 말 자유계약선수(FA)로 다저스에 이적했으나 등판은 한 차례도 없었다. 캐치볼 및 가벼운 투구 훈련만 소화했다.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을 거쳐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도 '오타니 복귀설'이 몇 차례 고개를 들었으나 구단은 전면 부인했다. 외야 수비 출전 가능성까지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농담 같은 말로 몇 차례 언급됐을 뿐 다저스는 오타니를 타격에만 집중하게 했다.재활 기간이 끝났고, 복귀의 해가 찾아왔을 때도 다저스는 오타니의 투수 재개를 늦췄다. 스프링캠프 도중 훈련을 중단하고, 시즌 중에도 몇 차례 휴식을 부여했다. 타자를 병행하고,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이 불가능하단 걸 고려한 조치. 구단은 후반기에나 오타니를 복귀시키려 했다. 그런데 변수가 터졌다. 오타니 본인의 복귀 의지가 너무 강했다. 로버츠 감독은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 종료 후 오타니를 곧 등판시킨다고 알리면서 "그가 너무 안달이 나 있다(antsy)"며 선수의 복귀 의지를 전했다.스포니치아넥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등판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 전 "오타니가 등판 준비를 갖췄다. 구단으로서는 좋은 일이다. 언제 던지게 될진 모르겠지만 오프너로 던질 가능성이 높다. 1이닝이 될지 2이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1이닝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 직후 구단이 오타니의 17일 등판을 발표했다.로버츠 감독은 "마크 프라이어 투수 코치,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 의료팀과 협의하면서 오타니는 3이닝의 라이브 BP를 소화했다. 몸에 조금 부담은 있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투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준비가 됐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매주 이닝 수를 늘릴 것 같다.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끌어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1이닝부터"라고 했고,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4경기 선발이 가능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엔 "계산은 하고 있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경기 수는)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예정보다 빨리 복귀하긴 했지만 투구 부담 조절은 이어진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반드시 전통적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1~2이닝만 던질 수 있는 경기에서 등판해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게 복귀를 앞당긴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해도 계획을 바꾸는 데는 부담이 있다.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 건 선수 의지다. 로버츠 감독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한 번 더 라이브 피칭을 던지고 4이닝 정도 던질 수 있는지 보자'는 얘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그의 자신감 있는 모습과 말투를 통해, 지금이 그 시점이라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오타니의 복귀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가득 차 있다. MLB닷컴에 따르면 그는 "예전에 투타겸업 출전이 보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는 내게 이상한 해였다. 비로소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다.투타겸업이 가동되면서 오타니가 세워오던 진기록들에도 시동이 걸린다. MLB닷컴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오타니가 17일 경기 등판하게 되면 1933년 올스타전이 생긴 이래 올스타전 이전 1게임 이상 등판한 타자들 중 최다 홈런 3위 이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물론 이전까지 1, 2, 3, 4위도 모두 오타니(2021년 33개, 2023년 32개, 2022년 19개, 2018년 7개)였다. 올 시즌 25개를 때려낸 오타니는 3위 이상을 기록하고 전반기를 마칠 전망이다.한 가지 더. 다저스 역사상 1경기 이상 등판한 선수 중 최다 홈런 역시 오타니가 세울 거로 보인다. 이 부문 1위는 돈 드라이스데일의 29개인데,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벌써 79개를 때려낸 바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6.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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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피칭 45구' 부상자 많은 KIA, 이의리 복귀로 숨통 트이나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 중인 왼손 투수 이의리(23·KIA 타이거즈)가 1군 복귀 청신호를 켰다.이의리는 지난 15일 2군 구장인 함평 기아 챌린저스 필드에서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애초 하루 전 열린 퓨처스(2군)리그 창원 NC 다이노스전 마운드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수정, 라이브 피칭으로 대신했다. 실전 등판을 미룬 건 몸 상태의 문제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라는 내부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라이브 피칭에서 총 45구를 소화한 이의리는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모두 테스트했다. 구단 관계자는 "특이 사항은 없었다. 구속은 따로 체크하지 않았다"며 "향후 스케줄은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결정될 거 같다"라고 밝혔다. 부상 부위에 문제가 없다면 2군 실전 등판 일정을 잡은 뒤 투구 수를 점차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17일 예정된 후반기 일정부터 1군 합류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의리는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내측측부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을 받았다. 지난 4월 이범호 KIA 감독은 "1군에 돌아오는 시점을 6월 중순 정도로 보고 있으니까, 퓨처스리그에는 5월 말 정도면 충분히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수술한 병원에 가서 경과를 봤을 때도 전혀 문제없이 완벽히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 한 번도 뒤로 백(BACK)하는 거 없이 달려왔으니까 괜찮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복귀 계획이 조금씩 미뤄졌다. 지난달 말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염증이 발견돼 잠시 공을 놓기도 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재활 치료 과정에서 오는 부분 염증"이라며 "2주 정도 딜레이할 예정이다.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몸 상태를 추스른 이의리는 라이브 피칭으로 다시 복귀 시계를 움직였다. 현재 KIA는 제임스 네일-아담 올러-김도현-양현종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이 탄탄한 상황. 시즌 초반 들쭉날쭉했던 윤영철도 안정감을 회복했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이의리까지 복귀하면 말 그대로 천군만마. 상황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곽도규의 부상, 최지민의 부진으로 뎁스(선수층)가 얇아진 왼손 계투진의 상황을 고려하면 윤영철을 불펜으로 보직 이동, 선수단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이범호 감독은 "의리가 돌아오는 시점에 가장 지쳐 있는 선수(기존 선발 투수)부터 한 번씩 로테이션을 뺄 생각"이라고 구상을 전하기도 했다. 나성범(종아리) 김도영(햄스트링) 김선빈(종아리)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KIA가 '부상 복귀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후반기 키맨'으로 이의리가 떠올랐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6.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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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속출→순위 경쟁 가열...뎁스에 달린 여름나기 [IS 포커스]

여름을 맞이한 KBO리그. 각 팀 뎁스(선수층)가 순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KBO리그 중·상위권 팀 대부분 부상으로 이탈한 주축 선수가 많아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화 이글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은 지난달 1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투수 공에 왼쪽 무릎을 맞고 골절상을 당해 5월 내내 재활 치료를 받았다. LG 트윈스 리드오프(1번 타자) 홍창기 역시 지난달 13일 키움전에서 파울 타구 포구 중 1루수 김민수와 충돌해 왼쪽 무릎 내측 측부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2024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KIA 타이거즈)도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5월까지 타율 부문 1위(0.358)를 지킨 삼성 라이온즈 김성윤, 롯데 자이언츠 간판선수 윤동희, KT 위즈 '거포' 강백호도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다. 지난 시즌(2024) 전 경기(144) 출전한 리그 야수는 5명뿐이다. 각 팀 트레이너들이 매일 선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코칭스태프는 출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좀처럼 막을 수 없는 게 부상이다.결국 모든 팀이 백업 선수를 활용해 주전 공백을 메우는 '잇몸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체력 저하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여름에는 주전 선수 휴식·출전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백업 선수 역할이 더 커진다. 현재 상위권 팀들은 대체 선수를 잘 활용해 승률 관리에 성공했다. 1위 LG 트윈스는 마무리 투수 유영찬, 셋업맨 장현식이 부상으로 없는 상황에서 김진성과 박명근이 뒷문을 잘 막아줬다. 홍창기가 이탈하며 적임자를 찾던 1번 타자도 최근 신민재가 맡아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고 있다. 2위 한화는 심우준이 이탈한 자리를 하주석으로 메웠다. 시즌 초반 1군 전력으로 평가받지 않았던 하주석은 5월 중순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고,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한화 공격에 기여했다. 특히 2번 타자로 나선 13경기에서 타율 0.302를 기록하며 공격 선봉대 역할을 잘 해냈다. 한화는 국내 선발 투수 류현진·엄상백·문동주가 차례로 이탈한 상황에서 2년 차 좌완 황준서가 로테이션 빈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주전 외야수 2명(윤동희·황성빈)이 이탈한 롯데는 그동안 주로 대주자로 출전했던 장두성과 김동혁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장두성은 선발 출전한 31경기에서 타율 0.310을 기록하며 타격 잠재력을 드러냈다. 2021시즌 퓨처스리그 도루왕에 올랐던 그는 누상에서도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드는 잘 해내고 있다. KIA는 김도영이 이탈한 뒤 출전 기회가 많아진 윤도현이 최근 10경기에서 5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드러낸 게 위안이다. 삼성도 김성윤 대신 외야 한자리를 맡고 있는 박승규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57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른 덕분에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탄탄한 뎁스 구축은 대체로 스프링캠프에서 이뤄진다. 여름은 어떤 팀이 장기 레이스를 잘 준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예비 스타가 등장하기도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6.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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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잠실벌 그라운드 인터뷰...이제는 '복덩이 이적생' 김민석 "작아져 있었다" [IS 스타]

김민석(21)이 프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두산 베어스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해냈다. 김민석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홈 주중 3연전 3차전에 5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은 1-1 동점이었던 10회 말 2사 1·2루에서 나선 마지막 타석에서 해냈다.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의 초구 152㎞/h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그사이 주자 제이크 케이브가 3루를 돌아 송구보다 먼저 홈을 터치해 경기를 끝냈다. 두산은 4연패를 끊었다. 지난 2일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 대행 체제로 세 번째 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김민석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 사이 빅딜 메인 카드로 이적했다. 당시 두산은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보내며 '제2의 이정후' 재목으로 평가받던 김민석과 다른 외야수 추재현 그리고 투수 최우민을 받았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김민석이 보여준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눈여겨봤고, 그를 새 시즌 타선 리드오프로 낙점했다. 김민석은 3월 22일 SSG 랜더스전에서 멀티히트를 치며 대형 트레이드 메인 카드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김민석은 이후 부진했다. 타격감이 너무 떨어져 결국 4월 2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8일 뒤 다시 콜업됐지만, 주로 대타나 대주자로 나섰다. 5월 초 다시 한번 2군행 지시를 받기도 했다. 조성환 대행 체제에서는 출발이 좋다. 지난 4일 KIA 3연전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이날 데뷔 1호 끝내기 안타까지 쳤다. 그라운드에 마련한 단상 앞에서 홈팬에 인사할 기회도 처음 가졌다. 김민석은 뜨거운 박수 속에 비로소 제대로 된 신고식을 치렀다. 경기 뒤 만난 김민석은 "앞 타자(4번)가 김재환 선배님이었기 때문에 (투수가 승부를 피하고) 나에게 기회가 올 것 같았다. 데뷔 뒤 한 번도 끝내기 안타를 치지 못해, 그 느낌이 궁금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무조건 초구에 승부를 본다'라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높은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한 점도 인정했다. 그는 "시즌 초반이나 지난해에 비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주변 분들의 얘기를 들었다. 원래 그런 성향이 아닌데, 스스로 위축돼 작아져 있더라"라고 돌아보며 "(조성환) 감독대행님이 최근 젊은 선수들을 많이 콜업하고, 특유의 패기를 보여달라고 강조하셨다.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을 되찾으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롯데로 간 '전' 두산 선수 정철원과 전민재는 현재 새 유니폼을 입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철원은 대체 불가 셋업맨이고 전민재는 타격 잠재력을 드러내며 팀 주전 유격수가 됐다. 자신의 이름 앞에 대형 트레이드 메인카드 수식어가 끊임없이 붙고 있는 상황.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부담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김민석은 이에 대해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어차피 트레이드 된 거는 맞지 않나. 당장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나중을 위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한다. 감독님과 구단에서도 그렇게 믿고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6.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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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건용 멘털 코치 인터뷰 ①] "저도 멘털 약해요...그 고민에서 심리학 공부 시작했죠"

최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만난 최건용 NC 다이노스 멘털·수비 코치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 멘털이 약한데 인터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딱딱한 대화를 부드럽게 시작하려는 아이스 브레이킹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 시절의 고민을 바탕으로 공부하기 시작해 심리학 석사(경기대학교)와 박사(동국대학교) 학위까지 받았다.2022년 NC 타격 코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수비·주루·작전 코치 등 다른 보직을 겸하면서 멘털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선수 출신 심리학 박사’가 멘털 코치를 맡은 건 KBO리그에선 그가 첫 케이스다. 최건용 코치는 “처음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선수들을 가르쳤을 때 기술적인 설명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트레이닝(체력 강화와 부상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 트레이너를 쫓아다니며 배웠다. 그래도 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유를 찾다가 만나게 된 게 멘털리티(mentality, 사고 방식)였다”고 말했다.그는 “지도자가 선수에게 ‘자신 있게 해’ ‘집중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면 그걸로 끝일까?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말만 한다고 될까? 그래서 심리학 교수인 친구(중원대 최상범)에게 도움을 받았다. 하도 많이 물어보니까 최 교수가 ‘심리학 학위를 따라’고 권유했다. 이건열 (동국대) 감독님 배려 덕분에 시간을 쪼개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최근 야구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멘털에 관한 내용이 꽤 많다. ‘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절’은 지났다. 멘털에 대해 수많은 문답이 오가는 시대, 경기인 출신이자 심리학 박사인 최건용 코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 멘털 코치가 멘털이 약하다니요. “농담이 아닙니다. 선수 시절에는 제가 야구를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돌아보면 그리 못한 것도 아닌데 자신감이 없었던 거죠. 키가 작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열심히 훈련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거예요. (심리학 박사인) 지금도 제 멘털이 강하지 않아요. 그래서 선수들도 편안하게 제가 다가오고 마음을 여는가 봅니다.”- 성과가 나지 않은 원인을 멘털에서 찾은 건가요?“기술과 체력 훈련에서 얻지 못한 답을 멘털에서 찾았죠. 20년 전엔 체벌이 있었고, 정신력을 강조하던 시대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석사를 마치고 2007년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대학 코치와 병행하다 보니 학위를 받는 데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공부를 오래 했으니 대학 야구부에 있다가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어요.”2005~2021년 동국대 코치를 하는 동안 명성을 쌓았던 최건용 코치는 몇몇 프로팀에서 코치로 일해달라는 콜을 받았다. 최 코치는 “그땐 자신이 없어서”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다 NC의 제안을 받고 2022년 창원으로 떠났다. 당시 NC는 “프로 경력이 없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이라면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게 구단의 방침이다. 최 코치가 대학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해 온 점을 높게 평가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NC에서 타격 코치부터 시작한 그는 수비, 주루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4년에 걸쳐 자신의 전공을 강화했고 지금은 N팀(1군), C팀(2군), D팀(잔류군) 멘털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 선수들과 대화하면 어떤 걸 가장 크게 느끼시나요?“동국대 코치 시절 어떤 투수가 공을 잘 던지고 수비 전환할 때 1루 베이스 커버를 못 들어가는 거예요. 그게 어려운 동작은 아니잖아요? 반복 훈련을 시켰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겁니다. 나중엔 혼도 내고, 화도 냈죠. 그럴수록 더 못하더군요. 그래서 선수를 붙들고 이유를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베이스 커버를 하다가 주자의 발(스파이크)에 밟힐까 봐 두렵다’면서 덩치 큰 녀석이 울더군요. 체력과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답을 놓친 거예요.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됐죠.”- 심리학 이론을 실제 적용하는 데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아요.“이론은 일반화된 상태이자 연구에 따른 결과죠. 현장 코칭은 이론만으로 할 수 없어요. 선수 개인적인 개성과 기질이 다양할 뿐 아니라, 환경적 변수도 많거든요. 흔히 말하는 입스(Yips,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평소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 해결법도 저마다 달라요. 예를 들면, 내야수가 평소에 잘하던 송구를 갑자기 못하게 된 원인을 찾는다고 가정하죠. A 선수는 기술적인 문제가 70%, 심리적인 문제가 30% 섞여 있어요. 반면 B 선수의 경우 심리적인 이유가 70% 이상일 수도 있어요. 트라우마나 공포 때문에 엉뚱한 신경회로를 사용하는 거죠. 정확히 던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선수에게 ‘정확히 던져라’라고 다그친다면 더 큰 압박을 느끼게 돼요. 그게 증폭되면 입스가 생기는 거죠. 멘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통적인 메시지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예요. ‘작은 점을 향해 정확히 던지려고 할 필요 없다. 포구하는 선수가 큰 원이라고 생각해라. 너도 프로고, 공을 받는 선수도 프로다. 잘못 던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해주면 오히려 잘 던져요. 플라이볼을 놓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심적 부담을 느끼는 선수는 타구가 까마득히 높게 떠 있을 때부터 낙구 지점을 판단해요. 각성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이 경직되고, 두려움이 커지죠. 애써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평소 훈련한 대로 몸이 움직이면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치게 됩니다.”②편에서 계속 창원=김식 기자 2025.06.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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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WC 전패' '부상' 그리고 '스몰볼'…이승엽 호 3년의 키워드 [IS 포커스]

두산 베어스가 결국 이승엽 감독 체제에 마침표를 찍었다.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며 "이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이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전하기로 했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고,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두산은 지난 2022시즌 종료 후 김태형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과 재계약 대신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다. 선수 시절 KBO리그 최고 슈퍼스타였던 이 감독이지만, 선임 때부터 우려를 샀다. 지도자 경험이 없었고, 계약 규모(3년 총액 18억원·초임 감독 기준 1위)도 너무 컸다.이승엽 감독은 그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 부임 전 9위였던 순위를 2023년 5위로 올렸고, 2024년엔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처참하다. 2023년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 패배로 탈락했다. 2024년 WC 결정전 때는 4위로 올랐으나 KT 위즈에 2연패하고 역대 최초 WC 업셋 탈락 불명예를 썼다. 중위권 도약 또한 자유계약선수(FA)로 양의지를 영입하고, 양석환·홍건희와 재계약해 얻은 결과로 평가 된다. 투수진에서 최승용·이병헌·김택연이 새 얼굴로 등장했지만 야수 발굴은 더뎠다. 공격력이 아닌 주루 능력으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했고 승부처에서 번트로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곤 했다. 사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내린 마지막 작전도 대주자 자원 조수행의 대타 후 번트였다. 두산은 그 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하고 패했다.감독의 전략 부재만 말하기엔 악재도 많았다. 두산이 3년 동안 정상 로스터를 가동한 건 2023년이 유일했다. 2024년엔 은퇴 선수 오재원이 두산 시절 후배들을 협박,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게 한 게 적발되며 내홍에 휩싸였다. 팀 중간 연차, 1군 벤치 멤버였던 선수들 다수가 연루돼 한 시즌 통째로 출전하지 못했다. 야수 뎁스(선수층)가 얇아진 가운데 외국인 투수들은 연달아 부상에 신음했다. 선발진이 무너졌고 불펜진에 의존하다 혹사 논란이 일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도 전력 이탈, 부상과 싸웠다. 주전 3루수 허경민, 필승조 김강률이 이적한 가운데 박정원 구단주는 스프링캠프에서 "4, 5위를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한 메시지를 꺼냈다. 결과를 내야 하는데 다승왕(15승) 곽빈과 필승조 홍건희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이탈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콜 어빈(평균자책점 4.28)은 부진했고 김유성(2패 평균자책점 9.00) 선발 기용도 실패했다. 지난해 부활했던 김재환은 타율 0.243 7홈런 장타율 0.392로 다시 부진에 빠졌다.'팬심'도 이승엽 감독을 외면했다. 불펜·번트·주루 등을 강조한 이 감독의 스타일이 '롱볼'을 원하는 팬들의 불만을 샀다. 최초 WC 업셋을 당한 지난해 10월 3일 잠실구장은 "이승엽 나가"라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는 8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이승엽 체제를 끝낸 두산은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두산은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부진하던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을 말소하고 김민혁, 김동준, 이선우 등 2군 선수들을 대거 등록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주전 선수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엔트리를 조정했다. 선수들이 준비됐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다"고 전했다.조성환 감독대행은 "준비된 선수라면 쓴다. 어설프게 야구하는 선수는, 나도 어설프게 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예고했다. 그는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조금 더 야구장에서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고 전했다"고 밝혔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6.04 01:02
프로야구

'소리 없이 강한 남자'...월간 타율 0.344·무실책→롯데 고승민 [IS 피플]

5월 롯데 자이언츠 내부 월간 최우수선수(MVP) 선수는 단연 내야수 고승민(25)이다. 고승민은 5월 출전한 23경기에서 타율 0.344(90타수 31안타), 출루율 0.402를 기록했다. 테이블세터 한자리(2번 타자)를 맡아 많은 출루와 많은 득점(14점)을 해내며 공격 선봉대 역할을 잘 해냈다.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가 4번에 불과할 만큼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준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2024) 타율 0.308을 기록하며 주전 2루수를 굳힌 고승민은 굴곡 많은 비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막판 왼쪽 엄지손가락 수술을 받았고, 재활조로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타이난(대만) 스프링캠프로 떠나 반등 의지를 보여줬지만, 미야자키(일본) 2차 캠프 막판 실전 경기 중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범경기에 합류했다. 심지어 개막 세 경기 만에 옆구리 부상이 생겨 다시 이탈했다. 조짐이 좋지 않았던 2025시즌. 고승민은 4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복귀했고, 이 경기 포함 4연속 멀티 출루를 기록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4월 출전한 19경기에서 타율 0.301를 기록한 그는 5월에는 출전 경기 수(23) 50% 수준인 11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물오른 감각을 보여줬다. 롯데는 4월 팀 승률 공동 1위(0.667·16승 7패)에 오른 롯데는 5월도 0.571(12승 2무 9패)로 나쁘지 않은 승률을 이어가며 리그 3위를 지키고 있다. 29일 기준으로 4위 KT 위즈와의 승차는 3경기다. 고승민은 수비력도 빼어났다.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4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지찬의 강습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모습이 현재 고승민 폼을 증명한다. 그는 앞선 3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 타자 김영웅의 까다로운 타구를 잘 막아내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고승민은 5월 단 한 개도 실책을 범하지 않고 견고한 2루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타격 잠재력을 주목받은 선수였지만, 지난 시즌(2024) 주전 2루수로 올라가는 과정에서는 김광수 벤치코치(현 잔류군 수석)에게 수비력을 더 높이 인정받아 김태형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소리 없이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고승민. 롯데가 상위권을 지키는 데 그의 역할은 매우 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29 08:42
프로야구

두 번째 동행은 새드 엔딩...푸이그 "마음은 항상 키움 동료·팬과 함께"

야시엘 푸이그(35)가 키움 히어로즈팬을 향해 작별 인사를 전했다. 키움은 19일 투수 라울 알칸타라 영입을 발표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푸이그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자 2명, 투수 1명으로 외국인 선수를 구성한 키움은 기대만큼 공격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자, 다시 정석대로 투수 2명을 보유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루벤 카이네스와 푸이그 중 카디네스를 선택했다. 푸이그는 4월 월간 타율 0.167에 그칠 만큼 부진했다. 4월 23일 두산 베어스전 주루 플레이 중 어깨 부상을 당해 일주일 동안 이탈하기도 했다. 투수의 견제구에 귀루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에 하중이 실린 탓. 당시 부진했던 푸이그가 횡사하지 않기 위해 다소 무리한 동작을 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특출난 운동 능력을 보여줬던 '쿠바산 악동' 푸이그는 2022시즌 키움에 입성, 개막 전까지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홈런 21개를 치는 등 개인 성적도 좋아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불법 도박 관련 위증 혐의가 얽히며 키움과의 인연에 쉼표를 찍었다. 몇 년 뒤 법적 문제가 해결됐고, 지난겨울 타자 2명을 영입해 장타력 보강을 노린 키움이 다시 손을 내밀며 다시 동행했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푸이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이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홍원기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에서 그가 리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이전에 보여줬던 야수성마저 사라졌다. 3월에는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무리하게 수비를 하다가 실점 빌미를 제공한 장면도 많았다. 푸이그는 어깨 부상 뒤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통상적으로는 더 많은 재활 치료 기간이 필요한 부상이었다. 이후 푸이그는 종종 장타를 날리며 키움과의 동행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타자 한 명만 남겨야 하는 상황이 오자 현실적인 결단을 내렸다. 키움은 그러면서 "좋은 동료였던 푸이그와 작별하게 되어 아쉽다. 푸이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시즌 중 다친 왼쪽 어깨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푸이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푸이그도 키움이 방출 방침을 발표한 19일 오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키움팬에 인사말을 전했다. 어깨 부상을 다스리기 위해 치료가 필요한 시기라는 걸 인정한 그는 "커리어 전환점마다 목표를 이루는 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키움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기회를 줘서 고맙다. 비록 올해 키움으로 돌아올 순 없지만, 마음은 항상 키움 동료·팬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19 15:54
메이저리그

박수 치는 줄 알았더니 홈런 치는 이정후 [김식의 엔드게임]

“이정후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콘택트 히터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단장 인터뷰)“극단적인 콘택트 히터가 파워를 보강하지 못하면 얼마나 가치 있을까.” (올해 2월 디 애슬래틱 기사)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에 대한 평가는 1년 넘게 엇갈리고 있다. 1년 전 그를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영입한 단장은 그렇게 기대했을 것이다. 또한 어깨 부상으로 2024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이정후에 대해 미디어가 우려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이정후에 대한 시선이 호평이든 비판이든 그가 콘택트 히터(contact hitter)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이정후가 어떤 콘택트를 보이느냐에 있다. 디 애슬레틱이 우려했던 건 '극단적 콘택트'였다. 어떻게든 공을 맞히고 1루로 전력 질주하는 타자가 떠오르는 타격이다. 다른 말로 슬랩 히터(slap hitter)라 한다. 풀스윙하는 게 아니라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박수 치듯 타격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용어다.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슬랩 히터는 스즈키 이치로(52)다. MLB 통산 3089안타, 일본 리그까지 포함하면 4367안타를 때린 그는 빠르고 정교한 타격 기계였다. 그와 함께 뛴 MLB 동료들은 “이치로는 마음만 먹으면 홈런을 더 많이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특장점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콘택트에 더 집중했다. 2001년 MLB에 데뷔해 2019년 은퇴할 때까지 이치로는 홈런 117개를 기록했다. 통산 안타 중 2루타(362개)·3루타(96개)·홈런의 비중이 18.6%(575/3089)에 불과했다.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이종범이 아닌 이치로를 롤모델로 삼고 성장한 이정후도 MLB에서는 슬랩 히터에 가깝게 분류됐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37경기에서 38안타를 치는 동안 홈런과 2루타는 2개씩만 기록했다. 타율(0.262)과 장타율(0.331)도 높지 않았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억지는 아니었다.다만 이정후의 타격을 평가하기에 표본(지난해 145타석)이 너무 작았다. 그는 지난해 ‘어나더 레벨’의 투수와 상대하고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즌 아웃됐다.이정후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콘택트 히터는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공만 잘 맞히는 타자와 2·3루타를 많이 치는 타자가 있다. 난 한국에서 뛴 7년 동안 2루타와 3루타를 가장 많이 때렸던 선수”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시즌 동안 2루타 244개, 3루타 43개를 쳤다. KBO리그 통산 안타 중 2루타·3루타·홈런(65개)의 비중이 29.8%(352/1181)였다.이어 이정후는 “내 스윙을 하며 공을 중심에 정확히 맞힌다. 그래서 좋은 타구, 강한 타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그러나) 홈런만 장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MLB 투수들을 직접 상대해 보니, 자신의 스윙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 같다.이정후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이정후의 타순을 3번으로 고정하고 있다. 중심타선에서 마음껏 스윙하라는 메시지다. 지난해 주로 1번으로 나섰던 이정후는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공을 하나라도 더 보려 노력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KBO리그 시절과 달리 다소 소극적이었다.게다가 지난해 이정후는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의식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 결과 2루쪽 땅볼이 많이 나왔다. 코치들과 동료들은 “네 콘택트 능력이라면 MLB 투수들의 패스트볼도 충분히 강하게 쳐낼 수 있다. 네 스윙을 믿으면서 라인 드라이브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2025년 이정후의 타격은 MLB 첫 시즌에 흔들렸던 리듬과 타이밍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2025년 봄, 이정후의 임팩트는 엄청나다. 공을 그저 맞히는 게 아니라, 중심을 단단히 잡고 강한 회전력을 이용하는 특유의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6일(한국시간) 기준으로 그는 시속 95마일(153㎞) 이상의 타구를 37개 때려냈다. 100개 이상의 인플레이 타구를 날린 MLB 타자 중 46위다. 타구 평균 발사각(10.6도)이 낮은 편이지만, 라인 드라이브를 만들기엔 충분하다. 이정후는 7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3회 초 1사 1루에서 콜린 레이의 시속 151㎞ 직구를 잡아 당겨 우월 투런포(시즌 4호)를 터뜨렸다. 타구 스피드가 170㎞/h에 이르는 총알 타구였다. 4월 13~14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홈런 3개를 몰아친 뒤 대포를 다시 가동한 것이다.현재 이정후는 MLB 전체에서 7번째로 많은 2루타(11개)를 때려냈다. 3루타(2개)와 홈런(4개)까지 더한 장타의 합(XBH, Extra-base Hit)은 전체 14위(17개, 내셔널리그 9위)다. 또한 장타율(0.507)은 MLB 전체 25위, 내셔널리그 13위다. MLB 어느 구단에서도 중심 타선에 들어가기 충분한 지표다.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정후는 ‘극단적인 콘택트 히터’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증명했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콘택트 히터’라는 걸 하나씩 보여주는 단계다. 스포츠1팀장 2025.05.08 05:02
프로야구

158.2㎞/h, 158.0㎞/h 같은 듯 다른 '역대급 파이어볼러 조합'

"뿌듯하죠."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외국인 투수인 드류 앤더슨(31) 미치 화이트(31)를 두고 한 말이다.앤더슨과 화이트는 올 시즌 '역대급 파이어볼러 듀오'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래킹 데이터 제공 업체 트랙맨에 따르면 두 선수 모두 구속 하나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앤더슨의 평균 구속은 152.4㎞/h, 화이트는 154.1㎞/h에 이른다. 평균 구속은 화이트의 소폭 우위지만 최고 구속은 앤더슨이 158.2㎞/h로 화이트(158㎞/h)에 소폭 앞선다. 구속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경헌호 SSG 1군 투수 코치는 "앤더슨과 화이트 모두 평균 150㎞/h가 넘는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변화구까지 좋다"며 "빠른 공을 생각하고 있는데 변화구가 들어오면 타자들의 대처가 쉽지 않다. 두 선수 다 사용할 수 있는 변화구가 다양하고 또 타자들이 까다로워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앤더슨과 화이트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건 아니다. 투구 레퍼토리의 차이가 있다. 앤더슨은 직구 이외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진다. 직구와 커브 의존도가 높은 화이트는 투심 패스트볼(투심), 포크볼, 커터, 스위퍼(변형 슬라이더) 등을 조합한다. 경헌호 코치는 "앤더슨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로 쓴다. 특히 체인지업의 낙폭이 커서 스플리터처럼 떨어진다"며 "화이트는 커브와 스위퍼를 활용 중인데 왼손 타자에게 투심을 던지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올 시즌 SSG의 국내 선발진은 약점이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7경기 평균자책점 5.30)이 부진에 빠지면서 이숭용 감독의 고민이 크다.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건 앤더슨과 화이트의 활약 덕분이다. 앤더슨은 6경기 평균자책점 3.21, 화이트는 3경기 평균자책점 2.93으로 준수하다. 이숭용 감독은 "(다른 국내 선발이 부진하니) 두 선수가 나올 때 승수를 쌓아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SSG 관계자는 "앤더슨은 KBO리그 2년 차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구종이 더 다양해졌다. 여러 부분에서 발전한 모습"이라며 "화이트는 (부상 때문에 재활 치료를 거친 시간이 길어) 스태미나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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