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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루샤 VIP 인플루언서가 '짝퉁'을 팝니다"…요지경 명품 신먹이사슬

최근 수 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으로 위조 명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3대 럭셔리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VIP로 화려한 일상을 공유해 팔로워를 끌어모은 뒤 "내가 가진 것과 똑같다"며 가품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에루샤 VIP가 가품팔이? 가정주부인 A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다 깜짝 놀랐다. 적지 않은 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인플루언서가 '자체 제작' 상품이라면서 짝퉁 에르메스 '린디' 가방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소장한 진짜 제품과 가죽 재질과 마감을 비교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매를 권하고 있었다. "자체 제작", "한 땀 한 땀" 등의 설명도 서슴지 않았다. A 씨를 분노하게 한 부분은 더 있었다. 이 인플루언서가 평소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루샤'의 VIP 고객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하고, 새로 나온 정품 명품 가방을 샀다면서 자랑하는 게시물을 자주 올렸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은 정품 명품을 사들이고 이를 과시하면서 뒤로는 가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셈이다. A 씨는 본지에 "많은 소비자가 에르메스는 정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실적을 쌓고 발품(오픈런)을 팔며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인플루언서는 명품 VIP라고 자랑하면서 팔로워를 모으더니 '자체 제작'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현혹해 가품을 판매하는 '악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A 씨는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인스타그램과 해당 게시글을 신고했다. 더 나아가 에르메스 브랜드 측에 '가품팔이'를 하는 VIP인 이 인플루언서를 고발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해당 인플루언서만의 일이 아니다. 본지 확인 결과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이 백화점에서 구매한 명품 가방과 주얼리를 '언박싱'하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팔로워를 상대로 위조명품을 파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약 7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B는 에르메스 린디 가방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여러 개 올린 뒤 "끄레(에르메스 가방 중 크림색을 일컫는 말) 미입금 컬러까지 곧 품절"이라고 홍보했다. 그는 앞서 특별한 이들만 초대된다는 루이비통 쇼에 참석한 사진이나 현장에서 선물로 받은 고가의 샴페인을 자랑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팔로워들로부터 수많은 '좋아요' 버튼을 얻었다. 소비자 C 씨는 "이런 인플루언서들이 파는 가방이 유명 명품 가방의 독보적인 디자인을 도용했거나, 가짜인 줄도 모른 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품 팔아 돈을 벌어 진품과 럭셔리카를 사들이는 이들이 파는 제품은 절대 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로그·카카오톡 연동…음성화하기도 유명 인플루언서 중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러내놓고 가품팔이를 하는 대신 블로그나 카카오톡으로 계정을 연동해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약 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D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럭셔리 브랜드 가방 수십여점을 보유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1000만~3000만 원에 달하는 제품을 든 그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고급 자동차를 타는 모습이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에 연동한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들고 있던 명품 가방 색깔과 디자인, 후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부자 명품 애호가의 일상과 다름없었다. 본지는 블로그에 소개된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D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의 가격대가 궁금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정품과 동일한 가죽이다. 에르메스 장인들이 사용하는 실로 제작한다. 퀄리티를 장담한다"며 본지에 가격 및 구매 절차까지 상세하게 전달했다. 결국 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음성적인 방식으로 특A급 가품 판매를 하고 있던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온라인 위조 상품 신고·제보 건수는 2020년 1만6935건으로 2019년 6864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542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소 명품 VIP 인플루언서가 가품을 판매하는 걸 자주 봤다는 소비자 E 씨는 "요즘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같은 급 가죽에 프랑스 실에 한 땀 한 땀이라고 설명한다. 도가 지나치다. (명품) 본사에서 다 알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가품팔이 인플루언서가 신상 명품으로 휘감고 소위 '플렉스(과시)'를 하면서, 명품이 유행을 타게 됐다는 말도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소위 명품 VIP라는 것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가품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고 대리충족시키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인플루언서를 추종하고, 가품을 사면서 자신의 부추겨진 욕망과 '로망'을 구현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문화평론가는 "가품을 판매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다. 또 해당 인플루언서를 보면서 정품을 사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반 행위다"고 꼬집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3.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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