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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를 아십니까?

독자는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처음 들어본다고? 그렇다면 아직 골프 세상에서는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나 다름 없다. 힘이 조금 붙었다고 자신을 과신하며 어디 가서 함부로 남과 겨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이 말을 내뱉으며 누군가에게 도전한 적도 있다고? 그런 독자라면 산전수전 거의 다 겪은 골퍼가 틀림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상수(上手)축에 들 것이고.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말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거창하냐고? 우선 ‘스크라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스크라치는 영어 단어 ‘스크래치(scratch)’를 잘못 말한 것이다. 맞춤법만 따지면 스크래치가 맞다. 그런데 왜 스크라치라고 하느냐고? 맞춤법에 어긋나도 그 바닥 말을 써야 제 맛이 날 때가 있다. 스크라치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스크래치라고 할 때 보다 스크라치라고 해야 박진감이 넘친다.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고 나면 뱁새 김용준 프로가 하는 말을 이해할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표준어인 ‘스크래치’로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뱁새 김 프로가 명색이 언론인 출신 아닌가!스크래치는 주욱 그은 ‘줄’을 말한다. 육상에서 그어놓은 출발선을 떠올리면 맞다. 육상에서 서로 실력이 다른 주자가 친선으로 겨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느린 주자가 몇 초 먼저 출발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는 기록을 잰 다음 느린 주자 기록에서 몇 초를 빼주는 방법도 있고. 가장 깔끔한 방법은 느린 주자가 더 앞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00m 달리기라면 느린 주자는 90m쯤에 출발선을 따로 그어주고 말이다. 이런 경기 방식에서 유래해서 스포츠에서 기량이 부족한 선수에게 핸디캡을 주는 것을 ‘스크래치’라고 말하게 되었다. 골프에서 ‘스크래치 골퍼’란 경기에서 핸디캡을 아예 받지 않는 골퍼를 말한다. 핸디캡이 ‘0’이라는 말이다. 누가 자신을 스크래치 골퍼라고 소개한다면 그 골퍼는 핸디캡이 ‘0 ‘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주위에는 적수가 없는 사람이다. 싱글 핸디캡퍼(Single handicapper)도 고개를 숙이는 절대 강자인 것이다. 뱁새 김 프로는 핸디캡이 얼마나 되느냐고? 프로 골퍼는 애초에 핸디캡이 없다. 핸디캡이 ‘0’이다. 타이거 우즈는 한 시즌 평균 스코어가 60타수 대이니 핸디캡이 ‘마이너스’인 셈인데 뱁새는 고작 ‘0’이냐고? 시즌 평균을 보면 오버 파 아니냐고? 흠흠! 본론으로 돌아가자. 비록 핸디캡은 ‘0’은 아니지만 서로 실력이 비슷해서 핸디캡을 주지 않고 게임을 하기로 할 때는 ‘스크래치 플레이’ 또는 ‘스크래치 게임’을 하자고 말한다. 내기를 할 때 서로 주고 받는 덤이 없다는 뜻이다. 바둑으로 치면 ‘호선’이나 ‘맞바둑’과 같다. 그런데 기량이 상대보다 부족한데도 핸디캡을 받지 않고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 승부욕에 불탈 때 그렇다. 덤을 야박하게 주면서 번번히 하수를 농락하는 상수에게 이를 악물고 도전장을 내밀 때가 있을 것이다. 이 때 도전자가 치는 배수진이 바로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이다.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를 선언하는 것은 보통 각오로는 안 되는 일이다. 기량 차이가 분명해서 질게 뻔한데 부딪히겠다는 뜻 아닌가? 이 말은 지금은 비록 기량이 부족해서 판판이 깨지지만 머지 않아 기어이 쓰러뜨리고 말겠다는 투지를 담고 있다. 나중에 지고 나서 핸디캡을 달라고 구걸하지 마라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이고 보니 맞춤법 따위를 아랑곳할 새냐! 이제 독자도 이해할 것이다. ‘스크래치’ 보다 ‘스크라치’가 더 결연한 의지를 담는 말이라는 것을! 억지인가?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 뱁새도 이 말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뱁새는 신문기자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하다가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고객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말이 친선이지 초보 뱁새가 당한 설움은 말로는 다 못한다. 그 때 뱁새는 결연히 외쳤다. 뱁새 돈을 따서 한우 소고기를 사먹는 악당에게 말이다.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고. 비굴하게 핸디캡을 몇 타 받는 대신 명예로운 패배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느냐고? 보면 모르겠는가? 뱁새는 싱글 핸디캡퍼를 넘어 프로 골퍼가 되었다. 상수에게 쥐어터지던 시절 뱁새는 분에 겨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연습장에 갔다. 그 결과 상수와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적을 모조리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핸디캡을 달라고 구걸하는 이제는 하수가 된 옛 상수들에게 뱁새는 과연 동정을 베풀었을까? 한밤중에도 문을 열어준 드라이빙 레인지 경영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설움을 당하는 하수라면 절대 강자 가운데 상당수가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물론 큰소리만 치고 연습을 게을리 할 요량이면 삼가기 바란다. ‘죽을 때까지 스크라치’라는 허세는 엄청난 화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8.27 08:26
영화

심은경 “22년 연기 인생, ‘더 킬러스’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어요” [IS인터뷰]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찍는 법을 많이 배웠거든요.”6년 만에 한국 영화 ‘더 킬러스’로 돌아온 심은경은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며 갖춘 내공에, 첫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지난 2020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주연 수상자다운 관록도 붙었다. 금의환향이지만 내내 겸손했다. 오히려 이번 작품으로 새로 얻은 것이 많다고 힘줘 말했다.지난 23일 개봉한 영화는 동명의 헤밍웨이 단편소설을 김종관 감독, 노덕 감독, 장항준 감독, 이명세 감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심은경은 이를 관통하는 뮤즈로서 각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근래 흔치 않은 옴니버스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두고 그는 “배역을 바꿔 촬영하는 게 힘들지 않은지 많이 묻는데, 부담은 없었다. 그 어려움을 혼자가 아닌 감독님들과 함께하며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작업해보고 싶던 감독님들 집합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괄한 이명세 감독의 러브콜에 응한 까닭을 밝혔다.“존경하는 이명세 감독님이 제게 제안을 주셨다니 믿기지 않았죠. 그렇지만 이야기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냥 이렇게 언젠간 알게 돼. 하던 대로 하면 된다’라고 하셨죠.”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한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는 그 ‘하던 대로’ 이상의 과제를 심은경에게 안겨줬다. 화자인 ‘선샤인’이라는 웨이트리스 역을 맡아 과거 우리나라 사회상을 은유하는 메시지를 내레이션으로 읊는 동시에, 고전 무선영화처럼 움직임에 특화된 연기까지 도전했다. “이명세 감독님이 리허설은 필수라고 강조하셨는데 정말 크게 공헌했어요. 매일 틈틈이 대본리딩하고, 동선을 맞추다 보니 제가 20년 연기를 했지만 간과했던 부분이 확실히 있더군요. 반복 연습으로 체화하면서 현장에 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그렇게 발전시키는 게 연기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더 킬러스’의 다른 에피소드 또한 연기를 대하는 시각에 변화를 줬다. 그는 “굉장히 퇴폐적이고, 위험한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기에 제가 욕심을 많이 냈다”며 김종관 감독의 ‘변신’을 돌아봤다. 뱀파이어 바텐더 주은을 연구하며 영화 ‘샤이닝’에서 레퍼런스를 찾거나,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직접 선곡해 제안했고 그것이 채택되기도 했다. 잘못 납치된 피해자로 나온 노덕 감독의 ‘업자들’을 두고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연기 변화를 펼쳤다. 살려달라고 하다가 광기에 가까운 감정 증폭이 매력적이고 도전해 볼 만했다”고 돌아봤다. 사진 속 모델로만 등장한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도 신선했다고 덧붙였다.“연기가 쉽지 않다고 뼈저리게 느껴요. ‘더 킬러스’로도 반성했어요. 끊임없이 반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일의 일부구나, 혹시 그간 놓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 연기를 이 작품의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지난 2003년 드라마 ‘대장금’에 아역으로 데뷔해 대중성과 평단 양쪽을 사로잡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심은경이지만, 스스로는 만족보다는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점점 연기를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평생 답을 못 찾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계속하는 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고, 그런 작품이 이번처럼 제게 와주기 때문이에요.”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비롯한 한국 차기작들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활동과도 병행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좋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더 킬러스’는 제게 많은 용기를 준 작품이에요. 제 연기적인 실험이면서 이런 다양한 장르의 집합소를 대중에 선보이며 지속가능한 창작의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전환점입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31 11:14
영화

심은경, 대체 불가능 증명했다…화려한 귀환 ‘더 킬러스’

“배우 심은경은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큼….”(장항준 감독)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아역 배우를 거쳐 다수의 한국 영화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일본 아카데미 주연상까지 거머쥔 심은경이 6년 만의 한국 스크린 복귀작 ‘더 킬러스’로 다시 한번 ‘정변의 정석’을 증명했다.오는 23일 개봉하는 ‘더 킬러스’는 동명의 헤밍웨이 단편소설을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감독 4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이 기획과 총괄을 맡았으며, ‘조제’ 김종관 감독,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이 각 30~40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심은경은 뮤즈로서 모든 작품에 크고 작게 출연했다.감독이 넷이니, 장르도 넷, 심은경도 네 명의 인물로 분했다. 뱀파이어부터 잘못 잡혀 온 피해자, 잡지 모델과 괴짜 웨이트리스까지. 이야기 속 심은경은 갈고닦은 주특기에 새로운 얼굴을 더하면서도 캐릭터에 자신을 최적화했다. 기존 옴니버스 영화와 달리 한 배우가 관통하도록 기획하고 캐스팅 했다는 이명세 감독은 앞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심은경에 대해 “변신 가능한 폭이 넓은 배우라는 느낌을 늘 갖고 있었다”고 평했다. 김종관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니까 자유롭게 열어주고 내가 잘 관찰해서 적응하고자 했다”며 “다음에도 잘 꾀어서 계속 작업해 봐야지 싶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당초 이명세 감독 에피소드인 ‘무성영화’에만 캐스팅됐던 그는 다른 감독들로부터 차례로 제안을 받아, 확장판으로 공개 예정인 윤유경 감독과 조성환 감독의 2편의 에피소드까지 총 6작품에 등장한다. ‘더 킬러스’를 여는 에피소드는 김종관 감독의 ‘변신’이다. 이 작품에서 심은경은 전에 없던 퇴폐적인 연기를 펼쳤다.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남자(연우진)가 미스터리한 바에 흘러들어가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에서 뱀파이어 바텐더 주은 역을 연기했다. 심은경은 특유의 짙은 눈썹과 눈빛으로 성별도 초월하면서 신비로운 설정에 관록을 입혔다. 손님의 반응을 확인하며 수상한 붉은 음료를 건네고 꼬드기더니 갑자기 돌변해 정체를 드러내면서 극의 기폭제가 된다. 스스로에 도취해 상대를 재밌어하는 표정은 전작에서 보지 못했을 정도로 신선하다.심은경은 노덕 감독의 ‘업자들’에서는 소시민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터무니없는 금액에 살인청부 하청을 받은 청년들에게 잘못 납치된 소민 역으로 절박함부터 악에 받친 광기까지 진폭이 큰 감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흉기로 협박당하며 시종일관 떨리는 목소리로 많은 양의 대사를 빠르게 소화하는 그에게선 과거 ‘써니’에서 펼친 신들린 비속어 연기도 떠오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심경을 정확히 짚어내 한층 발전된 테크닉이다.이어지는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정체를 감춘 연쇄 살인범을 좇는 네 인물이 야심한 밤, 한 선술집에 모여 대치하는 이야기다. 심은경은 잡지 모델, 즉 사진으로만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어딘가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라고 생각했다. 제 연기 경력 중에서도 사진만으로 출연한 적은 없어서 새로웠다”며 필모그래피와 연결성을 놓치지 않은 비하인드를 밝혔다. 피날레를 장식한 건 ‘무성영화’다. 이 대본을 처음 받고 심은경은 “제가 드디어 예술을 하는구나”라며 설렜다고 한다. 1979년 두 킬러가 신원 미상의 타깃을 쫓아 가상의 지하 세계 바를 찾아오는 이야기에서 심은경은 극을 이끄는 화자인 웨이트리스 선샤인을 연기했다. 마치 삐삐 롱스타킹 같은 금발 양갈래를 한 이 소녀는 이름과 달리 뚱하고 염세적인 성격이다. 심은경은 현학적인 내용의 내레이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찰리 채플린의 고전 무성영화를 참고해 미세하고도 확실한 움직임과 표정을 만들어 난해한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했다.이처럼 심은경은 ‘더 킬러스’를 통해서 관객에게 다시 한번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심은경은 “제게 있어 앞으로 배우로서 나갈 길을 알려준 나침반 같은 영화”라며 “누군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겸손한 참여 소감을 밝혔다.지난 2003년 드라마 ‘대장금’ 생각시 역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영화 ‘써니’(2011)로 745만 관객을 만났으며,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부산행’(2016)을 거쳐 주연작 ‘수상한 그녀’(2014)로는 866만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연기력도 화제성도 탄탄한 배우다. ‘궁합’(2018) 이후 갑작스레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아쉬움을 안겼으나 첫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지난 2020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뛰어난 재능을 입증했다. ‘더 킬러스’를 시작으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비롯해 다양한 한국 작품 공개가 예정돼있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심은경은 아역 출신이지만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연기 변신보다는 많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과도기적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진 배우”라며 “특히 일반적인 로맨스보다 장르물에 도전했고 각 작품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이 있기에 30대가 된 지금,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평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23 05:44
영화

한인 민권운동 다룬 ‘프리 철수 리’, 美에미상 최우수 역사다큐 수상

미국 내 한인 민권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1970년대 이철수 씨 구명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Free Chol Soo Lee)가 미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을 거머쥐었다.지난 26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퀘어 팔라디움에서 열린 제45회 뉴스·다큐멘터리 에미상 시상식에서 ‘프리 철수 리’는 최우수 역사 다큐멘터리 부문 에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및 개봉지원을 받아 한국계 미국인인 줄리 하 감독과 유진 이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2022년 미국 최대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지난해 미국 방송사 PBS에서 방영됐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지난해 10월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프리 철수 리’는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돼, 동양인의 외모를 구별하지 못하는 백인 목격자들의 엉터리 증언으로 부당하게 사형 선고받았던 한인 이민자 이철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현지 신문기자였던 이경원 기자가 이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고 유재건 변호사(2023년작고, 국회의원), 랑코 야마다(일본계 미국인3세 변호사)를 비롯해 재미 한인들이 함께 인종차별에 저항하며 구명운동을 벌이는 과정을 조명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고, 사법 정의와 함께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에 대한 커뮤니티내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의의를 인정받았다. 하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서 “이 영화는 저널리즘 멘토인 KW 리(이경원)에 대한 사랑과 애정에서 시작됐다. 올해 96세인 그는 한 사형수를 석방하기 위해 대담하고 정의로운 범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정의 운동을 촉발시켰다”고 제작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철수 리의 이야기가 잊혀지는 것을 애통해했고, 잊혀지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야기였기에 그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힘입어 이 잃어버린 역사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러면서 “우리는 이것이 단지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 인류 역사의 일부라고 단언한다”며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맡겨준 커뮤니티에 감사하고, 이 세상에서 많은 고통을 겪은 철수 리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우리는 당신의 영혼이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29 09:48
영화

김민하♥주종혁→한선화·심은경 ‘낮과 밤은 서로에게’ 캐스팅·크랭크인

김종관 감독 새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캐스팅을 확정하고 오는 9월 촬영에 돌입한다.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제)는 한적한 골목의 카페, 이곳을 찾은 각기 다른 색깔의 네 가지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조제’ 등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일상의 미학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종관 감독의 신작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찰나의 순간부터 식어버린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커피처럼 달콤하고 때로는 씁쓸한 이야기를 그린다.여기에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톱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네 개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 에피소드 ‘한 여름밤의 꿈’에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배우 김민하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영화 ‘한국이 싫어서’, ‘만분의 일초’를 통해 탄탄한 필모를 쌓고 있는 주종혁이 캐스팅되었다.두 번째 에피소드인 ‘아직 나인 사람들’에는 영화 ‘파일럿’, ‘달짝지근해: 7510’부터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 ‘술꾼도시여자들1, 2’ 등 작품마다 흥행을 터뜨리고 있는 한선화와 OTT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몸값’, ‘마이네임’ 등 작품마다 개성 강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장률이 캐스팅되었다.세 번째 에피소드 ‘이.순.불’에는 ‘수상한 그녀’, ‘써니’부터 ‘신문기자’까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심은경과 최근 ‘핸섬가이즈’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은 물론 ‘남산의 부장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 등 작품마다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이희준이 캐스팅되었다.마지막 네 번째 에피소드 ‘가을 이야기’에는 촉망받는 신예 전소영 과 ‘댓글부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등을 통해 차세대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김동휘가 캐스팅되었다. 특히 김동휘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제)가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촬영을 마치는 대로 바로 입대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한편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제)는 ‘장르만 로맨스’, ‘익스트림 페스티벌’ 등을 제작한 비리프가 제작을 맡았다. 9월초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3 12:57
연예일반

남다른 韓 사랑…허광한, ‘청춘 18X2’ 팀과 24일 내한

배우 허광한을 비롯한 ‘청춘 18X2’ 주역들이 한국 팬들과 만난다. 배급사 ㈜쇼박스는 8일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이하 ‘청춘 18X2’)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배우 허광한, 키요하라 카야가 오는 24일부터 26일 내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흘간 서울에 머물며 기자간담회, 쇼케이스, 무대인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상세 일정은 추후 ㈜미디어캐슬 공식 SNS 등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청춘 18X2’는 열여덟, 그때 대만에서 시작된 첫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서른여섯 나의 여정을 그린 감성 로맨스다. 극 중 허광한은 첫사랑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아미를 만나러 18년 만에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남자 지미 역을, 키요하라 카야는 18년 전 대만 배낭여행 중 지미를 만나 첫사랑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여자 아미 역을 맡았다. 앞서 영화 ‘상견니’, ‘메리 마이 데드 바이’ 등 홍보 차 내한한 허광한은 국내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 출연하는 등 남다른 한국 사랑을 드러내 왔다. 키요하라 카야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에 출연한 일본 라이징 스타로,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이들과 함께 방한하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 영화계의 히트작 메이커로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과 국내 작품을 리메이크한 ‘끝까지 간다’ 등을 연출했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출연한 ‘신문기자’로는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편 ‘청춘 18X2’는 오는 22일 국내에서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5.08 12:33
연예일반

심은경, 팡파레와 전속 계약...‘박하경 여행기’로 돌아온다

배우 심은경이 주식회사 팡파레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활동을 재개한다. 팡파레는 23일 전속계약 소식과 함께 “심은경 배우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팡파레는 국내외 감독 및 배우를 포함한 크리에이터 프로듀스와 다양한 작품의 기획 개발, 제작하는 회사로 2022년에 설립되었다. 해외 매니지먼트 부분에 윤단비 감독, 파리컬렉션 출신의 맨즈 모델인 KOHEI 등이 소속돼 있다. 앞서 심은경은 ‘써니’, ‘수상한 그녀’ 등 매 작품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 연기로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해외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심은경은 일본의 유마니테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 ‘신문기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블루 아워’로 제34회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국내에 새 둥지를 튼 심은경은 오는 24일 공개될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로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한편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로 배우 김나영, 우도환, 심은경 등이 출연한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05.23 16:00
연예일반

고마츠 나나·사카구치 켄타로, ‘남은 인생 10년’으로 6월 내한 확정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일본배우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가 영화 ‘남은 인생 10년’ 홍보를 위해 6월 내한한다.9일 수입사 엔케이컨텐츠는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 프로듀서 쿠스 치아키가 6월4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와 무대인사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 사람이 한국을 찾는 건 오는 24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 홍보 때문. ‘남은 인생 10년’은 스무 살에 난치병을 선고받은 마츠리가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눈부신 사계절을 장식하는 사랑을 그린 작품.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234만 8000명의 관객이 관람해 30억엔의 매출을 기록, 1분기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가 눈물보다 투명한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연기해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는 한국에서 인기가 상당한 터라, 방한 기간 동안 적잖은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인생 10년’은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무려 1년에 걸쳐 일본의 사계절을 담았다. OST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OST로 한국에 인기가 높은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가 맡았다. ‘남은 인생 10년’이 지난해 110만명을 동원하며 일본 멜로영화 흥행붐을 일으켰던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현상을 재현할지, 오는 24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5.09 10:51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처음 나간 라운드에서 82타를 친 신디 레이드 스토리 ②

독자는 평생 처음 나간 라운드에서 몇 타나 쳤는가? 그렇게 묻는 뱁새 김용준 프로 당신은 데뷔 때 몇 타나 쳤느냐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셀 수 없이 많이 쳤다. 형편 없는 스윙을 몇 번이나 했던가? 규칙대로였다면 2백 타도 넘었을 것이다. 우리 이야기 속 주인공 신디 레이드(Cindy Reid)는 생애 첫 라운드에서 82타를 쳤다. 에이 설마? 진짜다. 그것도 화이트 티에서 말이다. 칼럼 전 회차를 안 읽은 새 독자가 있을지 모르니 다시 설명한다. 신디 레이드는 여성이다. 그는 생애 첫 라운드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회원 두 명과 나갔다. 자신을 가르친 남성 골프 교습가도 함께였다. 그는 그날 프로 골프 대회 규칙을 그대로 지키며 플레이 했다. 흔히 초보 골퍼에게 허락하는 배려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른바 ‘좋은 데 놓고’ 치지도 않았다. 컨시드(공이 홀 가까이 가면 다음 번 퍼팅으로 홀에 넣었다고 간주하는 것. 흔히 ‘오케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용어는 컨시드이다) 따위도 받지 않았고. 라운드가 끝나고 함께 한 여성 프로 골퍼가 묻자 그는 답했다. “오늘이 첫 라운드”라고. 아마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운동감각이 뛰어나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니면 2년간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한 결과일까? 숏게임과 퍼팅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덕분일까? 빠듯한 형편 탓에 하루에 공을 한 바구니 밖에 칠 수 없었다는 데 말이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는 몰랐다. 공 한 바구니를 두 시간에 걸쳐서 친 것이 기가 막힌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몇 년 전 운동학습론(motor learning)을 공부하면서 문득 생각이 거기에 미쳤다. 신디 레이드가 한 연습 방법은 바로 ‘랜덤 연습’ 이었다는 것 말이다. 랜덤 연습이 실전에서 퍼포먼스가 가장 높은 연습 방법이라는 사실은 여러 운동학습론 연구가 입증했다. 신디 레이드는 놀라운 그 첫 라운드 뒤에도 변함 없이 골프를 ‘수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지역 미니 투어에 나가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LPGA 회원이 되는데도 성공했다. LPGA 정규 투어를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선수 생활도 했다. 아쉽게도 정규 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물론 대한민국 대표 늦깎이 골퍼 뱁새 김 프로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챌린지투어(2부 투어)와 프론티어투어(3부) 문을 두드려 봤지만 상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밀려난 것에 비하면 훨씬 대단하지만. ‘통산상금 0원’이라니? 흑흑! 걸핏하면 이야기가 딴 데로 샌다. 다시 신디 레이드 이야기로 돌아가자. 투어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초조해하던 그에게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명문 골프장 티피씨(TPC)소그레스가 헤드 프로를 새로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한 것이다. TPC소그레스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TPC는 토너먼트 플레이어스 코스(Tournament Players Course)의 약자이다.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다고 PGA가 인정하는 골프 코스에만 TPC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허락한다. 물론 로열티는 받지만. TPC가 들어간 곳은 전세계 수 만 개 골프장 가운데 2백 개 남짓에 불과하다. 그 총 본산이 바로 TPC소그레스이다. PGA 투어가 제5의 메이저 대회라고 부르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여는 곳이 바로 여기이다. TPC소그레스의 헤드 프로라! 골프 교습가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가 아닐 수 없다.면접에서 신디 레이드는 골프로 인생을 바꾼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스토리는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TPC소그레스의 헤드 프로가 되어 제법 오랫동안 그곳에 몸담았다. 그렇게 그는 이름을 얻었다. 평생 그를 짓누르던 가난도 떨쳐냈고. 신디 레이드는 미국 1백대 골프 교습가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 이름을 딴 신디 레이드 골프 아카데미 체인 사업을 중국에 열기도 했다. 뱁새 김 프로도 신디 레이드와 마찬가지로 골프로 인생을 바꾼 셈이다. 신문기자였다가 지금은 모 대학 골프학과에서 겸임교수로 골프를 가르치고 있으니 어찌 사연이 짧겠는가? 그 이야기는 뒷날 하기로 하자.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03.15 07:27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골프로 인생을 바꾼 신디 레이드 이야기①

신디 레이드(Cindy Reid)라는 사람이 있다. 미국인이고 여성이다. 그는 어려서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 감동을 주는 전설 속 주인공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는 다행히 몸은 튼튼했다. 그 덕에 소프트볼 팀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초등학교 기간제 체육교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골프를 처음 접한 것은 빠듯한 살림 덕분이었다. 그는 대중제 골프장(흔히 퍼플릭 코스라고 부른다)에서 시간제로 일을 하게 되었다. 친구가 소개한 자리였다. 그는 학교 근무를 마치고 나면 골프장에 가서 전동 골프 카트를 고쳐 만든 식음료 판매 차량을 몰고 코스를 돌아 다녔다. 이 홀 저 홀 다니다가 골퍼가 부르면 가서 음료수 따위를 파는 업무였다. 그렇게 일해서 받은 수당과 팁을 살림에 보탰다. 그렇게 되풀이하는 일상에 지쳐갈 즈음이었다. 친구가 그를 드라이빙 레인지(실외 골프 연습장)에 데려갔다. 그 친구는 제법 이름 있는 골프 교습가에게 골프를 배우고 있었다. 친구가 소개하자 교습가는 골프채 잡는 법을 간단히 알려 주더니 한 번 쳐보라고 했다. 신디 레이드는 있는 힘껏 공을 때렸다. 운명이었을까? 공은 딱 소리를 내뱉더니 허공을 가르며 멀리 날아갔다. 이 대목에서 뱁새 김용준 프로의 첫 스윙은 어땠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첫 스윙은 흠흠! 헛스윙이었다. 몇 번을 휘둘렀지만 골프 클럽은 번번히 허공을 갈랐다. 그런데도 나는 무엇에 홀렸는지 골프에 푹 빠져 급기야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되었다. 그러니 누군가가 한 첫 스윙만 보고 그의 한계를 점치지는 말아야 한다. 아차, 얘기가 딴 데로 샜다. 다시 신디 레이드 얘기로 돌아가자. 신디 레이드는 골퍼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그 전율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을 것이다. 교습가는 골프를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신디 레이드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레슨비를 낼 여유가 없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교습가는 레슨비를 받지 않고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대신 “하는 둥 마는 둥 할 거면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마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뜨끔했다. 나도 골프를 가르치지만 잇속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내가 아직 5급 상주(商珠)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5급 상주라니? 무슨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뱁새 김 프로 칼럼을 처음 읽는 독자임이 틀림 없다. 오늘이 벌써 3회째이니 이전 회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신디 레이드는 숙명과도 같은 골프 인생을 그렇게 시작했다. 그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받은 팁을 아껴 모은 1백50달러를 털어 지역 분실물 센터에서 헌 골프 클럽 세트를 마련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세 번씩 골프장에서 연습을 했다. 새벽에는 퍼팅 그린에서 퍼팅과 숏게임(대충 10~30m쯤 치는) 연습을 하고 학교로 일을 하러 갔다. 점심도 간단히 때우고 골프장에서 숏게임 연습을 했고. 숏게임 연습을 할 공간이 드문 한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무척 부러운 일이다. 라운드를 하지 않는데도 공짜로 연습 그린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골프장이 있다니! 그는 학교 근무가 끝나면 여전히 골프 코스에서 음료수 카트를 몰아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레슨을 받고 롱게임을 연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한 연습 방법은 듣기에도 애처롭다. 연습공을 실컷 칠 형편이 못 되었던 그는 하루에 단 한 바구니 밖에 칠 수가 없었다. 한 바구니에 단 돈 5달러였다는데. 많아 보았자 골프공 백 개도 안 들어가는 그 한 바구니로 그는 매번 두 시간 남짓 연습을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연습 스윙을 여남은 번도 더 하고 나서야 공 한 개씩을 쳤다고 한다. 신디 레이드는 이런 식으로 무려 2년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그것도 한 번도 필드에 나가 보지 못한 채로. 그린피를 낼 형편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다. 교습가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회원 둘과 라운드를 하는 자리에 그를 초대한 것이다. 그린피 낼 돈이 없다고 하자 자신이 내주겠다고 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렇게 그는 인생 첫 라운드에 나섰다. 그것도 화이트 티(여자 프로 골퍼는 보통 화이트 티에서 플레이를 한다)에서 LPGA 프로 두 명과 함께. 신디 레이드가 그날 몇 타를 쳤는지는 다음 회에서 얘기할 수 밖에 없다. 허락한 지면이 다 찼으니.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지메일로 메일(ironsmithkim)을 보내기 바란다. ▶김용준 KPGA 프로는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사업을 하던 중 골프에 푹 빠졌고, 마흔 훌쩍 넘은 나이에 독학으로 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잠시 투어의 문을 두드리다가 이내 낙담하고 KPGA 코리안 투어 심판이 되었다. 판정을 하느라 이따금 TV에 옆 모습이 비치는 것으로 투어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했다. 한동안 골프 채널 중계를 맡았고 골프 예능에도 출연했다. 지금은 모 대학 골프학과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2023.03.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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