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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씨네한수③]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며든다 이 병맛에
어느샌가 스며든다. 이 영화의 '병맛'에.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추석 성수기 극장가에 도전장을 냈다. 코미디의 본분에 충실해 모두가 힘든 요즘 웃음의 힐링을 선사한다. 여러 작품의 거듭된 개봉 취소와 연기 끝에 올 추석 대진표에는 한국영화 세 편이 이름을 올렸다. 성동일 주연의 '담보', 곽도원 주연의 '국제수사', 그리고 이정현 주연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다. 앞선 두 영화가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가 내놓는 작품이라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마이너의 반란을 노리는 작품이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 등 색깔이 분명한 영화를 만들어온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항준 감독이 오래 전 써놓았던 시나리오를 신 감독의 방식으로 해석해 만들어냈다. 마이너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현은 "요즘 너무 힘들지 않나.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 오셔서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현의 바람대로 힘든 시기 관객의 웃음을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찾아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창피해하지 말아요 그냥 웃어요 출연: 이정현·김성오·서영희·양동근·이미도 감독: 신정원 장르: 코미디 줄거리: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해 분투하는 세 여고 동창생의 이야기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한줄평: 웃음 그 원초적 본능 별점: ●●●○○ 신의 한 수: 코미디인데 SF다. 가끔 스릴러 같기도 하고 액션도 펼쳐진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 5분 후엔 어이가 없어진다. 그리고 30분 후엔?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만들어낸 코미디 매직이다. 특히 신정원 감독의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만족할 가능성이 120%다. 신 감독 특유의 엉뚱하고 발랄한 '병맛' 코미디가 가득 차있다. 시나리오의 원작자인 장항준 감독의 유쾌한 향기도 느낄 수 있다. 신정원과 장항준, 두 코미디의 귀재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도 관객을 웃긴다. 또한, 이상한 시나리오도 찰떡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정현과 김성오의 지나친 것 같으면서도 선을 지키는 묘한 코미디 연기와 서영희와 이미도의 진한 존재감이 큰 몫을 한다. 특히 이 영화의 히든카드는 양동근이다. 그 옛날 '논스톱'의 구리구리양동근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로 먼저 시선을 빼앗고,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로 표현하는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별 뜻이 없는 대사도 양동근이 하면 큰 웃음으로 이어진다. 어이없는 반복 개그이지만 일단 양동근이 하면 다르다. 처음엔 마음 놓고 웃기 창피할 수 있다.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보고 웃나' 싶은, 자괴감 비슷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뭐 어떤가. 어차피 옆자리 관객도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분명한 건, 이 영화는 엄청나게 웃기다. 신의 악수: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B급이다. B급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에겐 그저 이상한 영화일뿐이다.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웃음 타율이 낮아진다.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게 아니라 그냥 없다.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설정부터 '개연성 제로'다.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으로 빈틈을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여운이 남거나 메시지가 있거나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불만족할 가능성 120%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호불호가 진하게 갈린다. 어떤 관객들에겐 배꼽 빠지는 신박한 코미디 영화가 될 터지만, 어떤 관객들에겐 괴로운 110분이 될 터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9.29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