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인터뷰] 2군 1할 타자 삼성 박승규, 그가 만든 1군 반전 드라마
무명에 가까웠던 박승규(20)가 사자군단의 발톱으로 거듭나고 있다. 개막을 2군에서 맞이한 박승규는 지난달 10일 시즌 첫 1군에 등록됐다. 당시 그의 이름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른 전완부 통증으로 1군 제외된 구자욱의 빈자리를 채울 '임시 카드' 정도였다. 2군 타율이 0.176(17타수 3안타)로 낮았다. 출루율(0.263)과 장타율(0.294)도 모두 낙제 수준. 수비가 아무리 좋더라도 공격에서의 기대치가 제로에 가까웠다. 반전은 놀랍게도 '공격'에서 시작됐다. 1군 첫 1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이 0.341(44타수 15안타)이다. '1군 성적과 2군 성적이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꾸준히 선발 출전하는 게 아니라서 더 대단하다. 그는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결과를 생각 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따라와 줬던 거 같다. 1군에 뛰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입단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지명으로 사자군단에 입성했다. 전체 82순위. 박승규는 "고등학교 때는 모든 게 애매했던 거 같다. 평범했다"고 돌아봤다. 서울 덕수중학교 재학 시절까지 투타를 겸하다가 경기고 진학 후 투수에만 전념했다. 그러다가 2학년 때 타자로 돌아섰다. 그는 "당시 신현성 감독님이 타자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타격보다는 외야에서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아깝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했다. 졸업반이던 2018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타격상과 최다타점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4경기에서 타율 0.471(17타수 8안타)을 기록하며 10타점을 쓸어 담았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는 보였지만 꾸준하게 쌓은 데이터가 아니어서 주목도가 떨어졌다. 가까스로 프로에 입단한 후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렸다. 운 좋게 지난해 1군 데뷔해 14경기를 뛰었다. 타율이 0.190(21타수 4안타)으로 낮았다. 박해민, 구자욱, 김헌곤 등이 버틴 외야를 뚫어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1군에서 통할만 한 타격이 아니었다. 박승규는 "이번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이 부분에 중점을 뒀다"며 "체중이 늘어난 건 아닌데 순간 파워를 늘리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기회는 뜻하지 않을 때 찾아왔다. 그는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못 했다. 1군에 올라가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항상 이기려고 했던 거 같다. 입단 후에도 (지명) 순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야구를 하는 건 똑같지 않나.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박승규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린 건 지난달 29일 대구 NC전이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NC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선두 NC를 격침한 한 방은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팀이 이겨서 굉장히 기분 좋았다. 항상 형들이나 코치님들이 자신 있게 하라고 하시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쓰임새가 많다.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타격도 준수하다. 발도 빨라서 대주자나 대수비로도 투입할 수 있다. 박승규는 자신에 대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이어 "부모님께서 칭찬도 해주시지만 자만하지 말고 계속 겸손하라고 하신다"며 "일단 다치지 않고 계속 1군에 있는 게 목표다. 그리고 팀이 가을야구(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6.0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