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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이상헌 LGU+ 컨슈머사업혁신그룹장 "2G 시절 커플요금제 흥행 재현…'찐팬' 확보에 총력"
LG유플러스가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경쟁사 추격을 위한 고삐를 당겼다. 올해는 고객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는 '찐팬' 확보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임직원들에게 고객에 '미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5G가 날개를 달아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트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5G 인프라는 내년이 돼서야 전국망 커버리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이동통신사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에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가성비' 요금제뿐이다. 이에 LG유플러스가 지인까지 가족으로 묶어 가성비를 높인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바뀌고 있는 가족의 개념을 요금제에 전격 도입한 것. 이 혁신적인 요금제는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혁신그룹장 이상헌 상무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 상무는 20년 가까이 고객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쏟았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하는 모든 요금제는 그의 손을 거친다. 국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부터 글로벌 로밍 서비스까지 무선통신 전 영역을 아우르며 경험치를 쌓았다. 요금설계 전문가로 통하는 그를 만나 통신 요금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족' 개념 변해…LGU+, 지인 결합 상품으로 차별화 이상헌 상무는 무리하게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는 대신 가족의 개념이 바뀐 최근 트렌드에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경쟁사와 차별화한 지인 결합 요금제 'U+투게더'를 선보였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족의 콘셉트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피가 섞이고 결혼을 해야만 가족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예비부부를 비롯해 정서적으로 잘 통해 생계나 주거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결합에서도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고객의 데이터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18년 말 10GB에서 2020년 말 15GB로 늘었다. 온라인 수업과 화상회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고가의 요금제를 쓰는 아버지가 아내나 자녀에게 데이터를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계속 발생한다. 아버지가 바쁘면 자녀가 필요할 때 데이터를 못 받을 수 있다. 이 지점에 고객 '페인 포인트(불편함)'가 있다고 봤고, 여기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는 가족은 물론 지인까지 결합할 수 있는 요금제를 5G·LTE 시장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U+투게더는 5G·LTE 무제한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으며, 최대 5명까지 결합할 수 있다. 할인액은 2인 결합 시 각 1만원, 3인 결합 시 각 1만4000원, 4~5인 결합 시 각 2만원이다. 묶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월 8만5000원의 5G, LTE 요금제를 쓰는 친구 4명이 결합하면 U+투게더 할인(2만원)에 선택약정(2만1250원), 'LTE요금그대로약정(5250원)' 할인까지 적용된다. 이를 통해 참여자 모두 월 3만8500원에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3~4인이 동시 접속해 사용하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방식이다. 지인 결합 시에는 대표자를 지정해야 하며, 별도의 약정기간은 없다. 인터넷 상품도 엮을 수 있다. "이통사의 결합 프레임이 복잡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했다. 지금까지는 '요금제 뭐 쓰세요' '몇 분이신가요' '홈 상품은 쓰시나요' 등 질문이 많고 절차가 복잡했다. 이 과정을 '몇 분이 결합하시나요' 한 마디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가입 조건도 과감히 없애…"커플요금제 반향 기대" LG유플러스는 2014년 이와 유사한 가족·친구 할인 프로모션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추천받은 지인만 몇천원 수준의 할인을 받았으며, 신규·기기변경 시에만 적용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합 상품은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고가요금제 간 결합이라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경쟁사는 가족 합산 20~30년간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인터넷에 함께 가입한 고객에게만 파격적인 혜택을 보장한다. 우리는 수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즉시 결합할 수 있고, 인터넷 가입이나 가족증명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할인율은 지금까지 내놓은 결합 중 가장 높다. 2G 시절 커플요금제와 같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회사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하고 열광하는 '찐팬'을 늘릴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자급제 수요에 대응해 합리적인 가격의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도 출시했다. 월 3만7000원에 시장 대비 33% 많은 12GB의 5G 데이터를 약정 없이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업계에서 유일하게 G마켓, 옥션, 마켓컬리, 카카오T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휴쿠폰과 테더링 전용 데이터를 함께 제공한다. "중저가 요금제는 미드-로우 유저를 타깃으로 설정했다면, 결합 상품을 구상할 때는 데이터 헤비 유저를 겨냥했다. 하지만 결합을 해서 할인된 요금을 보니 미드부터 헤비 유저까지 다 품을 수 있게 됐다. 직장인과 달리 주부나 학생은 중고가 요금제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데이터 부담에서 해방된 것이다. 이런 가치를 통해 핵심 타깃을 다시 정할 수 있었다." 결합의 범위를 중저가 요금제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회사는 아직 고민 중이다. 일단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데이터 걱정을 없애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고객 니즈에 집착…궁극적 지향점은 '찐팬' 확보 "IoT 등 다른 상품에서도 혁신 포인트를 찾고 있다. 고객이 좋아하는 콘텐트와의 결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 지향점은 고객의 지불 가치를 충족하는 것이다. '내는 요금보다 가치가 크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각기 원하는 바가 다른 고객층의 보편적 니즈를 찾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 모바일 혁신이다." 5G 서비스 출시 2년을 앞두고 약정이 끝난 가입자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다시 이통 3사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는 최대한 고객을 끌어안기 위해 5G 서비스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스마트홈,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등과 연계한 패키지 요금제도 확대하고 있다. "신축년은 5G가 보편화하는 해가 될 것이다. 업계가 노력했지만 5G 가입자는 전체 시장의 20%를 갓 넘은 상황이다. 보급형 5G 단말기가 쏟아지고, 이통 3사가 주도하는 요금 경쟁이 본격화하면 5G 가입자 비중이 절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보다 고객의 호응에 초점을 맞춘 요금제를 내려고 한다. 고객 니즈에 집착해 지불 가치 이상으로 찾아갈 것이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3.1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