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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국민들 웃고 울린 태극전사들, 역대 최악 우려 딛고 일으킨 대반전 [2024 파리]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한 전망은 우울하기만 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종목이 많지 않다는 우려 속 선수단 규모(144명)도 48년 만에 가장 적었다. 성적 역시 크게 떨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한체육회는 현실적인 금메달 전망을 5~6개로 잡았다.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보란 듯이 저력을 보여줬다. 대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메달을 거둬들였고,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13개)을 세웠다. 11일 기준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를 기록 중이다. 총 메달 수 30개 고지에 오른 것도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대회 내내 이어진 태극전사들의 메달 소식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선수들의 사연에 함께 울고 웃었다.예상을 뛰어넘은 성공적인 성과를 이끈 주인공은 양궁이다. 사상 처음으로 남·여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남·여 개인전까지 5개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김우진(청주시청) 임시현(한국체대)은 3관왕 영예를 안았다. 세계최강다운 면모를 보여준 양궁 대표팀의 명불허전 실력은 국민들에겐 기쁨이자 자부심이 됐다. 사격의 깜짝 반전도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성적의 큰 동력이었다. 종목 역대 최고 성적인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대회 초반 한국 선수단의 호성적을 이끌었다. 일론 머스크의 찬사 속 주요 외신들의 주목을 받은 김예지(임실군청)는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2007년생 반효진(임실군청), 2005년생 오예진(IBK 사격단) 등 어린 선수들의 등장으로 미래까지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컸다.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펜싱 대표팀도 감동적인 경기로 박수를 받았다. 남자 펜싱에서는 사브르 단체전과 개인전(오상욱) 금메달이 나왔고, 여자 사브르 대표팀도 감동적인 은메달로 주목을 받았다. 또 안세영(삼성생명)은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뒤 포효하며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혼성 복식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도 은메달을 차지했다. 혼복 4강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와의 경기에서 김원호가 구토 투혼까지 보인 모습은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노골드 수모를 씻어낸 한국 태권도의 부활 역시 반전의 중심에 섰다. 박태준(경희대)은 부상당한 상대를 배려하는 스포츠맨십으로 화제가 됐고, 세계랭킹 톱5 중 4명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오른 세계 24위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의 언더독 드라마 역시 팬들의 뜨거운 박수로 이어졌다. 태권도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는 평가다.물론 국민들을 뭉클하게 만든 선수들도 있었다.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동메달을 따낸 유도대표팀은 '한편의 청춘 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 감동의 찬사를 끌어냈다.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강원도청)은 '수영 황금세대'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그간의 부담감 탓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파리(프랑스)=김명석 기자 2024.08.11 18:03
스포츠일반

결승 놓고 '집안 싸움'...5전 전패 김원호-정나은이 쓴 '역전 드라마' [2024 파리]

태극마크와 태극마크가 붙었다. 세계랭킹 2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와 세계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가 올림픽 결승전 티켓을 두고 혈전을 펼쳤다.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와 맞대결을 펼친 끝에 2-1(21-16, 20-22, 23-21)로 승리하고 대회 결승에 올랐다.이날 맞대결 전까진 서승재-채유정 조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랭킹도 높았고,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단단한 팀워크를 여러 차례 펼쳤다. 상대전적 역시 김원호-정나은 조에게 5승 무패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언더독'으로 보였던 김원호-정나은 조는 1게임부터 서승재-채유정 조를 압박했다. 초반 리드를 점하면서 시종일관 서승재-채유정 조를 압박했다. 서승재-채유정 조가 뒤늦게 추격했지만, 추격의 흐름을 타야 할 때마다 셔틀콕이 네트에 걸리면서좀처럼 추격하지 못했다. 네트 앞에서 정나은이 상대 헤어핀을 잘 긁었고, 서승재가 강력하게 공격을 꽂아 마무리했다. 18-13. 서승재-채유정 조는 추격을 시도했지만 김원호-정나은 조가 게임 포인트를 얻은 후 연달아 마무리해 1게임을 잡아냈다.반전을 일으킨 김원호-정나은 조와 달리 서승재-채유정은 상대적으로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1게임 종료 후 채유정이 서승재에게 "서두르지 말자"고 전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1게임 '매운 맛'을 제대로 본 서승재-채유정 조는 2게임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경기는 팽팽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2점 차 리드를 김원호-정나은 조에 허용했지만, 채유정의 낮게 깔리는 스매시로 다시 동점을 이뤘다. 이어 서승재가 셔틀콕을 비어있는 코너로 떨어뜨리며 역전. 이어지는 불꽃 튀는 랠리 끝에 채유정이 비어있는 상대 네트 앞으로 셔틀콕을 사뿐히 떨어뜨렸다. 11-9. 드라이브 대결 끝에 서승재의 점프 스매시로 12-9. 김원호-정나은 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위 플레이에 능한 서승재-채유정 조를 후위로 밀어낸 후 석 점을 쫓아내면서 15-15를 만들었다. 두 팀은 듀스 상태까지 도달했지만, 서승재의 정면 드롭샷으로 2게임에 마침표가 찍혔다.단 한 순간도 진검 승부가 아닌 적이 없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3게임 초반 5점 차까지 앞서갔지만 김원호-정나은 조가 끈질긴 추격 끝에 10-10 동점을 이뤘다. 치열했던 승부는 중반부터 흔들렸다. 김원호가 스매시로 역전, 석 점 차까지 리드를 벌렸다.치열했던 승부를 말해주는 장면도 나왔다. 경기 막판엔 김원호가 의료진을 요청할 정도로 지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투혼으로 버텨냈지만, 결국 추격을 허용하며 17-17 동점을 내줬다.그 누구도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김원호-정나은이 먼저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으나 서승재-채유정도 곧바로 듀스를 이뤘다. 치열한 혈전 끝, 채유정의 드라이브가 네트에 걸렸고, 서승재의 스매시가 라인 바깥으로 떨어졌다. 역전과 투혼의 드라마가 완성된 순간이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02 03:56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달 착륙’을 위한 해설서

⟪충청도 야구, 첫 전국 제패…대통령배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3만9000명 군민과 공주읍민들은 남녀 구별 없이 모두 텔리비 앞에 모여 거리에는 행인조차 드물었다…. 게임이 끝나자 떼지어 거리로 몰려나왔고…. 다방에서 텔리비 중계를 본 공주읍 김선길 씨는 ”창단 3년 밖에 안 되고 일개 읍 출신 공주고가 충청도 팀으로 생전 처음 우승이라니 대견합니다”며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19일 정오 대전역 광장에는 공주고 선수단을 맞이하는 도민환영대회가 열려 10만 인파가 뒤덮였고 하늘에는 세스나기가 5색 꽃가루를 뿌리며 축하 비행을 했다…. 선수단이 도착한 공주 읍내는 대부분 상가가 철시하고 주민들이 몰려나와 선수들 카퍼레이드를 따르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1977년 5월17~19일 중앙일보·조선일보 관련 기사 중) 1977년 5월 17일 밤은 공주를 중심으로 충청도 전역이 떠들썩했습니다. 며칠 뒤 대전역 광장에서는 10만명 인파가 몰린 충청남도 차원의 환영 행사가 열립니다. 그 시절 최고 인기 스포츠가 고교야구이긴 했으나 비행기가 뜨고, 주민 대부분이 거리로 몰려 나왔다는 건 공주고의 우승이 그만큼 특별했기 때문입니다.당시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군산 지역의 야구 명문고의 각축전이던 전국 무대에 충청 야구가 주인공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킨 겁니다. 그것도 타지역 유학생 선수가 대부분인 창단 3년의 팀이 말입니다. ‘언더독’ 공주고의 중심은 4번 타자 겸 포수 김경문과 에이스 오영세 선수였습니다. 특히 김경문은 대통령배 최우수선수상, 타격상(15타수 7안타·타율 0.467)을 받으며 야구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 떠올랐습니다.충청 야구를 끌어올린 그 주인공이 돌아왔습니다. 고교 시절 청춘의 기억이 가득한 그곳입니다.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를 이끕니다. 김경문 감독님. 충청 야구의 자존심 부활이란 사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감독님의 부임 소식을 듣고 당신께서 다이노스 시절 들려준 이야기가 겹쳐지며 “저기가 이분 운명이구나” 싶었습니다.개인적으로 NC 다이노스 야구단에서 운영팀장을 거치며 감독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도입부에 47년 전 그의 고교야구 스토리를 꺼낸 건 감독님의 인생관과 야구관이 어쩌면 그 시절, 그 장소와 연결돼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사실 그는 충청 출신이 아닙니다. 인천에서 나서 어린 시절 대구로, 부산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부친 사업의 부침 등 가정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창단팀 공주고로 유학간 것도 장학금을 받아 돈 걱정 없이 야구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사춘기 시절 홀로 떨어져 집밥이 고팠던 그는 아주 가끔 부산에 갔던 기억이 사무치게 남아있습니다. 부산역 플랫폼에서 헤어지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많이 울었습니다. 말라버린 눈물은 대전역에 도착할 무렵이면 그리움과 절실함으로 남아 그의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집니다. 감독님이 몸을 던지며 절박하게 야구하는 선수 마음을 각별히 챙기는 것도 스스로를 ‘잡초’ ‘떠돌이’라고 표현하던 그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과의 생이별 이상으로 그의 삶과 죽음을 가른 큰 사고도 여기서 벌어집니다. 대통령배 우승 후 두 달이 지나 청룡기 충청 예선에서 그는 닷새간 의식불명에 빠집니다. 상대팀 선수가 휘두른 배트가 포수를 보던 그의 뒤통수를 때립니다. 공주고 핵심 선수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앞선 경기에서도 그런 일을 당해 병원을 다녀왔는데, 두 번째 사고엔 생명이 위독할 정도여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합니다. 전국지에 관련 기사가 실릴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그때 그가 쓰러진 장소가 지금 대전구장입니다. 야구가 냉혹한 승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스포츠맨십을 강조하고 ‘깨끗한 야구’를 입버릇처럼 올리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상대 선수 머리로 던지는 빈볼이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김경문 야구’입니다. 그의 야구가 노장 감독님들 중에서 유독 예의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어디에’ 머물렀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말(세라 골드헤이건·미국 건축 평론가)이 있습니다. 대전은 김경문 감독님에게 그런 곳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6.10 07:30
해외축구

‘韓에 낭보’ 111골 “슈퍼스타” 손흥민, EPL 역대 TOP 50…마네 41위·바디 44위

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영국 매체 90MIN은 14일(한국시간) “1992년에 창설된 EPL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축구 선수들의 본거지였다. 에릭 칸토나와 같은 초창기 영웅이나 발롱도르 수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현시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까지 영국 축구 팬들은 30년 동안 매주 축구 아이콘을 보는 데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면 EPL 역대 최고 선수는 누구일까?”라며 41위부터 50위까지 공개했다.매체는 EPL 역대 TOP 50을 선정했는데, 순차적으로 10명씩 순위표를 공개할 예정이다.손흥민이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EPL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격 파트너십을 선보였던 손흥민은 토트넘에 있는 동안 매우 뛰어났다. 비록 그는 북런던에서 있던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배트맨과 로빈’으로 보였겠지만, 그 자체로 슈퍼스타였다”고 적었다.이어 “한국인 공격수는 EPL 골든 부츠, 이번 시즌의 EPL 골 상을 받았고, 지난 몇 년간 PFA(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팀에 들었다. 케인이 떠난 후 토트넘의 캡틴이자 리더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90MIN이 선정한 EPL 역대 41위는 마네다. 그 뒤로 솔 캠벨, 세스크 파브레가스(이상 은퇴)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테디 셰링엄, 맷 르티시에, 에드윈 판 더 사르, 이안 라이트, 다비드 지놀라(이상 은퇴) 등 레전드 선수들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현역 선수로는 마네와 바디가 손흥민과 함께 50위 안에 들었다.매체는 마네에 관해 “많은 사람은 리버풀이 사우샘프턴의 마네를 영입하기 위해 3600만 파운드(584억원)를 투자했을 때 과도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생각했다”며 “마네는 EPL 골든 부츠, PFA 올해의 팀 등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고, (리버풀이)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이들이 마네에게 매우 잘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에서 마네를 볼 수 있는 것은 기쁨이었다”고 평가했다. 44위를 차지한 바디에 대해서는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더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우승 시즌(2015~16시즌)에 24골을 기록한 바디는 그 후에도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EPL에서 총 136골을 넣었는데, 드와이트 요크, 니콜라스 아넬카,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라이트가 넣은 것보다 많다”고 조명했다. 손흥민이 이름값 있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얼마나 비중이 큰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첫 시즌을 제외하고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고,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 작성을 목전에 뒀다. 올 시즌에는 손흥민을 향한 우려가 컸다. 그동안 찰떡 호흡을 선보인 케인이 이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케인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EPL 12경기에 나서 8골을 기록,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13골) 살라(12골)에 이어 득점 3위를 질주 중이다. 전반적으로 돌아봐도 손흥민의 EPL 커리어는 빛났다. 특히 2021~22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23골을 몰아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랐다. 8년간 EPL 통산 11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디온 더블린(은퇴)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와 역대 득점 24위에 올라 있다.EPL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올 시즌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은 지난 9월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 9월 처음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손흥민은 2017년 4월, 2020년 10월 각각 2번째, 3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딱 3년 만에 네 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손흥민과 함께 네 차례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이들은 아스널의 전설 데니스 베르캄프와 티에리 앙리, 프랭크 램파드, 폴 스콜스, 앨런 시어러 등이다. 현역 선수로는 브루누 페르난데스, 마커스 래시포드(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네 차례 이 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손흥민이 이들 옆에 이름을 새긴 것이다.이 부문에서 손흥민 위로는 6명뿐이다. 웨인 루니와 로빈 판 페르시가 다섯 차례, 스티븐 제라드와 크리스타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여섯 차례,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일곱 차례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네 차례 수상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손흥민의 발끝은 여전히 뜨겁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지난 1일 10월 EPL 이달의 베스트11을 공개했는데, 손흥민이 홀란을 제치고 원톱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9월과 10월 연속 선정은 손흥민과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 두 명뿐이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EPL에서 역사를 쓰고 있는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리더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는 그는 11월 A매치를 치르기 위해 지난 13일 한국 땅을 밟았다. 손흥민은 16일 싱가포르와 홈 경기, 21일 중국과 원정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두 경기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며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김희웅 기자 2023.11.14 13:17
배구

[도공 V2] 단기전 빛난 MVP 캣벨...빠른 외인 교체 승부수로 달성한 우승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가 2022~23시즌 정상에 올랐다. 0% 기적, 언더독의 반란을 실현했다. 정규시즌부터 쌓인 빌드업이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먼저 1, 2차전을 내줬지만 내리 3경기를 따냈다. 역대 챔프전 처음으로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통산 2번째 챔프전 우승이기도 하다. 우승을 일군 원동력은 셀 수 없이 많다. 경험 많은 선수들, 감독의 지도력 등 도로공사의 강점은 많다. 그중에서도 정규리그 중 외인 교체를 빨리 단행한 게 우승 달성으로 이뤄졌다. 도로공사는 3라운드까지 9승 9패(승점 26)를 기록했다. 1위 현대건설에 승점 19, 2위 흥국생명에 16 차이로 밀려 있었다. KGC인삼공사, GS칼텍스, IBK기업은행과 3위 경쟁을 했다. 하지만 후반기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11승 7패를 기록, 한층 나아진 전력을 보여줬다. 이 기간 현대건설엔 3승을 거뒀고, 6라운드 승부에서 1위를 탈환하고 승승장구하던 흥국생명까지 잡았다. 도로공사가 정대영·임명옥·배유나·박정아 등 주축 선수들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이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시즌 변곡점은 구단의 빠른 대응이다.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가 부진했을 때 구단은 지체하지 않고, 이미 V리그에서 GS칼텍스·흥국생명 소속으로 V리그에서 2시즌 뛰었던 캣벨을 영입했다. 카타리나와 결별하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캣벨이 합류한 뒤 도로공사는 '국내 에이스' 박정아가 살아났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실전 감각이 살아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캣벨은 도로공사 소속으로 뛴 18경기에서 343득점·공격 성공률 37%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3위 수성과 4위와의 승점 차를 벌려야 했던 시즌 막판 뜨거운 활약을 보여줬다.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도 29득점·공격 성공률 40%를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챔프전 진출 발판을 만들었다. 챔프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5경기 평균 22득점을 기록했다. 5차전에서도 팀 내 최다인 32점을 올렸다. 캣벨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17표를 얻어, 7표씩 받은 박정아와 배유나를 제치고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구단의 기민한 대처와 캣벨의 연착륙은 도로공사가 단기전에서 정규리그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준 원동력이다. 인천=안희수 기자 2023.04.06 22:42
프로농구

[WKBL] 가지각색 우승공약...김소니아 "감독님, 삭발해주세요!"

확실히 평범하진 않다.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서 팬들과 만남이라는 소소한 공약부터 '삭발'이라는 파격적인 공약까지 등장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6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2022~23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정규리그 독주로 1위를 이뤄낸 아산 우리은행, 창단 첫 2위를 이룬 부산 BNK,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쳤던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이 각각 3, 4위로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PO 미디어데이답게 우승 공약도 등장했다. 무난한 '선물 약속'도 있었지만, 보상이 아닌 파격적인 이벤트도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아산 우리은행 박지현은 '호랑이' 위성우 감독에게 물질적 보상 대신 당찬 요구를 던졌다. 박지현은 "우승했을 경우 휴가야 말하지 않아도 길게 주실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다음 시즌에는 훈련할 때 데시벨 70을 넘기지 말아주셨으면 하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선수들에게 칭찬해주시면 좋겠다. 감독님께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실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꼭 그 선수에게 칭찬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돌한 요구를 꺼냈다.위 감독이 호락호락하게 받아줬을리 없다. 위 감독은 "공약이니 대답하면 꼭 지켜야 한다"며 "3개는 너무 많다. 지키기가 쉽지 않을걸 알기 때문에 공약으로 걸기가 쉽지 않다"고 난처한 표정으로 거절했다.BNK 이소희는 무난하게, 그렇지만 무난하지 않게 선물을 요구했다. 이소희는 "우승할 경우 개막전 때 팀에서 커피차를 불러주실 것"이라며 "박정은 감독님께는 에어팟 맥스를 선수단 전원과 지원 스태프들 모두에게 선물해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난처해하면서도 "소희가 원하고, 우승만 한다면야"라며 이를 승낙했다.삼성생명 강유림은 '외박권'을 꺼냈다. 50여명의 팬들과 계열사 놀이공원이자 홈 구장과 가까운 에버랜드 팬미팅을 공약으로 꺼낸 강유림은 임근배 감독에게 "시즌 후 휴가를 마치고 비시즌 준비가 시작되면 다시 또 힘든 훈련을 할텐데, 그때 필요한 게 금박(금요일 외박)이다. 감독님께서 금박쿠폰 10개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임 감독도 "우승한다면야 열 장이 아니라 스무장도 주겠다"고 시원하게 대답했다.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신한은행 김소니아였다. "팬분들과 시크릿 이벤트를 할 것"이라고 말한 그는 "우승한다면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삭발을 해달라"고 파격적인 공약을 주문했다. 구 감독은 당황하며 "다른 팀처럼 뭘 사달라고 하거나 데시벨을 낮춰달라고 하면 다 해줄 수 있다"고 웃었고, 이어 "그래도 우승한다면 삭발이야 못 하겠나. 대신 나만 하진 않을 것이다. 선수들 중 한 명을 데리고 같이 하겠다. 일단 소니아가 말을 꺼냈으니 1순위다. 그래도 우승만 한다면 무엇이든 OK"라고 수용했다. 물론 공약 난이도만큼 신한은행이 우승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신한은해으이 PO 첫 상대는 정규리그 우승팀인 우리은행이다. 구나단 감독 본인도 인정하는 '언더독'이지만, 김소니아의 파격 공약 덕에 신한은행의 PO 행보를 바라볼 이유가 한 가지 더 늘게 됐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3.06 15:36
스포츠일반

‘UFC 미들급 챔프’ 아데산야, KO패했던 페레이라 상대 6차 타이틀 방어전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3, 나이지리아-뉴질랜드) 복수에 나선다. 상대는 킥복싱 무대에서 KO패를 안긴 알렉스 페레이라(35, 브라질)다. 아데산야는 오는 11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개최되는 UFC 281: 아데산야 VS 페레이라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랭킹 4위 페레이라를 상대로 타이틀 6차 방어전을 치른다. 아데산야에게 페레이라는 악연의 상대다. 킥복싱 무대에서 2차례 패했다. 2016년 중국에서 열린 1차전에서 접전 끝에 판정패했다. 아데산야는 자신이 경기 내용상 이겼는데 잘못된 판정 때문에 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7년 브라질에서 열린 2차전에는 더 거칠게 나섰다. 하지만 그러다 빈틈을 노출해 레프트훅을 맞고 KO당했다. 이는 오늘날까지 아데산야의 프로 격투 스포츠 105전 중 유일한 KO패로 남아있다. 이 경기 후 아데산야는 킥복싱 무대를 떠나 종합격투기(MMA)에 진출했다. 반면 페레이라는 승승장구해 글로리 킥복싱 미들급-라이트헤비급 두 체급 챔피언이 됐다. 아데산야는 미들급 무패로 UFC 챔피언이 된 지금도 이날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전의가 불탄다. 1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아데산야는 “우리가 과거가 있기 때문에 내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있다면 바로 이 경기”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적을 완전히 짓밟아버려야 한다. 생명의 흔적이라도 남기면 복수하러 온다. 페레이라는 날 브라질에서 죽여야 했다. 이제 내가 그를 완전히 짓밟아버릴 차례”라고 복수를 선언했다. 반면 페레이라는 평온했다. 그는 “내겐 전혀 사적인 감정 문제가 아니다. 다른 어떤 상대와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내 일을 할 뿐”이라며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아데산야가 KO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그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아데산야를 자극했다. 페레이라는 아데산야가 다시는 자신과의 대결을 바라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그는 “아데산야는 리매치를 받을 자격이 있지만 이번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스스로 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세 번째 승리를 자신했다. 코메인 이벤트에서는 UFC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카를라 에스파르자(35, 미국)가 장웨일리(33, 중국)에 맞서 1차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이번 타이틀전은 도전자가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레슬러 에스파르자가 방어가 좋은 장웨일리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하지만 장웨일리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페이버릿이고 카를라가 언더독이라는 이유로 그를 깔보지 않는다. 일요일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에스파르자는 다시 한번 세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UFC 초대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을 지낸 에스파르자는 그간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아 왔다. 7년 반 만에 다시 챔피언에 등극했던 로즈 나마유나스(30, 미국) 2차전에서도 언더독이었지만 승리했다. 에스파르자는 “이번이 역사상 최고의 훈련 캠프였을 것”이라며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세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대회 파이트패스 언더카드에는 한국의 최승우(30)가 출전한다. 상대는 디 얼티밋 파이터(TUF) 27시즌 우승자 마이크 트리자노(30, 미국)다. 최승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첫 미국 훈련에 나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킬클리프FC에서 전 UFC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35, 미국)을 길러낸 명코치 헨리 후프트의 지도를 받았다. UFC 웰터급 5위 길버트 번즈(36, 브라질)와 라이트급 5위 마이클 챈들러(36, 미국)와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훈련했다. 최승우는 지난 9일 열린 한국 미디어데이에서 “미국에 와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코치에게 지도받고, 좋은 선수들과 어울리며 많은 걸 배웠다. 강한 선수들과 몸을 섞고 훈련하면서 몸도 강해졌고, 마음도 같이 강해졌다”고 훈련 성과를 전했다. 상대 트리자노에 대해서는 “맷집이 강한 터프한 선수인 거 같다. 그렇게 빠르지 않고, 한방이 강한 것도 아니고, 탄력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꾸준히 전진하는 좀비 같은 스타일”이라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와서 여느 때보다 저는 하루하루 훈련에만 집중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내 노력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1라운드 KO로 이길 것 같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UFC 281: 아데산야 VS 페레이라 메인카드는 오는 11월 13일(일) 오후 12시부터 tvN과 티빙(TVING)을 통해 생중계된다. 언더카드는 오전 10시부터 TVING에서 생중계된다. ■ UFC 281: 아데산야 VS 페레이라 대진 메인카드 (tvN/TVING 오후 12시) 이스라엘 아데산야 vs 알렉스 페레이라 카를라 에스파르자 vs 장웨일리 더스틴 포이리에 vs 마이클 챈들러 프랭키 에드가 vs 크리스 구티에레스 댄 후커 vs 클라우디오 푸엘레스 언더카드 (TVING 오전 10시) 브래드 리델 vs 헤나토 모이카노 도미닉 레예스 vs 라이언 스팬 에린 블랜치필드 vs 몰리 맥칸 안드레 페트로스키 vs 웰링톤 투르만 댄 후커 vs 클라우디오 푸엘레스 파이트패스 언더카드 (UFC 파이트패스 오전 8시) 맷 프레볼라 vs 오트만 아자이타르 마이크 트리자노 vs 최승우 훌리오 아르세 vs 몬텔 잭슨 카를로스 울버그 vs 니콜라이 네구메레아누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2022.11.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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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쏟던 소년, 올림픽에 강한 사나이로

유년 시절 코피를 많이 흘렸던 소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얼음 위를 달리는 메달리스트가 됐다. '허약했던 소년'은 '올림픽에 강한 사나이'로 성장했다.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3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이 종목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다. 20년 전 그는 허약한 어린이였다. 초등학생 차민규는 유독 코피를 많이 쏟았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더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네 아이스링크으로 데려가 스케이팅을 배우도록 권유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주말 특강반 수업을 다닌 차민규는 이내 스케이트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차민규는 본격적으로 스케이트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이때는 부모는 아들을 걱정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몸이 약했던 소년은 쇼트트랙을 시작한 뒤 점점 튼튼해졌다. 초등학교 시절 주니어 쇼트트랙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체대에 진학한 차민규는 몸싸움이 싫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차민규의 주종목인 500m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단거리 종목이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요하다. 가장 짧은 거리를 가장 빠르게 달리기 위한 그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그는 발목 인대를 다쳤다. 재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의사는 "운동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선수 생명을 걱정했다. 그래도 차민규는 포기하지 않고 "국가대표는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냐"며 힘든 재활치료 과정을 참고 버텼다. 차민규는 올림픽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평창 올림픽의 메달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던 그는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42를 기록했다. 금메달을 딴 노르웨이의 호바르 로렌첸에 불과 0.01초 뒤졌다. 경기 전 "나도 일 한 번 내보고 싶다"던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차민규는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릴 때 약하더라도 커서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차민규는 긴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4개 대회에서 부진했다. 8차례 레이스 중 1부리그 10위 안에 든 것은 단 한 차례, 2차 대회 1차 레이스(7위)뿐이었다. 나머지는 10위권밖에 맴돌며 디비전 B(2부리그)로 밀려났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권 후보로 꼽히지 못한 건 당연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4년 전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차민규는 보란 듯 은메달을 획득했다. 강한 의지로 부상을 극복해냈다. 또 기술적으로 장비 문제를 해결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차민규는 다른 선수보다 장비에 예민한 편이다. 평창 올림픽 당시 담당 코치로 활동한 장철 코치의 도움을 받아 스케이트 날을 정비했다. 그는 "장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뒤늦게 잡아냈다. (이를 일찍 바로잡아) 완벽하게 준비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차민규는 강심장이다. 앞서 달린 가오팅위(중국)가 올림픽 신기록(34초32)을 세워 뒷조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메달 후보로 꼽히던 선수들은 가오팅위의 기록을 의식한 듯 무리하게 주행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차민규는 침착하게 자신의 레이스를 펼쳤다. 차민규는 '깜짝 은메달'이라는 평가에 대해 다소 아쉬워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때는 그런 말을 들었다. 이번에도 은메달을 또 획득했으니 '깜짝 2위'는 아닌 것 같다.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큰 대회에 강한 이유를 묻는 말에 "딱히 다른 비결은 없다. 노력했고 더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성적이 안 나왔지만 고생하고 노력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이형석 기자 2022.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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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삼성생명, 성적과 리빌딩 모두 잡을까

용인 삼성생명에게 지난 시즌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정규리그 성적은 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턱걸이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거침없는 경기력으로 청주 KB를 3승 2패로 제압하며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베테랑 배혜윤과 김보미(은퇴)가 투혼을 발휘하며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에이스 김한별은 치열한 골 밑 싸움을 벌이며 팀 우승을 이끌다시피 했다. 윤예빈은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단비와 이명관, 신이슬도 팀 우승을 도왔다. 모든 선수가 투지를 발휘한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 KB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디펜딩 챔피언'은 시즌이 종료되면 '내부 단속'으로 많은 고민을 떠안게 된다. 우승팀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선수들이 타 팀의 제안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삼성생명은 시즌이 끝난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소속팀 선수 전원과 재계약을 맺었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다음 시즌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전력 유지가 아닌 변화를 추구했다. 시즌 종료 후 부천 하나원큐, 부산 BNK와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한별이 BNK로 이적했다. 김한별과 구슬(하나원큐) 대신에 지난 시즌 신인선수상을 받은 강유림과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3장을 받았다.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기보다는 팀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삼성생명이다. 김한별과 김보미의 공백은 크지만 배혜윤을 구심점으로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한 윤예빈의 활약도 중요하다. 윤예빈은 지난 시즌 30경기 평균 10.6득점·6.2리바운드·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득점이다. 장신 가드로서 장점을 십분 활용해 팀 공격에 보탬이 돼야 한다. 지난 시즌의 윤예빈처럼 이주연과 이해란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성장도 필요하다. 이주연은 비시즌 동안 하루에 슛 500개를 연습하며 땀을 흘렸다. 노력을 증명하듯 지난 24일 청주 KB와 개막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14득점·9리바운드·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광주 수피아여고 출신으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183㎝ 포워드 이해란도 기대를 받고 있다. 임근배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설정했다. 지난 시즌만큼의 성적을 기대하는 외부의 평가는 적지만 유망주들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삼성생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임근배 감독의 삼성생명이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영서 기자 2021.10.25 13:07
스포츠일반

[이 장면] 간절했던 김보미, 다리가 풀릴 정도로 다 쏟아부었다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의 우승을 건 ‘마지막 승부’였던 15일 챔프 5차전. 4쿼터 6분 여를 남겨두고 삼성생명이 59-48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공격 기회를 잡았다. 이미 11점 앞서고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금세 따라 잡힐 수도 있는 상황. KB의 수비가 거세게 이어지자 슈팅 기회가 잘 나오지 않았고, 사이드에서 김단비가 던진 3점 슛은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바로 이때 3점 라인 근처에서 자리잡고 있던 김보미(35·176㎝)가 순식간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골밑을 파고 들어 득점. 점수는 61-48로 벌어졌다. KB 벤치가 작전타임을 불렀다.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삼성생명 윤예빈이 김보미에게 달려와서 포옹을 한 순간, 믿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다. 순간적으로 김보미의 다리가 풀려버린 것이다. 김보미가 쓰러지듯 주저앉자 당황한 윤예빈이 김보미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 정도로 김보미는 다 쏟아부었다. 작전타임 버저 소리에 ‘잠시 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힘이 풀렸던 듯하다. 이날 경기는 양팀 선수들 모두 경기 내내 처절하게 루즈볼을 다퉜고 몸싸움을 했다. 악착 같이 공을 잡으면 다른 선수가 달려들어 다시 공을 빼앗으려 했고, 넘어지면서도 공을 지키려고 몸부림을 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보미의 남다른 투혼은 삼성생명의 ‘기’를 바꿨다. 김보미가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던 그 이전에 삼성생명의 59점째를 기록한 득점도 김보미의 손에서 나왔다. 이어진 공격에서 KB의 턴오버가 나왔고, 그 다음 공격 장면에서 김보미의 초인적인 반사신경과 연속 득점이 나왔다. 사실상 이날의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순간이 바로 이때였다. 김보미는 이번 챔프전이 마지막임을 예고하고 ‘은퇴 전 마지막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삼성생명 구단 직원까지도 김보미에 대해 “우리 선수지만 때로는 우리가 봐도 무섭다. 상대 선수가 저렇게 처절하게 경기를 하면 무서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보미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1.6점을 넣었다. 팀의 공격을 이끈 핵심 자원은 아니었지만, 간절함을 온몸으로 보여준 그 존재만으로 삼성생명의 분위기를 바꿨다.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4위, 정규리그 승률 5할도 안 되는 ‘언더독’으로서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배경에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김보미의 정신력이 큰 역할을 했다. 플레이오프 때 삼성생명에 1승2패로 져서 탈락한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도 다른 선수가 아닌 김보미 이야기를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상대 선수지만 우리 선수들이 저 언니를 보고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2021.03.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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