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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충무로 ‘가위손’의 죽음..고 윤명오를 기리며

생각해 보면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은 영화인들이 세상을 떴다. 영원히 살아서 항상 영화계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해 줄 것 같았던 영화사 시네2000의 이춘연 대표(‘여고괴담’ 시리즈 등 제작)가 갑자기 타계했고 배우 강수연이 뒤를 이었다. 영화평론가 강한섭은 돌연 세상을 등져 충격을 줬으며 영화계 인사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임권택 영화학교를 만들었던 프로듀서 박건섭 씨(동서대 영화학과)도 지병으로 타계했다. 모두 지난 3년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지난 28일 또 한명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무도 모르는 영화인의 죽음이다. 윤명오 씨이다. 향년 74세. 영화계에선 그를 가위손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가위손의 죽음이다. 그를 가위손이라 부르는 것은 팀 버튼의 ‘가위손’을 국내에 수입한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가위손’ 뿐이었겠는가. ‘바베트의 만찬’ ‘엑조티카’ 등 1990년대 단관 시절(서울극장 국도극장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등등) 영화 매니아들의 관람 붐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를 직접 만나 본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를 히든 카드이자 숨은 실력자라고 생각했다. 이러저러한 영화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윤명오를 찾으라고 했을 정도다. 세계적인 감독이 된 박찬욱도 30대 초반 그에게서 영화적 자양분을 많이 얻었다. 데뷔작 ‘달은….해가 꾸는 꿈’이 실패한 후 박찬욱은 윤명오와 함께 ‘야간비행’이라는 영화를 찍으려고 했다. 록밴드 영화였다. 만들어졌으면 이런 류 영화의 효시 격이라 불렸던 김홍준 감독(현 영상자료원장)의 ‘정글 스토리’(1998)와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작품이 됐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윤명오 첫 기획작이 될 뻔한 ‘야간비행’은 제작이 무산됐다. 윤명오는 입시가 엄혹(?)했던 시절에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왔고 40 초반까지 진도모피 대표를 지냈다. 천부적인 ‘딴따라’ 끼를 누르지 못하고 영화계에 들어 와 숱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영화인들을 챙겼다. 8,90년대만 해도 한국 영화계는 그다지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었을 때였다. 그는 충무로의 지적 수준을 몇 단계 높인 사숙과 사형의 역할을 했다. 외화 번역도 도맡아 했다. 어찌 보면 구(舊)충무로에서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으로 이어지는 뉴 코리안 시네마의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대중은 기억 할 수 없는 인적 자산이지만 충무로 영화인들이라면 마음 속에 기억해야 할 역사적 인물이다. 새삼 그를 기리는 이유다. 천성이 부드러워 영화계 젠틀맨으로 불렸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내 주는 술값으로 영화적 한과 울분, 기쁨을 풀어 냈지만 아뿔사 그의 장례식장은 외롭고 쓸쓸하기가 그지 없었다. 아마 모두들 마음만은 영안실에 있었을 것이다.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때 아닌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최근 영화계가 각박해지기가 이를 데 없어진 탓이다. 지금은 다들 각자도생하기에 여념이 없다. 사회가 그렇게 요구하고 있고 사람들은, 영화인들조차,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나날이다. ‘가위손’이란 영화 한편, ‘바베트의 만찬’이란 영화 한편이 자신의 청춘을 어떻게 자극하고, 또 그럼으로써 지금의 자신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회고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졌다. 그의 외로운 영안실 풍경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이유다. 영화는 단 두 시간 여 만에 사람 한 명의 인생을 바꾼다. 사람들은 극장 문을 들어 설 때와 나갈 때 다른 사람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렇게 바뀌어진 사람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킨다. 영화가 의미가 깊고 무서운 기제(機制)라 부르는 이유, 그래서 권력자들이 영화를 통제하려는 사회정치학적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윤명오는 우리 사회의 개혁자이자 변혁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늘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 다정한 표정의 소유자였지만 또 다른 면에서 한국 영화계의 혁명아이자 한국 사회를 진화 시킨 인물이다. 화천공사에서 일을 시작해 하명중 영화사에 몸을 담았다가 나중에는 올리브 커뮤니케이션이란 영화사에서 이사 직을 수행했다. 그 영화사들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현재 얼마나 될까. 그가 수입해 소개했던 캐서린 키너, 앤 헤이시 리브 슈라이버 주연의 ‘워킹 앤 토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음악감독 조영욱과 1998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희대의 영화상영회인 ‘난장 영화제’를 열었고, 그의 ‘워킹 앤 토킹’을 강탈하다시피 가져 와 틀었다. 그때 필름을 배달했던 친구가 약관의 류승완이었다. 그때 우리는 모두 젊고 순수했었다. 가위손이 죽었다. 1990년대의 영화계와 그때의 열정도 사그라져 간다. 이건 분명히 슬픈 일이다. 그것도 매우.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08.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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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이름 강수연, 동료 영화인 배웅 속 영원히 잠들다[종합]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강수연이란 이름 석 자. 이제 배우 강수연은 영원한 잠에 들어 한국영화의 역사 속에 남게 됐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강수연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장례웨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임권택, 연상호 감독, 배우 문소리, 설경구, 정우성, 정웅인 등 많은 동료 영화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영결식 사회는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영결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모두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86년 개봉한 영화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1989년 ‘아제 아제바라아제’로는 세계 4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제16회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래 전 세계 각국을 돌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워온 배우. 자신의 이름이 한국 영화 그 자체로 불리며 많은 심적 부담과 고통이 있었겠지만, 강수연은 그 무게감을 온전히 짊어지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고인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이끌었던 2015~2017년 당시 함께 영화제를 이끌었던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우리가 자주 만나던 만둣집에서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떠나가느냐.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내왔는데 어찌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또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동료 영화인들을 격려했던 고인을 기억하며 “고 강수연은 영화제를 빛내주는 위원이자 상징이었다”고 고인의 행적을 되짚었다. 고 강수연의 대표작인 ‘씨받이’, ‘아제 아제바라아제’ 등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도 자리했다. 거동에 불편함이 있는 듯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단상에 올라 “수연아, 친구처럼 동생처럼 딸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다”고 인사한 뒤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며 애도했다. 설경구, 문소리, 연상호 감독 등 후배 영화인들은 저마다 강수연에게 받았던 따스한 애정과 관심을 기억하며 슬픔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 했다. 설경구는 1998년 영화 ‘송어’ 촬영 당시 강수연으로부터 큰 보살핌을 받았다면서 “선배님은 스태프들 먹는 게 부실하진 않을지 걱정하며 각팀 막내들 회식까지 주기적으로 시켰다. 팀 막내 회식 때는 나를 연기부의 막내로, 퍼스트 회식 때는 연기부의 퍼스트로 함께 참석시키며 내게 직접 보여주면서 알려주고 가르쳐줬다. 나는 선배의 막내고 세컨드고 퍼스트였던 것이,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내게 앞으로 영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용기와 희망을 줬다. 나는 영원한 선배님의 연기부 조수”라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문소리는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언니(고 강수연)가 출연했던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LP를 계속 들었다. ‘야, 김철수, 내가 반말해서 기분 나쁘니’라고 하는데, 언니의 목소리는 그때도 여전히 당돌하더라.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울다가 웃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영화의 세계라는 게 땅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의 마음 잊지 않겠다. 여기서는 함께 작품을 못 했지만 언젠가 그곳에서 꼭 같이 작품 하자”고 다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 시절 칸영화제에서 만났던 강수연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칸영화제 관계자가 하는 말을 영어라 못 알아듣고 “아이 돈트 스피크 잉글리시”(저 영어 못 해요, I don't speak English)를 반복하고 있을 때 강수연이 와서 통역을 도와줬다면서 “강수연 선배님은 마치 그 자신이 한국영화인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대단한 월드스타가 작은 애니메이션 감독의 통역을 자처했을까. 당신은 자신이 그 자체로 한국 영화임을 알고, 그 무게를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반 작업이 한창인 영화 ‘정이’(가제)는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고 강수연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됐다. 연 감독은 “이 영결식이 끝나고 나는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와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공개할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이제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끝까지 동행하겠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돼 드리겠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SF 장르의 이 영화는 추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고인을 사랑했던 전 세계 영화인들과 만나게 된다. 이날 영결식 현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고 강수연과 한국 영화를 사랑한 많은 누리꾼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며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며 한국 영화계를 비춰 달라”며 한뜻으로 추모했다. 대만 출신 배우 양귀매, 차이밍량 감독, 제니퍼 자오 대만영상위원회 부위원장 겸 이사 등 많은 해외 영화인들도 영상 편지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양귀매는 “당신은 최고의 영화 예술가이며 가장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였다. 신을 따라 아름다운 곳으로 가길 기원하겠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눈부신 여신”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고인의 동생 강수경 씨는 “여러분들 덕분에 허망하고 쓸쓸할 뻔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며 “영화와 생을 함께했던 강수연이 배우로서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한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우성, 설경구, 연상호 등이 운구차까지 고인을 배웅했다. 강수연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7일 55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2022.05.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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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복귀 앞두고 심정지 의식불명…영화계·팬들 충격 속 쾌유 기원

배우 강수연이 어제(5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긴다. 강수연은 6일 오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치료 중이다. 이에 영화계 인사들과 팬들이 그의 쾌유를 빌고 있다. 강수연과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바라아제’를 함께한 임권택 감독의 관계자는 “감독님이 기사를 접한 뒤 깊은 충격에 빠진 상태다. 강수연 배우가 어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아제 아제바라아제’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한지일은 자신의 SNS에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하루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올렸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강수연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가족을 위로하고 그의 회복을 빈 것으로 전해졌다. 강수연은 어제(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서 뚜렷한 범죄 혐의점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경찰은 추후 지병이나 범죄 여부 등을 자세히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연은 지난 1969년 동양방송 전속 배우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 드라마 ‘고교생 일기’,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씨받이’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배우로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으며,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5.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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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퀸' 윤여정 아카데미 신규회원 초청…'미나리' 팀 7명 지명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측이 올해 신규 회원 초청 명단을 발표했다. 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인디와이어드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측은 2021년 추가되는 신입 회원 초청자 39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오스카 레이스 주역이었던 '미나리' 팀의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을 비롯해 음악 감독 에밀 모세리와 편집 감독 해리 윤,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까지 포함됐다. '미나리'는 4월 25일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 받았다. 특히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데 성공, 한국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을 거머쥐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로써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한국 영화인 회원들은 회를 거듭할 수록 늘어날 전망. 지난해에는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팀 배우 최우식·장혜진·조여정·이정은·박소담, 의상감독 최세연, 편집감독 양진모, 음악감독 정재일, 프로듀서 곽신애, 미술감독 이하준, 음향감독 최태영, 작가 한진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015년 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임권택 감독과 박찬욱 감독, 이창동 감독, 최민식, 이병헌, 하정우, 배두나, 김민희, 조진웅 등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매년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미나리' 팀 외에도 헨리 골딩, 로버트 패틴슨, 안드라 데이, 마리아 바카로바, 바네사 커비, 에이자 곤잘레스 등 감독, 배우, 제작자, 캐스팅 디렉터, 각 기술 스태프들까지 세계 영화인들이 새로운 회원으로 등록되게 됐다. 이들이 초청을 수락하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자격으로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통계적으로 여성은 46%, 미국 외 49개국에서 포함된 국제 회원은 53%의 비율을 나타냈다. 또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지명을 받았던 후보는 89명, 수상자는 25명이다. 전원 초청을 수락할 경우 전체 회원은 9750명으로 늘어난다. 조연경 기자 2021.07.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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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내양 모욕” 상영 중단도…'뮬란' 계기로 본 영화 보이콧

숱한 논란 끝에 17일 국내 개봉하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국내외 안팎의 보이콧 운동을 뚫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2억 달러(약 2357억원) 제작비가 든 ‘뮬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등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는 지역에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그 외 지역에선 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10일 개봉한 중국에선 첫 주말(11~13일) 성적이 2320만 달러로 ‘테넷’의 첫 주말 기록(2980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수준. 앞서 엔드크레딧이 논란이 되면서 중국 정부가 보도통제에 나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뮬란'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촬영에 협조한 공안 당국에 감사한다고 엔드크레딧에 공개 거명해 중국의 인권탄압에 공조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뮬란’ 거부 운동은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맞물려 본격화됐다. 주연배우인 유역비가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고 SNS에 쓴 게 도화선이 돼 그 반발로 해시태그 보이콧뮬란(#boycottmulan)이 번졌다. 국내에서도 청년 중심 시민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이 동참하고 있다. 이설아(26) 공동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이콧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횡포를 용인·묵인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극장 앞 1인 시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영화 뮬란 보이콧 왜 하냐고요? 홍콩 인권 무관심에 부끄러워” "위구르 공안 감사" 영화 뮬란 보이콧 확산시킨 엔딩크레딧 ━ 물리적 시위에서 SNS '댓글 테러'로 변천 국내 영화에서 물리적 보이콧의 대표 사례는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가 있다. 소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유지인‧금보라가 주연한 영화로, 도시화‧산업화 속 버스안내양이 된 여성들의 애환을 그렸다. 하지만 극중 ‘삥땅’(요금 횡령) 설정이 직업 비하라면서 안내양들이 극장 앞 시위를 벌였고 한국노총도 비난 성명을 내는 등 논란 끝에 일주일 만에 상영 중단됐다. 노광우 영화칼럼니스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해 단체들의 압력 속에 영화 상영은 물론 제작이 중단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돌아봤다.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1984)는 주연배우 강수연이 머리까지 깎았다가 불교계 반발로 촬영이 중단됐다. 요즘도 명예훼손 등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종종 있지만 물리적 보이콧은 거의 없는 편. 대신 SNS를 중심으로 한 여론몰이가 활발하다. 특히 2018년 이후 활발해진 ‘미투’ 운동이 불을 지폈다. 관련기사 샬라메 파워? 코로나 도피? 감독 논란에도 6만명 본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수양딸을 성추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보지 맙시다.” 지난 5월 티모시 샬라메 주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국내 개봉했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던 댓글이다. 실제로 ‘레이니…’는 앨런 감독의 추문 논란으로 미국에선 개봉조차 못 했다. 아동 성범죄 전력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역시 신작 발표 때마다 보이콧 운동에 직면한다. 올 초 그에게 감독상을 수여한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는 여성 영화인들의 퇴장 항의를 받기도 했다. ━ "페미라서 안봐" "미투 연루자 거부" 대립 반대로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영화들에 ‘꼴페미’라는 딱지를 붙이며 거부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소위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이에 맞서 10점 만점에 무조건 10점을 주는 ‘평점 조공’ 운동도 일었다. 평점 테러는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며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과 달리 영화 자체를 난도질한단 점에서 제작사 측에 큰 상처를 남긴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예컨대 ‘미투’를 이유로 한 보이콧은 주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란 측면에서 공감 지점이 있지만, 특정 영화에 대한 댓글 테러는 폭력적인 게 느껴진다”고 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보기도 전에 미리 딱지를 붙이면 그 프레임 속에 영화가 왜곡돼서 수용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전 평론가는 2017년 역사 왜곡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렀던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SNS에서 ‘악플’ 직격탄을 맞은 대표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나랏말싸미’도 세종대왕과 한글창제에 대한 역사왜곡 시비 속에 100만명도 끌지 못한 채 극장에서 내려졌다. ━ 흥행 일부 영향 있어도 ‘영화의 힘’에 달려 보이콧‧평점 테러가 실제 영화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은 영화의 힘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석 저널리스트는 “영화가 균형을 잡았다면 지지와 대항 사이에서 여론의 정화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367만명이 관람하고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레이니…’는 코로나로 인한 극장 침체 속에서도 8만8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찬일 평론가는 “미투가 문제라고 해서 하비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를 다 들어낼 거냐. 김기덕 영화를 없앨 거냐. 그런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면서 결국 관객이 영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우 칼럼니스트는 “고전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이제 와서 인종주의 논란 속에 HBO맥스에서 퇴출된 것처럼, 시대의 눈높이와 요구는 계속 변한다”면서 “영화 ‘뮬란’ 역시 당장은 미·중 갈등과 반중 정서 영향을 받는다 해도 언젠가 재평가될 수도 있다. 이대로 묻힌다면 그게 작품의 한계 아니겠나” 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 중국계 여성감독 클로이 자오 '노마드랜드' 베니스 황금사자상 "위구르 공안 감사" 영화 뮬란 보이콧 확산시킨 엔딩크레딧 인천상륙작전 길잡이 팔미도 등대, 첫 등대 사적 됐다 인수봉 바위에 웬 주름이…뒤집으니 2m 고려 석불 나왔다 “국보 반가사유상 건강, 17억짜리 CT로 챙깁니다” 2020.09.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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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역사의 산증인' 윤삼육 작가, 2일 별세..향년 83세

'한국영화 역사의 산 증인' 윤삼육 시나리오 작가가 2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에 따르면, 한국영화 역사의 산 증인이자 제18회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살어리랏다'의 윤삼육 작가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초기 한국영화계를 장식한 대부 윤봉춘의 아들인 고인은 1937년 일제강점기 조선 경성에서 출생했다. 1959년 연극 배우로 출발해 영화감독, 각본가, 소설가, 대학 교수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특히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영남 감독의 ‘소문난 잔치’, 유현목 감독의 ‘장마’, 이두용 감독의 ‘피막’·‘뽕’·‘내시’와 임권택 감독의 ‘아다다'·‘장군의 아들’ 등 200여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1983년 '참새와 허수아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 총 4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1970년 제8회 청룡영화상 신인 각본상을 수상한 후 다수의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각색상, 시나리오 대상 등을 받았다. 한국영화계의 독보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높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평화 13호실에 마련된다. 발인은 오는 4일이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7.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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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전하는 韓영화 100년사..EBS 특집 다큐 편성

EBS가 대한민국 영화사 100년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다 : 내 인생의 한국영화’를 방송한다. 11일 EBS에 따르면,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다 : 내 인생의 한국영화'는 11일과 18일 오후 10시 40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다 : 내 인생의 한국영화’는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상영된 이후, 한국영화의 굴곡을 임권택, 봉준호, 전도연, 이병헌 등 영화계 대표 감독과 배우들을 통해 들어보는 영화 다큐멘터리다. 위기와 도전의 역사였던 한국영화 100년사를 스무 명이 넘는 감독, 배우, 제작자가 직접 전한다. 11일 방송되는 1부 ‘나의 사랑 나의 영화’는 70년대 '별들의 고향'부터 칸과 아카데미를 동시에 석권하며 전 세계의 축하를 받은 '기생충'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특별한 한국 영화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기생충' 제작 뒷이야기를 봉준호 감독의 목소리로 듣고, 전도연이 '밀양'에서 아이 잃은 엄마 역할을 미혼 상황에서 연기했던 고충을 토로한다. 또,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할 때의 고민과 최근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말하는 한국영화의 저력을 이야기하고, 한국영화 근대사의 산증인인 배우 안성기가 오늘날까지 현역배우로 지내오며 겪은 영화계의 전반과 자신에게 특별했던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18일 방송인 2부 ‘모던뽀이, 단성사에 가다’는 한국 최초 영화인 1919년 '의리적 구토'에서부터 196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까지 영화사를 다룬다.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온 한국영화와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한국영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1960년대를 대표하는 원로배우 신영균이 육성으로 당시 특수 촬영 기술이 없어 얼굴 옆으로 진짜 총을 쐈다는 '빨간 마후라' 촬영 당시의 비화를 이야기해, 영화계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한다. 특별한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와 뒷이야기들을 다룬 이번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배우 조여정과 안성기가 맡았다. '기생충'의 히로인인 배우 조여정은 1부, 살아있는 한국영화사인 배우 안성기는 2부의 내레이션에 참여한다. 특히 조여정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은 이번이 처음 도전한 것으로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때로는 밝고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내레이션 녹음에 임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하여 대한민국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다 : 내 인생의 한국영화’ 2부작은 5월 11일과 18일 오후 10시 40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5.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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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계 살아있는 역사" 임권택 감독X김명곤, '방구석1열' 100회 특집 출연

한국 영화계 살이있는 역사, 임권택 감독과 배우 김명곤의 영화 이야기가 공개된다. 5일 방송되는 JTBC ‘방구석1열’에는 방송 100회를 맞이해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과 김명곤이 출연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짝코’와 ‘서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최근 진행된 ‘방구석1열’ 녹화에서 변영주 감독은 임권택 감독에 대해 “한국 영화사의 암울했던 시절부터 시스템이 변화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의 명맥을 버티게 해준 영화들을 만들어오셨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한 “김명곤은 한국 영화와 연극을 대표하는 배우고 마당극이라는 말을 만든 분이나 다름없다”라며 100회 특집에 의의를 더했다. 이에 1993년 개봉 당시 한국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에 대한 이야기 하던 중 김명곤은 “한국 영화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전국에서 동시 상영을 했다면 1000만 관객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진도 아리랑’ 롱테이크 신에 대해 “이렇게 유명한 신이 될 줄 몰랐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방구석1열’의 100회를 축하하는 영화인들의 영상이 공개된다. 박찬욱 감독, 배우 박중훈, 가수 유희열 등이 축하의 말을 전했고, ‘미쓰 홍당무’와 ‘미씽: 사라진 여자’등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방구석1열‘을 통해 제 작품을 알게 됐다는 분이 많아서 특별히 고마움 느끼는 프로그램이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2018년 5월 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20년 4월 5일 방송 100회를 맞은 ‘방구석1열’은 총 186편의 영화와 156명의 회원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번 100번째 정모를 하기까지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전도연 등 특급 게스트들이 출연해 다양한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방구석1열’ 100회 특집은 4월 5일 오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4.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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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주역 이미경 “난 봉준호 모든 게 좋다”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숨은 주역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다.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CP) 자격으로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기생충’이 작품상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봉 감독,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라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 항상 지원해 준 분들 덕분에 불가능한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통역 없이 영어로 소감을 밝힌 그는 “난 그(봉준호)의 모든 것이 좋다. 그의 웃음, 독특한 머리 스타일, 걸음걸이와 패션 모두 좋다”며 “그가 연출하는 모든 것들,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동생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이 회장은 영화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25년 동안 CJ그룹의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영화의 글로벌 도전을 물밑 지원해 왔다. 그동안 CJ가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7조5000억원 규모.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과 자연스레 인연을 맺었다. 그의 영화 ‘마더’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모두 CJ가 투자 배급을 맡았다. 봉 감독이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대단한 모험, 많은 예술가를 지원해 준 CJ 식구에게 감사드린다”고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밝힌 배경이다. 영화계에선 이 부회장 남매의 투자·지원이 없었다면 이번 쾌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CJ는 ‘오스카 캠페인’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사전 홍보작업’에만 거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상은 심사위원 10여 명이 최고상을 선정하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약 8400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엔 수천만 달러의 예산으로 글로벌 인맥,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을 총동원하는 전담팀이 조직 내에 따로 있다. 한국 영화론 처음 캠페인에 뛰어든 CJ는 500곳 이상의 외신 인터뷰, 여러 영화제 및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 파티 등으로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배우·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아카데미가 추구해 온 ‘변화’도 작품상 수상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각종 수상 예측 사이트에서 수상 가능성 1위로 꼽힌 작품은 영국 거장 샘 멘데스 감독의 제1차 세계대전 영화 ‘1917’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를 뒤집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최근 5년간 아카데미상이 추구해 온 다양성에 주목했다. 5년 전부터 백인과 남성 위주 시상식에 반기를 든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 해시태그 저항이 거세지며 아카데미는 다양한 국적·인종의 AMPAS 회원을 확충해 개방화·다각화에 힘써 왔다. 감독 임권택·봉준호·박찬욱·홍형숙 등과 배우 최민식·송강호·이병헌·배두나 등도 이런 흐름 속에 회원이 됐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아카데미가 흑인 배우, 여성 감독, 퀴어영화 등에 상을 주며 태생적으로 지녀온 장벽을 하나하나 해체해 가는 과정”이라며 “‘기생충’은 아카데미가 최후의 보루처럼 남겨 놨던 언어적 장벽을 넘어 미국 바깥 타인들의 이야기에 상을 줬다는 게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기생충’이 일으킨 세계적 신드롬도 한몫했다. 빈부 양극화란 주제는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얻었다. 봉 감독 자신의 표현대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 북미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지난해 10월 고작 3개 관에서 개봉했지만, 결정적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 방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놀이처럼 퍼졌다. 봉 감독의 이름에 황금종려상(Palm d’Or)을 합한 ‘봉도르’ 코미디와 비극·호러가 절묘하게 뒤섞여 “장르가 봉준호”란 말까지 나왔다. 봉 감독의 솔직한 유머도 호감을 더했다. 미국 NBC 토크쇼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선 한국어 통역을 끼고도 청중을 웃겨 통역사 샤론 최의 통역 실력까지 화제가 됐다. 곽재민·나원정 기자 jmkwak@joongang.co.kr 2020.02.1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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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임권택 감독→김혜자…원로영화인과 함께한 단성사의 부활[종합]

단성사가 영화역사관으로 되살아난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이뤄낸 뜻 깊은 부활이다.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골드빌딩에서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건립자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과 원로배우 신영균, 임권택 감독,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 이장호 감독, 배우 김혜자 등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는 10월 27일은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종로 옛 단성사에서 상영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단성사가 영화역사관으로 재탄생한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한국영화 초기부터의 영화 포스터, 전단지, 시나리오, 촬영현장 스틸사진, 영화관련장비 등 총 8만 4200여 점의 국내외 수집자료 중 5500여점을 선별해 한국영화 100년의 기록과 세계 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최초 단성사 목조건물이 화재로 소실된 후 1934년 신축한 극장 건물의 벽돌과 원본 사진도 전시돼 있다. 기념 테이프 커팅 후 마이크를 잡은 백성학 회장은 "이곳이 100년 전 영화를 처음 상영한 곳이다. 인수한 후 2년 전 이곳을 완공했다. 앞으로 학생들, 특히 영화인들의 교육 장소로 쓰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신영균은 "1919년, 100년 전 단성사에서 첫 영화가 개봉됐다. 1926년 '아리랑'이 상영됐다. 저는 1928년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 70년을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국영화 역사 100년 누구보다 더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백성학 회장이 단성사를 인수해서 영화계를 위해서 영화 역사관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 영화인으로서 깊이 감사하다. 영화계 발전을 위해 역사관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종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도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중심인데, 종로에 명품이 하나 들어선 것 같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이 만들어진 것은 축하하고 감사할 일이다. 지금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선진국에 근접한 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 영화도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런 역사관을 만든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교육의 장이 되면서 영화 역사를 잘 보존하는 귀한 역사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 이장호 감독, 김혜자가 차례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를 여기서 개봉했다. 크게 흥행해서 매일 극장 옆 2층 다방에 가서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보면서 몇 달을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영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서편제'가 선물해준 것 같다"며 단성사와 함께했던 영화인 임권택의 추억을 회상했다.이장호 감독은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행사가 있다. 앞서 단성사 영화 역사관에서 테이프를 끊게 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영화가 오늘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어려움과 가난이 우리를 성장시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의 건립자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 그리고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복지 시설 '백학마을 OBS 김혜자 센터'를 조성하며 인연을 맺었던 김혜자는 "건립자인 백성학 회장이 예전에 저보고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위해 뭘 짓자고 했다.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2년 후에 정말 지어주셨다. 그걸 잊지 못한다. 소외된 나라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영화박물관을 하신다고 해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축하드리려고 왔다"고 밝혔다. 향후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학교 및 학생들의 단체 관람을 위해 주 1회 무료 개방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0.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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